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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김지현이 노래하는 사랑

덤덤하게 읊조리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렇게 노래는 시작되고, 목소리에는 차츰 간절함이 무게를 담아 실리기 시작한다. 목소리는 감정의 높낮이를 정확하게 짚어서 청자에게 전한다. 마치 이어폰 저편의 누군가가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린다. 신곡, <연애>에 대한 이야기다.

 

목소리의 주인은 배우 김지현. 최근 연극 <꽃, 별이 지나>의 무대에 오른 그는 2004년 연극 <미생자>를 통해 데뷔했다. 이어 뮤지컬 <일 테노레>, <그날들>, <스위니토드>, <맨 오브 라만차>의 주역으로 활약한 그는 무대를 가리지 않고 관객과 만나왔다. 

 

 

브라운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니TV, ENA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는 미워할 수 없는 과거의 연인 서경이 되었고,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에서는 차갑고 냉철한 중령 서은으로,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는 모태 솔로 주희로 분했다. 

 

그의 섬세한 연기는 캐릭터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극이 끝난 후에도 어딘가에서 우리와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누군가를 자신의 몸을 내어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할 만큼. 같은 이유로 그는 이 노래의 새 주인이 됐다. 그의 연기는 비단 극뿐만이 아니라 음악에서도 통용됐기에. 연기를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었던 것처럼, 노래에서도 같은 힘을 가진 그였기에.

 

 

<연애>는 처음 발매되는 곡이 아니다. 3년 전 인디 싱어송라이터 버둥의 정규 1집 [지지않는 곳으로 가자]의 더블 타이틀곡으로 이미 한 번 세상에 나온 바 있다. 노래가 다시금 태어난 것은 어떤 바람이 더해졌기 때문에. 원곡의 가치를 재조명해 노래가 다시 움직일 힘을 불어넣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이 곡을 다시 불리도록 했고, 이 리메이크 프로젝트에는 MOLD(몰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곡을 처음 들었을 당시, 김지현은 강렬한 사이키델릭 사운드에 매료됐다. 전주를 듣는 순간 벼락을 맞은 듯이, 그리고 사랑에 빠진 듯이.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이제는 연애라는 것은 사실 마냥 설레고 떨리지만 않다는 것을 아는 어느 사람이, 연애를 이제 막 서툴게 시작하는 이들에게 말해주는 느낌으로 부르고 싶다.’

 

 

그렇게 가창은 시작됐다. 그를 가장 고민하게 하는 부분은 감정이 짙어지고 음이 높아지는 후반 부분이 아닌, 전주 없이 시작되는 가장 첫 구간이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입을 떼고 노래하기 시작했다. 마치 아주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해 온 말을 전하듯. 망설이는 것처럼, 나지막이.

 

그렇게 김지현의 색이 덧입혀지며 다시 태어난 <연애>. 노래는 연인으로 삼고 싶은 이에게 고백하는 내용이면서도, 떨림이나 설렘보다는 오히려 담담한 마음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곡이 진행될수록 감정이 고조되는 듯한 형태로 나아간다. 그렇게 마냥 사랑스러운 핑크빛의 사랑이 아닌, 물들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검정빛을 닮은 사랑, <연애>가 완성됐다.

 

 

MOLD(몰드)는 가창자를 고를 때 몇 가지 기준을 고집하고 있다. 가창자가 평소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디깅하는 일을 즐길 것. 스스로에게 영감을 준, 알려지지 않는 곡을 품고 있을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악에 관한 로망을 품고 있을 것.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배우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들은 고심 끝에 김지현의 이름을 리스트에 올렸고, 제안을 받은 그는 이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 자신의 자리임을 직감했다. 그렇게 첫 번째 음원의 가창자가 결정됐고, 포문을 여는 노래가 완성됐다.

 

이 프로젝트,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이 노래는 어딘가 닮아 보인다. ‘우리가 같이 듣던 음악이 영화가 침대가 새로운 세곌 만든 거야 지금’

 

<사진제공 - 마운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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