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6일, 약 반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지나 호시노 겐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이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개최되었다. 지난 한국 라이브 당시 게스트였던 이영지의 모함 아닌 모함에 걸려들어 “자주 오겠다”는 그 말을 정말로 실천하기 위해 방문한 것.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체감되는 작년과의 차이는, 관객과 아티스트 간의 온도였다. 처음이라는 조건이 만들어내는 탐색의 시간 없이, 분위기가 완전히 파악된 상태에서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보다 밀도 높고 내밀하게 펼쳐 보이는 모습. 두 번째이기에 가능한 신뢰와 여유가,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기조로 자리하고 있었다.
세트리스트는 여전히 최근작 [Gen] 위주로 구성됐지만, 그 안에서의 선택과 배치는 앨범의 재현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무엇보다 오프닝을 2013년 작인 <바케모노(化物)>로 끊어낸 것부터가 의미심장했다. 한참 과거로 돌아가 시작을 알린 이 선택은, 이날 공연이 지향하는 바를 단번에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중간의 기타 단독 세션 코너에서는 <노부부(老夫婦)>나 <시시함 속에서(くだらないの中に)> 같은 커리어 극초반의 어쿠스틱 감성을 꺼내 들었고, <미스 유(ミスユー)>나 <토키요(時よ)> 같은 [YELLOW DANCER] 시절의 곡들도 자연스럽게 흘러들었다. 여기에 엔딩을 장식한 <Friend Ship>에서는 후주 기타 연주를 통해 사케록(SAKEROCK) 당시의 기타리스트로서의 자아까지 소환해냈다. 이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었다. 현재의 호시노 겐이라는 아티스트를 구성하는 여러 결의 음악적 정체성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일종의 자기소개서와도 같은 세트리스트였다.

특히 <코이(恋)>를 배제했다는 점은 이날 공연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한국에서의 인지도를 고려했을 때 대중적 히트곡에 기대는 것이 보다 안전한 선택일 수 있었음에도, 그는 그 유혹을 택하지 않았다. 자신의 음악 세계를 온전히 전달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작년 첫 내한의 경험이 그에게 얼마나 큰 신뢰를 심어줬는지를 방증하는 동시에, 한국 관객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기도 했다. 알려진 이름에 기대지 않아도 이 공간이 자신의 음악을 충분히 받아들일 것이라는 확신. 그 확신이 세트리스트 곳곳에 스며 있었다.
사운드 면에서는 관악 세션의 가세가 무엇보다 귀에 들어왔다. 보다 역동적이고 즉흥적인 색채를 더한 이들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던 곡들조차 전혀 다른 호흡으로 들리게 만들었다. 음반에서 익혔던 편곡에 역동성을 입힌, 라이브만이 지닐 수 있는 살아있는 공기. 그 요소들이 곳곳에서 발견됐고, 이날 공연을 단순한 재현이 아닌 유일한 경험으로 만들어 준 주요한 요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날의 호시노 겐은, 무대 위에서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증명하려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소통하며, 두 시간 반이라는 시간을 '일상'에 맞닿게 녹여내는 방식. 그것이 그의 공연이 화려한 스펙터클보다 친밀한 교감으로 기억되는 이유이며,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즐거움으로 남는 까닭일 것이다. 한국 관객과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했던 밤, 어느새 다음 ‘약속’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사진제공 - 아뮤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