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투어스(wave to earth)의 베이시스트 차순종이 ‘포타토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자신을 꺼내 보인다. 장난감처럼 음악을 탐구하던 순간에서 출발해, 이제는 자신의 20대를 온전히 담아낸 정규 앨범 [Orange Courage]로 돌아왔다.
밴드 생활에 온전히 집중하다가도 개인적인 음악 작업을 놓치지 않으며, 다채로운 활동 속에 부지런히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포타토이. “이 앨범 자체가 곧 나”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는, 결국 한 시기를 통과해 온 한 사람의 기록에 가깝다. 그리고 그 기록은 ‘청춘’이라는 찬란한 오렌지 빛깔을 띤다.

1. [RSK] 반가워요, 포타토이!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안녕하세요. 요즘은 앨범 발매 직후라, 일종의 마케팅 단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곡을 발매하고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기를 기다리는 데 그치기보다는, 음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어요. 그와 동시에 제 본업인 웨이브투어스 작업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고요.
2. [RSK] 웨이브투어스의 베이시스트 ‘차순종’이 아닌 ‘포타토이’로 돌아왔어요. 또 다른 이름의 의미가 궁금해요.
기존에는 ‘차순종’이라는 이름으로 베이시스트로서의 이미지가 많이 알려져 있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제 별명이 ‘포테이토’, 그러니까 감자였는데요. 여기에 제가 즐겨 하던 익살스러운 음악들의 성격과 제게 음악이 하나의 장난감 같으니까 그런 의미를 담아서, ‘포테이토’와 ‘토이’를 합쳐 ‘포타토이’라는 이름을 만들게 됐습니다.

3. [RSK] 저번 EP [Toy]가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나만의 음악’이었다면, 이번 정규앨범 [Orange Courage]는 ‘차순종이라는 사람의 음악적 명함’이라 표현했죠. 대중에게 공개하기 전까지 마음가짐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항상 발매를 하지 못한 곡들은 ‘얼른 세상에 좀 선보이고 싶다’라는 그런 강한 열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혼자 작업하면서 곡들을 숨겨두고 있었는데, 그 음악들을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걸 ‘포타토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되어 굉장히 기쁩니다.
4. [RSK] ‘20대를 일기처럼 써낸’ 앨범이듯, 웨이브투어스에서의 시간을 얘기 안 하고 넘어갈 순 없겠어요. 그 의미를 되짚어 본다면요?
저는 현재 군 전역 이후 20대 초중반부터 지금까지 계속 밴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원래는 재즈 쪽에 있다가 밴드를 시작하면서 지금의 신(Scene)에 발을 들이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원래는 재즈 연주자로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었는데, 그 개인적인 꿈을 밴드를 통해 즉,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이루게 되었다는 점이 저에게는 굉장히 큰 의미로 다가온다는 거예요.
지금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이 밴드이고, 덕분에 굉장히 영광스러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고 느껴요. 어떻게 보면 꿈속에 살고 있는 기분이기도 하고요. 그만큼 웨이브투어스는 저에게 매우 큰 의미를 갖는 존재이고, 동시에 포타토이는 그와는 별개로 개인적인 욕구, 특히 음악적인 탐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또 다른 표현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두 작업을 모두 소중하게 여기고 있고, 각각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5. [RSK] 밴드에서는 ‘좋은 서포터’를 맡고 있다고 했죠.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오늘도 들은 이야기인데요. 공연을 보신 분께서 “순종 씨는 세 분 중에서 체력을 제일 덜 쓰시는 것 같아요. 가장 편해 보입니다”라고 우스갯소리로 말씀해 주셨어요. 아무래도 온몸을 다해 드럼을 치는 동기와, 연주를 하면서 동시에 노래까지 해야 하는 다니엘에 비하면 저는 뒤에서 묵묵히 베이스를 연주하는 역할이니까요.
그렇게 활동하다가 포타토이로 단독 공연을 하면서, 혼자 노래까지 부르게 되었는데요. 그때 ‘이걸 동시에 다 해내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라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그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6. [RSK] 반면 포타토이로서는 과감한 시도와 솔직한 면을 조금 더 보여주고 싶은 것 같아요. 실제 작업 과정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아무래도 편곡 과정에서, 제 마음대로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순간이 가장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물론 그 과정이 동시에 제 개인적인 한계를 시험해 보는, 가장 어려운 순간이기도 했고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들 수 있을지, 이 사운드를 어떻게 완성해야 할지에 대한 끝없는 고민들이 결국 한 곡으로 탄생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밴드 작업을 할 때도 이전보다 더 스스로를 밀어붙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사운드나 아이디어들을 팀에도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7. [RSK] 앨범 명인 [Orange Courage]에는 청춘의 색과 용기가 담겨 있는데요. 이를 가장 잘 표현한 곡 하나만 소개해 볼까요?
오히려 <See Ya>라는 곡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 곡이 가장 ‘주황색’에 가까운 색감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적당히 울적하면서도, 적당히 노스탤지아를 자극하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담겨 있는 곡입니다.
해외에 있다 보니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럴 때 전할 수 있는 말이 결국 “미안하다”, “얼른 보자”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이 담긴 곡이고요. 어떻게 보면 그 감정들이 20대 중반 이후의 제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8. [RSK] 떠난 친구를 위해서 쓴 곡, 해외 투어 이후의 감정을 담은 곡, 결혼식 축가로 불렀던 곡까지, 일상과 맞닿아 있는 곡들이 많아요. ‘이 순간들은 곡으로 남겨야겠다’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요?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걸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하나의 곡으로 남기려고 하는 편이에요. 좋은 아이디어나 영감은 쉽게 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농담처럼 “영감님 오셨다”라는 표현을 자주 써요. 그 말은 곡을 쓸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뜻인데요. 그렇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이걸로 뭔가 만들어봐야겠다’라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9. [RSK] 어떤 곡들은 가사 없이 연주만으로 이어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지기도 하고요. 이런 재밌는 선택들은 어디서 비롯됐을까요?
아무래도 재즈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그런 전개 방식이 저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편입니다. 실제로 재즈 클럽에서 오랜 시간 연주를 해왔고, ‘차순종’이라는 이름으로 재즈 앨범도 발표한 적이 있고요. 그래서 그런 흐름이나 진행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대중가요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방식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오히려 ‘내 곡이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크게 눈치 보지 않고 선택한 부분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 음악적인 표현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0. [RSK] 지난 1월 31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선보인 <웨이브투어스 Curated 02 Potatoi> 공연 중 <Round and Round>의 반응이 특히 뜨거웠다고 들었어요. 본인이 가장 매니악하다고 생각한 곡이기도 한데요. 이에 대한 소감이 궁금해요.
원래는 타이틀곡으로 <Joe>나 <90s>를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막상 공연을 해보니까 <Round and Round>의 반응이 가장 좋아서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이 곡을 왜 이렇게 좋아해 주시지? 그렇게까지 괜찮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더더욱 이 곡을 록 페스티벌 같은 무대에서 한번 연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있고요.

11. [RSK] 앨범 전반에 웨이브투어스 특유의 나른함이 있는가 하면, 톡톡 튀는 에너지도 함께 느껴져요. 팀 내 작곡가 중 한 명인만큼, 앞으로의 웨이브투어스가 지향하는 음악이라 볼 수도 있을까요?
완전히 직접적으로 지향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하나의 요소로서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웨이브투어스의 음악에서 가장 큰 중심축은 다니엘이기 때문에, 저의 이런 톡톡 튀는 요소들이 하나의 협력적인 요소로 잘 어우러져서 새로운 결과물로 발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가 이번 작업을 통해 시도해 본 것들을 바탕으로, 팀에서도 또 좋은 곡을 만들어보자는 그런 긍정적인 취지에서요.
12. [RSK] 이번 앨범으로 자신의 20대를 갈무리했어요. 지금 돌아봤을 때, 그 시기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제 막 30대에 들어섰는데요. 돌아보면, ‘의심하지 말고 계속해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괜히 다른 데 시선 두지 말고, 하던 걸 꾸준히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의미입니다.

13. [RSK] 10년 뒤, 30대의 포타토이는 어떤 음악을 하고 있을 것 같나요?
그러게요. 그때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14. [RSK] 밴드 활동과 솔로 프로젝트를 오가면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음악적 시도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지금 떠오르는 건 특정한 음악적 시도라기보다는, 협업에 관한 생각입니다. 그동안은 누군가와 함께 작업하는 것에 대해 조금은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이번에 개인 정규 앨범을 통해 제 이야기를 충분히 표현했다고 느끼면서, 이제는 다른 아티스트들과도 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웨이브투어스 외에도 다양한 협업의 기회가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15. [RSK] 만약 누군가 “차순종이라는 아티스트는 어떤 사람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이번 앨범과 함께 어떤 말을 덧붙이고 싶나요?
그냥 이 앨범을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한테는 그거만 한 표현이 없습니다. [Orange Courage]라는 앨범 자체가 곧 저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제공 - 포타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