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Interview

산뜻하게 부르는 이별 노래, 파일랫(pylat)

올해의 파일랫은 분주했다. 2월에는 데뷔를 알리는 [편지]를 발매했고, 한 달 만에 [우주먼지 (Feat. homehome)]를 냈다. 그렇게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을 즈음 [마구 좋아하는 마음]을 들고 돌아왔고, 7월에는 [버스 (BUS)]를 발표했다. 겨울에도 그는 부지런했다. 11월 [BREATHE]로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음악을 선보인 그는 또 고작 한 달 만에 [sofa (Feat. 하곤)]를 세상에 공개하려 한다. 

사랑과 우울 같은 자신의 여러 감정을 음악으로 펼쳐 보이던 그가 이번에는 하나의 상황을 그린다. 그의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하곤과 함께. 서로를 추억하는 연인의 모습을 표현한 [sofa (Feat. 하곤)]를 듣고 파일랫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이 음악을 둘러싼 것들을 이야기하며, 이 곡을 닮은 산뜻한 분위기로.

 


1. [RSK] 안녕하세요, 파일랫 님.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독자분들께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파일랫입니다. 다시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2. [RSK] [BREATHE] 발매 인터뷰 이후 약 한 달 만이에요.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네, 첫 EP앨범 [BREATHE]를 11월 4일에 발매했었는데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어요. 새로운 싱글 발매 준비도 하고, 공연도 3번이나 했어요. 돌아보니 꽤 바쁘게 지냈었네요.(웃음)

 





3. [RSK] 신곡의 제목은 소파에요. 평소 소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인가요?

 

네! 소파에서는 뭔가 누워있는 것도 아니고 앉아있는 것도 아닌 느낌이랄까요? 침대에 누워있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책상 앞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편안해서 좋아요. 소파에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 멍때리기도 해요.

  

 

4. [RSK] 다른 장소나 위치를 선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중에서도 소파를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네 명이서 하곤네 집에 놀러간 적이 있어요. 하곤네 소파에 앉아서 다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 곡도 즉흥적으로 만들게 됐어요. 헤어진 연인이 대화 없이 소파에 어색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무겁지 않은 곡으로 풀어봤어요. 추억이 많은 소파인데, 이제 그 두 사람은 더 이상 새로운 추억을 쌓아나가기는 어려운 사이인 거죠. 앞으로는 각자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 할 수 있는 거죠.

 

 

5. [RSK] 지난 앨범보다 한결 산뜻해진 음악으로 돌아왔어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예요. 저는 요즘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가지고 살아간다고 느껴요. 다만 하곤이랑 같이 곡을 만들다 보니, 슬픔을 너무 무겁지 않고 산뜻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6. [RSK] 멜로디는 따뜻하지만, 가사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이 소파에 앉아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지 못하는 내용이니까요. 보통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밝은 연말을 풀어내는데, 쓸쓸한 연말을 그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맞아요. 저 또한 연말을 더 밝고 따뜻하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아무래도 어딜 가나 연말에는 그런 분위기가 나니까, 연말에는 쓸쓸함이 강조되기도 하는 것 같고요. 그렇지만 헤어진 사이라고 해서, 마냥 쓸쓸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함께 했던 기억이 다 있기 때문에 서로를 추억하는 것도 꽤 괜찮은 연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모습을 따뜻한 멜로디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7. [RSK] 뮤직비디오 속에서 곡을 함께한 하곤 님과의 찐친 케미가 느껴졌어요. 어떻게 함께하게 되신 건지, 음악적 코드와 호흡도 잘 맞았는지 궁금해요.

 

하곤은 제 친구의 동료이자 가까운 지인이어서 친해지게 되었는데요, 하곤이 발매한 곡들을 들어보면 어떤 소재든 심각하지 않게 키치하게 풀어내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더라고요. 하곤은 같이 있으면 항상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어서 곡 관련해서 논의를 하거나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도 편안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음악적 코드나 호흡도 잘 맞았고요.

 

 

 

8. [RSK] 음악 제작 중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를 풀자면요?

 

일단 이 곡 자체가 같이 놀다가 즉흥적으로 탄생한 곡이라 그런지 만들 때부터 재밌었어요.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에도 헤어진 연인 연기를 하는데 하곤이 너무 잘해서 너무 웃겼어요. 저는 연기가 너무 어색해서 웃음 참느라 힘들었는데 하곤은 웃음도 잘 참더라고요. 찍다가 나중에는 웃음 참기 힘들어서 뮤직비디오 찍기 전에 사온 붕어빵을 먹으면서 딴 생각을 하면서 웃음을 참았어요.(웃음)

 


9. [RSK] 곡 속이 아닌, 현실의 파일랫 님은 올해 어떤 연말을 보내실 예정인지도 알고 싶어요.

 

저는 이번 곡 발매하는 날 자축하는 의미로 로아랑 뷔페를 가기로 했어요. 요즘 저는 예전보다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게 돼서 연말에는 조용히 집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려 해요. 좋아하는 빵집에서 빵도 사먹고, 전기장판 위에서 귤도 먹으면서 새해 계획을 세워보고 싶어요!  

 

 

10. [RSK]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나 연말의 기억이 있다면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는 일곱살 때였던 것 같아요. 산타 아저씨한테 선물을 못 받을까봐 일찍 자고 일어나서 유치원에 갔어요. 유치원에서 산타 아저씨한테 선물을 받았는데 산타 아저씨가 쓴 편지도 있었어요. 그런데 편지를 펼쳐보니 산타 글씨가 엄마 글씨랑 똑같은 거예요.

 

“엄마!! 산타 아저씨 글씨가 엄마 글씨랑 똑같아! 어떻게 그러지?”

“글쎄? 글씨가 비슷할 수도 있지~”

 

이렇게 대화를 나눴던 게 생생히 기억나요. 저희 엄마 글씨가 흔한 글씨체가 아닌데도 엄마의 대답을 듣고 “그렇구나" 했던 것 같아요. 엄마가 동심을 지켜주셨던 기억 덕분에 산타의 존재를 꽤나 오래 믿었어요. 이제 산타를 믿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크리스마스는 뭔가 평소보다 재미있는 날로 보내고 싶어요.





 

11. [RSK] 이맘때가 되면 특별히 즐겨 듣는 곡도 궁금해요.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지 겨울을 유독 좋아하는데요. 몇 년 동안 겨울이 되면 찾아 들었던 아티스트는 그레고리 포터Gregory Porter와 맥 밀러Mac Miller였어요. 그레고리 포터의 <Take Me To The Alley>, <Insanity>를 들으면 눈 내리는 오두막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따뜻한 난로가 떠올라요. 맥 밀러는 제가 2019년에 영국에서 지내는 내내 들었어요. 런던의 겨울은 서울보다 온도는 높은데, 저에게는 오히려 뼈가 시리는 추위로 느껴졌어요. 비가 거의 매일 오니까 꽁꽁 싸매고 다니면서 맥 밀러의 <Self Care>, <Good News>, <Come Back to Earth>를 자주 들었어요. 눈이 그치고 나서 누군가 눈을 쓸고 나서 거리를 걷다보면 검정색 눈이 질척하게 신발에 묻잖아요. 맥 밀러의 노래를 들으면 우울이 길거리에 버려진 눈처럼 질척하게 묻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우울했던 순간에 항상 들으면서 위로받았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까 겨울은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저 또한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12. [RSK] 음악을 만들 땐 주로 어디에서 영향을 많이 받나요? 예술 작품이라든지 사람이라든지요.

 

그동안 발매했던 곡은 전부 제 얘기였어요. 그런데 이번 곡은 이야기를 하다가 즉흥적으로 가사나 멜로디를 붙여서 탄생해서 그런지 더 특별한 것 같아요. 감명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가 있으면 그때 그때 휴대폰에 메모를 해놓기도 해요. 다른 음악가의 음악을 듣다가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최근에 메모에 적어놓을 만큼 인상적이었던 영화는 <본즈 앤 올>이랑 <헤어질 결심>이었어요. 평소에 인상 깊게 다가온 컨텐츠들을 잘 메모해뒀다가 나중에 음악에 녹여내보고 싶어요.

 

 

13. [RSK] 이번 곡으로 얻고 싶은 반응도 궁금해져요.

 

다양한 분위기를 소화할 수 있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주신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14. [RSK] 맑고 청아한 음색이 이번 곡의 따뜻한 멜로디와 유독 잘 어울려요. 다음은 어떤 곡을 부르게 될까요?

 

맑고 청아하다고 표현해주셔서 감사해요. 올해는 그때 그때 제 감정을 포착해서 곡으로 들려드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주 발매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다음엔 어떤 곡을 부르게 될 지 아직은 모르겠는데, 앞으로는 색다른 곡들도 만들어서 들려드리고 싶어요.

 

 

15. [RSK] [편지]부터 [sofa]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올해를 돌아보고 평가한다면 몇 점을 매길 건지도 듣고 싶어요.

 

지난 달에 발매한 <시소>라는 곡의 가사 중에 이런 부분이 있어요. “제멋대로 흔들려도 사랑해줄래? 제멋대로 기울어도 사랑해줄래? 제멋대로 오해해도 사랑해줄래?” 사실 이 말은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어요. 아직은 불안정한 제 모습까지 당당하게 사랑한다고 소리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저를 다독여주고 칭찬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돌아보니 올해 LOA와 함께 데뷔싱글부터 EP앨범까지 숨가쁘게 달려왔고 공연도 꾸준히 했고 몸 관리, 마음 관리도 열심히 해서 공황 증상도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저를 사랑해주자는 의미에서 100점 주겠습니다!

 

 

16. [RSK] 마지막으로 내년은 어떻게 보낼 건지 귀띔해 주세요.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해요.

 

내년에는 공연도 더 많이 하고, 정규앨범도 준비하고 싶어요. 지치지 않는 게 목표예요. 내년에도 활발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17. [RSK] 지금까지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일랫 님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마지막으로 간단한 인터뷰 소감 및 끝인사 부탁드릴게요!

 

저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파일랫의 <sofa (Feat. 하곤)> 많이 사랑해주세요.

 

<사진제공 - 파일랫>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