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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리: 다시 믿음으로 향하는 고요한 힘

킴 리는 음악을 트는 것만이 아닌, 지휘한다. 화면 너머로도 킴의 에너지는 진동한다. 화면 너머로 오간 우리의 걸즈 토크에서 그는 항상 그렇듯이 생기 있고 침착했으며, 애쓰지 않고도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아침형 인간이라고 표현하는 킴은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간단히 기도한다. 복싱과 같은 운동을 하러 나가기 전 우주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그는 고양이들에게 진심이다. 연애할 때도 상대가 동물을 좋아하는 성향인지는 그저 플러스마이너스의 요인이 아닌 결정적 기준이 된다.

 

 

매력적인 DJ 페르소나와 찌릿한 무대 장악력 뒤에 내향인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의외의 면모로 느껴질 수 있지만, 킴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고요한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그는 우리 모두에게 두 가지 면이 있다고 믿는다. “무대 위, TV 속, 그리고 바깥에서 볼 수 있는 제가 있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집에서 고양이들과 혼자만의 시간을 너무나 사랑하는 킴이 있어요. 혼자 있는 것도 괜찮아요.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좋거든요.”

 

킴과 나누는 대화 주제는 결국 그의 DJ 커리어에 관한 얘기로 돌아온다. 킴은 DJ로서의 일을 제안받았던 2012년의 기억을 더듬으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회가 딱 맞아떨어졌고, 그는 뛰어들어 보기로 했다. 스크래치 아카데미(Scratch Academy)에 등록해 데크를 처음부터 배웠다. “아무것도 몰랐지만, 즐겁다는 건 알았어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일이에요. 완전히 빠져들었죠.” 그는 말한다.

 

 

열정은 삶 전체를 집어삼킬 만큼 커졌고, 사적인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때 연애 중이었는데 모든 에너지를 연애에 쏟을지, 아니면 절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는 무언가에 쏟을지 선택해야 했어요.” 그 당시 아시아에서 EDM은 아직 막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했으며, 여성 DJ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회상한다. “짜릿했어요. 신(Scene)이 꽉 차지도 않았고, 틱톡 DJ도 없었고, 정말 아무도 없었어요. 시장을 보면서 ‘내가 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했죠.” 킴은 자신의 구역에서 최초로 무대에 선 여성 중 하나가 되었고, 남성 중심 세계에서 스스로 길을 만들어낸 진정한 개척자가 됐다.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며, 킴은 이미 한 번 상처받았음에도 다시 믿기로 선택한 데서 오는 고요하고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 “한 번 겪었다고 해서 다음 사람이 또 상처를 준다는 법은 없잖아요.” 킴은 자신이 겪었던 트라우마를 인정하는 동시에 자신을 붙들며 앞으로 나아가게 한 믿음을 되뇌며 스스로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타이밍을 믿는 믿음, 어딘가에 나를 위한 사람이 있다고 믿는 믿음, 더 나은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단단한 심지뿐 아니라 소중한 희망이 느껴진다. 한 번 망가진 뒤에도 다시 마음을 여는 용기에 관한.

 

 

그렇게 연애를 마주하는 그의 시선도 한층 성숙해졌다킴은 여전히 첫인상에서는 외모에 끌린다고 말하면서도우리 모두 그렇잖아요라고 말하며 웃는다이제 그에게 진짜 중요한  겉모습  이상의 것이다그는 상대의 마인드와 가치관에너지가 자신과  맞는지  중요해졌다고 말한다깊은 마음과 분별력을 가지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 사람이 되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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