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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BTS: 더 리턴'의 바오 응우옌 감독 인터뷰

2026년 3월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장편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은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 [ARIRANG] 작업을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다시 모이는 과정을 전례 없는 밀도로 담아낸 작품이다. 약 4년에 걸친 군 복무 공백기를 지나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순간을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는, 2026년 3월 21일 서울에서 펼쳐질 오랜 기다림 끝의 무대 복귀를 앞두고 전 세계적인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제작됐다. 이 작품은 방탄소년단의 컴백을 단순한 문화적 이벤트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보다 조용하고 내밀하며 성찰적인 이들의 시간을 따라가고, 개인의 성장과 회복,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변함없는 연대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번 다큐멘터리의 연출은 베트남계 미국인 감독이자 EAST Films의 공동 설립자인 바오 응우옌이 맡았다. 해당 작품은 공개 직후 전 세계 85개 국가 및 지역 넷플릭스 탑10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응우옌 감독은 뉴욕대학교에서 정치학 및 국제관계학 학사 학위를, 뉴욕 시각예술학교(School of Visual Arts, SVA)에서 사회 다큐멘터리 영화 MFA 과정을 수료했으며, 넷플릭스·HBO·<뉴욕 타임스>·ARTE 등 다양한 플랫폼과 협업해 왔다. 그는 전설적인 무술가이자 배우인 이소룡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비 워터(Be Water)>로 큰 주목을 받았고, 이후 세계적인 히트곡 <We Are the World> 제작 과정을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The Greatest Night in Pop)>으로 성공을 이어갔다. 해당 작품은 주요 시상식에서 다수의 상과 노미네이션을 기록하기도 했다.

선댄스 영화제의 단골 연출자로 알려진 그는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 BAFTA)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AMPAS)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바오 응우옌 감독은 인물 중심의 서사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지닌 연출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 기억,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에 관심을 가져왔다. 오랜 시간 동안 그는 예술가와 아이콘, 그리고 대중문화 속 결정적 순간들을 통해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지를 탐구해 왔다. 현재 그는 개인의 서사와 보다 넓은 문화적 울림이 공존하는 이야기, 즉 친밀함과 장대한 스케일이 균형을 이루는 작품들에 집중하고 있다. 

 


<BTS: 더 리턴>을 통해 바오 응우옌 감독은 21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 그룹 중 하나인 방탄소년단을 조명한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단순한 글로벌 슈퍼스타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적인 연결과 예술적 재도약, 그리고 창작의 진화를 담아냈다. 이번 인터뷰에서 응우옌 감독은 프로젝트가 시작된 계기부터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완성본을 본 뒤의 반응, 그리고 다큐멘터리 제작의 아름다움과 어려움에 관한 생각까지 솔직하게 들려준다.
 

1. [RSK] 방탄소년단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와 이번 다큐멘터리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처음 방탄소년단을 인식하게 된 건 베트남에 거주하던 시기였어요. 2018년까지 그곳에 머물고 있었는데, 이미 그들이 단순한 아티스트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원래는 로즈볼(Rose Bowl) 공연을 보러 가고 싶었지만 팬데믹으로 공연이 취소됐고, 이후 소파이 스타디움(SoFi Stadium)에서 처음 라이브 무대를 보게 됐습니다.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공연의 규모 자체보다도 방탄소년단과 아미(ARMY) 사이의 감정적인 관계였어요. 굉장히 강렬했고, 거의 신화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오디세이아(The Odyssey)>를 떠올렸어요. 그 안에는 그리움과 거리감, 그리고 ‘돌아온다’라는 행위가 지닌 감정적인 힘이 담겨 있잖아요. 그런 비유 속에서 방탄소년단은 오디세우스 같았고, 아미는 긴 시간과 이별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귀환을 기다리는 페넬로페처럼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예술적인 복귀가 아니라 감정적인 귀환이라는 점에서요. 그 감정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방탄소년단이 돌아온다면, 그것은 단순한 컴백 이상의 의미를 지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분명 강한 감정적·문화적 무게를 가진 순간이 될 거라고요.

그래서 제가 흥미를 느꼈던 건 단순히 ‘컴백’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서로에게로, 함께했던 창작의 시간으로, 그리고 다시 시작한다는 불확실함과 가능성 속으로 돌아가는 ‘귀환’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새 앨범 작업 과정을 가까이에서 따라갈 기회가 찾아왔고, 그건 그들의 전환점을 아주 밀도 있게 포착할 드문 기회처럼 느껴졌습니다.
 


2. [RSK] 컴백 다큐멘터리는 보통 구원이나 승리, 혹은 변화 이후의 재탄생 같은 익숙한 서사 구조를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를 어떤 방향으로 그리고 싶었고, 반대로 의식적으로 피하고자 했던 방향이 있었나요?

제가 가장 흥미를 느꼈던 건 전형적인 의미의 ‘구원’ 서사는 아니었어요. 방탄소년단은 굳이 구원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으니까요. 또 이미 문화적으로 확고한 위치에 있는 팀이기 때문에, 위상을 되찾는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저를 움직였던 건 훨씬 더 인간적인 부분이었어요. 바로 ‘재정의’와 ‘재창조’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미 세상을 바꾼 일곱 명의 아티스트가 다시 모여 “지금의 우리는 누구인가?”,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우리에게 여전히 진실하게 느껴지는 건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그래서 저에게 이 영화는 ‘귀환’과 ‘재정의’의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그 안에는 기쁨도 있고, 승리의 감정도 존재해요. 하지만 동시에 저는 이 작품이 방탄소년단의 역사를 총정리하는 회고록처럼 보이거나, 일종의 우상화된 헌사처럼 흐르는 건 의식적으로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업적을 정리하는 것보다, 불확실함과 논쟁, 압박감, 그리고 발견이 공존하는 현재진행형의 시간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데 더 관심이 있었어요. 저에게는 그편이 훨씬 더 솔직했고, 영화적으로도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 전, 다큐멘터리를 보며 그리고 응우옌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 마음에 남았던 생각 하나를 먼저 전하고 싶다. 이는 사실 다음 질문의 초안에도 일부 담겨 있었던 부분이다. 내가 계속해서 떠올리게 된 건 단순히 화면에 담긴 장면들만이 아니었다. 그 장면들 뒤에 존재하는 공간, 즉 어떤 순간들이 포착되고 선택되는지, 팀 내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결정이 이뤄지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방탄소년단과 하이브와의 협업 속에서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동시에 그 협업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차원도 존재하는 듯했다. 그것은 단순한 ‘접근 권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간의 신뢰에 가까운 것이었다. 일정 수준의 솔직함과 개방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신뢰 말이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도 있었다. K팝 아이돌은 대체로 자신의 공적인 이미지를 매우 철저하게 관리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 속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놀라울 만큼 솔직하고, 연약하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들이 슈퍼히어로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완벽해야만 하는 존재도 아니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그들의 압도적인 성취와 존재감 때문에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잊곤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 대비와, 그런 모습이 가능해질 수 있었던 조건들이 결국 다음 질문으로 이어지게 했다.

3. [RSK] 영화 속 방탄소년단은 놀라울 만큼 솔직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어떻게 멤버들의 신뢰를 얻고, 그런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었나요? 또 하이브와의 협업은 그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신뢰는 모든 것의 기반이었습니다. 저는 종종 “사람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고 이야기하곤 해요. 처음부터 제 의도를 최대한 명확하게 전달하려 했습니다. 왜 이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느꼈는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그리고 왜 지금 이 시점의 방탄소년단을 다루는 일이 피상적인 스펙터클이 아니라 세심함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접근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직접 전했어요.

신뢰는 단 한 번의 거창한 행동으로 생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결국은 꾸준함이었죠. 제가 무언가를 강요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과정이었습니다. 카메라 역시 그들의 약점을 잡아내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기 위한 도구라는 점을 느끼게 하는 게 중요했어요. 동시에 멤버가 일곱 명이라는 건 곧 서로 다른 성향과, 서로 다른 방식의 개방성, 그리고 편안함에 도달하는 각자의 시간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신뢰는 시간을 들여 조금씩 쌓여갔어요.

하이브 역시 그 과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히 결과물이 아니라, 방탄소년단의 진지한 창작 과정과 그 안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거든요. 결국 이 협업이 잘 이루어질 수 있었던 건 서로에 대한 존중 덕분이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한 존중,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정한 취약함은 보호받을 때 비로소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한 존중이 있었어요.

 

 

4. [RSK] 방탄소년단의 경력과 개인적인 삶 모두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를 가까이에서 함께했습니다. 그 경험은 어땠고, 또 어떤 방식으로 적절한 거리와 경계를 유지하려 했나요?

굉장한 특권이었지만, 동시에 큰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한 아티스트의 매우 결정적인 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본다는 건, 무엇이 영화 안에 담겨야 하고 무엇은 그들만의 것으로 남아야 하는지를 세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그들의 자기관리와 서로를 향한 배려, 그리고 이번 작업이 지닌 감정적인 무게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이 챕터가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지 현장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하지만 동시에 제 역할은 그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관찰과 신뢰가 가능해지는 환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영화감독으로서의 경계를 지키는 것이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세심하게 바라보고, 주의 깊게 귀 기울이며, 때로는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오래 남은 건 그들이 단지 ‘작업’ 자체만이 아니라, 그 작업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까지 매우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노래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어요. 지금, 이 순간의 자신들이 누구인지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그 진지한 태도와 의지가 제게도 깊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5. [RSK] 한국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두 환경 사이에서 특히 인상 깊게 느꼈던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있었나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각 공간이 방탄소년단에게 서로 다른 리듬을 끌어낸다는 점이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는 특유의 개방감이 있었어요. 넓은 공간과 햇빛, 조금 더 느슨한 에너지가 존재했고, 그런 분위기가 멤버들에게 실험과 성찰의 시간을 허락하는 듯했습니다. 반면 서울은 훨씬 더 응축돼 있고, 역사와 책임감, 그리고 정교함이 강하게 느껴지는 공간이었어요. 두 도시 모두 방탄소년단에게 매우 중요한 장소이지만, 각각 다른 면모를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어떤 환경 속에서도 멤버들 사이의 유대감만큼은 아주 선명하게 유지된다는 점이었어요. 서로 주고받는 유머나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감각, 창작 과정에서 서로를 밀어붙이는 방식, 그리고 서로를 향한 배려 같은 것들은 장소를 옮겨도 그대로 따라다녔습니다. 다만 공간 자체가 분위기에는 분명 영향을 미쳤어요.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와 가능성이 느껴졌다면, 한국에서는 ‘집’이라는 감각과 정체성, 그리고 문화적인 의미의 깊이가 강하게 전해졌습니다. 그 양면성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결 중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6. [RSK] 촬영 과정에서 방탄소년단과 함께 경험한 한국 문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또 그들이 글로벌 아티스트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한국적인 정체성을 지닌 방식은 본인의 시선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제게 가장 의미 있었던 부분 중 하나는 그들이 이 두 정체성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함께 품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분명 글로벌 아티스트이지만, 동시에 그들의 작업은 여전히 한국어와 한국적인 정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적 기억 위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요. 특히 ‘아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점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샘플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창작 논의를 넘어, 그것은 곧 계승과 재현, 그리고 책임감에 관한 대화이기도 했거든요.

저 역시 아시아인이고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 모습이 굉장히 깊게 다가왔습니다. 문화라는 것을 세상 밖으로 확장해 나가면서도, 동시에 그 본질적인 부분은 지켜내야 한다는 감각이 무엇인지 저 나름의 방식으로 공감할 수 있었어요. 방탄소년단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세계적인 정체성을 서로 분리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품고 살아가고 있었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저는 단지 아티스트로서의 방탄소년단뿐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와 깊은 사유 방식에 대해서도 더욱 존중하게 됐습니다.

 

 

7. [RSK] 최종 편집본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한 순간이나 선택들이 있었나요? 또 무엇을 남기고 덜어낼지에 대한 기준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모든 다큐멘터리에는 반드시 ‘생략’이 존재합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빼느냐보다, 왜 그것을 빼느냐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삼았던 기준은 언제나 하나였습니다. “이 장면이 영화의 감정적·주제적 진실에 이바지하는가?”라는 질문이었죠. 실제로는 다른 곡들의 일부나, 녹음 과정 속 또 다른 순간들도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가장 큰 감정적 여운을 남기고, 동시에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의 더 큰 여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과 음악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영화에는 무엇보다 세심함이 필요합니다. 친밀함은 유지하되 침범이 되어선 안 되고, 영화의 구조 역시 단순히 정보를 모두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의미 있게 완성되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히 촬영할 수 있었던 것들의 집합이 아니라, 우리가 전달하고자 했던 이야기 안에서 가장 솔직하고, 존중 어린 방식이며, 진실하게 느껴졌던 순간들을 중심으로 구성됐습니다. 저는 ‘생략’ 역시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가져야 할 책임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무언가를 남겨두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소중한 것을 지키는 방식이 되기도 하니까요.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연스럽게 조금 더 개인적인 감정으로 시선이 향하는 순간을 경험했다. 다음 질문을 준비하며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나는 10대 시절 처음 방탄소년단을 알게 됐고, 곧바로 아미로서 그들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삶이 바빠지면서, 특히 방탄소년단의 공백기가 길어지던 시기에는 그 연결감 역시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삶의 방향에 더 집중하게 되었고, 문득 스스로에게 ‘나는 이제 전(前) 아미가 된 걸까?’라는 어딘가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도 했다.

그러다 컴백곡들, 특히 <SWIM>을 처음 들었을 때 꽤 당황했다. 설명하기 어려운 거리감과 낯섦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어떤 변화가 이미 지나가 버린 듯한 감각이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을 보는 동안, 그 감정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음악이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동시에 아주 조용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마치 방탄소년단도, 그리고 내 안의 아미 역시도 천천히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 어쩌면 바로 그 경험이 아래의 질문으로 이어졌는지도 모르겠다.

8. [RSK] 이 다큐멘터리가 팬들이 방탄소년단과 그들의 음악을 다시 연결하도록 돕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요?

저는 다큐멘터리가 가진 가장 큰 힘 중 하나가 ‘맥락을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사랑해 온 아티스트의 새로운 음악을 들을 때, 특히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라면 사람들은 종종 ‘연속성’보다 먼저 ‘달라짐’을 느끼게 되거든요. 하지만 영화는 그 음악 뒤에 존재하는 창작의 과정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정의 여정까지 함께 비춰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녹음 과정 자체를 최대한 많이 담아내고자 했어요. 그 과정 안에는 매우 많은 것들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영화가 스튜디오에서의 모든 순간을 기록한 완전한 아카이브를 목표로 한 건 아니었어요. 동시에 이것은 ‘돌아옴’이라는 감정의 경험에 관한 영화이기도 했기 때문에, 무엇을 남기고 어떤 순간을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어려운 선택들이 필요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특히 <Body to Body>와 <SWIM>을 중심으로 매우 강한 감정선이 형성된다고 느꼈고, 그 곡들이 영화의 핵심 주제인 재연결, 변화와 성장, 그리고 새로운 목적의식을 품은 채 다시 함께하게 되는 감각을 가장 잘 담아낸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바랐던 건 관객들이 완성된 음악 결과물만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낸 고민과 노력, 그리고 그 안의 연약함까지 함께 경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보고 나면, 같은 노래도 전혀 다르게 들릴 수 있거든요. 더 이상 거리감이 아니라, 성장의 흔적으로 들리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9. [RSK] 방탄소년단과 함께한 이번 프로젝트를 거치며, 개인적으로 그리고 연출자로서 어떤 생각과 감정의 변화가 있었나요?

이번 작업을 통해 방탄소년단이 자기 일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는지에 대해 더욱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됐습니다. 외부에서는 흔히 규모나 유명세, 완벽함 같은 것들에 주목하곤 하죠. 하지만 가까이에서 제가 본 것은 철저함과 세심함, 그리고 최고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태도였습니다. 감독으로서 매우 큰 영감을 받았어요.

또한 한국 문화에 대한 제 존중 역시 더욱 깊어졌고, 방탄소년단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로컬’과 ‘글로벌’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 왔는지도 다시금 느끼게 됐습니다. 이야기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경험은 문화적 정체성이 뚜렷할수록 오히려 더 보편적인 감정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해줬어요. 복합성과 양면성, 그리고 대중 이미지 뒤에 존재하는 감정의 결을 존중하는 이야기를 계속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더욱 커졌습니다.


10. [RSK] 다큐멘터리가 완성된 이후,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서는 어떤 반응을 들었나요?

무엇보다 가장 의미 있었던 건, 작품이 공개되기 전에 멤버들이 먼저 영화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그들이 영화를 정말 좋아했다고 말해줬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됐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삶을 담아내는 일이잖아요. 특히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노출된 사람들을 다룰 때는, 그들이 스스로 ‘진실하게 이해받고 있다’라고 느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방탄소년단을 어떤 상징으로 단순화하기보다, 의미 있는 전환기를 지나고 있는 아티스트이자 한 인간으로서 담아내고 싶었어요.

또 넷플릭스를 통해 작품이 공개된 이후 뉴욕에서 직접 멤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영화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전해준 것도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이 작품에 담고자 했던 진심과 세심함을 그들도 느껴줬다는 생각이 들어 큰 의미로 남았습니다.
 


11. [RSK] 이 다큐멘터리가 훗날 방탄소년단 스스로도 다시 돌아보게 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또 한 시대를 대표하는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안에는 멤버들이 과거 자신들의 영상을 함께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그 순간이 굉장히 애틋하고 다정하게 느껴졌어요. 그들은 단순히 옛 영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과거의 자신들, 함께 걸어온 시간, 그리고 흘러간 세월 자체를 마주하고 있었던 거죠. 저는 그것이 다큐멘터리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뿐 아니라, 작품 속 인물들에게도 하나의 ‘타임캡슐’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이요.

10년 뒤 방탄소년단이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단순히 작업 결과물만이 아니라 그 시기의 감정과 공기의 결까지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들이 어떤 상태였는지, 무엇을 짊어지고 있었는지, 무엇을 다시 찾아가려 했는지, 그리고 결국 어떻게 함께 앞으로 나아갔는지를요.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아티스트들에게 다큐멘터리는 자칫 시간 속에 흩어질 수 있는 순간을 붙잡아두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짧고 덧없는 한 시기를 고스란히 멈춰 세워두는 거죠.

 

감독으로서 그런 순간을 기록하고, 다시 아티스트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건 제게 정말 큰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을 넘어, 감정의 기록이 되기도 하니까요.

By Volga Serin Suleymanoglu

<사진 제공 - 넷플릭스, Cindy 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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