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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4만 피트 상공에서의 담대함: 짐 키스(Jim Keyes)가 말하는 ‘지식이 두려움의 해독제인 이유’

 
4만 피트 상공에서의 담대함: 짐 키스(Jim Keyes)가 말하는 ‘지식이 두려움의 해독제인 이유’
 
이야기는 개인용 제트기 안에서 시작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공항의 계류장, 우리는 댈러스에서 막 착륙한 제트기에 올라탔다. 기내에는 대륙을 넘나드는 이동이 남긴 정적과도 같은 울림이 남아있었고, 이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딱 어울리는 감도는 에너지였다. 이 비행기는 단순한 항공기가 아니다. 세븐일레븐(7-Eleven)과 블록버스터(Blockbuster)의 전 CEO이자, 현대 유통 및 미디어 역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변화들을 이끌어낸 인물인 짐 키스의 소유이자 그가 직접 조종하는 비행기다. 격변하는 산업의 갈림길에 섰던 인물이자, 거쳐온 삶의 궤적과 비교해보면 초기의 삶을 선뜻 연결 짓기 어려울 만큼 극적인 개인사를 가진 인물이다.
수도 시설조차 없던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업을 이끄는 수장이 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아주 처음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돌아보면 그건 제게 일어날 수 있었던 최고의 일이었습니다." 짐은 결핍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많은 노동자 계층의 미국 가정처럼, 짐의 집안 사정도 형편없었다. 아이들은 많았고 돈은 늘 부족했다. 부모님은 모두 공장에서 일했고, 삶은 안정보다는 결핍으로 측정되곤 했다. 아버지가 직접 집을 지었지만 끝내 완성하지는 못했다. 가족들은 집 밖에 있는 손펌프를 이용해 함석 양동이로 물을 날라 써야 했고, 화장실은 외부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짐이 다섯 살이 되었을 무렵, 어머니는 견디지 못하고 다른 남자와 함께 집을 떠났다. 결국 집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으로 판정받았다.

 

짐은 10살 즈음, 학교에서 돌아와 대문에 커다랗게 붙어 있던 빨간 딱지를 보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철거 예정(condemned)’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사전에서 찾아봐야 했어요."

 

가족들은 쫓겨났다. 건강이 이미 악화된 아버지는 퇴역군인(VA) 병원으로 옮겨졌다. 짐은 흩어져 살던 형제자매들의 집을 전전하다가 결국 어머니와 다시 연락이 닿아 함께 살게 되었다.

 

"제가 배운 것은,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들, 즉 우리가 겪는 역경이 때로는 우리의 ‘슈퍼파워(강점)’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 불안정했던 시기, 짐은 환경이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주변 친구들이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포기했기 때문에 점차 환경에 집어삼켜져 절도와 범죄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았다. 자신의 환경이 곧 한계를 결정짓는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짐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교육이었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자신이 똑똑하다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는 단지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을 뿐이다. A학점을 받기 위해 스스로를 본래의 능력 이상으로 밀어붙여야 했고, 그는 그것을 끊임없이 반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절제와 규율이 이후 모든 성취의 바탕이 되었다.

 

그의 첫 직장은 걸프 오일(Gulf Oil Corporation)이었다. 인턴으로 시작해 졸업 후 정직원으로 채용되었다. 피츠버그에서 그는 스스로 참 좋아했던 인수합병(M&A) 부서에서 일했다. 그러나 기업 재편으로 인해 그 궤적은 곧 흔들렸다. 걸프 오일이 셰브론(Chevron)에 인수되면서 삶의 방향을 다시 설정해야 했던 것이다. 이어 또 다른 반전이 찾아왔다. 세븐일레븐이 그 석유 회사를 인수하면서, 짐은 자기 커리어의 가장 결정적인 장으로 들어서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메시지는, 제 저서 《교육이 자유다(Education Is Freedom)》에서도 변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점입니다. 어린 시절 제가 겪은 변화는 사실 기회였습니다. 제가 겪은 모든 위기들… 만약 아무런 역경도 없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그런 회복탄력성과 기개(grit)를 갖추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 시련이 일종의 기준을 세워준 셈이죠. 첫 직장에 들어갔는데 합병이 되면서 내 커리어가 다시 불확실해졌습니다. 변화였죠. 하지만 또 다른 창문이 열렸습니다. 문 하나가 닫히면 창문 하나가 열리는 법입니다."

 

대화하는 동안 눈물을 참아야 했던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다. 짐의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비극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아픈 경험들을 대해온 그의 방식 때문이었다. 그는 늘 유머와 가벼움, 그리고 삶과 정면으로 맞서는 태도를 잃지 않는다. 환경에 의해 완전히 무너졌을 때조차도 은은한 용기와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런 낙관주의가 어디서 나오는지 묻자, 짐은 이를 "집요한 긍정성(relentless positivity)"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어느 영국인 바이올리니스트에게서 이 단어를 처음 들었다고 했다. “그 표현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제 커리어 전체를 이끌어준 게 바로 그것이었거든요. 전에는 그렇게 불러본 적이 없었지만, 그게 맞았습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매일 아침 감사함으로 깨어나는 것입니다. 첫 번째 행동이자 첫 번째 생각이죠. 오늘 아침에도 그랬습니다. 삶에 대해 감사하고, 또 하루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것이죠. '오늘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어서 일어나고 싶다.' 하고 말입니다."
“제가 쓴 책의 전체 목적은, 민주주의 그리고 '지식은 두려움의 해독제'라는 아이디어를 다루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정성과 두려움의 굴레에 계속 갇혀 있다면, 무지는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분노를, 분노는 미움을, 미움은 폭력을 낳게 됩니다. 우리는 매일 그것을 보고 있죠. 하지만 그 해독제는 지식입니다. 더 많이 배울수록, 두려워할 것은 줄어듭니다.”
 
세븐일레븐에 입사한 후 그의 커리어는 재무 분야에서 리더십으로, 마침내 CEO 자리에 오르기까지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최고의 위치에 올랐을 때조차 그의 철학은 결과보다는 '준비'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승리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승리를 위해 준비하려는 의지입니다.”
 
오늘날의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좇아야 하는지, 아니면 부를 직접 좇아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짐은 단호하게 답했다. “절대로 돈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돈은 따라오는 것입니다. 돈은 나중에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 중간 어디쯤에 답이 있죠.”
 
상투적인 질문이었지만, 짐으로부터 지금까지 들은 답변 중 최고라 할 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식의 깊이보다는 지식의 폭을 좇으세요. 그래야 당신의 꿈이 진화함에 따라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우리의 꿈은 변하고 또 진화하기 때문입니다."

 

블록버스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짐은 진심으로 "블록버스터를 다시 한 번 이끌어볼 기회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당시 우리에게는 스트리밍 플랫폼이 있었고, 고전 영화에 대한 독점권을 가질 기회가 있었으며, 구글과의 계약도 앞두고 있었습니다. 구글을 유통 파트너로 삼아 유튜브를 통한 숏폼 콘텐츠와 블록버스터를 통한 장편 영화·TV 프로그램을 나란히 제공하는 모델이었죠. 만약 그 모델이 오늘날 존재했다면, 미디어 산업과 소비자의 경험은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 경쟁사들이 있었을까요? 우리가 그 모델을 완성했다면 넷플릭스는 살아남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애플이나 아마존은 여전히 존재했겠지만, 블록버스터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숍'이 될 수 있었고, 또 되었을 것입니다."
짐과 함께 있으면 뜻밖의 안전감이 느껴진다. 그가 '두려움 없음(fearless)'이라는 개념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두려움의 부재는 그 자신을 넘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실패가 그다지 결정적인 것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고, 미래를 덜 위협적인 것으로 만든다. 살아있는 한, 대처하지 못할 일은 없다는 느낌을 준다.
 
그가 건넨 가장 감동적인 말 중 하나는 4만 피트 상공에 있을 때에 관한 것이었다. 일상의 걱정들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평소 무게감을 주던 것들이 더 이상 예전만큼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공간 말이다.

 

"지구의 곡면이 아른거리며 보입니다. 인종이나 국경, 전쟁을 바라보지 않는 시각을 갖게 되죠. 인간이 서로 다른 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은, 아름다운 행성일 뿐입니다. 지식을 통해 두려움을 없애고, 서로에게 화내는 것을 멈추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하나의 인류로 뭉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제 사명입니다. 이 모든 것은 가능합니다."

 

사진 : 짐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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