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의 문이 열린다. 안과 밖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통로. 안으로는 그만이 아는 세상이 이어지고, 밖으로는 미지의 세계가 펼쳐지는 공간. 그 비밀스러운 영역의 이야기가 음악이 되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어느 날, 그의 하루를 빌려 그 안팎에 흩어진 것들을 모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조우한 김세정에게서 발견한 것들을 엮어 이곳에 둔다.
1. [RSK] 앨범, 단독 콘서트, 드라마… 그야말로 ‘떡밥’ 잔치인 와중, 가수이자 배우인 김세정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그런데도 세상 여러분에게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또 그런 모습을 우리 세상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면 또 어디선가 힘이 나서 저도 신기할 따름이에요.
2. [RSK] 음악이나 연기를 제외하고, 자유 시간이 생기면 어떤 것들로 채우곤 해요?
작곡하는 시간이 상당해요. 일을 끊임없이 하는 편이라서 작곡할 시간이 쉬는 날밖에 없기 때문에 주로 그 시간을 이용하곤 해요. 이것마저 음악으로 분류하고 제외한다면… 집에서 애니메이션 보기..?
3. [RSK] (인터뷰일 기준) 9월에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죠? 두 번째 미니 앨범 <I’m> 이후 2년여 만인데, 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떤 시간이었어요?
정말 엉뚱한 곳에서 시작했는데 결국엔 돌고 돌아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어요. 한 곡 한 곡을 쓰고 모으는 시간 동안 내가 전하고자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차분히 생각해 봤어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제 음악 인생을 전반적으로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비 오던 날 운동장에서 연습하던 중학생 시절부터 회사에 들어와 연습생으로서 나를 발전시키고자 한계에 부딪히며 도전하던 시간, 제일 어려워하고 두려워했던 ‘춤’이라는 존재, <프로듀스 101>, 거쳐온 여러 그룹, 새로운 시작까지요. 그 시간을 떠올리니 나를 괴롭히던 여러 감정을 포함한 수많은 감정이 복합적으로 느껴졌어요. 이렇게 쭉 돌아보게 돼서 의미 있고, 색다른 감정을 마주하기도 해서 놀랍기도 했던 경험이에요.
4. [RSK] 타이틀곡을 제외한다면, 어떤 곡을 가장 애착 가는 곡으로 고르겠어요?
이번 앨범은 제가 아끼는 곡이 특히 많아서 고르기가 더 힘든데요… 고민 끝에 <빗소리가 들리면>으로 하겠습니다. 이 곡은 제 어린 시절 음악에 대한 갈망이 담긴 곡인데요, 연습은 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장소는 없고, 사람들이 있는 곳에선 부끄러워 노래하지 못하던 시절에 집 앞 학교 운동장에 비가 오는 날이면 사람이 없어 연습하기 좋은 환경이란 걸 우연히 발견하게 됐어요. 그 후로는 비가 오는 날마다 우비를 입고 그 운동장에 가서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요, 그때의 이야기를 담아 쓴 곡인데 콰이어 코러스에 젤리피쉬 연습생 친구들이 참여해줬어요.(웃음) 그러다 보니 저도 제 연습생 시절과 <프로듀스 101> 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이 곡을 완성하고 나서 꼭 앨범 마지막 트랙으로, 콘서트를 한다면 마지막 곡으로 구성해서 끝을 장식하는 곡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팬들에게 이 곡으로 콰이어(choir)를 선물 받는 상상도 했고요. 이 한 곡에 제 어린 시절, 연습생 시절, 사랑하는 세상까지.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모든 것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곡이겠구나 생각하니 유독 뜻깊게 느껴지는 듯해요.(웃음)
5. [RSK] 첫 단독 콘서트도 준비 중이라고요. 처음 마련하는 자리인 만큼 많이 떨릴 것 같아요.
사실 떨리는 만큼 걱정이 앞서는데, 이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처음 선보이는 콘서트이기도 하고, 첫 정규 앨범 수록곡도 들어가 있다 보니 이번 콘서트는 온전히 제 역량에 달려있겠다 싶어 벌써 엉덩이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규제가 풀린 이후의 첫 콘서트라 떼창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기대되고 떨리는데요, 과연 세상이 저에게 어떤 감동과 전율을 안겨줄지… 사실 무대 위에서 세상을 보자마자 눈물부터 터질까 걱정이에요. 눈물샘 방지 운동 좀 열심히 하고 가야겠어요.(웃음)
6. [RSK]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도 다시 돌아왔어요. 이미 떠났던 현장을 다시 찾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한번 다른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누군가가 눌러놓은 일시 정지 버튼의 활성화가 풀려 다시 재생되는 느낌이에요. 함께라서 좋았던 시간, 관계, 편안한 현장 분위기까지 전부 변함없이 그대로더라고요. 오히려 마음이 너무 편해져서 실수하는 건 아닐까 싶어 스스로를 다잡곤 했어요. 2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여전하다고 느꼈습니다.
7. [RSK] 도하나와 특히 닮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요?
굳이 꾸미려고 애쓰지 않는 모습, 이성과 감성이 엇갈릴 때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노력하는 모습이요! 저도 거짓말을 정말 못하는 편이라 그럴 거면 스스로의 모습을 멋지게 가꿔서,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도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현명해지자는 생각을 하는데요, 그런 마음에서 나타나는 모습들이 하나와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8. [RSK] <사내맞선>, <오늘의 웹툰>, <경이로운 소문>까지. 최근 작품을 선택할 땐 어떤 기준이 중심이 됐나요?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는가?’ 아주 오래전부터 대본을 볼 때 저의 중심이 됐던 모토였던 것 같아요. 캐릭터로부터, 그 현장에서, 주변 동료들로부터, 상대 배역으로부터. 작품 어디에서든 배울 게 존재한다면 또 그런 점에서 탐난다는 생각이 들면 도전해왔던 것 같습니다.
9. [RSK] 김세정을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프로듀스101>에서의 모습이에요. 단숨에 대중에게 김세정을 각인시키는 시간이었으니까요. 당시의 마음도 잘 기억나요? 어떤 꿈과 목표를 품고 있었는지 같은 것들이요.
그 당시에는 ‘잘은 몰라도 지금의 순간과 감정, 열정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라는 마음이 정말 컸어요. ‘언제 다시 이렇게 같은 꿈과 목표를 가진 친구들이 모여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하는 마음, 그리고 ‘내가 이 길을 계속 걷다 보면 이곳에 있는 친구들과는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너무 소중하고 잊지 못할 순간들이에요.
그 당시 제 마음에 가장 크게 새긴 말은 ‘꾸며내지 말자’였어요. 제가 느낀 대중분들은 매번 제 판단보다 현명하시고 냉철하셨거든요. 그래서 거짓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선다면, 결국 다 드러나게 될 거라고 느꼈고, 건강하게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다면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제 실제 모습을 건강하고 멋지게 가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10. [RSK] 지금 돌아보면 당시 계획했던 것으로부터 얼마나 가까이 닿은 것 같아요?
이미 그 당시에 제가 계획한 것의 90%를 이룬 상태였어요.(웃음) ‘데뷔하고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목표였거든요. 그리고 나머지 10%가 ‘오랫동안 이 일을 하는 것’, 그리고 ‘이 일을 취미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노련해지고 자리 잡는 것’이었는데, 나머지 10%는 지금도 이뤄가는 중이라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11. [RSK] 김세정의 꿈의 끝자락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묻고 싶어요.
전 꿈의 끝자락에는 또 다른 꿈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꿈의 끝에 도달하고자 많은 것들을 살피지 못하고 내달리기만 했던 것 같은데 막상 도달해보고 나니 인생은 길더라고요.(웃음) 이제 진짜 끝자락에 왔나 싶다가도 결국 또 새로운 꿈이 생길 것 같아요. 숨의 끝이 다하는 지점까지 꿈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세정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추후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2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Kim So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