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며 산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강인한 마음을 가진 아티스트에게도 예외는 없다. 데뷔 이후 빠른 성장으로 한국 록 신(Scene)을 대표하는 밴드가 된 새소년. 황소윤은 전작 EP [비적응]은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타인과 사회의 시선을 직접 마주하여 겪은 ‘마찰’을 창작의 동력으로 삼은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이른 성공은 딜레마도 남겼다. 그는 미국과 유럽을 오가고, 한국에서도 서울 밖 여러 도시를 돌며 스스로를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 여정 끝에 밴드는 황소윤 1인 체제로 재정비됐고, 활동 거점도 로스앤젤레스로 옮겼다. 그렇게 완성된 [NOW]에는 그 시간의 고뇌와 성찰이 만든 확신이 배어 있다.
앨범의 중심에는 소윤의 목소리와 멜로디가 있지만, <Remember!>와 <New Romantic>의 경쾌한 그루브, <NOW>, <3 Revolution> 같은 강력한 록 넘버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삶의 복잡함과 불안을 성실히 마주한 가사에서도 그때마다의 ‘진짜 나’를 붙잡으려는 의지가 읽힌다. 특히 멘토였던 사카모토 류이치와의 이별에서 영감을 받은 <Remember!>는 지금의 자신을 잊지 말자고 노래하며, 어디에서도 변하지 않는 자신을 찾던 소윤의 현재를 상징한다. 북미·유럽 투어를 마치고 돌아올 새소년의 11월 서울 공연은 그래서 더 기대된다. 아래는 9월 초, 투어를 앞둔 전날 로스앤젤레스에 있던 황소윤과 나눈 대화다.
1. [RSK] 현재 LA를 베이스로 삼고 있지만 그전에도 유럽·한국 여러 도시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곧 투어도 시작합니다. 여전히 ‘이동’이 잦은 삶을 이어가고 있네요.
네, 굉장히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고 있어서 어딘가에 거주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기기 전에 한국에서 1년 동안 노마드 생활을 한 과정에서, 계속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한 곳에 머물지 않더라도 저에게는 ‘정착’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2. [RSK] 여행과 일상이 맞닿은 지금, 황소윤에게 ‘집’은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집’의 정의는 어딘가에 물리적으로 정착하고 그곳에서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집의 정의가 사람마다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디에 있든 반려동물과 함께 있는 곳이 ‘집’일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 환경 안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기도 하죠. 그래서 삶에서 ‘나에게 집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게 아주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어디에 있어도 같은 사람인 것 같고, 그래서 최대한 많은 곳에서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제 삶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3. [RSK] 미국 이주는 ‘뮤지션 황소윤’의 도전이었나요, 아니면 개인으로서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을 찾기 위한 선택이었나요?
특히 새소년 작업은 모든 앨범이 제 삶을 투영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음악적 도전인지 개인적 과제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으로 온 것이 커리어적으로 리스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채워나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4. [RSK] 2023년 뉴욕 체류 당시 음악 활동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했죠. 그 시간이 어떻게 이번 [NOW]의 완성으로 이어졌나요?
성인이 되자마자 데뷔하고 대중의 관심을 받다 보니, 제 독립적인 성향과는 별개로 저를 타인의 시선으로 더 보게 됐어요. ‘내 음악이 지금 시대에도 유효한가, 내가 적응하지 못하는 이 사회에서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이 끊이지 않았죠. 그래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다시 즐겨보자, 환경이 주는 영향을 기대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뉴욕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즐겁게 몰입하며 그 과정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습니다. 덕분에 타인의 반응을 먼저 고려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음악이 무엇인지에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5. [RSK] 아주 개인적인 기록임에도 이번에는 So!YoON!이 아닌 새소년 이름으로 냈습니다. 기준이 무엇이었나요?
이번 수록곡 중에 솔로 앨범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은 없어요. 제가 새소년과 So!YoON!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새소년은 음악이 먼저 찾아오는 게 아니라, 제 삶에서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지가 먼저예요. 그래서 작품의 타임라인이 제 삶과 맞물려 있고, 장르보다 그때그때 찾아오는 것과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자연스럽게 남깁니다. 반면 So!YoON!은 제가 일종의 ‘감독’처럼 시나리오를 쓰고, 많은 사람과 협업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예요. 그래서 애초에 [NOW]는 솔로가 아닌 새소년의 앨범이어야 했어요.
6. [RSK] [NOW]에는 Jon Nellen, Ludwig Persik 등 So!YoON! [Episode1: Love]부터 함께해 온 뉴욕 동료들이 다시 참여했습니다. 무엇이 잘 맞아 오래 함께하고 있나요?
그들이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 이렇게 재미있구나’를 깨닫게 해줬어요. 다시 뉴욕에서 작업한 것도 도시의 영향이라기보다, 그때 즐거웠던 과정으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죠. 저에겐 제작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드러내는 게 가장 중요했고, 그럴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했어요.
7. [RSK] 미국의 뮤지션들과 협업한 <Remember!>, <New Romantic>, <작은 마음>은 밴드가 만들어내는 그루브가 특히 인상적이었고, 다른 멜로디 주도 곡들과 대비도 됐습니다. 제작 과정은 어땠나요?
[NOW]의 송라이팅은 사실 대부분 한국에서 끝냈어요. <작은 마음>은 고등학생 때 쓴 곡이고, <New Romantic>은 [비적응] 작업 시기에 가사와 멜로디를 완성해뒀죠. 그렇게 예전에 만든 곡들을 해외에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꺼내 함께 편곡하는 시간이 큰 자극이 됐어요. 방식도 한국에서와 달랐고요. 한국에서는 뚜렷한 의도로 사운드를 만들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편이었다면, 미국에서는 오히려 많이 실험하고 과감히 비우면서 가장 자연스러운 ‘맛’을 찾는 데 집중했어요. 보컬도 최대한 덜어내되, 진정성이 전해지도록 신경 썼습니다.
8. [RSK] 소리를 대하는 방식이 지역마다 다르다고 느꼈나요?
멜로디의 결이나 편곡 방식이 확실히 달라요. 그 차이를 아직 명확히 언어화하긴 어렵지만, 한국 밖에서 처음으로 만들어보고 완성해보니 한국 음악에는 강하고 고유한 색채가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9. [RSK] <Remember!>는 사카모토 류이치와의 이별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 말자’는 다짐이 배경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곡의 의도와, 앨범에서의 위치를 들려주세요.
이 곡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리는가’와 ‘제가 왜 만들었는가’가 조금 다른 지점에 있어요. 음악적으로는 가사를 몰라도 듣는 순간 미소가 지어질 만큼 기분이 좋아지는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꼭 쉽거나 대중적이어서가 아니라,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길 바랐죠. 만들게 된 계기는 ‘나를 믿고 이 믿음을 잃지 말자’는 다짐이었어요. 언젠가 제가 약해지고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더라도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쓴 곡입니다. 그래서 들을 때마다 벅찬 환희가 차오르길 바랐어요.
10. [RSK] 앨범 후반부 <Jayu>, <Kidd>, <3 Revolution>은 에너지와 희망이 두드러집니다. 이전에 발표된 곡들이지만 지금의 자신을 말한다고 보나요?
[NOW]에 넣은 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질문’을 가진 곡들이어서예요. <Jayu>는 가사 안에서는 답을 찾은 듯 보일 수 있지만, 저는 한 번도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해 확실한 해답을 얻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이 곡은 수십 년 전에도, 수십 년 뒤에도 유효하다고 믿어요. <Kidd>도 마찬가지예요. 스무 살에 쓴 곡이지만 지금도 같은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NOW]의 곡들은 수십 년 뒤에도 제가 같은 질문을 품고 표현하고 있으리라는 자신이 있어요. 지금 당장 이 앨범이 큰 주목을 받지 않더라도, 지난 3~4년 동안 제가 쏟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집중해 만든 작품이기에 시간 앞에서도 힘을 가질 거라 믿어요.
11. [RSK] <Kidd>를 새로 녹음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 앨범의 방향성과 맞추려는 선택이었을까요?
이번 앨범은 ‘더 보태지 말고, 지금의 내가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방식’이 중요했어요. 싱글 버전보다 자연스러우면서 이번 앨범의 기준에 맞는 편곡을 하고 싶었죠. 그래서 다시 녹음했습니다.
12. [RSK] 어떤 인터뷰에서 최근 클래식·뉴에이지 같은 ‘비(非)보컬’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했죠. 아주 개인적인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도 그런 음악을 찾은 이유가 궁금해요.
요즘도 클래식이나 가사가 없는 음악을 많이 들어요. 클래식은 대개 타인이 작곡한 곡을 연주하지만 그 제약 안에서도 터치와 뉘앙스로 자신을 얼마나 드러내느냐가 중요한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로스앤젤레스에서 앨범을 마무리할 때도 청중이 한국어 가사를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제가 그 가사를 부를 때 담아내는 모든 에너지와 영혼은 분명 전달될 거라고 믿었고, 저 스스로도 그 감각을 느끼고 싶었어요. 그래서 악기만으로 표현하는 음악, 혹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게 하는 음악을 의도적으로 들었습니다.

13. [RSK] 협업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자면, [NOW]에는 새소년을 함께했던 현진은 물론 김한주, 김도언 등 꾸준히 협업하는 뮤지션의 이름이 눈에 띕니다. 그런 동료들과 호흡이 잘 맞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So!YoON!에서는 장르가 뚜렷한 분들과의 작업도 재미있지만, 새소년은 밴드 음악이 기반이라 그 문법을 이해해야 그 위에 무언가를 얹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밴드 사운드를 얼마나 이해하면서 협업할 수 있느냐, 그게 핵심 포인트예요.
14. [RSK] 이번 앨범의 협업 중, 이전에 <Remember!>로 함께한 KIRINJI와의 재회도 빼놓을 수 없죠. 작곡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코드 선택과 편곡에서 어떻게 하면 더 세련되고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는지 많이 배웠어요. <Remember!>의 브리지 파트에 아이디어를 주셨고, 그걸 반영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15. [RSK] KIRINJI뿐 아니라, 존 케일과의 무대 협업, 호소노 하루오미나 시인과 촌장의 커버 등 세대를 넘나드는 협업도 적극적이죠. 이런 기회에서 어떤 배움을 얻나요?
감사하게도 오래 활동해 오신 분들이 먼저 찾아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긴 시간 창작을 이어오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음악을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써온 역사를 보여주시는 것만으로도 깊이 존경합니다. 그 아티스트를 제가 미처 잘 몰랐더라도, 협업 과정에서는 반드시 배움이 있어요. 그래서 기회가 오면 적극적으로 임해 많은 것을 흡수하려고 합니다.
16. [RSK] 이제 미국, 유럽, 아시아·퍼시픽으로 이어지는 긴 투어가 예정돼 있죠. 소감이 궁금합니다.
신작을 들고 하는 투어는 정말 오랜만이에요. 체제는 1인이 됐지만 ‘밴드’로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돼요. 무엇보다 늘 그렇듯 최선을 다해 무대에 서겠습니다.
by. Daichi Yamamo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