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가 돌아왔다.
분위기만으로도 압도 당하는 ‘위험한 뮤지컬’. 올해로 국내 초연 21주년을 맞은 ‘시카고’(4월 2일 개막, 디큐브아트센터)는 남편을 죽이고 교도소에 간 여배우 벨마, 교도소에서 벨마의 인기를 빼앗는 코러스걸 록시가 무죄판결을 받기 위해 벌이는 인생 최대의 ‘쇼’를 담았다. 각자의 욕망이 뒤엉킨 1920년대 쿡 카운티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통렬한 시대 풍자극이다.
올해의 ‘시카고’는 여러 면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눈에 띄는 변화는 안무다. 해외 협력 연출을 맡은 타니아 나디니는 “오리지널 안무에 변화를 준 앤 레인킹의 2018년 파리 프로덕션 안무를 한국에 가져왔다”며 “안무를 다시 구상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렉 버틀러 해외협력 안무가는 “오리지널 안무를 그대로 복사하는 대신 안무가 개인에게 맞춰질 수 있도록 했다”며 “한국 컴퍼니와 배우들은 하나의 단위로 춤을 출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 능력을 작품 안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버전의 안무와 만난 배우들은 “이렇게 어려운 춤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록시 역에 캐스팅된 민경아는 “코어 힘을 이용해 골반을 최소한으로 움직여 춤을 춰야 한다”고 말했다. ‘시카고’는 ‘절제의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팔다리를 쭉쭉 뻗는 큰 동작 대신 재즈 선율에 맞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세련된 춤’을 완성한다.
초연 이후 국내에서만 해도 15시즌에 걸쳐 무대에 오른 ‘시카고’는 관객은 물론 배우들도 사랑하는 작품이다. 농염한 재즈에 실린 노래와 안무, ‘시카고’가 전달하는 위트와 풍자를 오롯이 발산하기에 배우들의 몫은 그 어느 작품보다 크다.
2000년 국내 초연 무대부터 ‘시카고’와 21년을 함께해 온 배우 최정원은 이 작품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 “죽기 전에 딱 한 작품만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시카고’를 꼭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며 “‘시카고’는 적은 무대 전환과 의상 체인지 속에서 배우들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뿜어내야 한다. 몸으로도 말하고, 노래로도 대사를 전달하는데 뮤지컬 배우로서는 꼭 해내야 하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시카고’를 통해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발돋움 한 아이비 역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라며 “매 시즌이 새롭게 다가온다. 공연을 보시면 전통 블랙 코미디를 본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시카고’에 합류한 티파니 영은 많은 여배우들의 ‘꿈의 배역’인 록시 역의 오디션에 도전해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그는 눈물로 얼룩진 연습기간을 보내며 록시로 무대에 설 날을 기다리고 있다. 티파니 영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결심을 할 만큼 꿈꾸던 작품이었다”며 “록시를 통해 매순간 배우며 꿈을 꾸고 있다”며 애정을 전했다.
<사진 제공 - 신시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