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저녁 6시, 용인에서 열린 노을의 콘서트는 첫 포문을 여는 공연이었다. 아직 콘서트 시작을 조금 앞둔 시간, 공연을 예정 중인 홀의 1층 카페에는 한껏 들뜬 얼굴로 작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 노을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공연 시작이 가까워진 시간. 흩어져있던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공연장이 자리한 층 로비에는 멤버들의 공연 포스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과 노을과 관련된 이야기를 적는 이벤트 보드 등으로 꾸려져있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기도, 골똘히 무언갈 생각하며 노을과 관련된 추억을 한 자 한 자 적어내리기도 했다.
공연장에 들어서고 자리에 앉았고, 비어있던 자리들이 하나둘씩 주인을 찾아 채워졌다. 그리고 이내 익숙한 발라드 선율이 흐르며 노을이 등장했다. 콘서트의 문을 연 곡은 <너는 어땠을까>. 노을이 가장 잘하는 장르이자 가장 노을을 잘 표현하는 호소력 짙은 음악으로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장막을 열었다. 자리에 앉아있던 팬들은 양손을 꼭 모으기도, 반짝이는 형광봉을 들기도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환호를 보냈다.
이어지는 곡은 <전부 너였다>. 곡의 전주가 시작될 때마다 객석 곳곳에선 옅게 놀라는 숨소리들이 들렸다. 다음을 이어받은 <목소리>는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앨범을 채웠던 미니 앨범 <보이지 않는 것들>의 타이틀곡이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곡들을 통해 노을 특유의 깊고 짙은 감성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무대 위에 등장한 노을은 간만에 만난 팬들과 인사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언제 절절한 발라드를 불렀냐는 듯 금세 유쾌한 시간이 이어졌다. 멤버들은 팬들을 향한 반가움을 감추지 않으며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오랜만에 팬들 앞에서 노래하는 노을은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어떻게 건강과 목을 관리했는지, 20주년을 맞는 기분은 어떤지, 한 배를 탄 멤버들과 계속해서 노을의 노래를 듣는 팬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의 말에서 팬들을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들이 계속해서 엿보였다.
멤버들은 공연의 제목인 <스물>에 대해서도 말했다. 2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동명의 미니 앨범 <스물> 역시 멤버들의 자작곡을 모아 담았다는 이야기였다. 20주년을 맞은 해, 노을은 직접 써내려간 곡을 모아 앨범을 만들고, 같은 이름으로 전국을 투어하기로 한 것. 스물은 노을의 지금을 이야기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명료하고 확실한 단어였음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야기의 다음을 이어받은 곡은 <너와 바다>였다. 이상곤이 작사와 작곡을 한 이 곡은 마음을 편안하고 산뜻하게 만들어주었고, 달콤하고 기분 좋은 곡 속에서도 노을의 목소리는 빛났다. 네 사람은 깊고 진한 감성이 아닌, 경쾌하고 달콤한 분위기마저도 자신들만이 가진 매력으로 기분 좋게 소화해냈다. 영화 <반창꼬>를 장식한 노을의 동명 곡 <반창꼬> 역시 이 기분 좋은 느낌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다음은 멤버들의 개인 무대가 이어졌다. 첫 번째 타자 나성호가 고른 곡은 트로이 시반의 <Angel Baby>. 노래를 마친 후 그는 조금은 쑥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평소 슬픈 노래를 많이 부르는 노을의 멤버로서 평소에는 일렉트로닉이나 팝과 같은 음악을 주로 들으며 환기를 시킨다는 것. 이상곤의 선택은 브루노 마스와 앤더스 팩이 결성한 밴드 실크 소닉의 곡, <Leave The Door Open>. 고음 파트마저 거뜬하게 소화해내며 자신의 자랑거리인 고음과 성량을 유감없이 선보이는 무대였다.
노을의 OST를 응축시킨 무대도 있었다. <시계추>와 <사랑이라면>, <살기 위해서>, <지켜줄게>를 한 곡으로 모아 하나의 곡으로 구성한 것. <이두나!>, <빅>, <빠담빠담>, <바니와 오빠들>까지. 지금 큰 사랑을 얻고 있는 웹툰부터 오래전 많은 인기를 모은 드라마들까지, 노을이 얼마나 많은 작품들과 함께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노을과 함께하는 밸런스 게임 시간은 즐거움을 더했다. 멤버들은 과거 노을의 안무를 고르는가 하면, 지난 헤어스타일이나 콘셉트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함께 웃었다. 사이사이에는 노을만이 알고 있던 유쾌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함께였다. 새삼 그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밀도있게 지내왔는지 느껴졌다.
2부를 시작하는 곡은 <그리워 그리워>였다. 멤버들은 노을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곡으로 두 번째 막을 열었다. 노래를 마친 후에는 공백기 이후 고민했던 시간과 서로를 설득하던 순간들을 되새기기도 했다. 멤버들은 당시 군생활을 마치고 한자리에 모여 열심히 연습하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바톤을 이어받은 곡은 <우리가 남이 된다면>. 역시 [스물]의 신곡이었다. 멤버들은 타이틀곡을 고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놓기도 했다. 수록곡 <미완성>과의 치열한 접전 끝에 타이틀곡이 됐다는 설명이었다.
다음은 전우성의 솔로곡으로 잘 알려진 <만약에 말야>. 전우성 특유의 허스키하고 호소력 짙은 보컬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강균성이 고른 곡은 샘 라이더의 <Tiny Riot>. 자신의 특기인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곡을 탁월하게 골랐고, 완벽한 무대를 완성해냈다.
다음은 팬들과 함께하는 이벤트 시간. 이때 등장한 팬들은 회사 생활을 하는 와중 노을의 노래를 위안삼아 휴식했던 이야기부터 노을을 좋아하는 예비신부를 위해 노을의 곡들을 플레이리스트에 꼭 채워넣는다는 이야기 등을 풀어놓았다. 노을은 고단했던 회사생활을 하던 팬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를 위해 <청혼>을 불러주기도 했다.
이야기 후에는 위로 같은 신곡 <스물>이 있었다. 20년 전에 발표된 <인연>은 노을과 함께한 모두의 추억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을 지낸 <하지 못한 말>과 3년 전의 노을을 비춰주었던 <늦은 밤 너의 집 앞 골목길에서>도 함께했다. 마지막을 장식한 곡은 20년 전 노을을 태어나게 한 앨범의 타이틀곡 <붙잡고도>였다.
그렇게 무대가 막을 내리나 싶었지만, 노을은 앵콜을 외치는 팬들의 부름에 화답했다. 싸이의 <예술이야>와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부르며 마지막을 힘차게 수놓았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은 역시나 <청혼>이었다. 노을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곡이자 노을을 떠올렸을 때 아마도 가장 많이 생각할 곡. 노을은 <청혼>을 부르며 행복했던 시간을 마무리했다.
노을의 공연에는 그들이 만든 음악과 지나온 시간,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팬들과 새로 만든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들이 지나온 첫 번째 <스물>을 축하하며,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두 번째, 세 번째 <스물>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