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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혼동의 첫 장이 일깨운 확신 - TXT [혼돈의 장 : FREEZE] (2021.5)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그 짧은 커리어동안 ‘좋은 음악 만들기’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어려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아이돌 그룹이다. 온갖 과장된 설정과 세계관을 위한 세계관이 난무하는 케이팝 아이돌 산업에서 TXT는 일종의 공식이자 매너리즘이 된 ‘케이팝스러움’을 답습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기대되는 차세대 주자의 위치에까지 올랐다. [혼돈의 장: FREEZE] 역시 마찬가지다. 


혼란과 확신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묘사한 [FREEZE]는 앨범의 시작부터 그 감정의 전개방식이 독특하다. 예상치 못한 차분함으로 앨범을 여는 <Anti-Romantic>은 제목-가사-음악이 주는 아이러니를 통해 앨범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며,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은 감정의 여운을 통해 곧 이어질 격정의 순간을 위한 완벽한 전주가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는 의심할 바 없이 TXT가 이 앨범을 통해 거둔 가장 도드라진 성과이자 그들의 짧은 커리어를 통해 발전시켜온 서사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오프닝의 드럼 비트만으로 참을 수 없는 감정을 일깨우는 이 곡의 또 다른 매력은 더 성숙해진 보컬이다. “널 사랑해” 대신 “널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라고 말하는 감정의 확신은 그 예외적으로 거친 숨결을 담은 보이스를 통해 터져 나오고, 휴닝카이의 “죽어도 좋았어”와 태현의 “나를 구해줘”에서 표현되는 절박한 호소의 감정은 노래라기보다는 외침에 가까운 “I know I love you”에 이르러 그 감정의 절정에 다다른다. 


하이브리드 록과 레트로 스타일의 디스코 사운드가 교차하는 [FREEZE]는 현재 트렌디한 영미권 팝의 콜라주와 같다. 하지만 TXT의 음악을 다르게 만드는 것은 어떤 한두 개의 ‘와우’ 모먼트가 아니라 디테일이다. 지난 몇 장의 앨범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났듯, TXT는 현 케이팝 신의 그 어느 팀보다도 음악에 담긴 문학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그룹이다. 그들의 서사는 동시대 십대 혹은 이제 막 이십대에 접어들기 시작한 청춘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때로는 평범하게, 때로는 특별하게 묘사하고 있으면서 이것들이 음악과 분리된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라 적절한 사운드와 곡들의 선택과 배치를 통해 ‘귀로’ 전달된다. <소악행>이나 <디어 스푸트니크>는 톡톡 튀는 음악만큼이나 문학적인 재치가 엿보이는 곡들이며, 각각의 이야기는 그에 최적화된 사운드로 표현된다. 평범한 케이팝 아이돌 음악에 비해 유려하고 세련되지만, 미국 팝의 프로페셔널리즘에 비하면 순수하고 청량한 느낌은 TXT를 케이팝아이돌로서도, 미국 틴 팝 보이밴드로서도 독특한 영역에 위치시킨다. 

 

TXT를 통해 빅히트 뮤직이 제시하는 케이팝의 미래는 어쩌면 단순명료한 것인지 모른다. 정교한 기획이 숨어 있지만 그 안에는 듣는 이들이 억지라고 느낄 만한 어떤 어색함이 없다.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보편적인 서사, 그리고 음악 그 자체의 매력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커리어 사상 가장 대범한 트랙 중 하나인 <Frost>의 마지막 음이 사라질 즈음 혼동의 장의 시작인 이 앨범은 그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하나의 확신을 남겨둔다. 의심할 바 없이 2021 상반기 가장 인상적인 케이팝 아이돌 음반이다.



<사진 제공 - 빅히트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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