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용은 말한다. 서울에 자리한 하나의 점, 스튜디오 속에서 분투하는 자신을 음악이라는 형식으로 치환하고 싶었다고. 스스로를 일으켜 영감을 불어넣고 끊임없이 오감을 자극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렇게 빚어진 <서울소녀 ♪>는 그의 한순간을 보여준다. 마치 지금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듯이, 생생하게.
1. [RSK] (인터뷰일 기준) 요즘은 버스킹 준비를 하고 있다고요? 준비는 잘 돼가요? 어떻게 버스킹할 생각을 했어요?
이번 앨범은 제가 처음으로 다뤄보는 펑크 장르여서 그에 맞는 이벤트를 열어 팬 분들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한국의 펑크하면 또 홍대 스트릿 아닐까 하는 생각에 홍대 버스킹 이벤트를 준비해 보았고요. 팬 분들과 더 가까이에서 만나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이런 공연은 처음이라 꽤 긴장되지만, 많이 설레네요!
2. [RSK] 최근에 발매한 앨범 [서울소녀 ♪]는 더블 타이틀로 구성돼 있어요. 어떻게 탄생한 앨범이에요?
작년에 첫 스튜디오 앨범을 내고 나서 집, 작업실만 반복하며 많은 곡을 쓰면서 지내왔는데요. 그중에 당장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두 곡을 골라 먼저 더블 싱글로 내게 되었어요. 우타이테 힙합이라는 사운드를 주로 다루던 제가 요즘은 펑크와 메탈을 접목한 트랙들을 많이 쓰고 있어서 앞으로도 그런 앨범이 주로 나올 것 같아요. 예고편처럼 팬 분들께 먼저 들려드리는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 [RSK] <서울소녀 ♪ (feat. 이성우 of 노브레인)>와 <사이코패스>의 주제는 어떻게 구상했어요?
서울이라는 단어는 참 예쁘고 낭만적인 것 같아요. 언젠가 곡에 담고 싶었는데 이번 트랙과 너무 잘 어울렸고 서울 속 작은 스튜디오 안에서 최선을 다해 노래하는 저를 곡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사이코패스>는 곡을 만들면서 화가 난 그때 그 상태, 감정이 곡에 잘 녹은 것 같아 사랑하는 곡인데, 트랙 제목을 작성하면서 저도 모르게 <사이코패스>라고 적었던 기억이 나요. 분노에 가득 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허하고 쓸쓸한 감정도 느껴지는, 화자는 사이코패스가 절대로 아니라는 점이 매력적인 곡이랍니다.
4. [RSK] 앨범과 동명인 신곡은 노브레인 이성우 님과 함께했어요. 함께하며 생긴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게도 성우 선배님께서 작업을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함께해주셨어요. 대선배님이시기도 하고, 제가 예전부터 너무 존경하는 아티스트라 많이 긴장했는데 너무나 유쾌하고 다정하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 하는 느낌으로 다독여주셔서 저도 매 과정마다 마음이 포근했어요. 제 스튜디오에서 선배님 파트 녹음을 함께했는데 선배님 감흥대로 막 질러주셔서 녹음하는 내내 계속 웃고 즐거웠어요. 사실 정해져 있는 틀 안에서 그걸 완벽하게 해내는 일보다 자유롭고 러프하면서도 멋진 작업물을 만드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해서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런 소중한 추억과 곡을 나오게 선물해 주신 선배님께 너무 감사해요. 선배님이 아니었으면 이 느낌대로 완성되지 못했을 거예요.
5. [RSK] 두 분이 함께한 숏 인터뷰도 인상적이었어요. 많은 문장이 와닿았을 것 같은데, 그중 가장 마음에 깊게 남은 말은 뭐였어요?
“처음부터 태도가 달랐어”라고 하신 선배님의 목소리가 바로 기억나요. 선배님과 꼭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처음 찾아뵈었을 때 속으로 엄청 간절했고, 많이 긴장했어요. 선배님이 저 말을 해주셨을 때 제 진심이 선배님께 닿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촬영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서도 많이 곱씹으며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6. [RSK] <사이코패스>는 화가 많이 난 날 탄생한 곡이잖아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날도 있기 마련인데 이럴 때 멘탈은 어떻게 관리하곤 해요?
그게 항상 고민인데 아직도 그 기분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제가 할 수 있는 행동이 곡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거라 그날 <사이코패스>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누군가는 화가 많이 나고 슬픈 날이면 잠을 많이 잔다는데 저는 그것도 불가능하고, 다른 생각으로 넘긴다는 분도 계시던데 그것도 잘 안 돼요. 곡을 만들고 나면 거기에 몰두해서 제 에너지를 쏟아버리니 힘이 빠지면서 분노의 감정이 사그라드는 것 같아요.
7. [RSK] 이 앨범을 준비하며 펑크의 문화와 역사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들었어요. 펑크의 어떤 부분이 특히 용용을 매료시켰나요?
반항적이고 틀에 박혀있지 않은 듯한 정신. 근데 그 안의 규칙적인 무언가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생동감 있게 살아있는 문화. 이 모든 게 너무 매력적이어서 계속 찾아봤어요. 그러다 크루엘라까지 넘어갔는데 크루엘라, 비비안 웨스트우드, 시드비셔스… 펑크와 엮인 이 모든 이야기가 매력적인데 억지스럽거나 인위적이지 않아서 더 특별하게 느껴져요. 제가 사랑하는 <나나>라는 만화 캐릭터까지 연결되고요. 용용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장르예요.
8. [RSK] 용용은 스스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를 궁금해해서 스스로를 알아가는 데에 시간을 상당히 많이 써요. 가끔 새벽에는 제가 저를 혼자 인터뷰하는 시간도 가져요. 그게 재미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저 자신을 프로듀싱하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이런 면이 있었네? 하는 부분도 이제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할 정도예요. 저 자신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했으니,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고 감히 이야기해 볼래요.(웃음)
9. [RSK] 대중이 아직 모르는 의외인 면을 이야기해 본다면?
많은 분이 당연히 타투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하나도 없어요. 힙하고 유행하는 곳도 많이 찾아서 놀러 다닐 것 같다고 생각하시던데 저는 완벽한 집순이입니다. 집과 작업실 이외에는 밖에 거의 안 나가요. 제 일상을 궁금해하실 팬 분들을 위해 가끔 사진만 얼른 찍고 금방 돌아오곤 해요.
10. [RSK] 캐러멜과 딸기, 실버 네일, 깨진 하트, 자물쇠, 키티, 반창고. 이외에 또 어떤 표현으로 용용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용용이는 늘 최선을 다하고 정직하게 열심히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에다가 반항가인 것 같아요. 가끔 그게 조금 언발란스해서 웃겨요. 정확한 틀을 싫어하면서도 스스로가 또 틀을 만들어요. 저 방금 또 스스로를 깨달았어요, 하하.
11. [RSK] 2017년 데뷔 후 록을 기반으로 한 힙합 장르의 곡을 꾸준하게 발매하며 활동하고 있죠? 화려한 춤 실력도 곁들이면서요. 용용의 본보기가 돼준 롤모델이 있는지도 묻고 싶어요.
동경하는 선배님들, 닮고 싶은 스타들이 정말 많았어요. 요즘에는 레퍼런스 인물이나 롤모델을 많이 찾지 않고 저한테 집중하고 귀 기울이려 노력해요. “용용이는 새로워”라는 말이 더 듣고 싶어진 것 같아요.
12. [RSK] 용용이 되기 전, 어린 시절의 나희수는 어떤 아이였는지도 궁금해져요.
며칠 전에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났는데 “너 아직도 헬로키티 좋아하냐?”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제가 그때부터 키티에 미쳐있었다고 하면서요. 아 이제는 키티 대신 요요패밀리 캐릭터들을 만들고 있다는 게 조금 다르네요.
13. [RSK] 용용이 음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떤 부분이에요?
용용이라는 캐릭터에게 핏한 음악을 만들어 완성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들었을 때 좋고, 공감되고, 위로가 돼야 하니 그 부분들도 너무 중요하고요. 그래서 그런 음악을 하는 용용을 봤을 때 좋은 감정이 들 만큼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르적으로도 규제를 안 정해두고 나아가고 싶어요.
14. [RSK] 인간 나희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요?
늘 변함없이 중요히 여기는 가치는,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지’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지 않고 지나가면 잘 되어도 더 열심히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남더라고요. 성격이 그런 것 같아요. 후회 없도록 열심히 하고 도전하고 부딪히는 게 제일 뿌듯해요. 그게 잘 안되더라도요.
15. [RSK] 이번 앨범을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뭐라고 생각해요?
장르적으로 한 단계 넓어진 것도 너무 값지고, 그것을 이룰 수 있게 함께 해주신 성우 선배님을 이 앨범을 통해 만나게 된 것도 너무 소중해요. 그리고 새로운 신인 프로듀서분들과 열심히 만들었는데 새로운 용용의 면모가 더 담긴 앨범을 즐겁게, 같이 만들게 되어서 행복합니다. 함께 앨범을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6. [RSK] 이다음에 이어질 행보도 궁금해져요. 다음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예정이에요?
용용이는 계속 열심히 하고 더 발전해서, “그 진심이 느껴져서 좋아”하는 느낌을 전할 수 있는 행보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펑크와 메탈이 담긴 앨범도, 타 아티스트분들과 새로운 느낌의 협업도 하고 싶고요. 이전의 용용을 좋아해 주신 분들을 위한 곡들도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많이 기대해 주시고 기다려주시면 열심히 준비해 오겠습니다. 인터뷰 너무 즐거웠습니다. 롤링스톤 코리아 너무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