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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흐름, 고집, 취향의 결정체: 글렌체크의

물 건너온 듯한 사운드, 네모난 패턴을 떠오르게 하는 이름. 일렉트로니카 밴드 글렌체크가 지난달 새로운 앨범과 함께 돌아왔다. 장르를 적은 공들이 제멋대로 굴러다니는 통에서 무작정 하나를 뽑아, 장르를 익히고 고유의 색을 덧입혀 만들어낸 노래. 그들은 이 곡에 <Nevada>라는 제목을 붙였다. <60's Cardin>으로 시작해 <Nevada>에 닿기까지, 그들만의 음악적 터치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글렌체크. 이는 그들의 '흐름'과 '고집' 그리고 '취향'이 버무려진 결과다. 세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작은 공을 던지듯 가볍게 질문을 넘기면, 대답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형태로 되돌아왔다. 

 


1. [RSK]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어요?


제이보: 운동하고, 작업하고, 게임했어요.(웃음)


혁준: 특별한 외부 일정은 없는 날이라, 청소를 마치고 고양이랑 놀다 이제 고쳐 앉고 RSK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어요.

 

준원: 어제 작업한 것들이 있어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멤버들끼리 전체 회의를 하고, 다가올 프로젝트를 위한 음악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물론 게임도요.

 

 

2. [RSK] 신곡의 제목은 <Nevada>예요. 이 노래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거예요?


준원: 음원 발매 시기에 맞춰 글렌체크 공식 채널에 영상 하나를 공개했는데요. 다양한 장르가 적힌 공들이 담긴 버킷에서 무작위로 한 개를 뽑아서 채택된 장르에 관해 공부하고, 저희 방식대로 해석한 곡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입니다. <Nevada>의 탄생을 보여주는 영상이지요.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음악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용기와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 곡이기도 합니다.


 

3. [RSK] 곡을 만들며 특별히 강조하고자 했던 부분이 있다면?


준원: 장르라는 개념이 워낙 넓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하나의 곡으로 그 장르를 표현하려다 보면 보편적인 음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리서치했던 자료들에서 영감만 받고 실제로 작업할 땐 최대한 가벼운 마음을 갖고 쉽게 곡을 쓰려고 했습니다.



 

4. [RSK] 앨범 재킷에선 외계인이 브이 자를 그리며 웃고 있고, 가사는 'I'm feeling like an alien'이라는 구절로 시작해요. 어떤 순간에 스스로가 외계인 같다고 느껴요?


준원: 종종 :)

 

제이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혁준: 집 밖에 나가면 이미 나는 외계인.

 

 

5. [RSK] 둘에서 셋이 되고 느끼는 변화도 있어요?

혁준: 글렌체크가 더욱 밴드 같아져서 좋아요. <Dive Baby, Dive>나 <Candy Pink>처럼 록 기반의 곡들을 무대에서 연주할 때 투 기타 포맷에 대한 로망이 항상 있었는데, 그런 연출도 가능해지고 무엇보다 제이보의 건반 연주로 곡들이 더 풍성해져서 좋아요. 게임할 때 3인팟도 가능해져서 좋고요.

 

준원: 둘에서 셋이 되어도 서로의 생활 패턴이나 만났을 때의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단순한 친구 관계에서 프로페셔널한 관계가 새로 추가되니 더 재밌는 것 같아요. 보통 일을 하다 보면 어렵고 곤란해지는 순간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셋이 되니 조금 무겁고 조용했던 분위기도 유연해지고 시끌벅적해져서 재밌는 것 같습니다. 무대 위에서의 에너지도 더 강해졌고요!

 

 

6. [RSK] 글렌체크 합류 이후 제이보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겼겠죠?

제이보: 집 밖에 나갈 일이 많아졌어요.(웃음)

 



 

7. [RSK] 글렌체크의 음악은 물 건너온 것 같으면서도 고유의 색이 짙어요. 그런 차별점이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준원: 어릴 적 물 건너 살다가 문득 한국에 오고 싶어 고국으로 이동한 인생의 흐름과 타고난 고집, 그리고 후천적으로 생긴 취향들이 정신없이 섞이다 보면...(웃음)

 

혁준: 워낙 다양한 장르를 듣고 좋아하다 보니 만드는 음악에도 그런 느낌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8. [RSK] 처음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도 기억해요?

 

혁준: 아직도 결심을 못했어요. 고민 중입니다.

 

제이보: 중학교 1학년 때 매점에 가고 있는데, 갑자기 옆 반 친구가 저에게 '내가 밴드를 만들 건데 너도 같이하자'고 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네요.


준원: 10살 때쯤이었을까요. 아버지가 핑크 플로이드의 <Shine On You Crazy Diamond Pt.2>를 들려주시면서 하신 말씀이 있어요. 대학생 시절 앨범 한 장을 듣기 위해 당시 해적판이라고 불리던 복제판을 친구한테 빌렸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이야기가 어린 저에게 큰 작용을 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 당시엔 이해하지도 못하던 여러 음악과 영화를 듣고 보며 이게 어떤 느낌을 끌어내는지 스스로 지켜보는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정한 계기로 음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저 많은 시도를 통해 원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그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할 뿐. 음악은 제가 하고 싶은 많은 것 중 가장 빠르고 프로페셔널하게 임하게 된 일일 뿐이지요.

 

 

9. [RSK] 글렌체크의 음악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어떤 단어일까요?

준원: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힘들 것 같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단어들은 다음과 같아요. 시간, 꾸민 소리, 규칙, 언어, 부와 가난, 알맹이, 껍데기...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혁준: 최근 들어 글렌체크가 저희의 ‘얼터 에고’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데요. 멤버 셋 모두 각자의 캐릭터가 있는데, 글렌체크를 하면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많이 내비치게 되는 것 같아서예요. 셋이 함께해서 발생하는 시너지 같기도 하고, 글렌체크라는 밴드와 음악 자체가 하나의 자아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재밌어요!

 

제이보: 정갈함이요. 특히 [Bleach]에 수록된 곡들은 정말 심플하지만, 또 있어야 할 곳엔 정확히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10. [RSK] 2023년에 새긴 기억 중 지금 바로 떠오르는 걸 하나만 얘기한다면?


준원: 2023년 초, 앨범 [Pulp] 전곡의 뮤직비디오를 스스로 만들어보겠다고 큰소리쳤던 날.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 여러 갈래의 길을 열어줄 순간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이보: 여러 페스티벌에서 했던 공연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혁준: 독일 리퍼반 페스티벌에 다녀온 기억이요. 해외 공연은 언제나 힘이 많이 들지만, 그만큼 다녀왔을 때 보람차고 또 멤버들과 저희 팀이 함께해서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특히 제이보와 함께하는 첫 해외 일정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고요.

https://www.instagram.com/p/CxiNaEyqThL/?img_index=1



 

11. [RSK] 음악을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뭐라고 생각해요?

 

제이보: 내가 상상하는 소리를 직접 만들고 혼자 묵혀뒀던 마음들을 일기 쓰듯 솔직하게 가사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혁준: 유연한 사고방식이요. 저는 기질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 견고한 편이고 틀 안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음악을 업으로 삼으면서는 정해져 있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할 때가 많이 있더라고요. 정답이 없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하나씩 찾다 보니 생각하는 방식이 유연해지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아 유연한 사고방식이 저에게 가장 값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준원: 저는 잃고 얻은 것들에 값을 매기지 않습니다. 그 값은 항상 변하고, 그 순간에 부정적이라고 느껴졌던 순간들도 나중에 무엇인가를 성공하게 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들을 하기 때문이지요.

 


12. [RSK] 글렌체크가 추구하는 건 어떤 음악이에요?


준원: 만들고 또 공유하고 싶은 음악. 그것 말고는 없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열망은 너무 소중하고 중요한 느낌입니다. 그런 느낌을 생각하며 다음 만들 작품을 상상 속에서 찾지요. 그걸 방해하는 자는 저의 적입니다.

 

제이보: 모든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사실 마음만 먹으면 못 할 것도 없으니까요.
 

혁준: 말이나 글로는 표현하기 정말 어려운 내용인데, 저희가 지금까지 만든 음악을 직접 들어 보시면 바로 아실 거예요. 장르와는 무관한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저희 셋은 물론 공유하고 있는 느낌이고 이걸 읽고 계신 많은 분들 또한 아마 알고 있는 느낌일 거예요.

 

 

13. [RSK] 10년 후의 나, 그리고 글렌체크는 어떤 모습일까요?

 

제이보: 억만장자.


준원: 글쎄요, 10년 후면 주름이 많이 생겨있겠죠.

 

혁준: 저는 지금이 좋아서, 10년 뒤에도 우리 셋은 비슷했으면 좋겠어요. 같이 음악 만들고, 공연하고, 게임도 하고. 글렌체크가 10년 뒤엔 우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구 정도는 정복했으면 좋겠네요.



14. [RSK] 당장 내년에는요?

제이보: 천만장자.


준원: 10년 후 모습의 1/10의 정도 수준의 주름이 더 생겨 있겠죠.


혁준: 일단 파주랑 고양시 정복.

 

Photographs by 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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