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시대에 성장이란 가치 있는 것일까. 드라마 셀러브리티는 서아리(박규영)를 통해 인스타 시대에 성장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드라마다. 화장품 방문판매 사원이었던 서아리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셀럽이 되기까지 <셀러브리티>는 인스타로 대변되는 SNS가 사람들의 욕망을 먹으며 커가는 하나의 산업임을 강조한다. 다른 산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SNS를 지탱하는 매출 구조는 꿈과 현실이 같을 수도 있다는 사람들의 믿음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셀러브리티>는 꿈과 현실이 같은 이세계(異世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셀러브리티>는 가난한 화장품 방판원이 최정상급 셀럽이 되는 과정을 통해 업계의 관행과 뒷거래, 그리고 이를 둘러싼 생태계에 주목한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SNS가 생존의 문제가 될 때 서아리는 업계의 가장 중요한 규칙을 깨닫게 된다. “유명해져라.” 드라마는 일반인이 셀럽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과 재능 이상이 필요함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K(1,000)에서 M(1,000,000)으로 넘어가기 위해 뒷거래마저 감수하는 서아리의 선택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셀럽 세계의 생리를 내면화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아리를 끝내 밑바닥으로 끌어내린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서아리를 둘러싼 한준경(강민혁), 윤시현(이청아), 장태전(이동건) 등 상류층의 존재는 셀럽 세계가 거대한 산업의 작은 부분에 불과함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저격, 폭로, 유포 등을 통해 관리되는 셀럽 세계는 이들이 이익을 관리하고 매출을 늘리는 ‘경영’의 대상일 뿐이다. 로펌, 병원, 클럽, 재단 등 셀럽 세계를 둘러싼 공고한 경제 카르텔은 서아리의 성장이 피드 위에서만 가능한 것임을 각인시키며 현실과 꿈 사이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가른다. 결국 드라마는 셀럽 세계가 자신을 판돈 삼아야만 시작할 수 있는 도박판임을 밝혀내는 것으로 현실과 꿈 사이의 거리가 여전히 요원함을 증명해낸다.
<셀러브리티>는 꿈과 현실이 같은 세계를 보고 싶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셀럽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어하며 자신의 욕망을 대리 체험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그러나 셀럽의 세계는 도박판의 논리가 지배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이룰 수 없는 꿈만이 남겨진 곳일 뿐이다. 문제는 여전히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이 퇴행적인 세계를 지속시킬 것이라는 사실이다. 더 이상 성장조차 불가능한, 인스타 시대의 성장 서사는 다르게 써질 필요가 있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