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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그루비룸 규정의 새 페르소나: IÖN(아이온)의 [CÖURAGE]

어느덧 10년이다. 그루비룸 규정이라는 이름으로 일해온 시간이. 작업이 반복되고 시간에 쫓기자, 부담감은 높아지고 즐거움은 옅어졌다. 어느덧 음악이 주던 낙은 희미해질 만큼 희미해진 뒤였다. 그렇게 이어진 자문. 규정은 스스로의 내면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요소들을 몇 건져냈다. 그러자 마음에는 빛이 들기 시작했고, 음악에는 다시 행복이 깃들었다. 그는 다시 찾아낸 이 기쁨에 이름을 붙였다. IÖN(아이온)이라는 새 이름을. 

 

 

1.  [RSK] 요즘 어떻게 지내요?

 

IÖN: 요즘은 꽤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그루비룸 앨범 작업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이거든요. 우리 AT AREA 아티스트들의 프로젝트도 챙기고 있고, 얼마 전에 방송 프로그램의 음악감독도 맡아서 작업했어요. 사실 [CÖURAGE] 앨범은 4월쯤에 거의 완성됐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다른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죠.

그리고 IÖN의 다음 앨범도 벌써 여러 곡의 스케치를 해놨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도 저만의 색깔을 더 많이 담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새로운 음악들이 어떻게 완성될지 기대가 커요.

 

 

2.  [RSK] 보통 어떤 루틴으로 하루를 보내곤 해요?

 

IÖN: 음, 제 하루 루틴은 꽤 단순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운동하고, 미팅을 마친 후에 작업실로 출근하는 식이죠. 원래는 웨이트 운동을 주로 했는데, 이번 여름부터는 수영 강습도 받기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수영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사실 20대 내내 별다른 취미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서 수영 강습을 그냥 무턱대고 등록했는데, 너무 잘한 선택이었어요. 몸도 건강해지고, 정신적으로도 좀 더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제 날씨가 추워지긴 했지만, 수영 말고도 또 다른 취미를 하나쯤 찾아보려고 해요. 뭐든지 도전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회사 운영을 하다 보니 미팅이나 회의가 많아서, 사실 음악 작업에 집중할 시간이 예전만큼 많진 않아요. 어릴 때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곡을 쓰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으니까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려고 해요. 평소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다 기록해두고, 작업실에 가면 빠르게 곡을 완성하는 편이에요. 확실히 곡 쓰는 속도는 많이 빨라졌죠.

주말에는 회사 사람들, 아티스트들이랑 술도 한잔하고, 재미있는 파티에 놀러 가기도 해요. 요즘엔 미디어 아트에 관심이 생겨서 전시도 자주 보러 다니고 있어요. 다양한 경험이 음악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3.  [RSK] 근래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건 뭐예요?

 

IÖN: 요즘은 새로운 경험을 찾는 데 관심이 많아요. 뭔가 안 가본 장소에 가보거나, 안 해본 것들에 도전하면서 좀 더 삶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거죠. 그런 경험들이 없으면 동기부여가 잘 안되고, 오히려 우울감에 빠지기 쉬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특히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고 있어요. 다른 아티스트들의 무대나 음악을 보면서 저도 많은 영감을 받고, 또 전시나 이색 체험 같은 것도 자주 찾아가요.

뭔가 새로운 걸 보고 느끼는 게 제게는 큰 동기부여가 돼요.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제 음악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것 같고요.

 

 

4.  [RSK] 그루비룸 규정에서 아티스트 IÖN(아이온)으로 돌아왔습니다. 프로듀서에서 전자음악 아티스트로 돌아온 소감은 어때요?

 

IÖN: 솔직히 말하면, 지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하염없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곡을 만들 때 항상 ‘이 곡을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이런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걱정보다는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거면 분명 누군가는 같이 좋아해줄 거야’라는 생각으로 더 과감한 시도도 해보고 있어요.

내가 온전히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전반에서도 자신감과 활력을 찾게 됐어요. 전자음악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이 저에게는 다시 음악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 기회였던 것 같아요. 그만큼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5.  [RSK] 프로듀서로 활동하다가 아티스트로서 앨범을 발매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묻고 싶어요.

 

IÖN: 저는 10년 동안 그루비룸으로 활동하면서 힙합 프로듀서로서 활동을 오래 했지만, 어느 순간 음악 작업이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마감에 쫓기고, 대중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점점 흥미를 잃었죠. 그러다 2020년에 멘탈이 많이 무너졌어요. 그동안 대중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며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게 뭔지조차 모르게 됐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은 뭘까?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전자음악과 아름다운 멜로디, 감동적인 가사에 끌리게 됐고, 그걸 표현하는 아티스트로서 활동하기로 결심했어요. 지금 돌아보면, 그게 제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이유였던 것 같아요. 이제는 온전히 제가 사랑하는 음악을 만들고, 그로 인해 다시 음악의 재미와 활력을 되찾았죠.

 

 

6.  [RSK] IÖN(아이온)이란 이름은 어떤 뜻을 담아서 지었어요?

 

IÖN: 처음에는 간결한 이름을 원했어요. 글자 수도 적고, 심플한 게 좋다고 생각했죠. 물론 Groovy Room이나 Emotional Oranges처럼 특이한 조합의 긴 이름이 더 기억에 남거나, 색깔을 더 잘 보여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심플함을 추구했어요.

그러다가 제가 좋아하는 걸 반영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사실 과학을 좋아해서 ‘ion’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죠. ‘아이온’이라고 읽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런데 ‘ion’이 너무 상징적인 명사라서, 좀 더 나만의 색깔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o’를 ‘ö’로 변형했어요. 이건 Skrillex와 Diplo의 프로젝트 그룹 Jack Ü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그들의 Ü 로고를 스마일 로고로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저도 Ö를 제 심볼로 사용하면 여러 가지로 변형해서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재미있게도, Ö가 원자핵과 전자를 연상시키더라고요. 전자의 첫 껍질, 즉 s 오비탈에는 전자가 두 개 들어갈 수 있는데, 이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더 재미있었고, 이 이름에 확신이 생겼죠.

 

 

7.  [RSK] 함께 고민하던 다름 이름 후보들도 있었어요? 

 

IÖN: 사실 처음엔 IÖN이 아니면 GroovyPark을 그냥 쓸까 고민했어요. 아니면 아예 평범한 영어 이름을 사용할까 생각도 해봤죠. 새로운 이름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0부터 인지도를 쌓아 올려야 하니까요. 당연히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도 있겠지만, 결국엔 IÖN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GroovyPark으로서 만들어진 이미지들이 있지만, 그 이미지들을 IÖN의 방향성에 그대로 가져가기에는 좀 안 맞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새로운 시작을 선택한 거죠. 결과적으로 IÖN이라는 이름이 저의 음악적 색깔을 더 잘 담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8.  [RSK] 그루비룸일 땐 본명인 규정으로, DJ로 활동할 땐 GROOVY PARK으로, 전자음악 아티스트일 땐 아이온으로 활동해요. 영역마다 별개의 이름을 짓고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요.

 

IÖN: 사실 이제 GroovyPark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요. 그 캐릭터는 이제 이 세상에 없는 거죠. 그루비룸으로 활동할 때는 예명을 따로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GroovyPark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명을 쭉 사용해왔던 거예요. 규정이라는 본명이 외국인들에게 발음하기 어렵다고 느껴져서 그렇게 했죠.

하지만 이제부터는 저는 그루비룸의 IÖN(아이온)으로 활동할 거예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게 저한테 더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제 GroovyPark 대신 IÖN으로 저를 표현하고 싶어요.

 

 

9.  [RSK] 데뷔앨범 [CÖURAGE]는 어떤 앨범이에요?

 

IÖN: [CÖURAGE]는 IÖN으로서 첫 출발을 알리는 앨범이고, 제 음악적 취향과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모두 담은 작품이에요. 이번 앨범에는 제가 최근에 즐겨 들었던 음악들뿐만 아니라, 예전에 아주 우울하고 힘들었던 시절부터 제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해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사실, 오랫동안 저는 음악을 감상할 때 가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가사가 주는 힘보다는 직관적으로 들리는 소리나 분위기에 더 집중하면서 음악을 만들어왔죠. 그런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요즘엔 가사나 메시지, 작가의 의도가 저를 더 사로잡는 것 같아요.

그루비룸으로 활동할 때는 주로 트렌디한 사운드나 멋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였어요. 굳이 따지자면 이번 앨범에서는 음악 자체보다는 그 안에 담긴 메시지에 더 공을 들였다고 할 수 있죠. 이 앨범이 듣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10.  [RSK] 타이틀곡 <Savior>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IÖN: <Savior>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먼저 완성한 트랙이에요. 앨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한 곡을 고르라면, 저는 이 곡을 선택할 것 같아요. 가사의 첫 줄이 “In the silent night, the shadows wanna stay around, I can be your savior and I’m waiting for you”로 시작하는데, 이게 앨범의 주제 문장이라고 할 수 있죠.

가사의 내용은 “네가 힘들 때 내가 너의 곁을 지켜줄게”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저도 한때 정말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기를 극복하면서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존재가 저한테는 정말 간절했던 순간이었거든요. 그때의 감정을 이 곡에 담으려고 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방에서 이어폰으로 이 노래를 듣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에게 제 진심이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11.  [RSK] 서브 타이틀곡 <Starlights>는 특히 메시지에 집중했다고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IÖN: 제 앨범은 낙관적 허무주의를 바탕으로 썼어요.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떠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수많은 일을 겪고 돌아보니 결국 내가 찾은 답은 사랑이었어요.

이 곡에서는 허울이나 세상의 복잡한 것들에서 벗어나서, 우리 둘만의 아름다운 자연이나 공간으로 떠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마치 눈앞에서 장면이 그려지는 듯한 느낌으로 가사를 쓰려고 노력했어요. 듣는 이들이 그 이미지를 상상하며, 마음이 평온해지길 바랐어요.

 

 

12.  [RSK] 9개의 트랙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어디인지도 궁금해요.

 

IÖN: 제가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Priya>의 “You know it’s always darkest before dawn”이에요. 이 곡은 레 미제라블의 코제트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인데, 가상의 인물 Priya를 설정해서 사회적 폭력에 저항하고 위로하는 스토리를 담아보고 싶었어요. 대부분의 작업은 아티스트 ‘EVAN’이 도와줬는데, 이 문장이 가장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하나는 <Dear I>의 “Can’t sleep while fearing the dawn of the day”라는 구절이에요. 이 곡은 제가 20대 초반에 원룸에서 혼자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잠 못 이루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가사예요. 그때 다음 날의 해가 뜨는 게 두렵다는 느낌을 꼭 표현하고 싶었어요. 마치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는 그런 감정이죠. 하지만 결국에는 사랑을 위해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재에 집중하자는 청춘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13.  [RSK] 아이온의 색깔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건 어떤 부분이에요?

 

IÖN: 제 색깔을 가장 잘 표현한 부분은 앨범 전곡에서 들을 수 있는 감성적인 멜로디 라인과 치유를 해주는 듯한 센서티브한 가사들을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풀어낸 것 같아요.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전자음악 특유의 에너지를 함께 담으려고 했어요. 이 두 가지 요소가 제 음악에서 중요한 부분이고, IÖN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14.  [RSK] 전자음악임에도 멜로디와 가사에 집중했다고요. 

 

IÖN: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중에서는 클럽에서 흥을 돋우는 신나는 트랙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요. 보통 rave나 drug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고, 가벼운 주제를 다루는 트랙이 많죠. 저도 그런 앨범을 만들면 차별화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첫 앨범 [CÖURAGE]는 제목 그대로 ‘용기’를 주제로 했어요.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보고 싶었죠. 용기를 가지고, 조금 더 메시지에 집중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결국 제가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였고, 그 과정에서 멜로디와 가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15.  [RSK] 시그니처인 육각형 로고에도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아요.

 

IÖN: 처음엔 Ö를 동그라미 세 개로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만들고 보니 <포켓몬스터> ‘모다피’ 같은 귀여운 표정 느낌이 강해서, 좀 더 나만의 개성을 살리고 싶었죠. 그래서 동그라미를 육각형으로 바꿔봤어요.

결과적으로 육각형이 더 잘 어울리더라고요. 화학에서의 벤젠 고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제가 과학을 좋아하다 보니 그런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이렇게 탄생한 로고가 제 시그니처가 됐어요.

 

 

16.  [RSK] 아이온의 음악이 완성되기까지, 그 여정에는 어떤 아티스트의 음악들이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IÖN: Anyma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솔직히 부정할 수 없어요. Anyma를 너무 좋아해서 코첼라에서 그의 공연도 봤고, 한국에 불가리 스튜디오로 내한했을 때도 놓치지 않고 공연을 보러 갔었죠. 특히 그의 앨범 Genesys를 정말 좋아해서 엄청 많이 들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Tale of Us를 필두로 한 Afterlife 사단의 영향도 컸어요. 이 아티스트들은 미디어 아트와 멜로딕 테크노를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키면서 새로운 웨이브를 열어줬죠. 제가 미디어 아트를 좋아하는 만큼 그들의 작업에 큰 영향을 받았어요.

이 외에도 ARTBAT, Armin van Buuren, Avicii, Charlotte de Witte, David Guetta, deadmau5, Diplo, Eric Prydz, Fred again.., John Summit, Kaskade, Mathame, Mha iri, Morten, ODESZA 같은 아티스트들도 제 음악에 중요한 영향을 줬어요. 이들의 음악을 통해 제 앨범의 방향성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7.  [RSK] 지금까지의 작업물 중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뭐예요?

 

IÖN: 사실, 지금까지의 작업물도 만족스럽지만, 다음 앨범에 들어갈 곡들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CÖURAGE] 앨범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죠. 다음 앨범에서는 평화와 사랑을 노래하고 싶어요. 좀 더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음악들이라, 제 음악적 성장과 새로운 방향성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18.  [RSK] 계속해서 새 분야에 도전하고 나아가게 하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뭘까요?

 

IÖN: 저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단순히 ‘좋아함’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예전 인터뷰에서도 자주 얘기했는데, 제가 재미를 못 느끼면 원동력이 사라져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따로 있으면, 결국 그건 오래가지 못하죠.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나 돈을 벌기 위해서 음악을 했다면, 아마 이미 지쳐서 포기했을 거예요.

물론 슬럼프가 온 적도 많았지만, 항상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느낌을 되찾으려고 노력해요. 마치 어릴 적 밤새도록 컴퓨터 게임을 해도 피곤함을 모르고 몰입하듯. 저는 그 상태를 ‘트랜스 모드’라고 표현해요. 그 집중 상태에 들어가면 주변이 전혀 안 보이고, 오로지 작업에만 몰입하는데 시간은 훅 지나있어요. 그때의 몰입이 정말 재밌어요. 제 작업실 동료들도 제가 트랜스 모드에 들어가면 놀라곤 해요.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12시간씩 작업만 하고 있으니까요.

 

 

19.  [RSK] 지금까지 프로듀서, DJ,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앞으론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IÖN: 제 목표는 종합 예술을 하는 거예요. 단순히 음악뿐만 아니라, 음악 연주도 하고, 조명이나 비주얼 아트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음악과 시각적인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서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예술 분야를 접목해서, 종합적인 예술 경험을 선보이고 싶어요.

 

 

20.  [RSK] 아이온으로서의 목표도 궁금해집니다.

 

IÖN: 아이온으로서의 목표는 전 세계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나만의 공연을 하는 거예요. 각 도시마다 다른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아름다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제가 음악을 하면서 꿈꿔온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예요.

 

 

21.  [RSK] 아이온의 음악을 색깔로 비유한다면 어떤 색일까요? 

 

IÖN: 저는 아이온의 음악을 파란색으로 비유하고 싶어요. 파란색은 깊이 있고, 차분하면서도 동시에 끝없는 가능성을 상징하잖아요. 바다나 하늘처럼, 자유롭고 광활한 공간을 떠올리게 하죠. 제 음악도 그런 느낌을 담고 있어요.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 희망과 자유를 담고 싶었어요. 파란색은 때로는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 숨겨진 따뜻함이 있는 것처럼, 제 음악도 감성과 에너지를 동시에 전하고 싶어요. 그래서 파란색이 제 음악을 가장 잘 나타내는 색이라고 생각해요.

 

Photographs by AT A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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