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는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극적인 변화가 많이 일어난 해였다. TV가 생겨난 이래 인류의 가장 역사적인 순간 중 하나였던 마이클 잭슨이 <Billie Jean>을 최초 공개한 그 라이브가 이때였고, 특히나 전설적인 뮤지션 허비 행콕의 <Rockit’>의 히트로 말미암은 ‘전자음악’의 본격적인 대두는 팝 시장뿐 아니라 대중예술에서도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새로운 사운드의 도입은 음악계를 강타했고 여기에 자극받은 뮤지션들은 다양한 음악을 쏟아내며 대중 음악시장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다. 따라서 이 시기는 뮤지션들에게도 굉장히 특별한 시기일 수밖에 없다. 그 시절을 살지 않은 뮤지션들에게조차 이 시대는 마치 중생대 공룡이 살던 지구와 같이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적 즐거움을 던져주는 시기다.
키스누의 원맨이자 프론트맨인 송은석에게도 그런 80년대 음악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80년대 음악은 바이블이자 생활이자 직업이 되었다. 따라서 키스누의 이름으로 나왔던 음악들은 오롯이 80년대를 향한 향수로 집중되어 있으며, 그 향수는 또다시 리스너들에게 생경하면서도 익숙한 감성으로 고스란히 치환된다.
이제 키스누는 팀을 솔로로서 새로이 정리하고 새로운 레이블과도 계약해 본격적으로 앨범을 준비하는 중이다. 롤링스톤 코리아는 한창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키스누를 만나 그의 음악에 대해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1. [RSK] 안녕하세요!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키스누의 송은석입니다. 키스누는 80년대 팝 사운드를 현재를 살고 있는 저의 개인적인 해석으로 풀어내는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2. [RSK] 근황부터 들어보도록 할까요?
키스누를 알고 계시던 분들은 ‘오래 기다렸다’고 말씀해 주실 만큼의 휴식기를 가졌어요. 키스누의 송은석이 아닌 작곡가, 프로듀서, 연주자로 2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우선 솔로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4인 밴드로까지 규모가 커졌던 키스누는 다시 솔로 프로젝트로 돌아왔고요. (웃음) 함께해 주던 멤버들도 모두 각자의 파트뿐만 아니라, 음악 자체를 잘하는 친구들이다 보니 각자의 자리에서 멋진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고,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저를 응원해 준다고 이야기해 줘서 진심으로 고마웠어요. 최근에는 ‘SEL(에스이엘)’이라는 레이블과 계약을 체결해서, 든든한 회사 분들과 함께 새롭게 멋진 앨범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3. [RSK] 키스누라는 예명이 낯설고도 독특해요. 어떤 의미인가요?
키스누는 제 이름인 은석(Eunsuk)을 뒤집은 단어에서 한 글자를 바꾼 거랍니다. 근사한 예명이 뭐가 있을지 몇 달을 고민했고 정말 많은 이름을 거쳤는데, 어느 날 문득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지극히 평범한 제 이름을 뒤집으니 ‘Kusnue’라는 근사한 이름이 되더라고요. 거기서 한 글자를 바꿔 현재의 ‘키스누’를 만들었어요. 저는 항상 음악을 하려면 특별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이나 부러움 같은 걸 갖고 살았거든요. ‘키스누’라는 이름은 정작 가장 특별한 것은 가장 평범한 것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고, ‘가장 평범한 ‘나’ 없이는 아무것도 성립되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렇게 설명한 적은 잘 없지만요. (웃음)
4. [RSK] 1990년에 태어났음에도 작업하는 곡들은 주로 1970~198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신스팝이에요. 이 시대의 음악과 감성을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저희 아버지께서 어릴 때 ‘10cc’나 ‘듀란듀란’ 같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셨어요. 저에게는 시대적으로 듣고 자란 음악이 아니지만,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그 시대의 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어느 날 문득 신시사이저의 소리가 너무 끌리더라고요. 그래서 신시사이저가 많이 나오는 요즘 음악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고, 그 음악들의 근원이 궁금해 파고들어 공부하다 보니 아날로그 신시사이저가 많이 활용된 70, 80년대 음악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5. [RSK] 음악 작업을 할 때, 영감을 얻는 곳은요?
보통은 너무 괴로운 일이 있어서 그걸 어딘가 두고 오고 싶거나, 정말 행복해서 기억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할 때 악기를 잡고 노래를 만드는 편이에요. 노래로 그 감정이나 기억을 저장해 두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 중에 가장 특별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흔히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그 노래를 들었을 때의 분위기나 기억이 떠오른다고들 이야기하시잖아요. 그런 의미와 같다고 생각해요. 그때의 분위기나 기억을 노래로 남기는 게 좋아요.
6. [RSK] 주로 한글이 아닌 영어로 작사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저는 꽤나 자기 검열이 엄격한 편이라고 늘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한글 가사는 제 자체적인 기준을 넘기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키스누 1집 전체나, 심지어 곧 10월에 발매할 앨범만 해도 한글로 가사까지 전부 쓰고 녹음한 버전이 제 컴퓨터에는 있지만 저한테는 아쉬워서 아직 공개한 적은 없어요. 키스누로 지금까지 발매한 한글 가사들은 꽤 오래 다듬고 고쳐서 낸 곡들이기도 하고요. 어렸을 때 미국에 잠깐 살았는데, 그때 가사나 시를 쓰는 취미를 처음 가져서 그런지 아직은 영어로 가사를 쓰는 편이 제가 표현하고 싶은 바를 더 정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잘 하는 걸 더 잘 보여드리고 싶어서 주로 영어로 가사를 쓰는 편이에요.
7. [RSK] 보컬은 물론 작사와 작곡, 편곡까지 두루 소화하고 있어요. 롤 모델로 삼는 뮤지션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롤 모델은 자주 바뀌는 편이지만, 요새 몇 년간은 ‘The 1975’라는 밴드의 방향성이 무척 멋지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주제넘는 생각이지만 롤 모델이라는 게 결국은 언젠가 동료가 될 뮤지션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학생 때 정말 좋아했던 정기고 형께 곡을 드리게 되기도 했고, 듣고 자라던 뮤지션 분들과 같은 무대에 서게 되는 일도 생기고요. 진정한 의미의 롤 모델은 미래의 제 자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괜히 부끄러운데요. (웃음)
8. [RSK] 키스누에게는 청량하고 몽환적인 곡이 특히 많아요. 여름에 어울리는 노래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자면요?
물론 이번에 발매한 <Ungodly Hour>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약간 정해진 답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죠? 기존의 노래 중에서라면 아무래도 <Cool Kids>가 가장 여름과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
9. [RSK] 앞으로의 키스누가 이루고자 하는 꿈을 물어볼 시간이네요.
키스누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밴드로 많은 노래를 내고, 많은 무대에 섰어요. 이제는 송은석이라는 사람의 또 다른 이름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게 될 텐데, 분명 전과는 달라지는 게 많겠죠. 그 차이가 더 매력적인 차이일 수 있게, 더 개인적이고 저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 어떤 건지 고민하며 만든 앨범이 곧 나올 거예요. 앞으로 새로운 키스누의 모습으로 많은 분들께 오래오래 사랑받는 게 제 꿈이에요.
10. [RSK]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롤링스톤 코리아와 인터뷰를 하다니 록키드로서 꿈만 같은 일이에요. 감사합니다! 오래 조용했던 만큼, 올해는 많은 음악과 더 다양한 활동으로 여러분들을 찾아뵐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일상에서도, 또 저의 무대에서도 많은 분들과 닿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때 만나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