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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소녀들의 유희 속에 피어난 미사모의 하모니

미사모(MISAMO)란 유닛은 익숙한 듯한 멤버들이 만들어낸 낯선, 새로움이라는 점이 인상 깊다. 미사모는 데뷔 이래 유닛 형식이 단순한 분화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미학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내고 있다. 트와이스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이미 완성된 커리어를 가진 미나·사나·모모가 다시 ‘일본 유닛’으로 모였을 때, 전략적으로는 이 형태가 자연스러웠지만 음악적으로는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익숙함에 기대는 대신, 미사모는 처음부터 자신들의 좌표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설정했다. 빠르고 강한 K-팝의 문법이 아니라, 결을 세밀하게 다듬은 J-팝의 감각, 그리고 귀엽고 건강한 이미지가 성숙한 여성 아이돌로 변모하는 새로운 온도가 물씬 느껴진다.

 

 

데뷔 앨범 [Masterpiece]는 그들의 방향성을 대중에게 명확히 각인시킨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이틀처럼 ‘완성도’에 방점을 찍은 이 앨범은 과장된 서사나 자극적인 장치 대신, 음색·리듬·공기의 밀도를 조심스럽게 켜켜이 쌓아 올렸다. 미나의 차분하고 정제된 보컬은 곡의 중심을 안정적으로 잡았고, 사나는 관능과 귀여움 사이의 미묘한 균형으로 성숙한 여성 서사를 확장했으며, 모모는 퍼포먼스와 리듬을 통해 팀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미사모는 이 앨범을 통해 ‘일본 시장을 위한 유닛’이 아니라, 일본 팝 신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아티스트로서 자리매김했다.

 

이 흐름 위에서 발표된 2024년 11월, 미니 2집 [HAUTE COUTURE]는 미사모의 미학이 한 단계 더 정교해진 결과물이다. ‘오트 쿠뛰르’라는 제목처럼, 이 앨범은 대중성과 장인정신의 경계에서 만들어진 음악을 지향한다. 쉽게 소비되는 트렌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 미사모만의 실루엣을 선택한 것이다. 사운드는 한층 더 세련되었고, 곡들은 각 멤버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팀 전체의 톤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콘셉트 확장이 아니라, 미사모가 자신들의 언어를 완전히 체득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HAUTE COUTURE]에서 미사모는 더 이상 ‘성숙해진 아이돌’을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이미 성숙한 아티스트로서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길지를 선택했다. 이 선택의 감각은 트와이스의 시간과도, 일본 팝의 전통과도 느슨하게 연결되며 미사모만의 현재를 만들었다.

 

 

이번 첫 정규 앨범인 [PLAY]의 핵심 콘셉트는 극장(Theater)으로 미사모가 선보이는 하나의 완성된 극적으로 엮어진 무대를 암시한다. 팬들을 자신들의 예술 공간으로 초대하며 시작하는 선공개 곡이자 타이틀 곡 <Confetti>는 이 단순히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효과를 넘어 아티스트와 팬들이 만나는 가장 찬란하고 행복한 ‘절정’의 순간을 그린다. 또한 이번 앨범이 지향하는 스케일과 드라마를 단번에 선언했다. 지난 앨범에서 보여준 고급스러운 완벽함은 드라마틱한 서사를 더해 아티스트로서의 미사모가 느끼는 책임감과 환희를 클래식하고 웅장한 사운드에 담아냈다. 터져가는 꽃가루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미사모의 하모니는 [PLAY]를 팬들을 위한 극장이자 자신만의 무대, 한편으론 하나의 유희로써 표현해냈고, 그 화려함은 눈부시게 사방으로 뿜어져 나간다.  

 

이번 정규앨범은 미사모란 브랜드의 출범이라고 할 수 있다. 앨범 속 곡들은 단순히 나열되지 않고 서사적 동선을 품고 장면처럼 전환되며 감정의 조도와 질감을 바꿔 간다. 이번 앨범은 미사모 유닛 활동의 첫 시작을 알렸던 <Do not touch>부터 성숙함으로 무장한 <Identity>는 물론 원스(ONCE)를 향한 팬송 <Message>까지 미사모의 활동 궤적을 앨범 한 장에 정리했다. 특히 도쿄돔 무대에서 먼저 공개되었던 <Red Diamond>, <Catch My Eye>는 공연의 기억을 스튜디오 음원으로 ‘공식화’하며, 유닛이 투어와 음반을 하나의 세계로 연결해 온 방식의 정점을 찍고 있다. 또한 멤버별 솔로곡은 [PLAY]의 가장 명확한 하이라이트인데 사나의 <Ma Cherry>, 미나의 <Turning Tables>, 모모의 <Kitty>는 각자의 캐릭터를 분리해 보여주면서도, 앨범 전체 톤을 깨지 않는 선에서 무대 위에 선 ‘배우의 독백’처럼 배치된다. 그 결과, 미사모는 세 사람이 함께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유닛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세 사람은 각자 완결된 장면을 가진다”라는 확신까지 얻게 되었다. 이렇게 이전의 회고부터 새로운 시작, 다음 장의 예고까지 가득 담긴 [PLAY] 앨범은 화려한 조명과 완벽한 재단, 그리고 무대 뒤의 숨결까지 미사모가 유닛의 성공을 넘어 브랜드로서의 자기 정의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가장 또렷한 커튼콜이다.

 

 

미사모의 [PLAY]는 ‘얼마나 새롭나’보다 ‘왜 지금 이 방식인가’를 설득하는 앨범이다. 첨단의 사운드나 과잉된 서사로 밀어붙이기보다, 무대라는 은유 안에서 자신들의 언어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선택은 오히려 오래 기억에 잔상처럼 남는 힘을 만든다. [PLAY]는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이제는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아는 단계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 앨범은 완결이 아니라 다음 막의 개시가 아닐까란 기대감이 감돈다. 관객은 이제 객석에 그저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컨페티가 쏟아지는 아름다운 무대는 활짝 열렸고, 미사모의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될 테니까.

 

<사진출처 -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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