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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키스누의 자문자답, 'Demons My Darling'

<Demons My Darling>으로 돌아온 키스누가 전하고 싶은 말.

 

 

1. [Kisnue] 롤링스톤 코리아 독자들에게 전하는 인사

 

안녕하세요, 키스누입니다. 마지막 EP [Reincarnation] 발매 이후 오랫동안 그려온 제 다음 스텝을 드디어 여러분께 들려드릴 수 있게 되어서 기뻐요!

 

 

2. [Kisnue] 지난 앨범 발매 후 지금까지의 시간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아요. 벌써 1년이 지났더라고요! 지난 1년은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도 있었고, 뭘 해도 잘 안되는 시기가 꽤 길었어요. 그렇게 시간을 죽이면서 보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스위치가 들어온 것처럼 매일 밤을 새우며 몇 달간은 작업에 매달렸던 것 같아요.

그 기간 동안은 정말 많은 곡을 만들었어요. 어려서 선망하는 뮤지션들의 인터뷰를 보면, 한 앨범을 만들기 위해 100곡 이상씩을 작곡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지금까지 앨범을 만들면서도 그런 노력을 항상 들이려고 했지만, 이번 1년은 전이랑은 비교할 수도 없이 많은 곡을 쓰고 버리고 반복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저런 취미를 시작하기도 했어요! 디제잉을 배워보기도 하고, 연기도 배워보고. 저 역시도 여느 현대인처럼 도파민 중독의 노예인 것 같아서 한동안은 책을 열심히 읽기도 했어요. (결국은 만화책을 읽게 되었지만…) 다양한 영화나 전시를 보러 다니기도 했어요. 그 시간에 흡수한 것들이 앞으로 나올 노래들에 조금씩은 녹아있다는 걸 느낄 때 묘하게 뿌듯한 것 같아요.

 


3. [Kisnue] 새 싱글, <Demons My Darling>

 

<Demons My Darling>은 길고 길었던 슬럼프를 깨 주는 신호탄 같은 곡이었어요. 좋은 곡도, 좋은 일도 없이 집에서 하루하루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보고 지내던 중에 한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나오던 ‘달링’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마음에 들었고 그 단어를 노래에 쓰고 싶었어요. 악귀나 저주가 잔뜩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한창 보고 있기도 했고요…

저는 항상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이 인생의 큰 목표 중 하나인데, 막연히 세상의 나쁜 면을 보지 못하고 선한 것만을 취사선택하는 건 자기최면에 빠진 삶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고 악한 면이 있고, 그런 마음의 존재만으로 누군가를 악하다고 손가락질하는 건 폭력적이라고 느꼈어요. 

중요한 것은 그 나쁜 마음, 나만을 위한 편리한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 때 그걸 초월할 수 있는 선한 의지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선한 사람’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적어도 저는, 제 안의 악마로부터 항상 도망치면서 선한 선택을 하기 위해 매분 매초 애쓰고 있다고 느꼈어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이겨내고 선하게 살아내는 사람들에 대한 노래예요.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이 노래를 만들었어요.

 

 

4. [Kisnue] 신곡을 준비하며 생긴 일

 

저는 모든 작업과 녹음, 믹싱을 집에 있는 작업실에서 하다 보니 작업 과정에서 있는 즐거운 에피소드 같은 건 없는 편이에요… :( 그래도 이번 노래에 대해 제가 즐겁게 느낀 점들이 있다면!

우선 가사예요. ‘They told me to hold the ugliest closer to your heart / Then what is love if not hate holding you’라는 가사가 있는데, ‘사람들은 가장 추악한 것을 심장 가까이 껴안으라고 말하지 / 그렇다면 사랑은 증오가 널 꼭 안아주는 것 아닐까’로 얼추 번역될 텐데요. 고작 이 두 문장에, 제가 저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제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그리고 이 노래를 관통하는 주제 모든 게 내포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일 마음에 드는 가사예요! 

그리고 이번 곡엔 처음으로 다른 분의 목소리를 담아봤어요! 중간에 노래가 잦아들고 오케스트라 악기가 부드럽게 깔리는 부분이 있는데, 하늘의 구름이 걷히면서 빛이 내려와 저를 데려가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관악기와 현악기를 사용했는데, 뭔가 천사 같은 목소리가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노래를 너무너무 잘하는 가까운 보컬 친구가 떠올라서 코러스 녹음을 부탁했어요! 정확히 제가 생각하던 분위기로 노래의 후반부가 연출되어서 뮤지션이기 이전에 작곡자이자 프로듀서로서 정말 뿌듯한 경험이었어요.

 

 

5. [Kisnue] 앞으로 이어질 키스누의 음악

 

얼른 들려드리고 싶어서 저부터도 근질근질해요. 이번 앨범 작업을 위해 꽤 많은 변화를 시도했거든요. 요즘은 어떤 장비가 좋다, 어떤 플러그인이 좋다 하면 모두가 그걸 유행처럼 따라가잖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었기에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저희가 옛날부터 듣고 빠진 음악들은 최신 기술과 최고의 장비로 만들어진 것보다는 아티스트들만의 특별한 환경에서 자신들만의 특별함이 묻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좋아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저만의 ‘Sonic signature’(본래의 의미와는 좀 다르겠지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마이크로 제가 좋아하는 기타 앰프를 녹음 받고, 이전에는 해보지 않은 항상 갖고 있던 장비들을 활용해서 믹싱 기법을 다르게 한다든지 하는 식의 음향적인 접근을 바꿔봤어요. 그렇게 접근하다 보니 이전과는 다른 사운드의 음악들이 많이 나왔고, 마음에 드는 곡들이 하나하나 쌓여가면서 얼른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어서 못 참겠더라고요. 노래들은 준비되어 있으니, 차근차근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 가보려고 해요!

 

 

5. [Kisnue]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요즘은 정말로 대 도파민 중독의 시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당연히 저부터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고요. 쉽게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없지만, 모든 게 쉽게 소비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제 음악이 빠르고 쉽게 소비될 것이라는 건 항상 예상해요. 

요즘 매번 노래를 만들 때 제가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내 음악은 예술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예요. 그걸 알고 싶어서 예술의 정의에 대한 책을 읽어 보기도 하고, 여러 해설집을 읽어보면서 짧은 식견으로 느낀 게 있다면 예술은 개인적일 때 영속성을 가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인 거죠. 그래서 저는 하나하나의 노래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면서 노래를 만들고 있어요. 

쉽게 소비되지만 중독적인 음악도, 그런 형식의 콘텐츠도 존재 가치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저는 항상 가장 개인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노래로 담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죽고 나서도 제 음악이 세상에 존재함으로써 조금의 의미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다른 뮤지션 친구랑 ‘우린 꼭 위대해지자’라는 말을 하곤 했었는데, 위대함은 대단히 특별한 게 아니구나 싶어요. 

제가 살아가는 짧은 시간이 다 끝난 후에도 영원히 남을 노래들을 ‘어차피 쉽게 소비될 거니까’라는 마음으로 대하기보단, 하나하나 세상에 문신을 새기듯 고심하고 특별한 마음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얼른 들려드리고 싶은 거고요! 롤링스톤 코리아는 첫 인터뷰부터 지금까지도 항상 특별한 기분이에요. 이렇게 또 여러분께 새로운 노래를 들려드리고 인사할 기회가 있어서 기뻐요! 항상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자주, 더 오래 만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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