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Interview

리스너에겐 무해하나 함부로 빠지지 마시오, 중독되는 밴드 실리카겔



대한민국의 밴드들은 유독 지나가다가, 아니면 주변에서 본 우연찮은 것들의 이름을 따서 짓는 경우들이 많았다. 때마침 동명의 껌을 씹고 있었던 들국화, 동명의 성인영화의 이름을 딴 언니네 이발관, 인사동을 지나다가 본 책의 이름을 딴 새 소년, 그리고 오늘 만날 실리카겔에 이르기까지 심오한 뜻을 품고 있을 줄 알았던 그 신비감과 범상치 않은 이름들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그러면 그렇지’ 하는 허탈감과 동시에 ‘이게 뜻밖에 어울리네’하며 수긍하게 되는 묘한 마법이 있다. 실리카겔은 ‘거칠 것 없는 젊고 용감한 사운드’ 라는 표현처럼 그들은 정말로 다양한 음악범위를 소화할 수 있는 밴드다. 이런 그들의 다채로움은 그 이름처럼 모든 음악의 습기를 싹 빨아들이는 강력한 제습제와 같다. 
 

그런 그들이 신곡 [Desert Eagle]로 돌아왔다. 과연 실리카겔의 새로운 노래가 이번에는 어떤 음악적 매력을 흡수하여 우리에게 선보일까? 알알이 모여 리스너들의 땀과 눈물을 흡수하는 실리카겔의 매력에 우리 롤링스톤 코리아도 빠져보기로 했다.












1.[RSK] 안녕하세요 실리카겔(Silica Gel)!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롤링스톤 코리아 구독자 여러분! 저희는 신곡 <Desert Eagle>로 돌아온 4인조 밴드 실리카겔이라고 합니다.



2. [RSK] 멤버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지만, 또 그 안에서  ‘합’을 만들어 결과물로 완성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실리카겔을 더 돋보이게 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앨범명이나 노래 제목도 위와 같은 ‘우연의 조합(?)’으로 탄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음악을 완성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한주 : 실리카겔과 작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구성원들이 기술자보다는 작업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아직까지도 이 과정을 수행함에 있어 미숙함이 많겠지만, 일단 지향점은 '팀플레이'입니다. 콘텐츠의 시대가 도래하며 기동성 있는 프로덕션이 유리한 시대가 되었죠. 사실 실리카겔 같은 그룹사운드는 그 점에서 불리한 게 많고요. 그러나 그 때문에 그룹사운드적인 작업 방식, 즉 우연의 조합이어도 멤버들의 개성을 반영할 수 있는 결과물들이 더욱 빛날 수 있는 상황이지 않을까 해요. 꼭 그게 음악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멤버 개개인이 크리에이터인 장점을 발휘한다면, 오히려 그룹사운드라서 유리하게 구축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RSK] 포지션의 변화라던가 세션의 변화라던가, 경계를 점점 허물고 있는 실리카겔의 행보는 ‘도전과 시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모든 변모가 모두 실리카겔이 추구하는 음악이라면  실리카겔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대중들이 어떤 방식과 시선으로 바라보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춘추 : 아무 생각 없이 들어보는 건 어떨까 해요! 기대도 궁금함도 없이 어쩌면 방 정리를 하면서 라던지요. 물론 집중해서 들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무의식중에 흠칫흠칫하는 요소들이나 디테일을 보다 보면 느끼지 못하는 인상들을 음악에 녹이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럴 때 오히려 저희 음악을 솔직하게 들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4.[RSK] 지난 8월 초 공식적으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 합류하며 선배 가수인 10CM, 선우정아, 옥상달빛, 치즈 등 많은 아티스트들과 한 식구로서 또 한 번 발돋움하게 되었는데요. 밴드 멤버분들도 무척 설레실 것 같고 앞으로의 행보 또한 저희도 너무 기대가 됩니다. 최근 발매한 싱글 <Desert Eagle>을 시작으로 이곳에서 보여줄 밴드 실리카겔을 상상했을 때 어떤 그림이 그려지나요?


건재 :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저희 모두 두근두근 설레면서 서로 이해하며 즐거운 작업 중에 있습니다! 일단 지금은 상호 좋은 영향들을 주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뿌듯해요! 향후 모습이라 하면 앞으로도 서로를 항상 존중하고, 서로의 시각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고 했을 때 기술적인 토론이 가능한 공부를 하며,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며, 즐겁게 제작 활동을 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5.[RSK]  이번 신곡을 발매하면서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답을 쫓기보다는 그런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밴드가 되고자 한다.’라는 말씀을 전하셨어요. 실리카겔이 보여주고 있는 음악들과 ‘자유’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요. 실리카겔 멤버분들이 생각하시기에 우리의 음악이 가지는 독보적인 매력이 있다면 각자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한주 : 우리 세계로 넘어오려면 와봐.'라는 에너지가 확실한 음악을 하고 있어요.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재 : 일단 일전에 춘추가 언급한 적이 있는 말을 인용하자면 ‘소리를 귀하게 여기는’에 좋은 힘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그리고 서로를 끈끈히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아마 자랑이 아닐까 싶네요. (웃음)


춘추 : 광기? (웃음) '만약 이지경까지 만들어 버린다면?'이라는 생각을 작업하면서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웅희 : 가사가 안 들리는 것..? 농담이고 직접 볼 때 느껴지는 압도적인 힘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6.[RSK] 지금까지 여러 무대에서 대중분들에게 선보였던 음악들 중 실리카겔 멤버분들에게 있어 가장 의미 있거나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어떤 곡인가요? 이유는요?


한주 :지금은 단연 <Desert Eagle>이죠!


건재 : <Desert Eagle>을 꼽겠습니다. 11년간 멈춘 연습을 하도록 만든 곡(...)


춘추 : <KYO181>. 아마 실리카겔 역사상 여러 가지로 가장 큰 전환이 된 곡인 것 같아요. 사운드나 에너지나 마음가짐에서나.


웅희 : <Sister>가 요즘 애착이 많이 갑니다. 실리카겔 역사 이래로 계속 진화하면서 함께 해온 곡이기도 하고 새로운 라이브 버전 편곡이 맘에 들어서 <Sister>라는 곡이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7.[RSK] 앞으로 같이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 혹은 최근 관심 있는 아티스트가 있으신가요? (혹은 협업하고 싶은 브랜드, 레이블 등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한주 : 협업하고픈 존재들은 너무 많아요. 그들이 저희를 좋아할지 그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정리해둔 협업 희망 리스트도 있습니다. 일단 비밀!

건재 : 즐거운 실험을 하는 이라면, 모두 즐거운 동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근데 개인 의견이라... 아무튼 저는 열려있답니다!


춘추 : 개인적으로 같이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들을 염두에 두지 않는 편인데, 얼마 전부터 'salamanda'라는 듀오의 음악을 감명 깊게 들었어요. 그분들과 함께 작업하거나 혹은 실리카겔의 곡을 리믹스한다면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웅희 : 선미 님..! 꼭 기회가 된다면 같이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8. [RSK] 이전에 한 인터뷰에서 아티스트로서 유명해지고 싶은 이유로 ‘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답변해 주셨어요. 그렇다면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가정하에, 만들어보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한주 : 칸예 웨스트가 2015년 브릿 어워즈에서 <All Day>라는 곡의 라이브를 했어요. 정말 많은 인원이 나와서 기본조명 외 특별히 연출된 조명이나 영상적 장치도 없이 화염방사기의 광량으로만 진행한 라이브인데, 이게 너무 엄청나서 동일한 연출은 아니어도 이런 식의 압도감을 선사할 수 있는 공연을 꾸려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9. [RSK] 앞으로 더 많은 음악들과 새로운 이야기들로 대중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어 줄 밴드 실리카겔, 지금보다 더욱 발전할 모습들이 기대가 됩니다. 음악 활동을 통해 후에 대중들에게 어떤 밴드,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춘추 : ‘꾸준히 이상한 녀석들’로 남고 싶어요. 이쯤 되면 지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 순간까지도 끝까지 이상해지고 싶습니다. 아마 실리카겔들도 그 이상함을 죽을 때까지 놓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본이 이상한 인간들이니까요~(웃음)



10.[RSK] 지금까지 롤링스톤 코리아와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밴드 실리카겔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마지막으로 간단한 인터뷰 소감 및 끝인사 부탁드릴게요!


웅희 : 실리카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고 저희를 처음 접하는 여러분! <Desert Eagle>뿐만 아니라 다른 음악들도 한 번씩 감상하시면 좋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실리카겔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건재 : 롤링스톤 코리아 및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와 사랑을 드립니다. 모처럼 새로운 이야기들을 나눠본 시간이었어요.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식사 잘 챙겨드시고, 아프지 아니하는 하루하루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사진 제공 -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