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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네오’함만큼이나 소중한 것 - NCT 127 [Sticker]

 NCT 127만의 ‘네오’함에 익숙한 누구라도 한동안 생각을 멎게 만드는 미니멀한 비트와 재지한 피아노 코드워크의 어울림…케이팝의 전형성을 가볍게 무시하는 <Sticker>의 그 과감함이야말로 NCT 127의 신작을 기다리게 되는 한결같은 이유다. 하지만 조금 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만 같았던 이 곡은 프로듀서 유영진의 손에 의해 어쩐지 익숙한 방식으로 통제된다. 멜로디나 프레이징도 그렇지만 창법을 넘어 발음에까지 스며있는 꼼꼼한 보컬 디렉팅은 결과적으로 NCT 127이라는 개별 그룹보다는 SM이라는 시그니처를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어찌보면 어색한 이음새가 없이 누가 들어도 NCT 127임을 의심하지 않을 <Lemonade>가 더 자연스러운 선택일지 모르지만, 그 예측 가능한 조화보다는 여전히 <Sticker>의 미스매치에서 오는 키치함에 귀는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실이다. <Far>나 <Bring the Noize>와 비교해도 여전히 비슷한 결론을 얻게 된다. 결국 그 선택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Sticker>의 차이만큼 이 앨범은 기억될 것이다. 

 

 

 사실 타이틀 트랙을 제외한다면 [Sticker]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형식은 지난 몇 년간 케이팝 신의 가장 돋보이는 앨범 중 하나였던 [Neo Zone]의 특징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다. <영웅>을 만든 뎀 조인츠의 괴팍하고 불친절한 비트나 <백야>를 만들었던 하비 메이슨 주니어의 우아한 ‘90s’ 알앤비 사운드도 여전하다. 사이먼 페트런/안드레아스 오버그 콤비 특유의 복잡한 코드 플레이가 담긴 <Breakfast>나 <Dreamer>의 브라스 사운드가 전작과의 차이를 만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드라마틱한 변화보다는 익숙함이 느껴진다. 팬데믹 와중에 글로벌 팝의 트렌드는 특별히 변한 것이 없고, 정교하고 다양하게 잘 짜여진 전작의 틀을 굳이 깨뜨리지 않으면서 127의 색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는 충분히 납득가능한 선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작과의 형식적인 비교나 네오함의 유무 따위가 NCT 127의 모든 매력을 가늠하는 유일한 잣대일 수는 없다. 장르나 편곡의 형식이 아닌 멤버 개개인의 기량과 원숙함이라는 측면에서 [Sticker]는 분명 발전한 작품이다. 래퍼 마크와 태용은 각각 플로우의 다채로움과 테크닉의 정밀함을 더했으며, 주축 멤버들로서 앨범 전체의 방향성을 굳게 잡아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네오하지만은 않은 풍성한 선율들 사이로 잇따라 터져 나오는 보컬 파트는 이번 앨범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책임진다. <같은 시선>의 도입부처럼 누구도 해치지 않을 것 같은 청순하고 진심 어린 보이스로 간절함과 유혹의 메시지를 전하는 도영, 곡의 장르나 그 파트가 요구하는 성격의 보컬을 완벽히 이해해 곡의 모멘텀을 탁월하게 살려내는 해찬의 센스있는 보컬이 그 좋은 예다. 

 

 여전히 중심을 가장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목소리는 태일이다. 감정과 테크닉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이상적인 균형점을 찾아내는 그의 능숙함은 벅찬 감정을 품은 신스팝 <다시 만나는 > 짧은 오프닝 섹션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목소리는 정말 가사처럼아무렇지 않게인사하듯 담담하며, 서로가 닿지 못하는 믿을 없는 현실에서 느끼는 슬픔을 희망을 담아 아련하게 쏟아낸다. 역설적으로 NCT 127 듣는 이유가 오히려 가장 평범하게 보이는 미학과 소박한 감정 속에 있을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순간이다.



<사진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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