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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RM과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음악, 책임감, 팬들을 주제로 나눈 놀라울 만큼 솔직한 대화

 방탄소년단(BTS)이 세계 최고의 밴드로 자리매김한 지금, 멤버들은 환호와 팬들을 접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지난 9월 초엔 리더인 RM이 로스앤젤레스 현대 미술관 한쪽에 마련된 빈 무대 위에서 팬의 입장에서 퍼렐 윌리엄스를 마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잔뜩 긴장감에 휩싸였다. RM은 ‘자신의 우상’ 앞에서 본인의 예술적 여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다’며 미소를 지었다.

영원히 젊은 채로 있을 것만 같은 매끄러운 피부를 지닌 퍼렐은 가죽 재킷과 가죽 반바지에 부츠를 매칭하고 한쪽 손목에는 여러 개의 화려한 장신구를 착용한 모습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며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 나갔다. RM은 보테가 베네타 더블 브레스트 브라운 수트를 입었는데 준비한 질문을 머릿속에서 되새겨 보는 듯 상대적으로 말수가 적은 모습이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시간과 오랜 여정이 걸렸다는 것이다. 1980년대 어린 페렐은 버지니아비치에서 멀리 떨어진 한 마을에서, 힙합의 탄생 순간부터 성장기까지 직접 관찰했다. 한편, RM이 서울 외곽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있을 당시 랩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을 타고 있었다. 나스(Nas), 에미넴(Eminem)과 같은 래퍼들이 등장했고, 한국에서도 에픽 하이(Epik High) 등과 같은 힙합 그룹이 속속들이 등장해 학구파였던 한 어린 소년을 음악에 심취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 어린 소년은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그가 상상했던 언더그라운드 힙합계가 아닌 BTS에 합류하게 되었다. 

RM은 자신의 솔로 데뷔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퍼렐은 대화를 나누는 도중 그와 관련해 매력적인 제안을 했다. RM은 자신과 방탄소년단이 삶과 경력의 갈림길에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10년 동안 끊임없는 변신에 성공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 퍼렐에게 진지하게 조언을 구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RM: <Take It Off (Dim the Lights)>(퍼렐의 2006년 솔로곡)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제 플레이리스트에 있기도 하고요. 데뷔 전 아마추어 때 이 곡을 한국어로 번역해 녹음한 적도 있어요.

WILLIAMS: 와! 정말 놀랍네요.

RM: 요즘에는 장르라는 게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데 그 당시에는 일부 래퍼들이 다른 래퍼가 노래를 부르거나 오토튠을 쓰는 걸 욕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퍼렐 님은 때로 노래를 부르고, 때론 랩을 하며, 때로는 훅을 부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퍼포머로서 곡에 참여할 때 퍼렐 님은 어떤 자세를 취하나요? 

WILLIAMS: 와! 먼저,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그 누구도 이런 질문을 나에게 한 적이 없어요. 난 그냥 느낌에 따라서 결정해요. 관습에 따라 결정하는 게 아니고요. 

RM: “랩을 해야겠다” “노래를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요? 

WILLIAMS: 네, 그런 식이죠. 필요하다고 느끼는 건 뭐든 하는 거예요. 그리고 나보다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실을 알려주려고 하는 편이라 필요한 사람을 최대한 연결해 주기도 해요. 때로는 나에게 부탁했던 아티스트들이 “아니, 그냥 당신이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나는 “아니야. 이 일은 이 사람이 적임자야”라고 말하죠.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지면 거기에 맞는 사람을 소개해 주고, 꼭 나여야만 한다는 생각은 잊어버려요. 반드시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잘할 수도, 자신 있게 임할 수도 없거든요. 


 

RM: 저희는 팀으로 UN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바이든 대통령도 만났죠. 그런 일이 저희에게 일어나리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가 된 거예요. 항상 저 자신에게 묻곤 해요. ‘내가 그렇게 잘하나? 이 모든 책임을 질 자격이 있는가?’라고 말이죠. 전 정말 자신이 없거든요. 퍼렐 님은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많은 일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선하고 도덕적이어야 하는 그 모든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시는지 궁금해요.

WILLIAMS: ‘내가 정말 그렇게 좋은 사람인가?’ 혹은 ‘내가 과연 이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는가?’라고 자문해 보죠. 그래서 그런 자선 활동을 하면 밤에 더 편하게 잘 수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 활동이 바로 그 질문의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곳에 있을 자격에 대한 자신감과 팬들의 경외심을 받을 만한 자격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그런 활동이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RM: 제가 겪고 있는 모든 혼돈과 이런 어리석은 생각이 제 삶을 조금 더 낫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팬분들께도 더 나은 사람으로 비치길 바랄 뿐이에요.

WILLIAMS: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말 그대로 RM 님에겐 수억 명의 팬이 있고, 그 사람들을 한 번에 거의 십만 명씩 만나고 있다는 점이에요. 

RM: 한 명도 알아볼 수가 없어요. 그냥 하나의 큰 덩어리 같아요. 

WILLIAMS: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가 RM 님에게 쏟아지는 거예요. 그러면 RM 님은 “다 같이 점프해”라고 외치죠. 

RM: 그러면 다들 점프하죠.  

WILLIAMS: 맞아요. 점프하고 노래 부르죠. 가사 하나하나를 모두 따라 불러요. RM 님의 어떤 행동에서 영향을 받아 변화를 겪은 수많은 사람의 존재를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느끼는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나 역시 그렇게 했던 노래가 한두 곡 있는데, 그런 곳에서 노래를 부르면 너무 큰 책임감에 압도돼 울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 경지에 이를 때면 난 언제나 한 발 뒤로 물러서죠. 

RM: 왜요? 그렇게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나요? 

WILLIAMS: 너무 무겁죠. 너무 큰 책임감이 느껴져요. 바로 그런 이유로 나는 RM 님과 BTS 멤버들, 비욘세(Beyonce), 제이지(Jay-Z), 카니예(Kanye) 같은 아티스트를 정말 존경해요. 그런 무대에서 그런 상황을 매일 밤 마주해야 하는 건 정말이지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경험이에요. 때로는 신경계가 완전히 그 상황에 맞춰져야 하는 게 아닌가도 싶고요. 그래서 한 가지 묻고 싶어요. 매일 밤 공연을 끝내고 그 전율과 흥분을 그대로 가지고 무대에서 내려올 텐데 도대체 어떻게 그 긴장감을 푸는 거죠? 


 

RM: 팬분들께 보상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들께 인생 최고의 밤을 선사해야겠다고요. 감당하기 힘든 너무 큰 에너지죠. 그런데 저는 한낱 인간에 불과해요. 너무 떨리고 때론 기분이 처질 때도 있으며 그 에너지에 매몰돼 버릴 때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음악을 사랑하기에 그걸 잘 감당하려고 노력해요. 그들의 사랑을 사랑해요. 사랑은 받을 때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줄 때 실제로 일어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받은 사랑을 팬분들께 다시 돌려주고 싶어요. 한국의 작은 도시에서 라스베가스, LA, 뉴욕 같은 음악산업의 중심지로 저희를 이끌어준 분들이 바로 팬분들이니까요. 제가 지금 퍼렐 님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도 다 전 세계 팬들 덕분이에요. 그래서 항상 감사하고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BTS는 현재 멤버 슈가의 표현에 의하면 ‘오프 시즌’에 있어요. 당분간은 각자 솔로 활동에 더 집중하는 거죠. 

WILLIAMS: 지금 솔로 음반 작업을 하고 있죠? 

RM: 네. 지금 작업의 90%는 완료된 것 같아요. BTS 멤버로 믹스테이프를 몇 개 냈는데, 그건 그냥 실험이었어요. 이번이 정식 첫 솔로앨범인 셈이죠. 그런데 팀으로 데뷔한 지는 10년 정도 됐죠. K-pop은 밴드와 그룹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말씀드렸듯이 저는 개인적으로 래퍼이자 작사가로 처음 발을 내디뎠어요. K-pop은 이런저런 요소가 접목된 장르라 실제로 그 점이 까다로웠어요. 미국 팝 음악과 기타 비주얼적인 요소, 소셜 미디어 등이 혼합되어 있죠. 정말 강렬하고 정신이 없을 지경이에요. 물론 그에 따른 장단점도 있고요.

WILLIAMS: 맞아요. 그렇겠네요.

RM: 제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14세였는데 지금은 28세예요. 그 과정에 제가 있는 거죠. 정말 어렵고 혼란스러워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고요. K-pop과 다르긴 하지만, [N.E.R.D] 앨범, 넵튠스(Neptunes) 활동, 물론 솔로 작업도 포함해서요. 그렇게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퍼렐 님께 조언을 부탁드리고 싶어요. 저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WILLIAMS: 전부 나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한 가지 일을 하고 나면 휴식을 하죠. 그리고 또 다른 일을 하고 나서도 휴식 시간을 보내요. 그러면 다른 모습과 태도로 변신할 수 있어요. 그래서 RM 님의 그런 고민을 이해해요. 그 솔로 작업이 RM 님의 기분을 새롭게 해줄 거라고 믿어요. 그렇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러고 나서 그룹으로 다시 복귀했을 때….

RM: 팀으로요? 

WILLIAMS: 네, 팀으로 돌아왔을 때 완전히 새로운 기분으로 임할 수 있을 거예요. 


 

RM: 기획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으세요? 

WILLIAMS: 있어요. 내 이름을 딴 <Phriends>라는 프로젝트예요. 처음이죠. 물론 BTS와의 작업도 앨범에 실렸고요. 사실 생각보다 이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BTS가 부른 곡이 제 앨범에 수록되어 있어요. 정말 고마워요.  

RM: 이 곡 정말 좋아요.

WILLIAMS: 나도 좋아요. 

RM: 정말 끝내주게 좋아요. 

WILLIAMS: 정말, 정말, 정말 좋아요. 그럼 이쯤에서 그 얘긴 그만해야겠어요. 그건 그렇고, 솔로앨범을 90% 정도 완료했다고 했죠? 만약 남은 10% 작업 중에 혹시라도… 내가 필요하다면… 그러니까…. 

RM:  항상 퍼렐 님이 필요해요. 앞으로 오랫동안요.  

WILLIAMS: 좋아요. 그럼 뭔가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진짜 함께해 봐요, 우리. 

RM: 당연하죠. 

WILLIAMS: 그럼 원하는 걸 말해줘요. 업 템포를 원해요? 그럼 업 템포로 가보죠. 

RM: 정말 영광이에요. 고맙습니다.


 

RM과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인터뷰 전문과 다양한 화보 이미지는 롤링스톤 코리아 9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11월에 진행되었음을 알립니다.)


 

Photographs by Mason Poole

Photography direction by Emma Reeves

Fashion direction by Alex Badia

Production by Brachfeld

RM: Hair by Han Som. Makeup by Kim Da Reum. Styling by Kim Young Jin. Coat, suit, and shoes by Bottega Veneta. Williams: Styling by Matthew Henson. Jacket and shorts by Miu Miu. Boots by Rier. Jewelry is Williams’ own

Artwork by Carlos Cruz-Di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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