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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핀 울프하드가 거울로 가득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는 법

핀 울프하드가 말하는 자기 사랑, 성장, 그리고 새로운 챕터.

 

LA의 한 스튜디오.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조명이 부드럽게 번진다. 핀 울프하드(Finn Wolfhard)는 조용히 렌즈를 응시하다가, 미소 섞인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핀 울프하드입니다. 지금 <롤링스톤 코리아> 커버 촬영 중이에요.” 

 

이번 촬영의 키워드는 ‘Self-love(자기 사랑)’. 그러나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그의 태도는 명확하다기보다, 오히려 솔직한 망설임에 가깝다. 마치 한 번에 정의 내릴 수 없는 무언가와 여전히 씨름하고 있는 사람처럼. 

 

 

“저도 ‘셀프 러브’와는 복잡한 관계예요.” 핀은 스스로를 향한 사랑에 대해 “아직도 배우는 중”이라고 말한다. “저 자신을 두고 말하자면, 저도 ‘셀프 러브’와는 꽤 복잡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있는 업계에서는 사람이 자기 안에서 길을 잃거나, 조금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기도 하잖아요. 건강한 자기 사랑과, 너무 오만해지는 건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거울로 가득한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자기 자신만을 계속 바라본다는 건 쉽고도 위험한 일이다. 핀은 그래서 ‘자기 사랑’을 화려한 자기애가 아니라, “건강한 방식으로 자신을 존중하는 감각”에 가깝게 정의한다. 

 

“매일매일 건강한 방식으로 자신을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에게 자기 사랑은 도착지가 아닌, 아직도 진행 중인 ‘연습’이다. 

 

 

평범함이라는 안전지대

핀은 아주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를 떠받쳐준 건, 아이돌 같은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의외로 아주 ‘평범한 것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잖아요. 그래서 제 주변에 저를 잘 잡아주는 가족이 있었다는 게 정말 도움이 됐어요. 촬영이 없을 때는 일반 학교에 다녔고, 어느 정도는 평범한 학교생활도 했고요.” 

 

 

그는 자신의 삶을 ‘조금은 독특한 방식’이라고 말하면서도, 스스로를 지나치게 신화화하지 않는다. “엄청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는 그의 태도에는, 스타가 아닌 ‘인간 핀’으로 남고자 하는 조심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를 지탱해 준 건 결국 좋은 친구들, 그리고 가족. 핀은 업계의 화려한 조명과 별개로, 자신을 무너지지 않게 해준 안전지대에 대해 꾸준히 언급한다. 

 

 

<기묘한 이야기>라는 챕터

핀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킨 건 단연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다. 그는 최근 마지막 시즌 촬영을 마치며, 긴 챕터의 마침표 앞에 서 있다. 

 

“지금처럼 음악이나 영화 작업을 할 수 있는 건 전부 그 작품 덕분이에요. 제 인생의 정말 큰 부분이 그 쇼였고, 그 작품과 함께 자랐으니까요. 영화 제작에 대해 배운 건 거의 다 그 현장에서였어요.” 

 

그에게 <기묘한 이야기>는 단순한 ‘출세작’이 아니라, 촬영장 자체가 하나의 학교였고, 인생의 교과서 같은 장소였다. 음악 또한 그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같이 출연했던 분 중 음악을 하거나 밴드 활동을 했던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음악도, 연기도, 결국 다 연결돼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그는 이 작품을 떠나는 감정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다. “떠나는 건 슬프기도 하지만, 다음 단계로 가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슬픔과 필요성 사이, 그는 또 한 번 성장의 문 앞에 서 있다. 

 

 

나에게 건네는 편지, 음악

핀은 이제 배우를 넘어, 뮤지션이자 영화감독으로 스스로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그의 음악이 ‘어린 시절의 자신과 나누는 대화’인지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히 저 자신과의 대화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완전 어린 저를 향한 것보다는, 보통은 몇 달 전이나 1년 전의 저를 위한 노래일 때가 많아요.” 

 

그러니까 그의 음악은 먼 과거가 아닌, 아직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조금 전의 나’에게 건네는 편지에 가깝다. 

 

그 시간이 겨우 ‘몇 달 전’이라서 더 아프고, ‘1년 전’이라서 아직도 생생한 감정들. 그 경계선 위에서 곡이 태어난다. 

 

 

장난감 피아노에서 시작된 멜로디 

그는 자신이 낸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Trailers after dark>를 꼽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자신 있었던 곡은 아니었다. 

 

“사실 이 곡은 앨범에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같이 작업한 친구가 ‘이거 괜찮은데, 이걸로 뭔가 만들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해줬어요. 그 친구가 어떤 ‘다른 종류의 거울’처럼 저에게 보여준 거죠.” 

 

핀은 친구의 눈을 ‘또 하나의 거울’이라고 표현한다. 자기 자신만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자신이 보지 못한 부분을 비춰주는 거울. 그렇게 다시 돌아본 〈Trailers after dark〉는 결국 앨범 안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곡이 되었다. 

 

 

“제가 원래 생각했던 후렴 멜로디가 있었어요. ‘두두두두두’ 하는 그 부분이요. 그걸 작은 장난감 피아노로 연주했는데, 예전엔 중고 가게에나 있을 법한 싸구려였거든요. 근데 지금은 음악 수집가들이 찾는 값비싼 장비가 됐어요.” 

 

한때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장난감 피아노, 싸구려로 취급받던 물건에 손가락을 얹어 핀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멜로디를 뽑아낸다. 그 과정 자체가, 어쩌면 그가 말하는 ‘건강한 자기 사랑’의 은유처럼 느껴진다. 조금 낡아 보이는 나를, 다시 들여다보고, ‘여기 안에도 좋은 소리가 있다’라고 말해주는 일. 

 

 

셀프 러브의 첫 걸음

‘셀프 러브’에 대해, 팬들에게 딱 하나만 전해달라는 질문에 핀은 잠시 말을 고른다. 그가 내놓은 대답은 짧지만, 지금의 그를 가장 잘 드러내는 문장이다. 

 

“자기 사랑은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에요. 저도 아직 계속 배우는 중이고요.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게 말처럼 쉬운 건 또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냥, 시간을 좀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자기 자신으로 있는 걸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요.” 

 

완벽한 해답 대신, “나도 여전히 노력 중”이라는 고백. 그렇기 때문에 그의 말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한국에 꼭 가고 싶어요.” 인터뷰의 마지막, 그는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남긴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한국에 정말 가고 싶어요. 정말 멋질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 촬영도 정말 즐거웠어요. 감사해요.” 

 

어린 시절, 세계적인 시리즈와 함께 성장한 배우. 이제는 음악과 영화라는 또 다른 레벨로 나아가고 있는 아티스트. 거울로 가득한 업계 속에서도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는 법’을 조심스럽게 배워가는 사람, 핀 울프하드. 

 

그의 다음 챕터를, 어쩌면 우리는 곧 한국에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핀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추후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by Kary H. Rho 

PHOTOGRAPHS BY Pablo Costan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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