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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우리 모두의 초상, 쏜애플의 동물

“너 또한 동물이다.” 

쏜애플의 새로운 EP [동물]의 소개 글이다. 왜 동물이었을까? 동물이라는 2음절을 풀어보면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의미가 나온다. 운동성을 기준으로 둔 개념이다. 또한 동물은 유한한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욕망을 충실히 따르는 생명체이다. 쏜애플이 쓴 문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해석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문자를 갖고 소통하는 등, 동물과 본질적으로 다른 듯 보이는 인간은 사실 동물과 공유하는 속성이 많다는 것. 인간도 동물이라는 사실. 

[동물]에는 5개의 트랙이 들어있다. 와미페달을 사용한 강렬한 사운드로 포문을 여는 타이틀곡 <멸종>,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전면에 배치된 <할시온>과 <게와 수돗물>을 비롯해 인상적인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살>, 변칙적인 사운드 구성을 엿볼 수 있는 <파리의 왕>까지. 유기적으로 구성된 트랙은 쏜애플만의 입체적인 곡 전개 방식을 자랑한다.

앨범은 잘 정돈된 듯 보이면서도 날 것의 느낌을 준다. 마치 우리 인간처럼. 영원하지 않으며, 욕망하는 주체이며, 그저 움직이는 생명체일 뿐인 인간. 팔딱팔딱 뛰는 역동감을 지니다가 쥐 죽은 듯 고요히 고립되는. 들쭉날쭉한 리듬을 보이면서 또 다시금 생을 살아내는 우리들. [동물]은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



1. [RSK] 반갑습니다. 먼저 멤버별로 소개 부탁드릴게요!


윤성현: 안녕하세요 RSK구독자 여러분. 쏜애플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윤성현입니다.


심재현: 베이스 치는 심재현입니다.


홍동균: 반갑습니다. 기타 홍동균입니다.


방요셉: 안녕하세요, 쏜애플에서 드럼 치고 있는 방요셉입니다.



2. [RSK] 지난 정규 3집 [계몽] 이후의 첫 EP죠. [동물]이 나왔어요. 앨범을 공개한 기분이 어때요?


윤성현: 사실 매 앨범 마다 마지막 앨범이라는 기분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 기분을 빨리 떨쳐내는 게 중요할 것 같네요.


심재현: 4년 만에 발매라 감회가 새롭고 그동안 공연은 많이 했지만, 신곡을 들려드릴 기회가 없었는데, 적지만 신곡들을 들려드릴 수 있어서 매우 좋고 저희도 새로운 레퍼토리의 공연이 즐겁습니다


홍동균: 일단은 후련하고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고생을 많이 했어요.


방요셉: 4년 만에 공개한 앨범인 만큼 기분이 좋습니다.

 


3. [RSK] 앨범 소개에 ‘너 또한 동물이다’라는 문장이 나와요. 앨범 타이틀이 왜 ‘동물’일지 더욱 궁금해지더군요. 


윤성현: 그저 움직일 뿐인 존재, 그 존재의 유한성, 그에 수반되는 욕망과 멜랑꼴리. 이에 착안한 키워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4. [RSK] 표지에는 양의 몸에 사람 얼굴을 한 동물이 정면을 응시해요. 팬분들 반응을 살펴보니 ‘처음엔 낯설었는데 계속 보니 적응되어서 귀엽다’라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아트워크에 넣고 싶었던 상징들이 있었나요?


윤성현: 아트워크 시안이 여러 개 나왔었는데, 눈이 맞아버렸습니다. 굉장히 트라우마틱한 아트워크라고 생각해요. 악몽을 꾸면 저런 모습으로 아무도 없는 곳을 헤맬 것 같았습니다.


심재현: 여러 가지 아트워크들이 있었어요. 보자마자 무언가 관통하는 느낌이라던가 임팩트가 있었던 게 이거였어요. 뻔하지 않은 느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홍동균: 심플하게 저 친구만 있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서 특별히 없습니다.


방요셉: 상징보다는 그냥 바라보고 있을 때 풍기는 기분 나쁨이 매력이 있어서 골랐었던 것 같아요. 계속 보면 귀여워지는 건 동감입니다.



5. [RSK] 앨범이 나오기까지 4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있었어요. 탐구와 고민의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요. 멤버분들은 각각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윤성현: 자연인으로서의 저는 그다지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진 않네요. 아티스트로서는, 지난 앨범 [계몽]에서 그동안의 쏜애플이 전개해 왔던 세계관의 온점을 찍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문을 열기가 다소 어려웠던 기억이네요. 예전에는 디렉션을 굉장히 빡빡하게 보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내려놓고 멤버 개개인의 개성을 흘러가게 두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오히려 그 때문에 새로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심재현: 막상 4년간 온전하게 준비기간이 있었다기보단 그 사이에 있던 여러 가지 일들이나 기분들을 응축시켜서 꽤 단기간에 쏟아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후반부에는 작업 속도가 꽤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홍동균: 사실 탐구와 고민만 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라 그냥 지냈습니다. 중간에는 코로나도 있었고… 그 때문에 활동이 없다 보니 힘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음악 자체의 고민보다는 그 외적인 고민을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오히려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방요셉: 모든 파트의 녹음과 녹음이 끝나고는 믹싱 프로필 뮤비 라이브클립 등등 팀 활동하면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그만큼 멤버들과 보낸 시간도 많았었고요.




6. [RSK] 타이틀곡 <멸종>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드럼, 기타, 베이스, 보컬이 전부 안정적이며 완성도가 높다는 평이 많은데요. 이 곡은 언제, 어떻게 쓰게 된 곡인지 궁금해요. 


윤성현: 누군가 내게 '나는 백악기에 마지막으로 남은 공룡 같아.'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깊이 공명했고 정말 오랜만에 가사와 멜로디가 동시에 흘러나왔어요. 아이코닉한 기타 리프. 끝까지 텐션을 유지시켜 줄 리듬 다이내믹스. 곡의 펀치가 될 수 있는 브리지 파트. 이 정도의 방향성을 가지고 멤버들과 합주와 편곡을 진행했습니다 


홍동균: 기타만 놓고 얘기하자면 최대한 리듬과 어우러지게 편곡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멜로디로 접근을 많이 했는데 기타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방요셉: 곡 자체가 너무 좋아서 모든 파트가 뚝딱뚝딱 진행이 잘 된 것 같습니다. 완성도도 굉장히 높게 나온 것 같고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7. [RSK] 수록곡 <할시온>를 들으면 몽롱한 기분이 들어요. 마치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가 깊은 잠에 빠지는 기분도 들고요. 이 곡을 쓸 때의 감정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윤성현: 온 세상이 나에게 적대적인 상황에서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어떤 것. 그것에 대한 의존. 금단. 



8. [RSK] 올해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쏜애플이 자주 언급되었죠.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3’에 이어 ‘HAVE A NICE TRIP 2023’를 화려하게 장식했는데요. 페스티벌 무대에 설 때는 어떤 점을 중점으로 두시나요? 


윤성현: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모든 무대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는 편입니다. 온전하게 지금, 여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심재현: 페스티벌 무대는 모두가 함께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신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곡들을 위주로 배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외의 분위기는 단독콘서트에서 많이 밀도 있게 표현하고 있는 편입니다 


방요셉: 무대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그때 그 순간을 즐기는 걸 중점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9. [RSK] 쏜애플의 음악에서는 시니컬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풍겨요. 멤버 개인의 모습도 비슷한가요? 


윤성현: 허술합니다. 


심재현: 전혀 그렇지 않은 편입니다.


홍동균: 일단 저는 아닙니다. 제 개인이 그렇게 보이길 원하지도 않고요.


방요셉: 개인적인 모습은 그렇지 않은 것 같고요…. 그냥 조용조용하고 형들이랑 있으면 장난도 치고 그러는 편입니다.



10. [RSK] 쏜애플이 하는 음악을 단어나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윤성현: 가시 사과.



11. [RSK] 영화 <더 랍스터>에서는 사람들이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해야 하는 세상이 나와요. 이때 자신이 원하는 동물로 변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고요. 만약 원하는 동물로 변해 남은 일생을 살아야 한다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으세요? 


윤성현: 해파리. 아무 생각 없이 둥둥 떠다니고 싶네요.


심재현: 종류에 상관없이 새.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습니다.


홍동균: 판다요. 아무것도 안 하고 게을러도 모두가 좋아하고 보호해 주잖아요.


방요셉: 동물을 정말 좋아해요. 처음에는 강아지를 떠올렸는데, 생각해 보니 제가 수영을 못해요. 그래서 이왕이면 최상위 포식자인 고래나 상어로 변해 바다를 헤엄치고 싶어요.

 

<사진 제공 - MPMG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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