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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안녕(Bye), 그리고 또 다시 안녕(Hell0) – 아이유 5집(2021.4)

아이유의 앨범은 언제나 ‘영리한 기획’으로 수렴된다. 그녀의 음악적 도전은 언제나 대중들이 수용할 수 있는 경계선 안에서 이루어지며, 그녀의 길을 벗어나거나 게으른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것이 그녀가 안전지향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 대중들은 지난 10년 이상의 시간동안 그녀를 만나오며 아이유만의 색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어떤 캐릭터의 ‘사람’인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음악적 변신이든, 배우로써의 활동이든 어떤 도전도 받아들일 수 있는 특유의 수용성을 갖추고 있다. 또 시류에 뒤떨어지지 않게 트렌드를 수용하면서도 자신만의 색으로 변화시킨다. 이는 대중문화를 생산하는 캐릭터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셀링포인트이자 에티튜드이며, 마침내 이 LILAC을 기점으로 그녀는 음악적으로 다시 한번 또 다른 경계선을 통과한 듯 보인다.

알려진대로 이번 5집은 대다수 곡을 다양한 외부 프로듀서들에게 맡겼다. 이는 곡 스타일의 구성이 다양해 자칫 백화점식 구성이 될 위험성을 내포하지만, 앨범 전체의 감성을 균질한 작사와 보컬 작업으로 묶어내면서 불균형의 위험성을 절묘하게 잡아냈다.

먼저 이 앨범의 타이틀이자 앨범 전체의 테마를 관통하는 신스팝 넘버 ‘LILAC’을 통해 우리는 그녀가 이 20대를 어떻게 보내고 30대를 맞이하는지 알게 되며, ‘Flu’는 배경을 최대한 절제한 대신, 기준점 이상의 직접적인 가사와 더불어 보컬 리듬의 긴장을 밀고 당겨 묘한 중독성마저 자아낸다. 두번째 타이틀로 선정된 ‘Coin’의 경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경쾌한 디스코넘버이자 아이유의 랩을 들을 수 있는 진귀한(?) 풍경도 즐길 수 있으며, 나얼의 손길이 느껴지는 ‘봄 안녕 봄’에 이르러서는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정통 레트로 발라드 넘버와 마주한다.

이내 감각적인 트로피컬 팝넘버 ‘Celebrety’를 듣다보면 매력적인 Hook이 귀를 잡아끌고, DEAN의 피쳐링으로 완성된 커플송 ‘돌림노래’는 반복되는 키보드 루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빈 컵’에 이르러서는 앞의 ‘돌림노래’와 더불어 흑인음악과의 접점을 아이유 본인만의 스타일로 어느 정도 찾은 듯 보인다. 드라마틱한 발라드넘버 ‘아이와 나의 바다’는 장엄안 스트링 세션이 펼쳐지며 청자를 이 거대한 스토리의 절정으로 이끌어다 놓았다가, ‘어푸’로 장난스럽게 풀어놓는다. 그리고 정말로, 홀가분하게 ‘에필로그’를 통해 자신의 20대에 안녕을 고한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훑어보고 나니 특히나 이번 앨범은 가사도 가사지만, 노래 부르는 재미에 전반적인 부분을 할애한 듯한 인상이다. 아이유 특유의 감성은 가사로 살리되, 음악과 보컬에서 곳곳에 요철을 심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요철에 의해 통행방해를 받지 않는다. 천천히, 그녀가 깔아놓은 음악적 배경을 감상하기위한 저속운전용 안전장치에 가깝다. 그리고 이는 그녀가 가진 음악적 기교에 대한 자랑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순수와 열정으로 수렴된다.

이로써 그녀는 자신의 20대를 완벽하게 떠나보낼 준비가 되었다. 마냥 실망스러운 결과물이었다면 구질구질한 이별이었겠지만, 우리의 ‘영리한’ 아이유는 그 어려운걸 또 다시 해냈다. 정말로 ‘어느 작별이 이보다 완벽할까’. 다가올 그녀의 30대를 환영한다.

<사진 제공 - 이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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