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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레드벨벳의 음악을 기대하는 이유

고요하게 시작했다가 마침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마무리되는 <In My Dreams>의 마지막 음이 사라지고 나면 짧은 한숨과 함께 뭔가 제대로 된 것을 들었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내게 있어 이는 잘 만든 음반들을 들었을 때만 느끼는 공통된 반응이다. 아직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이 앨범이 최근 몇 년간 가장 집중도가 높은 작업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은 형식적으로 미니앨범에 불과하지만, 앨범의 짜임새와 각 수록곡들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자연스러운 흐름, 그리고 시작과 끝의 확실한 선언적 임팩트는 마치 정규 앨범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그중에서도 타이틀곡인 <Feel My Rhythm>은 단연 앨범의 가장 명백한 성과이자 가장 두드러지는 시도다. 유명 클래식 음악은 팝 음악 작곡가의 입장에서는 가장 손쉬운 레퍼런스지만 그 곡의 분위기를 뛰어넘어 새로운, 그것도 현대적인 케이팝의 공식 안으로 성공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가장 위험한 레퍼런스기도 하다. 하지만 <Feel My Rhythm>은 이 같은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킨 것은 물론, 클래식과 케이팝의 가장 성공적인 결합의 예로 꾸준히 기억될 곡이다. 곡은 트랩 스타일의 벌스(verse) 파트를 지나 프리코러스(Pre-Chorus)를 맞이하는데, 놀랍게도 여기서 다소 비극적인 분위기를 가진 바흐의 <Air>와는 전혀 다른 긍정적 도약과 해방의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레드벨벳의 우아하면서 탄력적인 하모니가 리드하는 코러스는 시종일관 희망에 가득 차있지만 그 간절한 갈구함의 메시지가 <Air>의 처연한 서정과 뒤섞여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애수와 호소력을 뿜어낸다.  


레드벨벳의 음악을 듣는 가장 중요한 재미인 보컬리스트들의 매력적인 음색과 기량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수준과 조화에 올라와 있는데, 가령 <Beg For Me> 두 번째 벌스(verse)에서 조이의 고혹적인 보컬은 짧은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앨범 전체를 통틀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다. 메인보컬 웬디의 전방위적 보컬 능력은 레드벨벳이 곡들마다 완전히 다른 감정선들을 때로는 테크니컬한 영역에서 때로는 감성적인 영역에서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앨범 중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될 <Bamboleo>는 케이팝의 수많은 ‘레트로’ 튠들 사이에서 레드벨벳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에 대한 직관적인 사례다. 고급스럽고 전형적이지 않은 재지한 하모니의 연속, 후반부의 환상적인 일렉트릭 기타 연주, 그 위에서 가장 중요한 그들의 목소리는 각각 하모니로, 때로는 유니슨(unison)의 형식으로 공명하며 그들의 음악을 듣는 이유를 손쉽게 납득시킨다.

 

레드벨벳이 그들의 짧지 않은 커리어에서 더 나은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짐짓 염려스러웠던 바로 그 순간, 그들은 어쩌면 커리어의 가장 대표적인 명반들, 이를테면 [Perfect Velvet]과 비교할 수 있는 훌륭한 앨범으로 후속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높여놓는데 성공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사진 제공 - SM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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