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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진정성은 일관성을 통해 증명하는 것, 손 심바

지난 3월 20일, 손 심바가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DOUBLECROSS MUSASHI]를 발매했다. 13개의 트랙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짧게 말해 듣는 맛이 있다. 그는 일본 극 이야기 전개 방식인 서, 파, 급을 1,6,13번째 트랙 이름으로 넣어 앨범의 기승전결을 알렸는데, 스타크래프트 제라툴 성우로 유명한 김기현 성우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해 앨범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가사가 사람을 깨닫게 할 수는 있어도, 직접 움직이게 할 수는 없다고 깨달은 손 심바. 자신이 실제 행동으로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을 크게 느꼈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힙합의 언어성을 통해서 앞으로도 자신이 직접 움직이며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할 것이다. 진정성 있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곧 자신의 음악적 방향이라고 또렷하게 말하는, 손 심바를 만나보자.


1. [RSK] 안녕하세요 손 심바 님! 롤링스톤 코리아와 인터뷰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인터뷰에 앞서 롤링스톤 코리아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데자부그룹’과 힙합 크루 ‘서리’에서 랩하고 있는 한국 힙합 MC. 손 심바입니다.



2. [RSK] 벌써 4월이에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앨범을 내고 나서 공연이나 인터뷰 촬영 등으로 한창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그럴 기회가 많아서 즐거운 4월 보내고 있습니다.




3. [RSK] 3월 20일이었죠.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DOUBLECROSS MUSASHI]를 발매하셨어요. 어떤 앨범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장르적으로는 최근 뉴욕 언더그라운드에서 각광받는 장르지만 부를 이름이 마땅찮아서 저는 '네오붐뱁'이라고 부르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장르 음반이에요. 내용적인 이야기를 정리하면, ‘종교 오컬트 찬바라 힙합’입니다. 여러 가지 설정을 잘 섞은 짬뽕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4. [RSK] 제작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셨나요?


처음에는 제가 전곡을 작곡하며 금방 만들 수 있을 줄 알고 호기롭게 6개월 정도를 예상했었는데요, 여러 욕심들과 한계를 거치다 보니 2년 정도가 걸렸어요, 비와이가 군대 가기 전에 시작해서 전역할 즘에 세상에 나왔네요. 팬분들을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5. [RSK] 피처링으로는 쿤다판다, 디젤, 오하이오래빗, 딥플로우 그리고 도끼 님께서 참여하셨는데요. 작업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앨범 커버에 참여진들을 캐릭터로 그려 넣는 작업에서 오하이오래빗을 빼먹고 그려서 애를 먹었어요. 여러 사람에게 커버를 보여줬는데, 완성단계에 올 때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어요. 다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오하이오래빗의 존재감 증진 훈련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6. [RSK] 1,6,13번 트랙에는 스타크래프트 제라툴 성우로도 유명한 김기현 성우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하셨어요. 컨셉츄얼한 느낌으로 앨범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듣고 싶어요.


처음부터 나는 컨셉츄얼한 앨범을 만들어야지! 하고 뛰어들기보다는 앨범을 기획할 때 관련된 창작물들에 빠져서 사는 시간을 오래 갖는 편이에요. 한참을 몰입해서 음반을 만들다 보면, 사람들이 컨셉츄얼한 앨범이라고 부르는 뭔가가 만들어져 있었어요. 

기획 자체에 재미를 많이 느끼고,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컨셉만 제대로 갖춰지면 완전히 다른 감흥의 작품이 되는 것을 즐깁니다. 그냥 저의 창작적 성향과 소비적 성향이 자연스레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7. [RSK] 많은 트랙이 수록된 앨범을 세상에 내놓고 나면 어떤 기분인지 궁금합니다. 후련한 감정이 크신가요?


사실 음반을 만들면서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앨범을 내고 나면 한참 동안은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 같은데 저의 경우에는 정 반대가 되더라고요. 

이번 음반은 세상에 내놓자마자, 그다음 음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때아니게 들뜬 상태가 되었어요. 물론 말을 이렇게 한 뒤 또 다른 고민에 빠질 확률도 높지만요. 벌써 프로듀서 프레디 카소와 다음 음반에 대한 회의 날짜를 잡아두었어요.



8. [RSK] 손 심바 님의 음악에서는 솔직한 가사도 큰 매력이에요. 작사하실 때 어디서 영감을 많이 받으시나요?


최근의 저보다 훨씬 더 노골적으로, 리스크에서 오는 리턴의 매력을 느끼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런 가사들을 써서 세상에 내어놓는 순간까지 저는 가사에 대한 수없이 많은 의심에 빠져요. '내가 진짜 이런 말을 할 의도가 있는가, 또 내가 범하고 있는 영역을 모순되게 건드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그 가사를 내놓으면 돌릴 수가 없게 되는 거예요. 청자들도 그런 가사에서의 나의 스탠스와 입장에 몰입하는 게 일반적인 게 힙합이니까요. 법정에서 하는 선서처럼 써나가는 가사들이 나의 삶을 실제로 바꿔나가거나, 반대로 내가 살고 싶은 모습을 써놓았기 때문에 행동하게 되는 경험이 커요. 영감이라는 말과는 다를지 모르지만 이 재미를 큰 원동력으로 삼아 작사하는 편이에요.




9. [RSK] 또한 청자에게 진솔하게 전달하기 위해 어떠한 점을 중점으로 두시며 랩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힙합의 중심적 매력이 언어성에 있다고 생각해요. 

랩을 하는 포지션을 MC라고 일컫는데, 여러 뜻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청중을 움직이는 역할이라는 뜻이 담겨있어요. 공연장에서 Put your Hands up 한 번을 해도 내가 뭘 요구하는지 사람들에게 전달되어야 행동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사람들을 내, 외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말을 이해, 설득시키는 언어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 '청각적 쾌감'이라는 말을 핑계로 그런 언어성을 등한시하는 음악들이 쿨하다, 힙하다 라는 말을 듣는 경향이 생긴 것 같아요.

그냥 외국 아티스트들 음반을 듣는 것처럼 전체를 영어 가사로 써버린다든지 하는 류의 음반 중 거의 대부분은 힙합의 핵심을 놓쳤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이 본받았다는 음반을 만든 외국 아티스트들은 자기들의 언어로 사람들에게 뭘 어떻게 전달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한 결과물일 텐데,

그들이 쓰는 언어의 소리만 빌려와서 만드는 건 시시하고 유치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그들의 방식에 관여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힙합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분류되길 원한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달하는 언어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남을 바꿀 수는 없으니, 제 작품에서만큼은 무조건적으로 지키려 노력하는 규칙입니다.



10. [RSK] 어떤 경험이든 깨달음을 주죠. 앨범 작업 역시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DOUBLECROSS MUSASHI]를 작업하며 갖게 된 새로운 관점이나 생각이 있으신가요?


익숙함과 겨루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재미있는 것인지를 크게 깨달았어요. 제 작품들은 매번 새로운 방식과 언어로 가사를 쓰려 노력하고 있고, 저만 쓰는 독립적인 언어가 있어요. 

예를 들어 '이 어른께서'라는 말로 나를 높여 말한다든지, 랩 게임에 속해 싸잡아 '랩 것들'이라고 낮추어 부른다든지 하는 방식들이요. 남들하고 똑같이 안전한 보편성의 범위 내에서만 표현하는 가사를 쓰는 건 제게 재미도 가치도 없거든요.

물론 그런 예스러운 표현들을 사람들이 올드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그런 식의 오남용적 멸시를 이끌어내는 것조차도 꽤 재미있어요.

'서리류'라는 스타일로 규정한 인터넷 밈 등을 통한 힙합 메타포들도 그래요. 저는 이런 짓궂은 유머들이 우리 크루만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해 발전시키고 싶은데 비장한 비트에 이런 이야기가 들리니까 싫어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 관성과 싸우는 재미를 볼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11. [RSK] 손 심바가 음악을 통해 대중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요?


언젠가 갑자기 깨달았지만, 가사만으로는 사람을 깨닫게 할 수는 있어도, 직접 움직이게 할 수는 없더라고요. 가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서 모였던 친구들도 있었지만, 저는 그 경향에서 매너리즘을 강하게 느꼈어요. 그들의 믿음을 제가 깨버릴 수는 없지만, 이런 가사만으로 부족하다는 한계 상황이 훨씬 더 힙합스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힙합은 그냥 음악이 아니라 종합예술적 문화거든요. 제가 가사에 백날 써봤자 탁상공론인 이야기들을 직접 실제 행동으로 보여줬을 때 비로소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을 크게 느꼈고 '진정성은 일관성을 통해 증명하는 것'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읽었는데, 그 말이 지금의 제 방향을 보여주는 명확한 문장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12. [RSK] 지금까지 음악을 하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있다면 이유도 궁금해요.


수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올 타임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고루해질 것 같아서, 최근에는 ROC MARCIANO와 WESTSIDE GUNN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ROC MARCIANO는 2010년쯤부터, 시대의 뒤편으로 남겨질 뻔한 뉴욕 힙합의 고유한 맛을 보전해왔어요. 그야말로 뉴욕의 이름 없는 왕이에요. WESTSIDE GUNN은 그 영향을 받아 특유의 확신과 에너지로 폭발시켜 지금 이 먼 동양의 저에게까지 그 유산을 전해준 아티스트고요. 최근 3년을 기준으로는 이 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13. [RSK] 더불어 요즘 많이 듣는 음악이 있다면 구독자분들께 소개 부탁드려요. 


Conway the Machine 과 Westside gunn의 콤비네이션을 정말 좋아하는 편인데요.

최근 나온 Quaters/Brucifix의 뮤직비디오에 흠뻑 빠졌어요. 작곡가 Daringer가 한동안 새롭지 못했다고 느꼈는데, 극한의 미니멀리즘으로 다음 것을 가져와서 감동했어요.



14. [RSK]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음악적 목표가 궁금해요.


한국 힙합이 자존감 높은 장르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외국의 트렌드를 가져와서 발 빠르게 잘 보여주는 아티스트들도 멋지겠지만 저는 그런 것에서 동기부여가 되지 않거든요. 미국 시장에 '우리도 너희처럼 잘 할 수 있어!'를 끝없이 증명하는 과정이 지금까지의 한국 힙합이었다면 '우리는 우리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어!'를 증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오징어 게임>과 케이팝으로 전 세계가 손을 뻗는 시대잖아요. 지금 시대에 예전 같은 마음으로 사는 건 야망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15. [RSK] 긴 인터뷰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및 롤링스톤 코리아 구독자분들께 끝인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제가 대답하고 싶은 질문을 많이 해주셔서 놀랐어요. 가려운 곳이 상당히 시원해진 기분이라 고맙습니다. 롤링스톤 코리아 구독자분들이 기존에 제 음악을 즐길만한 소비층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꽤 재미있는 음반이라고 자부하기 때문에, 한 번쯤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제공 - 데자부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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