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찾아온
<We will fly away>가 울려 퍼졌다. 루시가 팬들을 위해 준비한 놀이공원의 문이 힘껏 열리는 순간이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곡을 필두로 네 사람이 준비한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최근 발매한 앨범 [INSERT COIN]의 수록곡인 <아니 근데 진짜>, <바쁘거든>부터 <개화 (Flowering)>, <떼굴떼굴>,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같이 루시를 대표하는 곡들이 무대를 채우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계속해서 바꿔나갔다.
퍼포먼스와 함성
루시가 리메이크한 델리스파이스, 페퍼톤스의 노래 <항상 엔진을 켜둘께>, <21세기의 어떤 날>은 네 사람의 연주와 목소리로 다시 태어났다. 멤버 개개인의 개성을 그대로 살린 퍼포먼스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상엽은 확성기를 들었고, 예찬은 눈을 가린 채 바이올린을 켰으며, 광일은 자작곡인 <비워>, <Would you dance with me>를 노래했고, 원상은 베이스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지치지 않고 달리는 네 사람의 쇼맨십에 팬들은 때로는 떼창으로, 때로는 함성과 환호로 뜨겁게 화답했다.
곧 다시 만날 날
멤버들은 곡 사이사이에 이 공연을 완성하기까지의 일화를 전하기도,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고, 서로를 향해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곧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렇게 루시는 약 한 달하고 보름 후인 4월 22일과 23일 양일간 올림픽홀에서 재회하길 기약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여러분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때 행복했었는데’라는 감정을 가지면 사람이 항상 행복해질 수 있더라고요. 저도 이 감정, 행복한 추억들을 가지고 끝까지 살아갈 테니까 여러분도 오늘 하루 수고 많으셨고 내일은 더욱더 행복하게 사는 여러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 중간 지점에서
루시 네 번째 단독 콘서트 〈INSERT COIN: amusement park〉, 그리고 앵콜 콘서트 <INSERT COIN: parade>. 네 번째 단독 콘서트를 마무리하고 앵콜 콘서트를 새롭게 준비하는 시점, 그 중간 지점에서 루시를 만났다. 그리곤 그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롤링스톤 코리아는 지난 공연의 자잘하지만 즐거운 에피소드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 같은 것들에 대해 물었고, 네 사람은 유쾌하면서도 진솔하게 답했다. 공연 안과 밖의 자잘한 후일담에 대해.
1. [RSK] 안녕하세요 루시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독자분들과 인사 먼저 나눠볼까요?
예찬: 롤링스톤 코리아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루시에서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신예찬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상엽: 안녕하세요. 저는 보컬을 맡고 있는 최상엽입니다. 콘서트 즐겨 주셔서 감사해요!
원상: 안녕하세요~ 저는 루시에서 베이스와 프로듀싱을 하고 있는 조원상이라고 합니다.
광일: 안녕하세요. 저는 팀의 막내이자 드럼을 맡고 있는 신광일입니다. 인터뷰 잘 부탁드립니다!
2. [RSK] 〈INSERT COIN: amusement park〉는 네 번째 단독 콘서트였죠? 준비 과정은 어땠어요?
상엽: 관객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포인트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회의를 많이 했어요. 앨범 준비와 함께 콘서트 준비도 병행하다 보니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한 합주 시간을 확보했어요. 전체적으로 집중도도 높았고, 효율적으로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3. [RSK] 공연을 무사히 마친 소감은 어때요?
예찬: 오로지 루시의 단독 콘서트를 보러 귀한 시간 내서 와주신 관객분들 앞에서 선보이는 콘서트인 만큼, 공연하는 내내 저희를 바라보는 눈빛, 응원하는 목소리, 저희를 향한 마음들을 다 기억하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느리게 흘러가기를 바랐는데, 행복한 시간들은 항상 왜 그렇게 빨리 흘러가는 건지, 공연이 끝나고 난 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4월에 있을 앙코르 콘서트를 위해 또 열심히 달려보려고 합니다!
광일: 모든 무대가 소중하지만, 루시의 이름을 걸고 하는 단독 콘서트인 만큼 공연을 거듭할수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매 공연마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공연 역시 몸 사리지 않고 공연과 관객에 집중했기 때문에 굉장히 뿌듯했어요. 공연 후 남은 근육통도 성장통처럼 느껴집니다!
4. [RSK] 콘서트 현장 분위기가 엄청 뜨겁던데요. 공연장이 ‘찐 팬’으로 가득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원상: 감사합니다. 관객분들께 행복을 드리려고 무대를 하는데 오히려 저희가 팬분들에게 에너지를 받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한목소리로 응원해 주실 때, 저희 공연을 진심으로 즐겨주시는 모습이 보일 때마다 저도 더 신이 나서 무대를 즐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광일: 사실 루시 공연은 관객분들이 있어야 완성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은 항상 기대 이상으로 흥이 넘치시는 것 같아요. 그 덕에 저희도 좋은 기운을 받아 매 무대를 열정적으로 꾸미고 있습니다. 저도 ‘왈왈이’들의 찐 팬이에요!
5. [RSK] 120분의 본 공연에 앙코르까지, 격한 가창과 연주로 채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예찬: 앞에 계신 관객분들도 즐겨주고 계셔서 그런지 무대에서는 힘든 줄 모르고 뛰어다니는 것 같아요. 무대가 끝나고 나면 ‘오늘도 정말 후회 없이 놀았다!’라는 생각이 들고 매번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상엽: 관객분들을 만날 생각에 기대감이 컸어요. 컨디션 관리를 잘 하는 것도 가수의 실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 꾸준히 긴장감을 가지고 준비를 해왔거든요. 얼른 저희가 준비한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6. [RSK] 공연이 끝난 지금은 뭘 하며 지내요?
예찬: 최근 미니 3집을 발매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또 다음 공연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연습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 루시는 항상 앞으로 달리고 있어요!
원상: 4월에 있을 앙코르 콘서트를 앞두고 이번엔 어떤 무대를 보여드릴지 생각하고, 또 미국에서 열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서 감사하게도 저희를 초청해 주셔서 쇼케이스 무대에 서게 됐어요. 저희의 첫 해외 활동인 만큼 멋진 무대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7. [RSK] 멤버들끼리 많은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생길 것 같아요.
상엽: 함께 보내는 시간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인지라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바로 떠오르진 않지만, 저희 공금 통장에 저금이 많이 되고 바쁜 시기가 조금 지나면 다 같이 캠핑이나 여행을 가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습니다. 생각해 보니 함께한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스스럼없는 사이가 됐다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8. [RSK] 콘서트에서도 SNS에서도 멤버들끼리 절친해 보여요. 서로를 처음 만난 순간이 기억나나요?
예찬: 우선 상엽이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예스맨, 원상이는 말투도 행동도 사랑스러운 존재였고, 광일이는 여전히 저에게 존댓말을 하는 예의 바른 친구입니다. 처음 만난 순간과 인상이 달라진 멤버는 없지만 저희는 이제 서로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정말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됐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많습니다.
9. [RSK] 뮤지션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와 이유도 알고 싶어요.
원상: 저는 원래 아티스트를 조력하고 메이킹하는 프로듀서를 꿈꿔왔는데요. <슈퍼밴드>에 출연해 루시 멤버들을 만나고, 공연을 하면서 제가 무대 위에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그렇게 뮤지션이 되기로 결심하게 된 것 같아요.
광일: 루시 멤버들과 함께하는 무대가 정말 행복하고, 또 그런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이 있어서요. 계속해서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게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10. [RSK] 개인 질문도 해볼까요? 루시에선 예찬 님의 바이올린이 자주 언급되더라고요. 잘 없는 케이스이기도 하고. 어떻게 밴드에 바이올린으로 함께할 생각을 했어요?
예찬: 원래는 클래식을 전공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버스킹을 접하고 밴드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제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바이올린이었고, 음악이 좋다는 마음 하나로 <슈퍼밴드>에 출연해서 루시 멤버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밴드에 바이올린이 있는 케이스는 많이 없다 보니 신기해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만큼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바이올린 연주로 루시만이 선보일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11. [RSK] 상엽 님은 콘서트에서 <히어로> 마지막 부분에 새 파트를 추가해 불렀다고 들었어요. 이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상엽: 제 아이디어는 아니고 멤버 원상이의 아이디어였습니다. 공연을 하며 항상 팬분들께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 에너지와 사랑을 팬분들께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하더라고요. <히어로>는 사랑과 희망을 주는 노래인 만큼, 가사에 팬분들을 향한 마음을 담아 색다르게 개사해서 불러보면 좋을 것 같아서 준비하게 됐습니다.
12. [RSK] 이번에도 어김없이 원상 님이 작사·작곡·프로듀싱에 참여했어요. 곡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어요?
원상: 멤버들이 연주하고 노래할 때 어떤 느낌일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조합을 상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곡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따로 영감을 받아 창작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곡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13. [RSK]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 하지 말아요. 오늘의 기억들로 밤을 채워보아요.’ 광일 님은 오늘 어떤 기억으로 밤을 채울 건가요?
광일: 오늘은 저희 네 번째 단독 콘서트 날 팬분들과 함께했던 호흡, 그리고 팬들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보려고 합니다.
14. [RSK] 곧 콘서트로 다시 돌아오죠. 지난 공연과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원상: 우선 더 많은 팬분들을 모실 수 있는 곳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는 점! 더욱 큰 공연장에서 무대를 하는 만큼 셋 리스트도 더 색다르게 구성해 보고 싶고, 무대 연출 면에 있어서도 더 확장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의 첫 해외 무대 이후에 펼쳐지는 콘서트인 만큼, 먼 땅에서 배워온 것들을 적용해 한층 성장한 루시의 모습과 멋진 무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15. [RSK] 루시를 사랑하는 왈왈이들에게도 한마디 전해주세요.
예찬: 사랑하는 우리 왈왈이 분들! 저희의 이번 신곡 <아니 근데 진짜>를 들으며 언제 어디서나 기죽지 않고 자신감 넘치길 바라고, 일상 속에서 늘 웃을 일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인 거 다들 아시죠? 우리 왈왈이들과 오래오래 건강하게 함께 놀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상엽: 항상 우리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항상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왈왈이의 모습에 매일이 큰 감동입니다. 이 멋진 우주 한복판에서 왈왈이들을 만날 수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원상: 이번 앨범! 그리고 콘서트까지 많은 관심과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더 좋은 모습으로 여러분의 자랑스러운 아티스트가 될게요! 평생 루시와 함께해요! 사랑해요~
광일: 언제나 저희를 기다려 주시고 응원해줘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언제나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만큼 더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롤링스톤 코리아 인터뷰, 즐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16. [RSK] 루시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요? 뮤지션으로서의 최종 목표가 궁금해요.
예찬: 루시가 세계 최강 밴드가 되는 그날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웃으면서’ 해나가고 싶습니다. 더 단단한 팀워크와 저희만의 에너지로 앞으로도 저희 루시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상엽: 목표는 항상 변하기 마련이므로 구체적인 목표가 따로 있진 않지만, 루시 멤버들과 함께 꾸준히 달리다 보면 또 어딘가 좋은 곳에 도착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해외 투어를 가보고 싶고, 또 국내에서도 더 많은 무대에서 저희 음악을 더 많은 분들께 들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원상: 모두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 저희의 한계점을 아주 높은 곳에서 마주했으면 좋겠어요!
광일: 아직 한 치 앞도 모르지만 앞으로도 루시 멤버들과 함께한다면 두려울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저희만이 들려드릴 수 있는 음악으로 다양한 무대에서 여러분들을 찾아뵐 예정이고, 무대 외에서도 많은 매력을 보여드릴 테니 앞으로도 응원해 주세요!
Photographs by MYSTIC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