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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에드 시런. 진정성

 에드 시런은 아빠가 되면서 그저 ‘파티만 좋아하던 예전의 자신’과는 작별해야 했다. 곧 비극이 찾아와서 그는 숨겨왔던 내면의 어두움과 마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과정은 그가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분명 에드 시런은 자신이 결국 에드 시런 그 자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바보가 아니에요. 만약 당신이 사무실에서 ‘오늘 에드 시런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할 거예요.’ 라고 이야기하면 아마 사람들의 비웃음거리만 될 겁니다. 저는 항상 그런 사람이었어요.”

에드 시런이, 최소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그가 ‘비웃음의 대상’이라는 건 모순적인 표현이다. 왜냐하면 그는 의심할 여지없이 21세기 대중 음악사에서 가장 위대한 글로벌 슈퍼스타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가 집에서 17,700킬로미터나 떨어진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임대 저택에서 한 줄로 늘어선 나무가 자연스럽게 울타리 역할을 하는 저택 뒷마당에서 청회색 하늘을 등지고 앉아 그늘에서 (“나는 그늘 속에 살아”라는 노래 가사처럼) 마음 가는 대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번 주말경에 그는 두 번의 공연을 통해 약 100,000명의 팬들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자신의 멘토인 엘튼 존이 기록을 경신하기 전까지 지난번 공연 투어에서 역대 최고 수익을 기록했다. 5년에 걸친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투어를 통해 그는 또 다시 엘튼 존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에드 시런은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된 아티스트 다섯 명 중 한 사람이다. 이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에서 방탄소년단(BTS)에 이르기까지 다른 아티스트를 위해 그가 ‘취미’로 작곡한 곡이 히트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은 통계다.


 

하지만 시런도 자신이 이룬 음악적 성취와 재능(탄력적인 보컬, 끊임없이 이어지는 보석 같은 훅(후렴구), 최근에는 아프로팝, EDM, 레게톤에 이르기까지 확장된,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변신에 맞춘 기막힌 플레이리스트 재생 능력)을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에드 시런은 그저 어딘가 모르게 ‘호빗’스러운 필멸의 존재로서 우주의 장난으로 팝의 신계에 우연히 들어왔는데, 떠나기를 거부하는 연한 적갈색 머리의 침입자일 뿐이다. “전에 저는 비웃음이나 놀림을 받는 대상이었는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단순히 제 음악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에요.”


지금은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의 늦여름 2월 중순 어느 날 오후이다. 오클랜드 교외 고급 주택가의 한 저택에는 결혼한 지 4년된 시런의 부인 체리 시본과 두 살인 큰 딸 라이라, 생후 8개월된 둘째 딸 주피터가 함께 있다. 시런이 공연장을 오가며 투어를 진행하는 두 달 동안 그의 가족은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생활하고 있다. 무대 밖 시런의 모습에서 뭔가 섬뜩한 평범함이 느껴진다. 사업이 날로 번창하는 뉴질랜드 치과 의사와 삶을 바꾸기라도 한 것 같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제는 같이 요리를 해먹고 TV에서 ‘심슨 가족’을 본 다음 잠자리에 들었어요.” 


어디선가 나타나 아빠 품에 안겨 있던 라이라는 이제 샤이어를 연상시키는 초록 잔디에 설치된 물놀이장을 바라본다. “인터뷰 끝나는 대로 아빠랑 물놀이하자.” 시런이 아이와 약속을 한다. 


시런에게는 자신의 성공이 노력이 아닌 운 때문이라 여기는 가면 증후군이 전혀 없다. 하나의 히트곡을 내놓을 때 마다 버린 수십개의 곡들, 유명해지기 전에 했던 수백 번의 공연을 생각하며 그는 그 모든 일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 ‘어떻게 저 자리까지 올라갔지?’라는 식으로 생각해요.” 


 


이번 앨범의 주제와 관련해 이번 주 그는 인터뷰를 통해 죽음, 질병, 슬픔, 우울증, 중독처럼 ‘심각하고 어두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최근 5년 동안 그의 인터뷰 중 가장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인터뷰가 될 것이다. 

계획한 것 이상으로 거의 모든 것을 밝힐 예정인데 시런은 세상의 반응을 걱정한다. 사람들이 그저 ‘돈 많은 팝스타가 슬퍼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특별한 팝스타가 맞다. 시런은 마음 한 구석에 '내가 어떻게 느끼든 무슨 상관인데? 왜 사람들이 그걸 신경 쓰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든다는 걸 인정한다. 

 
요즘 시런은 거의 온라인 세계에서만 적대감을 경험한다. 그런데 그가 10대에 처음 런던에 올라와 기타와 루프 페달을 둘러메고 이 공연 저 공연을 전전하며 아티스트로서 계약을 따내려 애쓸 때는 면전에서 그런 일을 당하곤 했다. “오랫동안 나와 내 음악을 비웃는 사람들과 지냈어요. 다들 나를 우습게 보고, 내가 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런은 그 모든 모욕과 의심을 예술적 연료로 바꾸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런 것들이 여전히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나 자신을 증명해야 할 때가 있어요. 여전히 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가령 당신이 나름 음악전문가들과 이야기를 하는 데, 그들이 ‘아, 나는 중도 좌파적 성향의 음악을 좋아해요.’ 라고 말한다면 그때 그들에게 내 음악은 나쁜 팝 음악의 전형인 거예요.” 


오래 전 어느 때부터 시런은 그런 것을 걱정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Perfect>, <Thinking Out Loud>를 작곡했을 때, 약간 유치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에는 별로 애정이 안 가던 노래였는데 그 해 전 세계 최고의 발라드 히트곡이 됐어요. 그러니까 ‘음, 사람들도 이런 유치한 걸 좋아하나 보네!’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시런은 자신의 노래가 의미하는 바를 말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 그가 성인이고 아버지가 되었다면, 그는 “나는 성인이고, 지금은 아버지가 되었어.”(2021년 앨범 [=]의 오프닝 라인) 라고 노래한다. 은유 사용은 아끼는 편이다. 시런은 가수 반 모리슨(Van Morrison)을 사랑하지만, 그가 <Listen to the Lion>이라는 노래를 작곡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동물원에 가는 것에 관련된 노래일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5위 안에 드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할 것이다.


최근 트위터에서 누군가가 시런은 ‘지루한 사람들을 위한 섹스 찬양가’를 만드는 아티스트라고 비난했는데, 전혀 숙고해 볼 가치도 없는 비판이다. "그렇다면 1억 5천만 명이 지루한 사람들이라는 말이네요." 그는 선명하게 머리 속에 떠오른 자신의 전체 앨범 판매량을 느슨하게 언급하면서 반격한다. “나는 밈으로 만들기 참 쉬운 사람이에요. 

혹시 내 얼굴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라고 적힌 가방을 들고 레코드 가게 앞에 줄을 서 있는 내 모습의 밈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밈에는 ‘왜 에드 시런이 에드 시런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것처럼 보일까?' 라고 적혀 있어요. 말 그대로 제 외모가 '평범'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학교 졸업하고 피자가게에서 일하는 형 친구처럼 생겼잖아요?”


 


하지만 32세 생일이 임박한 요즘 시런은 그 어느 때보다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턱수염 덕에 어떤 매력이 느껴지고, 얼굴에 날카로운 광대뼈가 드러날 정도로 날씬해졌다. 시런은 현관에 있는 덤벨 세트를 가리키며 하루에 한 시간씩 웨이트리프팅을 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최근 근시 교정 레이저 시술을 해 안경을 벗으며 드러난 짙은 푸른 눈에는 뭔가 강렬한 감정이 담겨 있다. 온통 붉은 머리카락 등의 솜털과 현격한 대조를 이룬다. “아이들이 에드를 좋아해요. 평범하지 않은 얼굴이라 그런 것 같아요.” 체리 시본이 말한다. 경쾌한 포니 테일 머리의 체리에게서 따뜻함과 지성이 묻어난다. 그녀는 수십억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한 노래 <Shape of You>의 주제이기도 하다. (체리는 5월 3일 디즈니플러스에서 스트리밍 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에드 시런: 더 썸 오브 잇 올(The Sum of it All)>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시런이 다시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는 기뻐한다. 거의 1년이 지났지만 아직은 고통이 희미해지길 원하지 않는다. “그 일을 극복하고 싶지 않아요. 말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는 얼굴과 눈이 모두 다 빨개졌고 말을 잇지 못한다. 지난 해 2월 20일 영국에서 가장 유망한 젊은 음악 사업가, 자말 에드워즈(Jamal Edwards)가 31세 나이에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코카인 사용으로 인한 심장 부정맥이 사인이었다. 자말 에드워즈는 시런의 절친이었다. 시런이 업계의 주목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에드워즈는 시런을 영향력 있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SBTV에 출연시켰는데, 그 덕에 빛을 봤다고 시런은 생각한다. 에드워즈가 인스타그램에 남긴 마지막 포스트는 오랜 친구에게 보내는 찬사였다. “생일 축하해, OG, 에드, 너를 알게 된 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야. 시간 가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오랫동안 너는 내 친구였어. 지금처럼 세상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멋진 작업을 계속해 줘!”


오래된 유튜브 클립을 보면 두 사람 사이의 편안하고 친밀한 관계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시런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에드워즈와 그라임(grime) 곡, <Burst Da Pipe>의 가사를 주고 받으며 두 사람은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다. 시런은 최근 <F64>에 출연해 고인이 된 친구를 기리는 랩을 했다. “사람들은 우리가 연인 사이라고 생각했어요. 업계에 떠도는 엄청난 소문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형제였어요. 내가 이 소문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나도 알고 있었어요. 어쨌든 내가 자말 집에서 살았으니까요!”


런던에 지낼 곳이 없었던 18세의 시런은 에드워즈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결국 그렇게 오랫동안 거기에서 머물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가요. 우리는 함께 휴가도 가곤 했어요.” 에드워즈의 죽음을 알기 전날 밤 시런은 스위프트 그리고 조 알윈(Joe Alwyn)과 저녁 식사를 하며 에드워즈와 다음 날 비디오 촬영 계획에 대한 문자를 교환했다. "12시간 후, 자말이 세상을 떠났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고 도움을 받자고 제안한 사람은 아내 체리였다. 그렇게 시런은 생애 처음으로 치료사를 만나기 시작했다. "이런 게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영국에선 치료사와 상담하는 걸 이상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감정을 토로하는 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분명히 저는 특권을 누리는 삶을 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이 항상 '아, 네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아..' 라는 시선으로 쳐다보곤 했어요.”


치료는 많은 도움이 됐지만 마법 같은 효과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도움이라는 건 버튼만 누르면 단번에 자동으로 ‘완치’가 되는 그런 게 아니에요. 항상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어떻게든 항상 관리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시런이 행한 또 다른 치료 행위는 항상 하던 일, 바로 작곡하기였다. 2011년부터 시런은 수학 기호를 기반으로 한 앨범들을 발표하고 있다. 발매된 5개의 앨범 중 마지막 앨범인 [서브트랙트]는 다양한 상징성을 담고 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시런을 초기 근원으로 되돌려 불필요한 것은 다 뺀 싱어송라이터 앨범을 만드는 것이었다. 시런은 "완벽한 것을 조각”해내기 위해 10년 이상의 시간을 보냈고, 작년 초 준비를 완료했다. 그런데 그가 이번 5월에 내놓을 [서브트랙트] 버전은 전혀 그 앨범이 아니다. 


2021년 말 스위프트의 주선으로 시런과 데스너는 뉴욕의 스시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데스너는 시런에게 "좀 더 연약하고 근원적인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고 회상한다. 만남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데스너는 시런에게 보컬 멜로디와 가사만 있으면 되는 완전히 편곡된 인스트루멘탈을 보내 자신의 역할을 했다. 
 



 

[서브트랙트]에는 14개의 노래가 있지만 시런과 데스너의 협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런은 앨범에서 너무 즐거운 분위기의 곡 세 개를 삭제했는데, 곧 그것이 다른 무엇인가의 시작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가 두 가지 다른 것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는 데스너와 함께 완전히 별개인 두 번째 앨범을 만들었다.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믹싱 작업을 하고 있다. 시런은 숨 쉴 기회를 갖고 싶다. "기록 달성과 같은 목표는 없어요. 그냥 앨범을 발표하고 싶어요." 


시런은 또 다른 기호 카테고리를 사용한 앨범 5개를 더 낼 것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아직 밝힐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는 그 시리즈의 마지막을 몇 년에 걸친 프로젝트로 보고 있는데, 반전이 있다. “여기저기서 노래를 더해 가며 남은 생애 동안 천천히 ‘완벽’하게 이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내가 죽은 뒤에 발매되도록 유언장에 쓰려고 해요.” 


우리가 처음 만난 다음 날 오후 5시, 오클랜드 에덴 파크 경기장에서의 공연이 시작되기3시간 전, 시런은 집의 원형 식탁에서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다. “체리와 이런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지 이야기했어요. 하루 종일 같이 보냈어요.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요. 공연 투어에 가족과 함께 하는 게 너무 좋고, 건강해요. 지난 번 투어 때는 오전 7시까지 파티를 하고 오후 4시까지 자다가 일어나서 또 공연을 했어요. 26살 같이 행동했죠.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달라요.”


공연장까지 SUV로 이동하는 시간은 불과 20분인데, 그 동안 시런의 팬 수십 명이 도보로 같은 길을 지나가는 게 보인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그가 저스틴 비버에게 만들어 준 <Love Yourself>를 듣게 됐다. 그는 비버의 목소리를 자신의 것으로 바꾼 버전의 녹음이라고 언급한다. 이윽고 우리는 바리케이드 여러 개를 통과해 재빨리 경기장 안으로 들어간다. 시런의 탈의실은 크고 바람이 잘 통하는 안락한 공간으로 흰색 커튼이 쳐져 있고 중앙에는 크림색 소파가 놓여 있다. 아이들이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 한쪽 구석에 공들여 놀이 공간을 마련해 놨다. 호일을 덮은 일본식 국수와 야채 저녁 식사가 도착했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에 그가 먹은 모든 식사와 마찬가지로 그는 나에게도 똑같은 음식이 제공되도록 준비를 해 뒀는데, 유명인사 중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이제 거의 콘서트가 시작될 시간이다. 시런은 오늘 입은 옷(흔하지 않은 나이키의 마티 맥플라이(Marty McFly) 모델을 제외하고 어제와 거의 똑 같은 차림이다)에서 검은색 박서 팬츠까지 다벗고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는다. 그는 나에게 공개하지 말라며, 군중 속에서 이동하는 비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 미스터리한 여정이 끝나자 우리는 그의 요트 크기만한 회전 무대 아래에 서 있다. 이 회전 무대는 지금은 일종의 금속 케이지로 덮여 있는데, 비디오 화면에서 카운트다운이 끝나면 무대 위로 올라가고 시런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제 약 3 분 남았고 시런은 여전히 기묘하리 만치 차분하다. 그는 (그가 고용한 다른 데이브와 대조적으로 평범한 데이브라고 알려진) 음향 기사에게 곧 축하 음료를 마시게 될 거라고 약속한다. 카운트다운 종료까지 90초가 남자, 시런은 내게 무대에 그의 마이크 스탠드가 있는 지점까지 얼른 뛰어가 거기에서 구경하라고 말한다. 경기장 내에 수많은 군중이 보인다. 모두 시런을 빙 둘러 싸고 있다. 그는 이제 루프 페달과 기타만 가지고 청중과 마주한다. 도저히 차분해 질 수 없는 광경이다.


"40초!"라고 무대 매니저가 경고하자 나는 무대를 비우고 시런이 나선다. 콘서트는 계획대로 진행된다. 그가 느린 노래를 부르는 동안 사람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고 스마트폰을 높이 든다. 수년 동안 콘서트 밤마다 해왔듯 시런은 루프 페달 작동 방식을 설명한다. (요즘에는 풀 밴드가 무대 옆에 있으면서 노래 몇 개를 같이 부르기도 한다.) 그런 다음 환각제 경험을 고백한 2014년 곡<Bloodstream>을 부른다. 기타를 두드릴 때의 저음, 몰아치는 아르페지오, 그가 노래를 이끄는 루프를 구축할 때 장내는 피 빛으로 붉게 빛난다. 그런데 3분이 지나자 이상한 잡음이 밀물처럼 밀려와 음악을 압도한다. 시런은 연주를 멈추고 무대 아래로 사라진다. 그러다 다시 나타나서 연주를 시작한다. 잠시 후 또 다시 잡음이 들린다. 시런은 똑같은 행동을 다시 한번 반복한다. 계속 잡음이 들리고 가수는 사라진다. 콘서트 프로덕션 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문제 해결에 나선다. 


시런은 자신의 루프 페달에 문제가 생겨 소음이 난다고 청중들에게 알린다. 페달은 이후 작동하지 않는다. 그는 7곡을 불러 콘서트를 마무리하는 데 그 중 몇 곡은 공연 목록에 올리지 않은 것들이다. 오로지 기타와 그의 목소리뿐이다. 히트곡 <Bad Habits>를 부를 때는 기타를 퉁기는 주법으로 편곡하는 식으로 재작업을 해야만 했고 그러다 보니 무대 주변에 올라가는 불꽃 쇼가 약간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콘서트 막바지에 터지는 불꽃 쇼가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 시런은 웃지 않고는 배길 수 가 없었다.


 

청중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놀라운 사건이라 이후 며칠 동안 오클랜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될 것이다. 시런이나 그 보다 젊은 세대 아티스트 중에서 몇 명이나 이렇게 대처할 수 있을까?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시런은 살짝 충격을 받은 상태다. "정말 미치겠군"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쉰다. 시런은 이날 저녁 콘서트가 잘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티켓 값만큼 즐기지 못한 청중만 보일 뿐이다. 


시런은 그의 팀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하지만 무대 위나 밖에서 화를 내는 일은 절대 없다. "사람들에게 고함을 질러 얻는 게 뭘 까요?” 그가 묻는다. “아마 그러면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할 거 에요. 하지만 소리를 지르는 건 ‘엿 먹어’ 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아요.

오늘 밤에 또 다른 인터뷰를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시런이 내일로 옮기자고 한다. 무대에서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대신 그는 스테이크를 먹고(나도 같이 스테이크를 먹는다), 레드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다. 지금 시런의 팀에서 일하는 학교 동창 몇 명이 방을 채우고 자기들 술잔에 술을 따른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남아있던 긴장이 풀린다. “오늘 밤은 그냥 잊자.” 잔을 들고 그가 말한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잊어버리자.”

그러나 그는 잊지 못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아이가 편도선염을 앓고 있어서 그는 대부분 깨어 있었다. 잠에서 완전히 깨고 나서 드는 첫 번째 생각은 전날 밤에 터진 문제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지불한 돈만큼의 가치는 못 했어요. <아바타>를 보는데 중간 쯤에 영화가 멈췄고, 제임스 카메론이 마지막에 나와서 해설만 한 셈인 거에요. 그러면 사람들은 아마 '오, 이건 새로운 경험이네!’ 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그러려고 그만큼의 돈을 지불한 건 아니죠.”


“끝내줬어.” 시런은 무대 뒤에서 목에 하얀 수건을 두른 채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어조로 말한다. “완벽한 쇼 에요! 너무 좋았어요. 이렇게 끝내주는 무대, 더 자주 만들어야 해요.” 그는 축하할 준비가 되어 있다. 마치 이런 대규모 콘서트를 처음 치른 아티스트처럼 감격해 한다. 


시런의 작곡 파트너인 맥데이드는 이렇게 말한다. “에드는 자신이 하는 일에 정말 감사해하고 있어요. 에드 정도 위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그러지 않아요. 곡을 쓰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면서도 이 일을 하게 돼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말해요.”


최근 시런은 감사해야 할 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았다. 이번 주 초 시런과 체리는 오클랜드에서 2시간 거리의 교외에 위치한 와이카토로 여행을 떠났다. 푸르른 뉴질랜드 초원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속에 여전히 우뚝 서 있는 호비튼(영화 <반지의 제왕>을 위해 지어진 샤이어 마을 세트)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악몽과도 같았던 1년을 뒤로 하고, 부부는 벤치에 앉아 레드 와인을 홀짝이고 석양을 바라보며 아이들 그리고 그들이 누리는 행운에 대해 이야기했다. 에드 시런은 말한다. “살아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해요." 


 

에드 시런(Ed Sheeran)의 인터뷰 전문과 다양한 화보 이미지는 롤링스톤 코리아 10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Liz Collins

Creative Director by Joe Hutchinson

Director of Photography & Deputy Creative Director by Emma Ree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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