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천재 뮤지션을 찾는 음악 프로그램 <슈퍼밴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홍이삭. 그가 피아니스트 진수영과 함께 협업한 새 EP 앨범 [everland]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에 담은 것은 자유로운 표현과 음악이 주는 선물 같은 순간이다. 섬세한 보컬과 따뜻한 감성으로 삶을 위로하는 그가 이번에는 우리에게 어떤 위로와 감정을 선물할지 그를 만나보았다.
1. [RSK]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홍이삭 입니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저는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2. [RSK] 근황 먼저 들어볼까요?
음 근황이라 하면 아리랑 라디오 고정 게스트도 하고, <영화로운 덕후생활>을 통해서 내한하는 외국 배우들도 만나보고, 공연하면서 팬들도 만나고 이것저것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조금 있으면 이사를 할 계획인데 그게 가장 저에게 큰일 중의 하나이지 않나 싶어요.
3. [RSK] 이번 새 EP [everland]은 어떤 앨범인가요?
이번 앨범은 피아니스트 ‘진수영’이라는 친구랑 함께 작업을 하면서 만든 앨범이에요. 음악적인 스케치부터 해서 녹음까지 음악적인 부분을 함께 만들었어요. 수영 님이 따로 가사나 내용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공간을 줬어요. 그러다 보니 채워야 할 공간들에 제가 넣고 싶은 이야기들과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넣을 수 있었어요. 어쩌면 제 마음대로 만든 네버랜드 같은 앨범이 아닐까 합니다.
4. [RSK] 앨범 발매를 앞두고 <(n)everland> 곡을 선공개했어요. 선정 이유가 궁금합니다.
큰 이유는 없어요. 이 앨범의 전체적인 그림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5. [RSK] 타이틀곡 <her>은 영화 <Her>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어요. 어떤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나요?
정적인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어딘가를 바라보는 멍한 순간이 있는 장면이요. 숨어 있던 감정은 정적인 순간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느껴요. 바쁘고 정신없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숨어있던 감정의 덩어리들은 가만히 있을 때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어요. <Her>의 음악은 혼자 있는 그런 때 한순간 밀려오는 감정을 묘사하는 것 같아요.
6. [RSK] 그러면 작사, 작곡하실 때 주로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나요?
때마다 다른 것 같아요. <everland>는 일기 같은 어쩌면 푸념같이 내뱉는 감정들이었다면 <Her> 이나 <Pages> 같은 경우는 음악의 정서와 어떤 영화 같은 장면이 계속 떠오르기도 하는 때가 있고요.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를 스스로 찾는 과정이 영감의 시작점이 아닌가 싶어요.
7. [RSK] 이번 앨범은 팝 앨범으로 많은 팬의 기대감을 높였어요. 앨범 제작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진수영 님의 색과 저 홍이삭의 색의 조화였던 것 같아요. 만드는 과정에서 독단적인 결정을 자제하려고 했어요. 각자가 원하고 생각하는 바가 있겠지만 함께 작업을 한다는 것이 단순히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 이상의 대화와 배려가 더해지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수영 님은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네요. 하하
8. [RSK]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진수영 님과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사진작가인 리에 님의 추천으로 시작했어요. 따로 리에 님과 작업을 할 기회가 있었거든요. 그러다 둘이 한번 만나보면 어떻겠냐고 소개받았고, 자연스럽게 밥도 먹고 친해지면서 작업을 시작한 것 같아요.
9. [RSK] 같이 작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작업을 하는 과정 자체가 에피소드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만나는 날이면 하루 종일 곡 쓰고 이야기하고요.. 만나는 시간만 정하고 아무 계획 없이 악기 앞에 앉아요. 대화의 시작은 항상 ‘뭘 할까요?’ 로 시작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요. 각자가 평소에 원하던 음악도 들어보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하던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그걸 이어서 또 다른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대화하면서 만들어 가요. 그 순간 자체가 재밌어요. 이번 앨범의 모든 곡이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어요.
만날 때마다 따뜻하고 쉽고 설레는 사랑 노래를 만들자는 말을 했어요. 그러다 나온 음악들이 반 웃겼어요.
10. [RSK] 다룰 수 있는 악기가 건반, 어쿠스틱 기타, 색소폰, 클라리넷, 베이스, 드럼 등 다양해요. 악기로 처음 연주했던 곡은 기억나나요?
‘다룰 수 있다’의 정의가 소리를 낼 수 있다.. 정도면 많은 악기를 다룰 수 있는 거라고 할 수 있겠군요 하하. 익숙하고 편하게 곡을 쓸 수 있는 악기는 기타와 피아노 정도가 다인 것 같아요. 어릴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어요. 바이올린은 선생님이 너무 무섭고 재미도 없어서 어머니 몰래 바이올린 줄을 끊은 적도 있어요. 그러다 친구와 친한 형이 치는 기타의 모습에 반해 자연스럽게 기타를 치기 시작했어요. 어쿠스틱 기타로 처음 쳤던 곡은 그때 친구가 만든 곡이었는데 D에서 Dsus4 코드로 왔다 갔다 했던 노래였던 것 같아요. 색소폰은 학교에 다니면서 배웠는데 첫 곡은 아마 <반짝반짝 작은 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하하.
11. [RSK] 그러면 앞으로 악기로 도전해 보고 싶은 곡이나 장르가 있다면요?
매 공연과 창작의 과정 하나하나가 도전인 것 같아요. 공연을 준비하면서 제가 치는 기타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는데도 시간이 꽤 걸려요. 장비도 필요하고 기숙도 필요하고 비는 시간마다 공부하고 검색하고 그래요. 그 자체가 저에겐 도전이더라고요. 채워야 할 부분들이 많게 느껴져서 그런가 봐요. 저는 진수영 님 같은 연주자를 보면서 동경하는 마음이 있어요. 노래를 가장 오래 하고 불렀지만, 악기랑 노래는 음악을 대하는 방식이 많이 다른 것 같아서요.
도전하고 싶은 곡에 대해서는.. 장르나 곡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도전하고 싶은 ‘감정’이 있는 것 같아요. ‘환희’ 같은 감정을 이야기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기 위한 장르라면 뭐든 해보고 싶습니다. 안 해본 표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12. [RSK] 주제를 좀 바꿔볼게요. 홍이삭 님은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자작곡 <봄아>로 동상을 수상하며 데뷔하셨죠. 첫 데뷔 후 가장 성장한 부분이 있나요?
나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늘지 않았나 생각해요. 어떤 부분을 스스로 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은 누군가에게 기대도 괜찮은지, 어디까지 고집을 부려도 되는지 그런 것들이요. 제가 살고 있는 현재와 환경과 자라왔던 환경에서 ‘잘한다’, ‘잘하고 있다’의 의미가 차이가 있는데 그걸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과정이 스스로를 깨닫는 과정과 선상에 있다 느꼈어요.
13. [RSK] 앞으로의 홍이삭 님의 목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많은 사람과 함께 해보고 싶어요. 밴드가 될 수도 있고 팀이 될 수도 있고 음악이든 작품이든 혼자서도 만들 수 있겠지만, 돌아봤을 때 그렇게 계속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싶어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이야기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건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일단 가장 먼저는 주변 가까운 사람들과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 갈 계획이에요.
14. [RSK] 마지막 질문이에요. 2023년은 어떤 해이길 바라나요?
올해는 어느 때보다 제가 들려드리는 음악을 보여드리며, ‘이게 저예요'라고 말할 수 있는 해가 되길 바라요. 그 전의 많은 것들도 저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표현 하는 일이 참 어색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게 어느 때보다 자연스러운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15. [RSK] 홍이삭 님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마지막으로 간단한 인터뷰 소감과 끝인사 부탁드릴게요!
롤링스톤이라니… 엄청 영광입니다. 음악 잡지에 이렇게 이야기할 기회도 처음이고, 어릴 때 찾아보던 수많은 가수와 선배님들의 인터뷰 기사 등을 읽으면서 언젠가 나도… 생각만 했지 실제로 이렇게 인터뷰하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다음에 더 좋은 음악으로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는 더 성장해 있는 모두가 되어 있기를 바라며…
<사진제공 - 아카이브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