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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본능과 직감의 동화, Zior Park

“어린아이처럼, 본능에 솔직하고 직감에 충실했다.” 지올 팍은 새 앨범 [WHERE DOES SASQUATCH LIVE?]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상반된 소스를 섞고, 풍자와 자기반성을 더해, 컨셉추얼한 앨범을 완성한 지올 팍이 이야기한다. 우리 주변의 사스콰치는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사는지. 


 

1. [RSK] 신보의 콘셉트는 동화라고 들었어요. ‘지올 팍이 그리는 동화는 잔혹 동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많은 분들이 그런 생각을 하실 것 같아요. 어쩌면 맞을 수도?(웃음)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반적인 팝과 록의 장르를 이용한 형태를 띠고 있어요. 가사만 보면 잔혹동화가 맞는 것 같아요. 멜로디나 분위기는 밝지만 결국 가사는 비극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게 제 곡의 특징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밝은 무드와 밝은 내용을 다루는 것보다 두 가지 상반된 소스를 이용하는 것이 드라마틱한 느낌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동화책이라는 콘셉트에 충실한 앨범이에요. 전에 발매했던 [THUNDERBIRD MOTEL]이라는 믹스테이프 이후 처음으로 컨셉추얼한 앨범이라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아트워크도 그 콘셉트에 충실하게 아이의 방을 주제로 잡았어요. 어린아이처럼 본능과 직감에 솔직하고 충실하게 앨범을 만든 점이 잔혹동화라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2. [RSK] 과거 인터뷰에서 윌리 웡카, 잭 스패로우, 크루엘라, 할리퀸 같은 캐릭터가 영감의 원천이랬죠? 엉뚱한 듯 보이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에 끌리는 이유가 뭘까요?

 

아마 동질감일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착한 주인공이나 전형적으로 강한 영웅은 별로 안 좋아했어요. 일반적인 것들을 싫어했고, 괴짜라든지 4차원이라든지 하는 말이 칭찬처럼 들렸어요. 혼자 방에서 망상하고, 남들과 다른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특정 상황에 몰입해 연기를 하기도 하는 제 모습이 그들과 저를 비슷하다고 느끼게 했어요. 저희 엄마는 그런 절 보고 ‘벽과 함께 혼자 난리 법석을 치고 있다’고 하곤 했고요.(웃음) 제가 어릴 적에 낮은 주택 옥상에서 떨어진 적이 있어요. 그때 머리부터 떨어졌는데요. 저희 엄마는 그때부터 제가 이상해졌다고 해요. 그래서 ‘또 떨어지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하는 농담도 하곤 해요. 하하.






3. [RSK] 앨범은 크게 파트 1, 2로 나눠진다고요.

 

트랙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타이틀과 더불어 제가 만든 다른 트랙들에도 많은 관심을 주셨으면 했고, 분위기 반전을 위해 1과 2의 특성도 다르게 잡았습니다. 대중분들이 이 앨범을 한 권의 책으로 인식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글쓴이인 저 역시 긴 글을 읽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을 이해하기에, 책을 두 권으로 나눠 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4. [RSK] 신보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었어요?

 

제가 만든 <SYNDROMEZ>라는 크루에는 ‘SUNBURNKI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막냇동생이 있어요. 그 친구는 당시 17살, 만으로 16살이었던 친구예요. 그 나이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깊은 생각들을 하면서, 동시에 아이 같은 모습도 가지고 있고요. 그 친구와 대화를 자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의 어릴 적 모습이 보여요. 그리고 제가 잊어버린 무엇인가를 다시 상기시키곤 해요. ‘이렇게 특이하고 재능 있는 친구가 세상밖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당시 그 친구는 세상과 마주하기를 꺼려 했어요. 그때 제 머릿속에 딱 사스콰치(빅풋)가 그려졌어요. 어떻게 보면 사스콰치는 현 호모사피엔스와 대형 유인원과의 중간 단계의 모습을 띄고 있죠. 지금의 인간보다 조금 더 동물적이고 거친 모습을 가진 생명체인데, 이 생명체는 인류(대중)에게 파악이 안된 미스터리한 동물이잖아요. 그런 모습들이 저의 어린 시절 그리고 SUNBURNKID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대중들 눈에는 잘 띄지 않으면서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고,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캐릭터를 지닌 점이나, 사람들 사이에서 믿는 자와 안 믿는 자로 나뉘게 하는… 뭐 그런 점들이요. 그렇게 저의 앨범이 시작됐습니다.

 
 




5. [RSK] 투 타이틀 중 메인곡의 제목은 <CHRISTIAN>이에요. 제목을 들으니 궁금해져요. 지올 팍은 종교가 있는지, 종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저는 크리스천이에요. 이 곡 같은 경우, 게이 친구와의 대화에서 시작됐습니다. 친구의 아버님이 목사님이셨는데, 제가 그 친구에게 “너도 그럼 크리스천이야?“라고 묻자, “나 완전 크리스천이지”라는 말을 했었어요. 그때의 기억으로 이 곡의 훅이 탄생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교회에서 일반적으로 동성애자들을 비난하고 질타하지 않느냐’라고 묻는 친구들이 많은데요. 제가 성경을 읽고 기독교 교리를 배우면서 그런 비난과 질타가 크리스천으로서 잘못된 행동이라고 느꼈거든요. 같은 인간끼리 어찌 남의 가치관을 판단하고 정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어요.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예수의 첫 번째 가르침이자 제가 배우고 지켜야 할 가르침인 것 같습니다. 



6. [RSK]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고르자면요?


아무래도 “I’m still fxxxing christian, though I’m wearing new Christian”인 것 같아요. 사치를 걸치고, 거칠게 ‘난 크리스천’이라고 하는 제 모습이 참 아이러니해서요. 사람들의 이중성과 저의 자기반성을 담은 곡인 만큼 저 한 줄에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크리스천들과 대중들에게 다양한 생각을 들게 하기 좋은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웃기다고 할 사람들과 더 깊은 생각을 할 사람들로 나눠질 거라고 생각하니 그 부분도 재밌어요.


 

 

7. [RSK] 팬들과의 만남을 위한 이벤트도 준비 중이시라고요.


릴리스 파티는 음원이 나오는 날이라, 친한 친구와 함께 곡에 맞는 콘셉트로 준비를 해봤습니다. 앨범 생일 파티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팝업스토어는 피지컬 앨범, 그리고 저와 제 크루 <SYNDROMEZ>가 함께 만든 의류와 액세서리를 공개하는 오프라인 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8. [RSK] 파트 2에 대해서도 살짝 스포일러해주세요.


파트 2는 1과는 다르게 더 웅장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곡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더 록사운드에 가까운 곡들이 많아요. 미리 들어본 사람들은 뮤지컬 곡 같다고 하더라고요. 얼른 들려주고 싶네요. 
 

 

지올 팍Zior Park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곧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10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JUNI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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