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가 새로운 흐름이 되어 보자.”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품은 확고한 다짐. 4년 전 너른 바다에 첫 발을 디디며 새로운 시작을 알린 wave to earth. 김다니엘, 차순종, 신동규 세 멤버는 차곡차곡 음원을 발매하고 음악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그들만의 파도를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꾸준히, 또 부지런히 몸짓하며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은 덕에 그들은 어느덧 첫 번째 정규앨범을 발매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발표한 그들의 첫 정규 앨범 [0.1 flaws and all.]. 결과물은 내 안의 결함과 그 밖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안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다 보면 완전함에 한 걸음 가까이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그들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 이야기를 담은 앨범을 세상에 내놓은 이들은 지금 어떤 일상을 영위하고 있을까. 또 앞으로는 어떤 변화의 물결을 도모하고 있을까. 곡을 함께 채우는 동료들, 마음 맞는 이들과 힘 모아 완성한 노력의 산물,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메운 시간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지난 기억을 샅샅이 훑고, 나아가 이어질 앞으로에 대해 헤아려보는 귀중한 시간을 나눠보았다.
1. [RSK] 최근 새 앨범을 공개했어요. 발매 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순종 : 발매하기 전엔 “발매 후에 나 1주일 잠수 탈거니까 찾지 마”라고 말했는데 실제론 거의 매일 (멤버들을) 보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동규 : 앞으로 있을 공연들을 준비 중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다니엘 : 이것저것 쌓인 일들이 많아서 하나씩 하나씩 헤쳐 나가는 중입니다. 공연 준비도 그중 하나고요.
2. [RSK] [0.1 flaws and all.]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까요?
다니엘 : 누구나 결함을 하나 둘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그렇고요. 그것을 바깥에 내보이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인 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나의 삶이 조금은 더 완벽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flaws(결함)와 all(그 외의 모든 것)이라는 앨범 제목이 탄생했어요. 결국 사람은 부정적인 게 더 먼저 보이니까요.
3. [RSK] 가사는 영어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다니엘 : A 사이드의 두 곡은 한국어로 작사를 했어요. 한국이 베이스인 만큼 한국어는 지속해서 사용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한글로만 담아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거든요.
4. [RSK]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을 하나씩 골라볼까요?
다니엘 : <사랑으로>. 2년 정도 제 머릿속을 맴돌던 멜로디가 있었어요. 잊을 만하면 생각이 나더라고요. 여러 번 곡으로 만들어내려고 시도를 했다가 실패했었는데, 이번 정규앨범 작업의 막바지에 갑자기 무언가에 홀린 듯 이 곡을 완성하게 됐어요.
순종 : <Peach Eyes>를 꼽고 싶어요. 태국 페스티벌 이후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감정들과 꿈을 다시금 되찾게 된 경험을 했거든요. 강렬했던 기억이 곡으로 탄생되기도 했고, 다니엘과 프로듀싱하는 과정, 동규와 녹음하는 과정 또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동규 : <akira>라는 곡을 골라봤는데요. 여태껏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분위기로, 앨범에서 전환을 시켜주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유일하게 기타 없이 다니엘 형이 로즈 건반을 연주하고, 순종이 형은 평소와는 다르게 색다른 튠으로 연주했고, 베이스 앰프가 아닌 기타 앰프로 녹음했던 것들이 기억에 남아서 골라봤습니다.
5. [RSK] 멤버들 사이의 합은 잘 맞는 편이에요?
다니엘 : 음악적인 부분도 정말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와 계속 함께하고 있는 하우스 멤버(세션)들도 마찬가지로 점점 더 밴드로서 완성돼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종: 매번 하는 얘기지만 친구 이상, 가족 이상, 연인 이상의 관계입니다. 취미, 라이프스타일 등등 잘 맞는 부분이 많습니다.
동규 : 모두가 같은 삶(현실)과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것들이 점점 맞물려져서 이젠 서로가 뭘 좋아하고 어떤 취향인지 잘 아는 것 같아요.
6. [RSK] 공연 전, 기도를 하고 무대에 오른다고 들었어요. 각자 어떤 기도를 올리나요?
동규 : 매번 공연 때마다 기도를 올릴 때 “오늘도 무사히 공연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해요. 개인적으로는 매 순간 주님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리고 있어요.
다니엘 : “주님, 제가 걸어가는 모든 순간순간을 이끌어주시옵소서-” 같은 기도를 올리곤 합니다.
순종 : 대표 기도는 매번 바뀌는 편인데 저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할 수 있게 좋은 친구들과 좋은 환경을 마련해 준 것에 대한 감사 기도를 하는 편이에요.
7. [RSK] 지난해 많은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과 교감하는 수많은 순간을 가졌을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다니엘 : 국내에서 진행했던 연말 단독 공연이 가장 생각이 나네요. 언제나 날이 서서 공연을 준비하곤 하는데, 그 공연 이후 ‘아티스트로서 더 발전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것 같아요. 더 멋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순종: 저는 태국 페스티벌 무대가 생각이 많이 납니다. 새로운 만남도 많았고 공연 후에 짧게나마 동규랑 다니엘이랑 즐겼던 태국 여행이라 생각이 많이 나요.
동규 : 저도 작년 태국에서 있었던 공연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첫 해외 공연이다 보니 특히 설레고 떨렸던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연이 끝난 후에 즐겼던 여행이 최고였습니다.
8. [RSK] wave to earth에 닿기까지, 영향을 받거나 영감이 돼준 뮤지션을 꼽아보자면요?
순종 : 좋아하는 음악을 자주 공유하는데, 각자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얘기해 보면 될까요? mndsgn(마인드 디자인)을 여전히 제일 좋아합니다! 사랑해요 링고(본명).
다니엘 : Nick Hakim(닉 하킴)입니다.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사운드를 만들어 나가는 그의 방법은 아직도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해요.
동규 : 즐겨 듣는 음악 장르가 그때그때 달라지는데, 요즘에는 Video Age(비디오 에이지)라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자주 듣고 있어요. 특유의 신시사이저 소리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9. [RSK] 최근 재밌게 본 책이나 영화, 꽂힌 음악 같은 것들이 있으면 독자분들에게도 추천해주세요.
다니엘 : <AKIRA>. 저희 앨범에도 동명의 트랙이 있으니 꼭 감상해주세요.
순종 : 최근 발매된 Thundercat & Tame Impala의 <No more lies>를 하루에 3번 이상 듣습니다. 감명 깊었던 시집은 안미옥 작가님의 <온> 추천드립니다.
동규 : 음악을 들을 때 음원보다 라이브를 많이 찾게 될 때가 있어요. 최근에 The 1975의 라이브 영상을 봤는데 퍼포먼스와 음악이 잘 어우러져서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져서 좋았어요.
10. [RSK] wave to earth의 음악을 들으면 나른하고 잔잔하면서도 몽환적이고 꿈결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런 분위기를 지향점으로 두고 작업한 건가요? 각자가 추구하는 음악은 어떤 건지도 궁금해요.
순종 : “예술 창작은 감정 프린트, 감정 즉흥 연주”라는 말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만큼 그 순간 느끼고 있는 추상적인 감정들을 일순간에 담아내고 다듬어 내다 보니 음악이라는 형태로 표현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세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냥 그래야만 했기에 그런 음악들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별개로 예술가로서 갖춰야 할 마인드와 음악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방향을 잡아주는 든든한 wave to earth야말로 저의 지향점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동규 : 음악을 하면서 늘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정답일까?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철학과 루트를 따라 하면서 그들처럼 가야 하나’ 생각하면서도 결국엔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해서 가요. 정답을 찾기보단 계속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가는 게 나 자신이고 저희인 것 같아요.
다니엘 : wave to earth를 시작하면서 제가 가진 목소리의 힘에 대해서 정말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엄청난 개성으로 리스너들의 이목을 끌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다만 제가 가진 목소리의 매력은 물 같은 유연함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음악에서든 부드럽게 스며들 수 있게 노력했고,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그랬던 것 같아요. 어떤 계절에도, 어떤 장소와 시간에도 구애받지 않고 그 장면에 따라가는 음악. 기억 속에 숨어드는 음악.
11. [RSK] wave to earth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가장 우리다운 음악을 하나만 추천한다면 어떤 곡을 택하겠어요?
다니엘 : <사랑으로>입니다. 음악적으로 택했다기보단, 이 노래가 그냥 우릴 닮았다고 생각해요.
동규 : 모르시는 분들이 가장 다가오시기 편한 곡은 <seasons>이지 않을까 싶네요.
순종 : <So real>... 제목처럼 So real해서요. [0.1 flaws and all.]의 마지막 트랙인데, 진짜 마지막 부분을 꼭 들어주셔야 합니다. 이유는 말 못해요. 들어야만 알 수 있습니다.
12. [RSK] 새롭게 시도하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도 있을 것 같아요.
순종 : 이미 이 친구들과 음악을 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을 도전했지만, 지금은 딱 두 가지 정도 더 도전해보고 싶네요. 저희의 음악에 디테일을 더하는 것과 묵혀놨었던 솔로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도전들이요.
동규 : 아직도 wave to earth로 해보고 싶은 게 아주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개인 음반과 패션 그리고 모델로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다니엘 : 분명 너무 많았던 것 같은데... 저에게는 두 밴드에서 해야 할 시도들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하하. 거대한 과제들이지만, 분명 엄청난 족적을 남겨 주겠죠.
13. [RSK] 앞으로는 또 어떤 일정들을 계획하고 있나요?
동규 : 국내 공연과 더불어 해외에도 여기저기 다닐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가 정말 기대가 되고 설레요. 많이 보러 와주세요.
다니엘 : 당장은 공연들이 많이 밀려있기 때문에 정신이 없긴 하겠지만, 다음 앨범을 또 천천히 만들어나가보려고 구상하고 있습니다.
14. [RSK] "언젠가 우리가 새로운 흐름이 되어 보자”. 멤버 별로 소망하는 방향이 닮으면서도 다를 것 같아요. 각자가 품고 있는 마음속 ‘흐름’을 저희에게도 알려주세요.
순종 : 저는 같을 거라 생각하는데 아닌가?(웃음) 저는 얘네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래도록 함께 음악하는 것이 꿈입니다. 이 친구들이 제 마음속에 흐르고 있습니다.
동규 : 흐름에 순종, 다니엘, 홍승기(아트웍 디자이너), 전민(색소폰), 조종근(피아노), 배지열(라이브 엔지니어)이 멤버들이 없으면 안돼요. 절대 안돼요. 같이 타야지 혼자 타면 재미없어요. 동료들과 행복하게 음악하면서 사는 것이 저의 흐름입니다.
다니엘 : 물론 저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시대가 흘러 우리의 음악이 누군가의 귀에 흘러 들어간다면 그게 제가 바라는 저의 이상적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Photographs by Wa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