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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파블로 알보란(Pablo Alborán): [KM0]의 맥박

가장 순수한 형태의 정직함을 예술로 구현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그 이름은 파블로 알보란(Pablo Alborán)이다. 그의 타고난 카리스마는 단지 팬들을 매료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와 마주치는 순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세계 안으로 초대된다. 꾸밈없는 진실과 고요하게 빛나는 안정감. 단순한 대화를 넘어 감정의 깊은 결로 이어지는 이 경험은, 곧 그의 노래가 품고 있는 본질과 맞닿아 있다.
 

Pablo Alborán & Ava Max - Tabú (Official Music Video)

 

<롤링스톤 코리아>는 안달루시아 문화를 대표하는 빛나는 얼굴로서 파블로를 맞이했다. 내면을 응시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평온함 속에서, 그는 자신의 일곱 번째 앨범 [KM0(Kilómetro Cero)]의 제작과 프로모션 과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 작품은 그가 더 내면적이고, 더 자유로우며,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깊이 성숙한 예술 세계로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환점이다.
 

Pablo Alborán - Solamente Tú (Videoclip Oficial)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는 파블로를 규정하는 핵심이다. 그는 여섯, 일곱 살 무렵부터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세상과 호흡하기 시작했다. 재능은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고, 그는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다. 열아홉 살이 되자마자 스페인어권 음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마치 예정된 궤적처럼 자신의 자리를 차근차근 구축해 나갔다. 곧 그의 목소리와 진정성은 국경을 넘어 유럽과 북미, 그리고 아메리카 전역으로 확장됐다. 파블로는 오리지널리티와 감정, 그리고 섬세한 표현력을 겸비한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고, 그의 음악은 언어보다 먼저 감정에 닿는 방식으로 청자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Pablo Alborán, María Becerra - Amigos (Videoclip Oficial)

 

진정성 있게 살아가겠다는 그의 선택은 많은 이들이 쉽게 도달할 수 없다고 여기는 무대들로 그를 이끌었다. 그러나 파블로가 머무는 음악 세계에서 도전은 결코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또 하나의 통과 지점이자, 다음 감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에 가깝다. 그에게 음악은 ‘쓰는 것’이 아니라 ‘숨 쉬는 것’이며, 노래를 통해 진실로 변모하는 하나의 존재 방식이다.


그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음악상을 받아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는 2016년 영화 〈사랑이 지나간 자리(Palm Trees in the Snow)〉로 고야상(Goya Award)을 수상했고, <비냐 델 마르 페스티벌(Viña del Mar Festival)>에서는 실버 시걸(Silver Seagull)을 받았다. <프레미오스 디알(Premios Dial)>과 <LOS40 프린시팔레스(LOS40 Principales)>에서도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으며,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와 <라틴 그래미 어워드(Latin Grammys)> 후보에도 올랐다. 그러나 그의 예술적 위대함은 트로피의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그가 작곡하는 하나의 음, 그리고 의도적으로 머무는 침묵 하나하나가 이미 충분한 증거다. 예술이 영혼에서 비롯될 때, 박수는 필수가 아니다.
 

Pablo Alborán - Presentación Completa - Festival de la Canción de Viña del Mar 2020 - Full HD 1080p


파블로에게 음악은 단순한 커리어가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다. 그는 노래하듯 사랑하고, 사랑하듯 노래한다. 망설임 없이 자신의 진실을 내어주며, 듣는 이들에게 자신의 본질로 이어지는 창을 조용히 연다. 수상은 그 여정 위에 놓인 작은 빛에 불과하다. 그의 목적은 더 멀리 뻗어 있다. 음악으로 마음을 어루만지고, 선율로 치유하며, 모든 화음 속에 살아 숨 쉬는 진정성이야말로 가장 큰 인정임을 상기시키는 것. 그의 세계에서 빛은 무대를 찾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드러나고, 나뉜다.

 

 

PABLO ALBORÁN - Mis 36 + Vámonos de aquí | En directo en LO40 Music Awards Santander 2025


파블로를 맞이하는 일은 <롤링스톤 코리아>에게도 각별한 기쁨이다. 그는 자신의 뿌리를 존중하는 동시에, 열린 시선과 넉넉한 마음으로 세계를 품는 진정한 다문화적 아티스트다. 동료의 재능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으며, 예술은 나눌수록 성장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음악가. 파블로는 바로 그런 드문 계보에 속한다. 최근 그는 안달루시아 문화를 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크루스 데 안달루시아(Cruz de Andalucía)를 수훈하며, 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적 사절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상승 곡선 속에서 파블로는 언어와 지리, 세대를 초월하는 글로벌 스타로서 자신을 더욱 확고히 한다. 그는 단순히 수상 경력을 쌓아온 아티스트가 아니다. 섬세함과 자기관리, 그리고 세계 어디에서든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재능을 지닌 살아 있는 상징에 가깝다. 2025 LOS40 뮤직 어워즈 산탄데르(the LOS40 Music Awards Santander)에서의 글로벌 아이콘(Global Icon) 수상, 프레미오 우먼 무시카(Premio Woman Música), 그리고 2025 스페인 트래블 어워즈(Spain Travel Awards)에서 베스트 스페인 홍보대사(Best Ambassador of Spain)로 선정된 최근의 성과는, 이미 그의 음악을 사랑해 온 이들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파블로는 작품 그 자체가 다리가 되고, 포옹이 되며, 메아리가 되는 보편적 인물의 계보에 속한다. 그의 음악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연결이 태어나고, 그의 목소리가 머무는 자리마다 문화와 기억, 그리고 꿈을 잇는 감정의 영토가 형성된다. 그는 단지 스페인을 세계에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노래의 무한한 섬세함을 통해 세계를 대변한다.
 

Pablo Alborán - Pasos de Cero (Videoclip oficial)

 
그를 향한 존경은 아시아 문화에 대한 그의 진정성 어린 호기심을 알게 되며 더욱 깊어졌다. 특히 한국 문화를 향한 관심과, 동쪽에서 뛰는 수많은 영혼과 연결되고자 하는 열망은 인상적이다. 그의 눈빛에는 국경과 언어를 넘어 감정과 문화의 경계를 기꺼이 건너려는 아티스트만이 지닌 고유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 음악이라는 보편적 언어를 통해 더 넓은 세계와 호흡하려는 의지, 그 자체였다.

빛나는 약속처럼 [KM0(Kilómetro Cero)]는 바로 그 글로벌 예술적 다리를 향한 여정을 연다. 일본 작곡가를 포함한 국제적인 협업진과 함께한 이 앨범은, 언젠가 아시아의 재능들과 함께 음악사의 새로운 장을 쓰고 싶다는 그의 꿈을 은근히 암시한다. 이제 막 시작된 여정이지만, 그 울림은 이미 영원에 가까운 진동을 품고 있다.
 

Pablo Alborán - KM0 (Videoclip Oficial)

 
또한 파블로는 넷플릭스 스페인 오리지널 시리즈 〈가쁜 숨으로 시즌2(Breathless)〉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다.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 작품에서 그는 매력적이면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성형외과 의사를 연기하며, 음악과는 또 다른 예술적 스펙트럼을 드러낸다. 이 역할을 통해 파블로는 관객들에게 자신과 함께 숨 쉬자고 초대한다. 음악을 넘어 스크린 속 감정의 세계로 확장되는 또 하나의 연결이다.

 


1. [RSK]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줘서 감사해요. 새 앨범 홍보로 분주한 시기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만남은 더욱 뜻깊게 느껴져요. 당신은 세대와 국경을 초월해 공감받는 아티스트죠. 아시아의 독자들을 위해, 가장 본질적인 질문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예술가로서 파블로의 근원에는 무엇이 있나요?
 

파블로: 저는 스페인 남부 말라가에서 태어났어요. 어머니 쪽으로는 프랑스의 뿌리를 지니고 있고, 그 혼합된 배경이 제 감정과 창작 방식을 형성해 왔죠. 저는 다양성과 문화적 뉘앙스, 그리고 가장 인간적인 감정에서 비롯되는 멜로디에 영감을 받아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은 제 안식처였어요. 일곱 살에 노래를 시작했고,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했으며, 아주 어릴 때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죠. 스물한 살에 첫 앨범을 발표했을 때는, 그 이후의 여정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어요. 일곱 번째 앨범을 발표한 이 순간에도 저는 여전히 발견의 여정에 있어요.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하며, 무엇보다 음악을 통해 마음과 마음을 잇고 싶어요.


2. [RSK] 당신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다문화성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예요. 언어와 감성을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다리처럼 느껴지거든요. 언어를 초월해 감정으로 소통하는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보편성을 지닌 음악을 창작하는 책임을 어떻게 느끼고 있나요?

파블로: 저에게 모든 것은 감정에서 시작돼요. 어떤 것이 저를 움직이지 못하면, 그것을 할 수 없어요. 진정성은 바로 그 지점에서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내가 만들어낸 것에 스스로가 상처 입을 수 있을 만큼 솔직해지는 것에서요. 어떤 노래가 저를 떨리게 하고, 왜 내가 살아 있는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면, 그 안에는 분명 진실이 있어요. 그 이후의 일은 더 이상 제 몫이 아니에요. 저는 제 목소리와 몸, 마음을 돌볼 수 있을 뿐이고, 음악이 사람들에게 닿아 어떤 감정을 만들어낼지는 통제할 수 없어요. 다만 제가 그 곡을 쓸 때 느꼈던 감정이 전해지기를 바랄 뿐이에요.
 

Pablo Alborán - CLICKBAIT (Videoclip Oficial)

 


3. [RSK] [KM0]는 유독 친밀하게 느껴지는 앨범이에요. 마치 모든 것을 덜어내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간 듯한 인상을 줘요. 성숙하고 정직하며, 영혼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작품이죠. 저는 앨범 전체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깊이 감동했습니다. 세상의 속도와 기술, 그리고 시간의 미묘한 비인간화로 인해 생기는 감정적 현기증이 있어요. 그런데 이 앨범에서 당신은 모든 장식을 벗어던졌습니다. 당신은 취약하고, 진실하며, 본질로 다시 연결돼 있어요.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고, 개인적으로 또 예술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파블로: [KM0]는 제 인생에서 가장 개인적이고, 가장 큰 변화를 불러온 앨범 중 하나예요. 작업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감정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어요. 이 앨범은 우리 가족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순간에서 태어났지만, 동시에 커다란 희망에서 비롯됐어요. 기증과 골수 이식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이 회복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바뀌었죠.
 

Pablo Alborán - Mis 36 (Videoclip Oficial)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저는 모든 음표와 단어가 감사의 표현이자 이해의 과정, 그리고 삶을 기념하는 방식이라는 걸 느꼈어요. 이 앨범은 인간에 대한 헌사예요. 우리의 연약함과 강인함, 그리고 모든 형태의 사랑을 이야기해요. 실연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영성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우리를 초월하는 영역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어요.

음악적으로는 매우 자유로운 여정이었어요. 장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하고, 스튜디오 안에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했죠. 이 앨범은 자유에서 태어났고, 무엇보다 치유에 대한 필요에서 비롯됐어요.


4. [RSK] 한 번은 당신이 ‘존엄’과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취약함에서 말할 줄 아는 용기, 그리고 고통을 예술로 바꾸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신의 음악이 듣는 이들의 감정적인 과정 속 일부가 되고, 때로는 카타르시스처럼, 혹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순간의 동반자가 되는 걸 바라볼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파블로: 정말 고마워요. 마음 깊이 와닿아요. 저에게 글을 쓴다는 건 해방이자 치유의 과정이에요.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고, 제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 심지어 같은 언어나 이야기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다리를 놓는 일이에요. 음악에는 그런 힘이 있어요.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을 넘어가게 하고, 결국 우리는 모두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죠.
 

Pablo Alborán - Saturno (Videoclip Oficial)

 

서로 다른 장소와 나이, 문화의 사람들이 음악으로 연결되는 걸 보는 건 정말 아름다워요. 음악은 하나의 피난처예요. 우리 모두가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보편적인 언어죠.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저 역시 저 자신을 찾고, 이해하고, 나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된다는 감각을 느껴요.


5. [RSK] 최근 <빌보드 라틴 뮤직 위크(Billboard Latin Music Week)>에 참여했죠. 다양성과 음악의 변혁적인 힘을 기념하는 자리였는데요. 그 시간을 어떻게 경험했는지, 또 당신의 여정에서 중요한 동료들과 다시 만난 소감이 궁금해요.

파블로: 정말 강렬한 한 주였어요. 감정도 많았고, 아름다운 재회도 가득했죠. 훌리오 레예스(Julio Reyes), 그리고 필리핀-쿠바 출신의 뛰어난 아티스트 로사(Rosa)와 다시 만난 건 특히 특별했어요. 올해는 그런 순간들로 가득했어요. 영혼을 확장해 주는 협업과 음악적인 만남이요. 
 

24 Horas con Pablo Alborán en Nueva York | 24 Horas

 

특히 훌리오는 제 커리어에서 아주 중요한 존재예요. 제가 조금은 엉뚱한 아이디어를 들고 나타나도 바로 이해해 주는 몇 안 되는 프로듀서 중 한 사람이죠.(웃음) 우리는 늘 감정과 기술이 정확히 만나는 지점을 찾아내요. 그는 탁월한 동료이자, 깊이 존경하는 친구예요.


6. [RSK] 정말 영감을 주는 관계네요. 그리고 [KM0]의 첫 공개가 지난 9월 23일에 있었죠. 그 순간도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특히 그 직전에 콜롬비아를 방문해, 겸손한 태도로 작은 도시를 찾았던 모습은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꿈과 재능으로 가득 찬 그곳에서의 경험은 어땠나요?


파블로: 정말 말로 다 하기 힘들 만큼 감동적인 경험이었어요. 우리는 톨리마의 중심지인 이바게(Ibagué)에 있었고, 또 뉴욕에도 있었지만…. 콜롬비아는 정말 영혼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어요. 그곳에서 저는 음악을 위해 살아가는 젊은 뮤지션들을 만났어요. 삶이 늘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서도 열정으로 연습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죠. 그 헌신과 예술에 대한 믿음은 정말 많은 걸 가르쳐줘요.
 

Pablo Alboran Concert at Ibagué Tolima. magic

 

그들이 웃고, 노래하고, 설레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가장 순수한 이유를 다시 보게 됐어요. 그 에너지는 사람을 치유하고, 다시 깨어나게 해요. 저는 영혼이 환해진 채로 스페인에 돌아왔고, 진심에서 태어난 음악은 국경을 모른다는 확신을 안고 돌아왔어요. 그리고 콜롬비아 만세예요. 언제나. 그 따뜻함과 사람들, 그리고 마음에 남는 보이지 않는 포옹까지 모두요.


7. [RSK] 라틴아메리카 전역은 당신을 정말 깊이 사랑해요. 언젠가 한국과의 문화적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당신은 아시아의 재능에 사랑에 빠질 거고, 한국 역시 당신에게 빠질 거라고 확신해요. 내년에 투어가 칠레에서 시작된다고 들었는데요, 아시아에서의 만남도 꿈꿔볼 수 있을까요? 한국, 일본, 태국 같은 곳에서요.

파블로: 정말 꿈같은 일이에요. 한국도, 일본도, 태국도 꼭 가보고 싶어요. 저는 늘 아시아의 문화와 감수성, 그리고 음악을 대하는 방식에 깊은 존경을 품고 있었어요. 이번 앨범에서는 훌륭한 일본 아티스트와 협업할 기회도 있었는데,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예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얽히는 순간은 정말 마법 같았어요.

투어는 2월에 칠레에서 시작해서 남미, 멕시코, 콜롬비아, 스페인, 미국, 그리고 유럽으로 이어질 예정이에요. 긴 여정이 되겠지만, 그만큼 재회와 포옹, 그리고 감사로 가득한 시간이 될 거예요. 결국 제가 하는 모든 일은 무대 아래에서 관객을 바라볼 때, 음악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그 보이지 않는 연결을 느끼는 순간에 의미를 얻어요. 정말 가고 싶어요. 제발, 저를 아시아로 데려가 주세요.(웃음)

저는 아시아에 깊이 매료돼 있어요. 일본 민속 문화, 그리고 아시아 전반의 민속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신비로움이 있죠. 민속적 요소에는 조상으로부터 이어진 힘이 담겨 있고, 그게 저에게 큰 영감을 줘요. 세계의 음악 전통을 탐구하다 보면, 결국 모든 문화는 같은 본질로 서로를 향해 말을 걸고 있다는 걸 깨닫게 돼요. 예를 들어 플라멩코에는 아랍의 뿌리가 숨 쉬고 있고, 아시아의 오음 음계에는 비슷한 영성이 느껴져요. 마치 형제처럼요. 세상의 모든 소리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며, 음악이 시간과 거리를 넘어 우리를 잇는 보이지 않는 다리라는 걸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아요.


8. [RSK] 정말 공감해요. 특히 한국 음악 산업, 즉 K-팝에는 말씀하신 정신이 그대로 담겨 있어요. 규율, 연결, 예술에 대한 존중 말이에요. 그리고 한국 아티스트들이 우리에게 매력을 느끼는 지점은 바로 우리의 즉흥성이에요. 계획보다 감정이 먼저 흐르도록 내버려두는 그 태도에 놀라워하죠.

파블로: 맞아요. 정말 존경할 만한 현상이에요. 저는 그들의 작업 방식에 매료돼요. 정밀함, 헌신, 그리고 거의 영적인 완벽함에 대한 추구까지요. 그 안에는 깊은 조화가 있고, 저에게 큰 영감을 줘요. 동시에 우리 히스패닉 문화에는 또 다른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영혼에서 터져 나오는 즉흥성, 연습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감정 말이에요. 기술과 열정, 절제와 넘침의 이 두 세계가 만날 때 정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져요.

물론 우리의 즉흥성이 가끔은 조금 과해질 때도 있죠.(웃음) 하지만 그것 역시 아름다운 부분이에요. 태국인 친구가 있는데, 아주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는 그들의 철저한 훈련과 헌신에 대해 늘 이야기해 줘요. 기술을 사랑과 꾸준함으로 다듬는 태도는 정말 존경스러워요. 예술을 대하는 또 다른 개념이지만, 깊이 존중받아 마땅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9. [RSK] 맞아요. 그래서 두 문화에는 분명히 서로 다른 강점이 존재하죠.

파블로: 네, 바로 그 점이 아름다운 거예요. 음악을 이해하는 두 방식이 교차할 때, 결과는 정말 마법 같을 수 있어요.

 


10. [RSK] 넷플릭스 시리즈 〈가쁜 숨으로 시즌2〉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많은 이들에게 기분 좋은 놀라움이었어요. 당신의 커리어를 지켜봐 온 사람들은 당신이 얼마나 철저하게 몰입하는 아티스트인지 알고 있죠. 이번 작품은 예술적인 도전일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깊이 변화를 준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정밀함과 인간성을 동시에 지닌 성형외과 의사를 연기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준비 과정과 그 여정이 감정적으로 무엇을 남겼나요?

파블로: 의심의 여지 없이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많은 걸 드러낸 여정 중 하나였어요. 연기는 저에게 통제력을 내려놓고, 다른 방식으로 귀 기울이며, 더 본능적인 감정과 연결되도록 요구했어요. 극 중에서 저는 성형외과 의사를 연기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술과 공감 사이의 이중성을 깊이 탐구하게 됐어요. 외적인 완벽함과 인간 내면의 연약함 사이의 긴장감이죠. 

촬영 전에는 병원에 머물며 실제 수술을 참관했고, 의사들이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움직이며, 어떤 단어와 침묵을 선택하는지 관찰했어요. 그 안에는 정밀함과 공존하는 깊은 감정적 비언어가 있더라고요.
 

Respira: Temporada 2 | Tráiler oficial | Netflix España

 

촬영 첫날부터 저는 감독, 작가, 배우들, 그리고 넷플릭스까지 모두에게 따뜻하게 안겨진 느낌을 받았어요. 수년간 연기를 공부하며 진정으로 저를 뒤흔들 작품을 기다려왔는데, 이 작품은 모든 면에서 그 기대를 충족시켰어요.

연기는 음악처럼 또 하나의 치유 방식이라는 걸 깨닫게 해줬어요. 다른 각도에서 진실을 이야기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정말 큰 도전이었지만, 동시에 삶과 예술, 그리고 타인의 삶으로 들어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려는 인간적인 욕구를 기념하는 경험이었어요.


11. [RSK] 그 결과는 당신을 정의하는 헌신과 진정성 그대로였어요. 너무 자연스러워서 새로운 예술적 장의 시작처럼 느껴져요. 연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나요?

파블로: 물론이에요. 정말 그러고 싶어요. 이미 논의 중인 프로젝트도 하나 있어요. 곧 현실이 되기를 바라요. 연기를 비교적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열정을 느끼는 일 앞에서는 결코 늦을 때란 없다고 믿어요. 연기는 저에게 도전이자 배움이고,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예술이에요. 계속 훈련하고, 공부하고, 성장해 나갈 생각이에요. 정말 사랑하거든요.


12. [RSK] 너무 멋지네요.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특히 당신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아시아의 팬들을 생각하면서요.

파블로: 시리즈와 [KM0] 발매 이후에는 투어에 온전히 집중할 예정이에요. 첫 코드부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공연, 강력한 레퍼토리와 훌륭한 밴드, 감정을 건드리는 프로덕션을 만들고 싶어요. 한국에서도 그 에너지가 전해져서 “이 아티스트를 꼭 여기로 데려와야 해”라는 말이 나오길 바라요.


13. [RSK] 정말 그렇게 된다면 최고겠죠! 그렇다면 하나 더 여쭤볼게요. 만약 한국 아티스트나 K-팝 아티스트와 협업한다면, 함께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파블로: 정말 꿈 같은 일이에요. 스페인과 한국 아티스트의 협업은 아직 많지 않지만, 꼭 현실이 되길 바라요. 다만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에요. 전략이 아니라 진심이어야 해요. 협업에 앞서 저는 한국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영감은 어디서 오는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먼저 이해하고 싶어요. 만약 한국이나 일본에 가게 된다면, 그들의 뿌리와 본질을 온전히 흡수하고 싶어요. 그 위에서 두 세계가 존중과 진실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14. [RSK] 그 만남은 분명 문화 사이를 잇는 아름다운 다리가 될 거라고 믿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한 가지 더 묻고 싶어요. 메달리아 데 안달루시아(Medalla de Andalucía)를 수훈했을 때의 감정은 어땠나요? 커리어를 넘어, 스페인어권 아티스트 한 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순간이었어요.

파블로: 정말 벅찬 순간이었어요. 메달리아 데 안달루시아는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영예 중 하나예요. 예술을 넘어, 제 땅과 사람들, 그리고 뿌리를 상징하는 상이거든요. 안달루시아는 제 정체성의 가장 깊은 부분이에요. 그 빛, 감정을 느끼는 방식, 예술로 삶을 이야기하는 태도까지요. 그 이름을 품고 세계를 다닌다는 건 아름다운 책임이기도 해요. 

제가 깊이 존경하는, 훌륭한 커리어를 쌓아온 아티스트들이 많은 만큼 이 상은 저에게 감사와 겸손이 동시에 느껴지는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진정성을 지켜가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됐어요. 한국 음악이나 콜롬비아 리듬을 들었을 때 단번에 그 뿌리가 느껴지는 것처럼, 누군가 제 음악을 통해 안달루시아의 영혼이 지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보다 큰 선물은 없어요.

 


15. [RSK] 마지막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고자 하는 아시아와 히스패닉의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그리고 물론, <롤링스톤 코리아>의 독자들에게도요.

파블로: 진심으로 고마워요. 제 음악이 한국까지 닿고 있고, 이렇게 문화의 다리를 넓혀주고 있다는 사실이 저를 깊이 감동하게 해요. 이 기사가 <롤링스톤 코리아>의 독자들 마음에도 닿기를 바라요. 존중과 애정, 그리고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인터뷰였으니까요.

젊은 아티스트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느끼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실수하는 것도,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도 피하지 말라고요. 완벽함은 목적지가 아니에요. 진실을 향해 계속 질문하는 과정일 뿐이에요. 예술은 계산이 아니라 감정에서 태어나요. 존중과 열정, 일관성을 가지고 작업한다면 모든 것은 자기 시간에 맞춰 도착해요.

그리고 많이 배우고, 여행하고, 다른 언어와 문화를 귀 기울여 들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곳에서 예술가의 영혼은 진짜로 성장하거든요.

무엇보다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해요. 여정에, 넘어짐에, 배움에 대해요. 결국 남는 박수가 아니라, 당신의 음악이 누군가의 마음에 남긴 흔적이니까요.

<사진 제공 - Camila Avella Córdoba,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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