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학교 밖으로 나간 한 소녀가 있었다. 그 길로 그는 본격적으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밤을 꼬박 새워 하나의 곡을 완성한 날, 그의 두 번째 이름이 생겼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에도 잠들지 않는 그처럼 그의 음악 역시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 꿈꾸는 듯 나른하고 몽롱하게, 긴 여운을 남길 그의 음악 세계에 초대한다.
1. [RSK] 안녕하세요 밤샘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독자분들께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밤샘입니다. 이번에 레이블 마인필드(Mine Field)와 함께하게 되면서 EP 앨범 [Sweet1(When summer is gone)]에 대한 이야기를 <롤링스톤 코리아>에서 처음으로 나누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가진 성격 중에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솔직함을 보여주는 부분에 집중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가사와는 다르게 저를 표현해 보려 합니다. 이 인터뷰와 이번 앨범을 통해 ‘밤샘’이라는 아티스트를 더 궁금해해주셨으면 하네요. 반갑습니다.
2. [RSK] 이름이 참 특이해요. 밤을 새운다는 뜻의 밤샘인가요? 활동명으로 밤샘을 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18살 때 예술고등학교를 자퇴하게 됐는데, 그 즈음의 어느 순간부터 나만의 이야기를 직접 부른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노래는 계속 사랑해왔지만 남의 이야기를 노래로 부를 때면 이질감을 느꼈달까요. 온전하게 저를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들어 연구를 시작하면서 이름마저도 저답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처음으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버린 날이 있었죠. 그날 제 아티스트 이름은 ‘밤샘’이 되었어요. SNS에 밤을 새우며 작업한 노래를 올리며 ‘오늘 밤샘’이라고 적었던 게 지금의 아티스트 이름이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요.(웃음)
3. [RSK] 밤에는 작업을, 낮에는 휴식을 취하시나요? 밤샘이라는 이름을 가진 만큼, 밤과 낮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요.
이 부분은 제게 항상 숙제인 것 같아요. 저는 삶에서 패턴을 포기하고 경험을 택하는 사람이기에 젊음의 현재를 살아왔던 것 같아요. 미쳐있을 때 미쳐있을 수 있음에 집중했어요. 그러다 보니 모두가 잠든 시간, 깨어있음에 특별함을 느꼈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햇빛을 보고 바람을 느껴야 하더라고요. 요즘에는 그 햇빛과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청소를 해요. 제가 가장 어려워하는 설거지를 하는 기분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4. [RSK] 이번 앨범을 색깔로 비유하자면 어떤 색깔일까요? 앨범 설명과 함께 이유를 알려주세요.
저는 사실 색깔에 대한 강박이 있어요. 원색을 좋아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색들이 섞이지 않을 때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특히 파란색을 참 좋아합니다. 물을 좋아하고, 하늘을 좋아하고, 만져지지 않는 투명하고 파란 세상에서 더 따뜻함과 포근함을 느껴요. 이번 앨범에도 이런 저의 성격과 취향이 담긴 사랑을 적어내리지 않았나 싶어요. 서로가 너무 뚜렷해서 섞이지 못했던 사랑들을 담았달까요.
5. [RSK] 앨범 속 여름은 밤샘 님에게 특별한 여름이었던 것 같아요. 앨범 제목에 'Sweet'가 들어가는 걸 보면 행복했던 여름이었던 것도 같다가도, <여름바람>의 가사를 보면 아팠던 것도 같아요. 그 여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저는 사랑을 정말 사랑해요. 그 순간들을 아름다움으로 왜곡시키는 사람이며 그 능력은 정말 축복이지만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슬픈 목소리가 담기는 것 같아요. 몇 년간 저의 여름은 아팠지만 사랑이 찾아옴에 행복했어요. 그리고 이런 감정의 요동을 선물해 준 사랑들에게도 너무 고마워요.
6. [RSK] 음악적 색깔이 뚜렷한 만큼, 멜로디와 가사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지도 궁금해요.
사람마다 글씨체가 다른 것처럼 다른 경험이나 비슷한 일을 겪고도 저마다 다른 감정을 적는 것과 같아요. 습관처럼 매일 일기를 쓰고 음악이라는 축복을 쏟아부어버리죠. 그러다 보면 곡 하나하나에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생기는데, 그걸 통해 그 순간들로 돌아가요. 물론 제가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만 적기 때문에 특정 순간을 묘사한 곡을 듣게 되면 자연히 그 순간만 보게 되죠. 그러게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일도 하나의 일기가 되고요. 저는 이런 고민도 축복이라고 여기기로 했습니다.
7. [RSK] 가사의 이야기들은 실제 경험을 녹인 건가요, 상상 속의 아이디어를 꾸린 건가요? 실제로도 <My name is>에서처럼 적극적으로 이성에게 다가가는 편인지 궁금해요.
어렸을 때 '거짓말만 하지 말라'는 엄마의 말이 크게 와닿은 이후로 저는 거짓말을 하게 되면 고장이 나버려요. 그래서인지 가사에도 소설을 쓰기 어렵더라고요. 일기가 더 저에게 맞는 방향인 거죠.
저를 감추고 속이는 일은 언젠가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사에서 말했듯이 자신을 다 보여주고도 상대방의 마음에 들어갈 수 없다면 시간이 걸린다 해도 내쫓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세상 모두가 저를 사랑할 거라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지만, 저 스스로를 위해서 패를 다 까고 시작하는 거죠. 서론이 길었지만 <My name is>라는 곡은 실제로 세 번이나 우연히 마주친 상대에게 제 이름을 말해주고서야 기억한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었어요.(웃음)
8. [RSK] 저는 밤샘 님의 음악이 밤을 새울 때의 느낌처럼 몽롱하고 나른한 분위기라고 생각했어요. 음악적으로는 어떤 칭찬을 들을 때 가장 기쁜가요?
음... 한참을 고민하고 답하는 것 같은데, '여운이 남는다'는 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심장 저 아래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간지러운 느낌을 주고 싶어요.
9. [RSK] Szn, Blase, Rei 님이 피처링에 나서주셨죠? 여러 뮤지션과 함께한 만큼,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을 것 같아요.
곡을 만들었던 순서대로 이야기를 하자면, Rei와는 작년에 알게 된 사이인데 지금은 스무 살이고 그때는 열아홉 살이었어요. 밤을 새워 작업한 후 아침이 됐고, 학교 가기 전에 저희 집에 와서 마지막 트랙인 <Safety Zone>이라는 노래를 녹음하고 갔었죠. 지금도 그때가 생생히 생각이 나네요.(웃음)
그렇게 올해가 되었고, 선공개를 한 <sweet room> 은 Blase 오빠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너무 좋게 들어줬고, 그 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 앞으로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어요. 정말 좋은 사람이고,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Szn 오빠는 제가 음악을 듣고 먼저 연락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 힙합을 좋아하는 래퍼 친구들이 많았고, 'Dickids’라는 크루의 친구들을 옆에서 보며 힙합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음악을 진심으로 적어내려가는 방법도 배우고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혼자 즐기던 알앤비를 Szn 오빠와 공유하는 순간이 왔는데, 이런 순간이 또 다른 설렘을 가져다주더라고요. 그래서 더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차세대 섹시 원탑 플레이어가 될 거라 감히 예상합니다.(웃음)
그리고 이번 앨범을 함께해 준 프로듀서 Bangja, hyeminsong, Dayrick, Scary’p, The House Wife Joseph 모두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10. [RSK] 보컬의 색이 확실한 만큼 다른 보컬들과 어우러졌을 때의 새로운 조합도 기대돼요. 소망하는 협업 상대가 있다면요?
너무 많죠. 일단 Crush 님 덕분에 곡을 쓰게 되어서 언젠가 한번 꼭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홍원 오빠랑 작업한 곡들이 있는데 언제 들려줄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르겠어요.(웃음) 제 앨범도 언제 나올지 항상 모르니까요.
11. [RSK] 음악적 롤 모델이 있는지도 궁금해져요.
‘Kehlani’와 ‘070shake’를 정말 좋아해요. 음악은 당연하고 사람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까지를요. 어떻게 보면 정말 다른 스타일의 두 아티스트가 연애를 한다고 들었을 때, 소식을 듣자마자 이전까지 싸우던 저의 세상이 융화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저는 항상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해요. 그 기준은 모두가 다르겠지만요.
12. [RSK] 다음엔 어떤 장르와 분위기의 앨범을 내고 싶은지 알려주세요.
요즘 이 질문을 저 스스로에게도 많이 하고 있어서 적어둔 일기들을 보면서 더 고심해 보려고 해요. 아마도 또 다른 EP 앨범과 정규앨범을 하나씩 낼 것 같아요. 곡들은 이미 있지만, 더 만들어가고 버리고 수정하는 작업들이 이루어질 것 같고요. 제 일기를 좋아하신다면 어떠한 장르여도 좋아해 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13. [RSK] 마지막으로 뮤지션 밤샘의 꿈과 목표에 대해 말해주세요.
거창한 거 없이 정규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기보다는, 저의 일기를 담은 음악들이 그들의 일기가 되기도 했으면 해요.
14. [RSK] 지금까지 롤링스톤 코리아와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아티스트 밤샘 님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마지막으로 간단한 인터뷰 소감 및 끝인사 부탁드릴게요!
저도 이 시간을 통해서 저를 배워갔네요.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밤샘이었습니다.
<사진제공 - 마인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