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얼굴에 어금니까지 보일 정도로 활짝 웃는 남자. 웨민쥔의 작품 세계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다. 얼핏 보면 즐거운 일이 있나 싶지만, 파도에 휩쓸려 가거나 총 든 인물과 대치하는 등 기쁜 상황이 아닐 때도 웃는다. 공포에 직면한 인물이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 상황에 맞지 않는 과장된 표정은 의아함을 자아낸다. 사실 백지처럼 텅 빈 웃음 속에는 과거 중국인들과 중국 사회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혼란이 뒤섞여 있다. 이 캐릭터처럼, 어떤 상황이든 세상을 웃음으로 바라보고 싶다는 웨민쥔을 만났다.
1. [RSK] 안녕하세요, 웨민쥔(Yue Minjun)님!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에서 온 예술가 웨민쥔(Yue Minjun)입니다. 한국에 계신 구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2. [RSK] 코로나로 전 세계가 멈췄던 시기,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요.
저 역시 코로나 시기에 매우 힘들었습니다. 현대 사회는 비행기나 기차를 통해서 지역, 국경을 넘나들며 소통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다 보니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가 없었거든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어요. 한편, 예술가로서는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갇힌 상태에 있자 여러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3. [RSK] 2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회화와 조각 등 폭넓은 영역을 아우르는 전시를 여셨죠. 다채로운 방식으로 창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2021년 열렸던 예술의 전당 전시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 기획 단계에서는 코로나가 터지지 않았는데 전시를 열자마자 코로나가 터져서 제가 현장에 방문하지 못했는데요. 전시를 관람해 주셨던 한국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희에게 큰 위로와 원동력이 되었어요.
아까 질문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사범대를 다니던 시절 조각이나 중국 회화, 유화, 디자인을 포함한 많은 것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예술의 다양한 표현 방식과 재료들을 익히면서 시야가 넓어졌으며 창작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4. [RSK] ‘냉소적인 웃음’을 짓는 인물이 웨민쥔 작품 세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이유가 있을까요?
이것 역시 대학 시절의 영향이 있는데요. 대학에 다닐 때 불상을 작업한 적이 있었어요. 중국에는 항상 웃는 모습을 띤 불상이 있는데 그 결과 웃는 불상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되기도 하였고요. 웃음은 보는 사람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심리 상태에 따라서 느낌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또한 이 인물들은 제 상태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즐겁든 슬프든 웃음으로 세상을 대하고 싶어요.
5. [RSK]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생, 혹은 세상을 웃으며 바라본다는 건 허무주의적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허무주의는 제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시간의 측면에서 봤을 때 사실 저도 아직 삶의 진정한 가치, 의미를 못 찾았습니다.
6. [RSK] 다음 작품으로 구상해 두신 소재나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창작의 영감은 주로 현실에서 오는데요. 최근 작업의 경우는 웃음 시리즈랑 조금 다릅니다. 현대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고요. 새로운 창작물의 표현 방식에 대해 참 고민이 많았는데요.
‘반현실주의’라고, 현실주의의 이면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쉽게 설명을 해드리고 싶은데요. 최근 보면 챗GPT가 등장하고, 구글을 통해서는 이미지를 생성해 낼 수 있게 되었죠. 그런데 사실 이것들은 현실에서 찾아보기는 어려운 가상의 이미지에요. 하지만 현실에 근거해서 만들어지는 이미지죠. 이러한 것을 반현실주의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7. [RSK]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을 여쭤보며 마무리해 볼게요.
오늘 인터뷰 속도가 빨랐던 게 매우 좋았어요. 만족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웨민쥔과 함께한 인터뷰와 이미지는 향후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2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Chanmok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