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마쉬가 가수로서의 첫 발을 디뎠다. 그가 처음 세상에 발표하는 노래의 제목은 <42>. ‘42’는 집이다. 무언가가 나를 삼킬 때, 마음이 자꾸만 땅으로 떨어질 때 찾게 되는 곳. 새출발의 순간에 다시금 돌아보는 나의 안식처. 그는 등 뒤에 있는 집을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았는지도 모른다. 유년 시절부터의 기쁨이 곳곳에 배어있는 집을.
1. [RSK] (인터뷰 날짜를 기준으로) 약 2주 전에 생일이었죠? 가수로서의 탄생을 알리는 데뷔를 앞두고 맞이한 생일이라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이날 어떤 하루를 보냈어요?
올해 생일은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족들이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줬거든요. 조금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방에서 거실 쪽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제 동생 다니가 벽에 풍선이랑 장식물을 걸고 있는 모습을 딱 봐버린 거예요!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하는 도중 딱 걸려버린 거죠. 그러고 나서 엄마가 만들어준 너무너무 맛있는 점심을 함께 먹고, 미팅이 있어서 회사로 갔는데 엠플리파이(MPLIFY) 팀도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한 거예요. 그렇게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니 엄마랑 동생이 미역국이랑 홈메이드 케이크를 만들어놓은 거 있죠. 너무 맛있게 먹었답니다!
2. [RSK] 얼마 전, 올리비아 마쉬의 첫 싱글이 공개됐습니다. 첫 싱글 발매일엔 어떤 기분이었어요?
싱글이 발매되는 순간, 전 호주 시드니에서 진행된 SXSW 쇼케이스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하던 중이었는데요. 긴장되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그런 여러 가지 감정에 휩싸여 있었던 것 같아요.
3. [RSK] SXSW에서의 첫 공연을 위해선 어떤 것들을 준비했어요?
SXSW에서는 내년에 발매될 EP에 수록될 미공개 곡들을 들려드리려고 준비했어요. 대부분이 아직 발매하지 않은 곡들인데, 준비하고 있는 것들을 어느 정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데뷔 싱글인 <42>를 발매 당일에 처음으로 부른 것도 굉장히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인 빌리 아일리쉬(Billie Eilish)의 <Your Power>, 반스 조이(Vance Joy)의 <Riptide>, 그리고 에드 시런(Ed Sheeran)의 <Give Me Love>도 커버했어요.
4. [RSK] 올리비아 마쉬의 데뷔곡이자 첫 싱글인 <42>는 어떤 곡이에요?
<42>는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집에서의 기억을 담은 곡이에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돌아가고 싶은 곳이 바로 ‘42’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편안함과 따뜻함을 주는 장소거든요. <42>를 들으시는 분들에게도 제가 느꼈던 편안함이 전달되길 바라요.
5. [RSK] <42>의 제목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어요?
‘42’는 그 집의 주소(번지)예요! 제가 어렸을 때 아빠가 항상 “‘42’에서 만나!”라고 말씀하셨는데, “집에서 보자!”라는 말이었죠. 그래서 ‘42’라는 숫자는 항상 저에게 특별하답니다.
6. [RSK] 데뷔곡인 <42>를 녹음할 땐 어떤 마음으로 노래했나요?
<42>는 저라는 사람을 대표하는 노래이기도 해요. 누구나 그렇듯이 저도 가끔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이 곡을 들으시는 분들이 그런 기분을 느낄 때마다 자신의 자취를 되돌아보고, 과거의 따뜻한 기억을 통해 다시 희망을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만들었어요.
7. [RSK] 올리비아 마쉬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어요. 올리비아 마쉬, 모규나, 리비(Livy). 각각의 이름엔 어떤 페르소나가 담겨 있어요?
여기에 있는 세 이름 모두 제 인생의 어떤 특정한 순간에 생겨났어요. ‘올리비아 마쉬’는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불린 이름이고, ‘규나’는 잠시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 엄마가 지어준 한국 이름이에요. 한국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저를 그 이름으로 불렀고, 여전히 저를 그 이름으로 불러요. ‘리비(Livy)’는 올리비아라는 이름에 흔히 붙는 별명인데 저를 아는 거의 모든 사람이 저를 ‘리브(Liv)’ 또는 ‘리비(Livy)’라고 불러요. ‘리비’는 크레딧에 주로 올라가는 이름이기도 한데, 사실 예전에 크레딧에 올릴 이름이 필요하다고 해서 거의 즉석에서 생각해 낸 이름이에요.(웃음)
8. [RSK] 호주에서 호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초등학생 시절의 3년은 한국에서, 그 이후엔 다시 호주에서 쭉 자랐다고요. 이런 영향이 올리비아 마쉬의 음악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이런 배경은 제가 서양 문화권의 음악과 케이팝 모두에 영향을 받고 동시에 많은 영감을 얻게 한 것 같아요. 음악은 제 생활 모든 곳에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엄마가 알려준 몇 가지 외에는 한국어도 문화도 잘 몰랐는데, 그때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이 제 뿌리에 관한 많은 걸 알게 해줬고, 또 한국에 대한 제 애정을 키워줬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 한국에 잠깐이라도 살았던 것에 감사함을 느껴요.
9. [RSK] 혹시 MBTI 검사도 해봤어요?
예전에 해봤을 때는 INFP가 나왔는데, 이 질문 때문에 다시 해보니 INFJ가 나왔어요!
10. [RSK] 결과를 읽어보니, 잘 맞는 것 같던가요?
완전요! 사실 처음 INFP가 나왔을 땐 약간 ‘이게 맞나?’ 싶긴 했어요. 요즘의 저는 완전 계획형이거든요!
11. [RSK] 내 성격의 어떤 점이 음악을 할 때에 도움을 준다고 느껴요?
어쩌면 저의 예민함과 상상력이 음악에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동생과 상상 속 세계를 만들기도 했고, 심지어는 저희만의 언어를 만들기도 했거든요.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저희만의 알파벳과 문자를 만들어 쓰곤 했어요.
12. [RSK] 노래를 만들고 부를 때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 편이에요?
저는 정말 뜬금없는 타이밍에 다양한 것들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마음속에 단어나 가사가 떠오를 때마다 휴대폰에 기록하곤 하는데요,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제가 잠들기 직전에 떠오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잠에서 깨자마자 아이디어가 날아가기 전에 메모하거나 녹음하곤 하죠.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에게서도 정말 많은 영향을 받고요.
13. [RSK]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처음 생각한 순간을 기억해요?
항상 노래와 음악, 그리고 예술과 관련된 것들에 대한 열정을 품어왔는데, 고등학교 다닐 때 제가 무대 위에 서는 것과 제 노래를 작곡하는 것에 대한 애정과 열망이 있단 걸 확실히 깨달았던 것 같아요.
14. [RSK] 데뷔를 결심했을 때, 가족들은 어떤 얘기를 하던가요?
가족들은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도전해 보라고 응원해줬어요! 제가 열정을 갖거나 원하는 일이라면 항상 든든하게 서포트해주는 가족들에게 항상 감사해요.
15. [RSK] 앰플리파이(MPLIFY)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어요?
작곡 세션을 통해 레이블의 구사무엘 대표님을 만나게 됐어요. 제가 작업 중이던 스튜디오에 대표님이 오셨는데, 혹시 가수가 되고 싶지 않냐는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됐죠. 대표님의 열정과 비전에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16. [RSK] 가수로 데뷔하기 전, 작사가와 작곡가로는 이미 활동하고 있었잖아요. 가수로도 도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어요?
사실 작곡을 시작한 지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고, 한국으로 온 후 만나게 된 사람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여러 작곡 세션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곡을 만드는 과정에 점점 빠지게 됐고, 운이 좋게도 세션을 통해 이 업계의 멋진 분들을 많이 알게 됐죠. 지금 소속된 레이블의 대표님이기도 한 사무엘 대표님과도 이런 세션을 통해 우연히 만나게 됐고요. 대화를 통해 제 목소리가 담긴 저의 곡을 세상에 선보일 멋진 기회를 얻게 됐어요.
17. [RSK] 가수 올리비아 마쉬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어떤 컬러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올리브색이요! 올리브 나무는 향도 정말 좋아요. 제가 태어났을 때 아빠가 뒷마당에 올리브 나무를 심으셨는데, 하루하루 자라나는 나무를 보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가는 올리브 나무의 색을 바라보는 건 정말 즐거웠죠. 올리브 나무는 정말 많은 색깔을 가지고 있거든요.
18. [RSK]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만큼, 하고 싶은 것도 많을 것 같아요. 가장 처음으로 함께 협업하고 싶은 뮤지션은 누구인지도 궁금해져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 같이 컬래버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너무 많거든요. 한 명으로 추리기 너무 어려운데… 좀 많이 말씀드려도 되나요? 일단 지금은 나사야(Nasaya), 테임 임팔라(Tame Impala), 이모셔널 오렌지스(Emotional Oranges), LP 그리고 사브리나 클라우디오(Sabrina Claudio)랑 세션해보고 싶어요!
19. [RSK] 대중으로부터 어떤 말을 듣고, 수식어를 얻고 싶어요?
글쎄요… ‘어떤 말을 듣고 싶다’하는 생각은 해본 적 없지만, 제 음악에 어떤 반응이 돌아올진 정말 정말 궁금해요. 데뷔 싱글 곡에는 저의 삶과 경험 자체를 녹여냈으니까요. 어떤 반응일지를 생각하면 긴장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즐겁기도 해요!
20. [RSK] 뮤지션으로서 지금 어떤 꿈을 꾸나요?
제 꿈은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싶을 때 항상 찾게 되는 음악을 만드는 거예요. 수많은 시간과 세월이 흘러도 꾸준히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21. [RSK] 인간 모규나로서의 꿈은요?
6개월씩 다른 나라에 살아보면서 그곳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요! 정말 값진 경험이 될 것 같아요.
22. [RSK] 이 인터뷰가 마치면 뭘 할 거예요?
이 인터뷰 후엔 엄마랑 저녁을 먹을 거예요! 오늘 저녁에 월남쌈 만들어주신다고 했거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웃음)
Photographs by MPLI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