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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피부색을 넘어선 화합과 평화의 힙합, 타이거 JK


한국 힙합의 영원한 전설이자 플레이어 타이거 JK가 새 앨범인 [호심술 (Love, Peace)]로 돌아왔다. 이 앨범에서 그는 과거 드렁큰 타이거 시절의 '소외된 모두 왼발 한보 앞으로'처럼, 쿨하면서도 피 끓는 선동가의 기질을 되찾은 듯한 모습이다. 최근 한국 힙합에서 이런 사회적 담론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사라져갈 때 그의 이런 움직임은 무척 반가운 행보다.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이 심화되어가는 근래에 그의 새 앨범이 가지는 의미와 한국 힙합의 제왕이 이야기하는 근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보았다. 자, 우리 모두 정중히 알현해보도록 하자.



Q1. 안녕하세요 타이거 JK 님, 롤링스톤 코리아와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안녕하세요 롤링스톤 코리아! 반갑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존버의 의미를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모두가 힘든 시기라 불평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대표로서 더욱 현실적인 고민에 직면해 있어요.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삶이 더 풍요로워질까 고민한다기 보다, 지금은 어떻게 해야 이들의 월급을 밀리지 않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부분. 더욱 많은 일을 벌이고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게 때론 숙제처럼 느껴지지만 긍정의 힘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Q2. 지난 몇 년 동안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죠. 드렁큰 타이거가 마지막을 맞이하면서 동시에 솔로로서의 시작을 알렸고요. 새 앨범  [호심술 (Love, Peace)]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요. 그동안 꾸준히 존재해왔던 동양인 차별에 대한 ‘화’를 타이거 JK의 시각으로서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셨어요. 이 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들을 실현시킨 계기(trigger)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그동안 동양인에 대한 차별은 꾸준히 있었고 또 이것은 그들에게 농담으로 여겨질 뿐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이해가 그 세계에 깔려 있어요. '모두가 동양인을 우습게 본다'라고 일반화시키는 것은 무지하고 위험한 생각이긴 하지만, 동양인들은 차별과 무시를 당하고도 이런 것들에 대해 항변을 해주는 플랫폼은 없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동양인이 우스운 모습으로 나와 코믹 요소의 소품처럼 쓰이는 것만 봐도 그렇죠. 어느 날 백악관 프레스 브리핑에서, 코로나를 '쿵플루'라고 부르며 비아냥거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웃고 환호하는 지지자들의 모습을 보며 큰 충격에 빠졌어요. 지금 현시점으로 돌아와 코로나 시대에 동양인들에 대한 증오범죄들이 늘었고, 동양 사람들이 집단 폭력을 당하는 끔찍한 뉴스들이 너무 흔해졌어요. 미국에 사는 친구와 여동생이 연락이 왔는데 놀이터에서 4살짜리 아이와 놀아주던 중 백인 가족들이 다가와 "넌 영어를 쓸 자격이 없다",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면서 한 시간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는 하소연을 했을 때 이 곡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의 무력함에 언제나 그렇듯 내 화를 해소하는 정도로 곡을 쓰고 랩을 했습니다.



Q3. 타이거 JK 님의 미국에서의 생활을 쭉 들어보면 이민자 가족과 아시안계 미국인들이 흔히 겪는 Model Minority(모범적 소수민족)을 의식적으로 거부해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요, 그동안 음악을 통해서 주체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었던 시선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고정 관념을 파괴하는 표현과 행동을 고집해왔어요. 간혹 이유 없는 반항과 강해 보이고 싶은 철없는 저항심으로 오해받을 때가 있었지만, 사실 ‘동양인들은 무조건 이래야 한다’, 또 무조건 참기만 하는 ‘겁쟁이들’이란 사회적 분위기를 깨려 많이 노력했죠. 그래서 제 음악과 행보가 해외 혹은 교포와 유학생들 그리고 동포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Q4. <호심술 (Love, Peace)>, 곡 제목만으로 가지는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몸과 마음을 보호하는 호신술 (護身術), 그리고 호랑이의 마음. 호심술 (虎心術). 이 모든 것들의 기본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더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는 것, 개개인이 주체로서 스스로를 지켜가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타이거 JK 님이 이번 곡 가사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더불어 스스로를 보호하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결국 가장 기초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몸과 마음이 튼튼하면 이겨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힘든 상황을 버틸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죠. 그동안 고정관념을 깨려 했다면 이번에는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극대화했어요. 역사도 깊고 영적인 인종이 동양인이라 생각합니다. 무예와 도의 중요함을 아는 영적으로 진화된 인간들,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이 잊어서는 안되는 문화라고 생각하죠. 한편 미국 인권 문제에 앞장섰던 'Malcolm X'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빌려와 가사를 풀어나갔어요. 검은 넥타이에 검은테 안경, 그리고 M1 소총을 들고 창문 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곡과 뮤비에 나옵니다. 여러분들의 후기가 무척 기대되는데요!


Q5. 1995년에 음악 활동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문화 차이로 미국으로 돌아가셨죠. 그로부터 2년 후에 다시 한국에서 가수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셨는데,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변화를 보여준 한국의 대중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나요?


정보 수집이 광케이블과 Wi-Fi 속도로 인해 빠른 시대이고 이제는 못하는 게 어려운 그리고 잘못하고 있는 게 쉽게 탄로 나는 시대에요. 엄청나게 발전했죠. 기업과 시장 구조가 완벽히 형성되면서, 실험과 실수 그리고 뜸 들임에서 나오는 도자기 같은 예술을 접하기가 드물어져 한편 허전합니다.



Q6. 타이거 JK 님이 직접 이끄는 회사 ‘Feel Ghood Music’의 수장으로서 큰 힘과 응원이 되어주는 소속 아티스트, 그리고 뒤에서 함께 고생하고 발전해나가는 많은 직원, 스태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자신을 믿고, 하는 일과 사랑에 빠져라, 그리고 사랑하라! 만약 믿는 자신이 이 일은 아니라고 말해준다면, 냉정하게 그만둬라.



Q7. 데뷔 20주년을 지나온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타이거 JK 님의 음악을 통해 위로와 감동을 경험했는데요. 반대로 타이거 JK 님이 음악을 통해 위로받았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나요? 


() 김광석 님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이곡을 들으면서 아직도 위로받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어디선가는 내 음악을 듣고 위로받을 사람들이 있겠지 하며…






Q8. 이전에 본인의 음악은 ‘마니아를 위한 음악’이라고 언급하신 적이 있는데, 현재는 많은 한국 대중들이 힙합 문화에 열광하고 있어요. 음원차트 석권도 마찬가지고, 마이너에서 메이저 문화로 발전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계신데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꾸준히 열심히 해주고 있는 후배들을 보고 어떤 감정이 느껴지시나요?


지금도 제 음악은 여전히 마니아를 위한 음악이에요. 전 차트를 석권하거나 연말 시상식에 혹시 이번에 상을 탈까 설레어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자신에게 솔직할 때, 그 작은 개인적인 이야기는 모두를 대변하는 이야기일 때가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들의 가치를 알아줘라, 소중하다”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Q9. 인터뷰 동안 아티스트 타이거 JK 님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심성의껏 질문에 답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의 음악 활동 또한 저희 롤링스톤 코리아가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모아오던 롤링스톤이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자주 봬요! 건강하세요! 호심술!



<사진 제공 - Feel Ghood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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