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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창완 “이별을 준비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23년 동안 진행해 오던 라디오 프로그램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와 이별한 가수 김창완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벚꽃이 흐드러진 어느 봄날에.

23년 동안 진행해 오던 라디오 프로그램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와 이별한 가수 김창완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벚꽃이 흐드러진 어느 봄날에.

 

 

1. [RSK]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하시던 ‘아침창’이 없는 하루를 맞는 게 생경하고 허전할 것 같습니다. 요즘 기분은 좀 어떠세요? 

 

일단은 새로 나온 책 홍보와 김창완밴드 전국투어와 고성 피움미술관 전시 등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2. [RSK] ‘아침창’과 함께하던 자리는 어떤 시간으로 채워나가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오랜 세월 몸에 밴 아침 루틴은 그대로 지키며 생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3. [RSK] 최근 소소한 행복을 느낀 순간도 있었나요? 

 

이전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거리에서 만나는 분들께서 친절을 베풀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4. [RSK] 마지막 방송을 하시던 날은 어떤 마음이었을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그날은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글쎄요. 요즘 짤로 돌아다니는 영상에서처럼 눈물 바람으로 지내지 않았습니다. 식당에서 파티를 하고 바로 고성으로 가서 전시 준비를 했습니다.   

 

 

5. [RSK] 하나의 챕터를 마무리하신 만큼,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여러 메시지를 받으셨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의 위로와 격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군데에서 프로그램 제안도 있었지만 6월까지의 스케줄은 거의 확정이 돼있습니다.   

 

 

6. [RSK] 긴 시간 함께하신 만큼 많은 청취자의 이야기와도 만나셨지요. 지금 이 순간 문득 떠오르는 사연을 꼽는다면 어떤 이야기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요. 

 

짱구의 사연이 떠오르는군요. 엄마한테 꾸중을 들은 짱구가 마음에 먼지가 쌓인 것 같다고 했지요. 어떻게 하면 그 먼지가 사라질 것 같냐고 엄마가 물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사랑해’라고 한 마디만 해주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사랑한다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짱구가 엄마한테 ‘나도 사랑해’라고 했대요. 그다음이 기막힌 장면입니다. 엄마가 애를 안고 펑펑 울었답니다. 애들을 얼마만 한 사랑으로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큰 걸 느끼게 해주는 에피소드입니다.   

 

 

7. [RSK] 베테랑인 선생님조차 라디오를 진행하며 예측하지 못해 놀랐던 순간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침창 15주년 특집으로 꾸몄던 ’김창완을 그려라‘ 프로젝트에서 어린이들이 그려낸 내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그 어린이들은 내 목소리 하나만으로 나를 정확하게 묘사해 냈습니다.   

 

 

8. [RSK] 많은 이들이 ‘아침창’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를 받곤 했습니다. 반대로 선생님은 위안이 필요한 순간 어디에서 얻으시는지도 궁금해집니다. 

 

기타와 그림은 저에게 소도(蘇塗)입니다.   

 

 

9. [RSK] 무언가를 오래 하다 보면 힘이 빠지는 순간이 오곤 하는데요. ‘아침창’과 긴 시간을 함께하는 동안, 슬럼프가 오는 순간은 없으셨나요? 

 

슬럼프는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침창’을 맡았던 모든 피디와 작가가 저를 슬럼프에 빠지지 않게 지켜주었기 때문입니다.   

 

 

10. [RSK] 힘든 순간엔 어떤 방식으로 그 시간을 극복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아침창’ 때문이 아니라도 힘든 시절은 있었지요. 그때마다 기타를 퉁기고 그림을 그리고 자전거를 탔습니다.   

 

 

11. [RSK] 마음 한편에 저장해두다가 힘든 순간에 꺼내 보는, 그런 문장이 있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거울 속의 나도 과거다’ ‘초록은 왜 초록일까?’ ‘음악은 사라져서 아름답다’ 등이 있습니다.   

 

 

12. [RSK] ‘아침창‘과 함께한 긴 시간은 무엇을 남겼을까요? 

 

’모든 것은 사라진다‘를 남긴 것 같습니다.   

 

 

13. [RSK] 김창완 선생님에게 ’아침창‘, 그리고 라디오는 어떤 의미인지도 듣고 싶습니다. 

 

라디오는 1:1 매체입니다. 그 모든 1:1의 총합이 라디오입니다. 대중으로 매몰돼가는 익명성 시대에 라디오는 귀하고 소중한 연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   

 

 

14. [RSK] ‘아침창’과의 이별로 많은 청취자들이 놀라고 아쉬워했지만, 올해 하반기에 라디오를 통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습니다. 이다음 돌아오실 라디오는 어떤 프로그램이 될까요? 

 

13번 질문의 답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만들겠습니다. 청취자를 외롭게 두지 않겠습니다.   

 

 

15. [RSK] 이별이 힘든 이들에게 한마디 전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시겠어요? 

 

모든 것은 끝이 있지만…. 이별을 준비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미 이별했다면 거울 앞에 서보라고 하겠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를 보여주는 게 필요합니다. 왜냐면 다시 시작할 지점을 아는 게 중요하니까요. 시작 또한 자기 자신입니다.   

 

 

16. [RSK] 혹시나 마저 전하지 못했던,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마저 전해주세요. 

 

RSK에서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Photographs by MUSIC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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