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현대를 살며 우리는 다양한 시대적 변화를 맞이했으며 대중음악도 다양한 담론 안에서 소비되고 있다. 이제는 부캐, 가상 인간, 메타버스 등 제2의 프로필을 통한 캐릭터 쇼가 주요한 대중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오늘 함께할 사공이호도 이 범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다양한 공간을 통해 음악 애호가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들 사공이호는 이토록 간단하게 만났으면서도 심상치 않은 결과물을 내놓았다. 하긴 예전부터 위대한 밴드는 사소한 사생활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이들 사공이호는 온라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신선한 캐릭터와 음악으로 지속적인 즐거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는 그룹이다. 그들의 노래 제목처럼, 새로운 시대를 우리는 이제 일어서서 맞이해야 할 것이다. 지금 바로 우리 앞에 사공이호가 있다.
1. [RSK] 안녕하세요, 사공이호 여러분! 롤링스톤 코리아와 인터뷰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오리알씨: 안녕하세요. 사공이호의 리더이자, 프로듀싱과 디제잉을 맡고 있는 오리알씨입니다.
이태원팍: 댄서이면서 드럼도 좀 치는 이태원팍이라고 합니다.
쑤니: 쑤니. 보컬이요.
2. [RSK] 오리알씨와 쑤니, 이태원팍이 처음 한자리에 모여 팀을 결성하기로 한 순간이 궁금해요.
오리알씨: (잠시 생각함) 수 세기에 걸쳐 멀티 유니버스를 여행하다 보니, 저를 ‘유니버스 여행가’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말이 좋아 여행가이지 ‘우주 난민’이에요. 사운드에 민감해서 지구의 음악, 특히 케이팝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그게 결정적으로 지구에 정착하기로 한 계기가 됐어요.
이태원팍: 춤 연습을 하면서 가게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데, (오리)알씨 형님이 대뜸 나타나선 이러던데요. “너, 그러다 죽어. 클럽도 망할 거야.” 처음엔 웬 오리 대가리가 뻘소리를 한다 생각했죠. 알씨 형은 패러독스가 생기지 않게 조용히 보기만 하라더니, 사공이호 캐비닛을 통해 미래를 보여줬어요. 제가 춤추다가 심장마비로 죽는 거, 운영하던 이태원 클럽이 코로나19로 망하는 거… 다 십 년 안에 벌어질 일들이었죠. 뭔 스크루지 영감도 아니고… 겁나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턴 1초 컷이죠, 뭐. 미래를 바꿔주겠다는데, 무조건 예스!
오리알씨: 코로나19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의정부에서 디제잉 아르바이트를 한창 할 때, 가게가 월세를 못 내서 생계에 위협을 느낄 정도였어요. ‘멘붕’이었죠. 거창한 꿈을 안고 와선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다 싫더라고요. 병이 도졌는지 오랜만에 캐비닛을 열어젖힌 거죠. 아무도 없는 행성에 가서 힐링 좀 하다 오려고요.
근데 원래 바쁘다가 갑자기 할일 없어지면 금방 무료해지잖아요. 아무 생각 없이 나온 건데 하필 담배가 떨어져서 편의점이나 갔다 올까 해서, 캐비닛을 통해 여러 동네를 서칭하던 중에 순간 멈칫했어요. 아마… 힙지로 편의점이었을 거예요. 안에서 노랫소리가 들리는데, 멜로디를 따라 저도 모르게 편의점으로 점핑한 거죠. 손님이 온 줄도 모르고 노래를 불러 젖히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는데, 그게 쑤니였어요.
저희 종족은 원래 좋은 사운드를 들으면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몸이 반투명해지면서 빛 알갱이가 파형을 그리며 제 몸 안에서 돌기 시작했죠. 쑤니는 두말할 것 없이 그냥 보컬 천재예요. 듣는 내내 머릿속에서 각종 멜로디가 둥둥 떠다녔을 정도였으니까요. ‘얘는 발라드, R&B, 힙합, 팝, 일렉트로닉이 다 된다.’라고 생각했어요. 프로듀서 입장에선 아드레날린이 한 큐에 만렙을 찍는 거죠.
3. [RSK] 각자의 개성이 강한 만큼 뭉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음악 작업을 할 때 팀워크는 어떤가요?
오리알씨: (잠시 쑤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를 틈타) 쑤니 말이죠…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사실 조금 후회하는 것도 있습니다. 막상 해보니 천재는 맞는데… 아니 다 좋아요. 이만하면 대박이죠. 그런데… 후… 말 나온 김에, 잠시 하소연 좀 할게요. 리더 입장에선 뭐가 제일 힘드냐면… 얘 알고 보니 투 페이스예요. 여자 헐크… 아니 그러니까… 완전 순수한 소녀였다가 시원하게 딸꾹질 한 방을 날리면 순식간에 걸크러시로 변해 버려요. 도저히 감당이 안 돼요. 물론 성격에 따라 음악 장르까지 바꾸는 건 타고난 재능이겠죠. 아무리 그래도 말이에요. 무대가 자기 맘에 안 든다고 마이크를 앞에 두고도 나 몰라라 하면서 폰으로 서칭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똥 씹은 표정으로 딜리버리고 나발이고 대충대충 제멋대로 하는 통에 내려놨어요. (한숨) 오늘 인터뷰도 겨우 데리고 나왔다니까요.
우리 (이태)원팍이는 심성이 착해요. 섬세하고 여리고 희생 정신도 강하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원팍이를 통해 배웠어요.
이태원팍: 제 외모가 어때서요, 형님?
오리알씨: 다음 질문 가시죠.
4. [RSK] 하하, 그럼 다음 질문드릴게요. 스케줄이 없는 날엔 각자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요?
이태원팍: 십자수, 거품 목욕, 스트레칭을 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심신의 안정과 칼로리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제 꿈은요, 여든 살까지 춤을 추는 거예요.
쑤니: 명상. 장소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오리알씨: 아… 저는 예전엔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만… 요즘은 쑤니 찾으러 다닙니다. 걸핏하면 캐비닛 통과해서 사라지는 통에 바다에도 갔다가 사막에도 갔다가… 아니 뭐 근데 그게 또 매력 아니겠습니까. 안 가본 데도 가 보고 좋죠, 뭐. 하하.
5. [RSK] 오리알씨 님은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을 프로듀싱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중에서도 어떤 장르를 가장 좋아하는지 궁금해요.
오리알씨: 제가 아는 한 ‘음악’이란 걸 만든 종족은 지구인뿐입니다. 수 세기 동안 시대와 국가를 넘어 모든 장르의 음악을 서칭한 저는 잡식성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때그때 감성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 뭐 요즘은 얼터너티브록이나 펑키한 사운드에 꽂혀 있어요. 레트로한 사운드도 좋고요.
6. [RSK] 리드보컬인 쑤니 님은 가장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곡이 뭔가요?
쑤니: 도자 캣(Doja Cat)?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잘 모르겠는데… 스웩 있는 거면 뭐든.
7. [RSK] 메인 댄서인 이태원팍 님의 무브가 예사롭지 않던데, 롤 모델로 꼽는 댄스 가수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태원팍: 클러버 생활할 땐 그루브한 힙합 R&B 댄스를 좋아했는데, 요즘은 아이돌이 좋아요. 케이팝 안무랑 걸스힙합을 연구하고 있어요. 잘하는 애들 많던데요? 그래도 저는 춤 선이나 감정 면에서 JYP를 좋게 봐요. 나중에 배틀이나 한번 뜰까요? (웃음)
8. [RSK] 앞으로 다양한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어요.
오리알씨: 힙합 아티스트, 댄서, 셀럽 등 다양한 스타와 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제 음악적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만났던 멀티버스의 캐릭터들을 지속적으로 소환할 예정이에요. 솔로가 될 수도 있고, 그룹이 될 수도 있고, 탈장르화된 퓨전 국악이 될 수도 있겠죠. 음악의 장르가 다양한 만큼이나 재능을 지닌 수많은 캐릭터 인재를 영입할 예정입니다. 그들은 현실 세계와, NFT를 비롯한 메타버스 시대가 요구하는 수많은 콘텐츠와 플랫폼에서 사공이호와 함께하게 될 겁니다. 캐비닛을 통해 그들과의 새로운 만남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9. [RSK] 지금까지 웹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사공이호 멤버분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에 대해서 그리고 팬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릴게요.
이태원팍: 세상 모든 것은 R&C죠. Rhythm & Calories. 모든 인류의 심신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여든 살까지 춤출 거예요. Shall we dance?
오리알씨: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문명이 있는 곳은 어디든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휴머니티. 결국엔 사람도 이야기도 감성을 품어야 하죠. 사공이호가 겉으로 보기엔 다소 삐딱하고 언더독을 표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환경 문제나 윤리 의식 같은 PC(Political Correctness)함도 지향합니다. 저희는 온라인에도 존재하고 현실 세계에도 존재하지만, 수단이 달라질 뿐 가장 중요한 ‘감성’은 변하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는 사공이호가 앞으로 음악을 통해 펼쳐낼 세계관을 ‘디프로마(DIFROMA: Digital from Analog) 유니버스’라고 부릅니다. 디지털 속의 아날로그라는 뜻이죠. 케이팝을 기반으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우리의 음악을 소개하고 글로벌 친구들을 만드는 것이 사공이호의 꿈입니다.
쑤니: (오리알씨를 바라보며) 앞으론 녹음할 때만 불러요.
<사진 제공 -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