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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연기로 수렴되는 진심, 배우 이수련

이수련을 소개할 때 쓰이는 대표적인 수식어가 있다. 그러나 오늘은 최대한 그 말을 쓰지 않기로 한다. 스크린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하고 당위성을 부여하고자 많은 시간을 고민한 끝에 유려한 연기를 보여주는 그녀를 수식하는 데는 긴 단어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라는 두 글자로 충분하다. 이전까지 그녀를 수식하는 데 사용되었던 그녀의 전 직업은, 배우로서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표현하도록 돕는 자양분 역할을 할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배우 이수련을 소개한다. 

 

 

1 [RSK] 안녕하세요 이수련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롤링스톤 코리아와 인터뷰에 앞서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수련입니다. 현재 저는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로 활동 중인데, 그보다 긴 시간을 다른 경력으로 지냈던 탓인지 전 대한민국 여성 1호 대통령 경호관 출신 배우로 더 잘 알려져 있기도 하지요. 최근에 예전 경력이 다시 조명이 되면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오늘은 배우로서 인터뷰에 임할 수 있어 더욱 반갑습니다.

 

 

2. [RSK] 벌써 가을이에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그러게요,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 것 같아요. 최근에는 사전제작이 잦아져서, 내년에 방송 예정인 작품들을 촬영하며 지내고 있어요. 영화, 드라마를 비롯해 색다른 형식의 작품에 참여했어요. 최근에야 작업이 끝나서 여유가 생겼네요. 여러모로 체력을 요하는 작품이었어서, 마치 운동선수와 유사한 강도의 체력 훈련을 하며 몸을 단련했었어요. 촬영이 다 끝난 지금은 먹고 싶었던 음식도 맘껏 먹으며 가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3. [RSK] 국내 1호 대통령 여성 경호원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계세요. 최초라는 용어는 왕관인 동시에 약간의 부담감으로 와닿을 것 같은데요, 이 타이틀이 어떤 의미로 작용했는지 궁금해요.

 

사실 배우로 활동을 시작하면서는 나름의 큰 의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던 터라 대통령 경호관 이었던 경력은 아예 밝히지 않고자 했었거든요. 그러던 차에 모 방송을 통해 영화 준비 과정이 소개되면서 제 특이한 이력이 소개되었고, 경호관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가 운명처럼 지금까지 따라붙게 되었어요.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제가 지나온 삶의 한 부분이었고,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대통령 경호관으로서 보냈으니, 제가 안고 가야 하는 타이틀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그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들 다른 타이틀을 만들어야겠구나 마음을 다잡으며 활동하게 되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지요. 예를 들어 “믿고 보는 배우”, “영화제를 휩쓴 배우”, “작품으로 말하는 배우” 등의 수식어가 제 이름 앞에 자연스럽게 따라 붙을 수 있는 게 목표라고 할까요?

 


 

4. [RSK] 프리랜서 리포터, 경호원을 거쳐 현재는 연기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배우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듣고 싶습니다.

 

우와, 리포터까지 간다면 정말 옛날 얘기가 되는데요. 대학생 때 우연히 시작하게 된 SBS 리포터 활동을 시작으로 방송에 발을 들이게 되었어요. 연극배우이신 작은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부터 공연을 관람할 기회가 많았지만, 당시에는 한 번도 제가 배우가 될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개인의 개성과 재능이 인정받는 분위기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외모나 끼가 남다르게 특별해야 연기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나고 보니 그것 또한 제가 스스로 만들어 놓았던 한계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대통령 경호관이라는 경력 또한 여성으로서 대한민국 최초이니만큼 남다른 도전이었지만, 그렇게 도전하고 이뤄내고 경험하다 보니 다른 어떤 것도 해낼 수 있을 거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으니 만큼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고, 그때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고 살아볼 수 있는 배우로서 살고 싶다는 결심이 굳어졌어요. 아마 더 솔직히 말하면 아주 어릴 때부터 입 밖으로 자신 있게 꺼내어 말하지 못했을 뿐이지, 배우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다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회의 순간이 긴 시간 스스로에 대한 타진의 과정을 거친 후에 비로소 찾아왔고,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 걷게 된 것 같네요.

 

 

5. [RSK] 10년간 일했던 직업과 무관한 직업을 택하실 때 두렵기도 하셨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시작하셨나요?

 

경험치나 인맥이 전무한 새로운 분야였어요. 전공도 아니었고 30대 초반까지 경험도 없었으니, 맨땅에 헤딩이라는 표현이 딱이었거든요. 그때까지 제가 쌓아온 안정적인 것들을 뒤로하고 새 분야에 뛰어들었으니, 주변 만류도 많았었어요. ‘그 나이에 신인배우가 말이 되느냐, 분명히 후회할 거다, 사람이 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수는 없다, 남들 사는 대로 안정적으로 살아라’ 등.

그런데, 저는 제가 이뤄내고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리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가지고’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분들이 좋게 보아주시는 부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경호관으로 세 분의 한국 대통령과 해외에서 방한하는 수많은 국빈을 경호하고, 핵 안보정상 회의, G20 등 수많은 다자간 정상 회의를 경험하고,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많은 훈련과 교육과정을 이수했던 저의 지난 시간이 저를 누구보다 단단하고 특별하게 성장시켰으니 그런 내가 못 할 게 뭐가 있겠냐는 확신이 있었죠. 소위 ‘내가 못하면 다른 누가 할 수 있겠어? 대통령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몸을 던져 죽을 각오로 경호를 담당했던 사람이 떨리거나 두려울 게 뭐가 있지?’라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저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 같아요.  

 
  

6. [RSK] 연기하실 때 가장 중점을 두시는 부분이 있다면?

 

아무리 짧은 분량이든 어떠한 역할이든 그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하고 당위성을 부여하고자 많은 시간을 고민해요. 선한 역할, 합리적인 인물만 연기할 수 있다면 편할 수는 있겠지만, 제가 원하는 건 아니거든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악한 역할, 욕먹을 캐릭터, 도대체 왜 저러나 싶은 인물까지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상을 연기하고 싶어요. 그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제가 그 인물의 서사, 자라온 배경,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공감하고 이해하고 납득해야 해요. 도대체 무엇이 이 인물을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는가.. 그걸 이해해나가는 과정이 어려우면서도 재미있고 고되면서도 보람 있고 아프고 슬프고 힘들기도 하고, 또 그렇게 내면적으로도 성장하는 걸 느끼기도 하고 그래요. 진정한 배우가 되어가는 과정이 마치 도를 닦는 과정과도 같다고 할까요? 그렇게 저도 좀 더 크고 깊은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고 싶어요. 실제로 전에는 이 사람은 이래서 싫어, 저 사람은 저래서 나랑 안 맞아 했던 면들이 연기를 하면서는 많이 둥글둥글해지며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걸 느껴요.

 

 

7. [RSK] TV 프로그램 <인간극장>에 나오신 적이 있으세요. 방송을 통해 스턴트 배우들의 삶이 조명되어서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촬영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에피소드 소개에 앞서 이 자리를 빌려 풀고 싶은 오해가 있어요. 당시 그 프로그램을 통해 제 경력이 공개되었고, 그 결과 제가 한동안 스턴트 배우로 비치기도 했어요. 6년 전 방송이었는데, 재방송될 때면 스턴트 섭외 연락도 종종 들어왔고요. 제가 연기 활동을 활발히 해나가는 게 확실한 방법임을 알지만, 저는 액션도 되는 ‘배우’이지, 액션만 하는 스턴트 배우는 아니라는 점, 분명히 알아주셨으면 해요.

촬영 당시 기억에 남는 점이라면, 액션과 무술은 명확히 다르다는 점을 배운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에요. 무술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실전’이라면, 액션은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하는 선에서 화려한 동작으로 표현하는 ‘연기’거든요. 제가 태권도 5단이고, 경호관 출신이라 드라마에서 대역 없이 직접 액션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상대 스턴트맨 분들이 좀 안 아프게 살살 해달라는 때가 있어요. 아직 힘이 덜 빠졌나 봐요. (웃음)

 

 

8. [RSK] 열심히 지내다 보면 누구나 슬럼프를 겪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럴 때 나를 일으키는 문장이 있다면, 그건 어떤 글귀일까요?

 

‘나는 우리 엄마 아빠의 작품이다.’ (웃음) 제가 만든 말이에요. 유명한 위인의 명언이나 격언은 아니지만, 제게는 그 어떤 말보다도 힘이 되는 생각이랍니다. 저를 비롯한 세상 모든 사람은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잖아요? 이 자리에 이렇게 있기까지 가족으로부터 엄청난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는 거고, 제게는 세상 무슨 일이 있어도 전폭적으로 저를 믿어주고 힘이 되어줄 제 터전이 존재하는 거죠. 그런 터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못 할 게 뭐가 있겠어요? 살면서 어떤 난관이나 슬럼프를 겪게 되더라도 내가 그런 큰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극복하지 못할 게 없는 것 같아요.

 


 

9. [RSK] 2022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남은 시간은 어떻게 보내실 예정인가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가 빠르게 느껴진다더니!  새삼 공감이 가네요. (웃음) 다행히 이번 해에는 내년에 방송될 많은 작품들을 작업한 덕에 즐거운 마음으로 내년이 오길 기대하게 될 것 같아요. 활발한 활동을 위해 체력관리도 더 열심히 하고, 또 뭘 새로 배워볼까도 생각 중이에요. 시간이 생길 때는 뭔가 안 해본 걸 새로 배우는 데 집중하거든요. 이번 해에는 트리 클라이밍을 배웠는데, 몰랐던 분야였지만 정말 재미있고 보람이 있었어요. 아, 또 뭘 새로 배워볼까요?

 

 

10. [RSK] 지금까지 롤링스톤 코리아와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이수련 님에 대해서 더 알아 갈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마지막으로 간단한 인터뷰 소감 및 끝인사 부탁드릴게요!

 

이렇게 긴 시간을 제게 내어주신 롤링스톤 코리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인터뷰를 통해 저도 한 해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멈추지 않고 끝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으로 여러분께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추워지는 날씨 모두 건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즐기시길 바랄게요. 다시 한번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사진제공 - 이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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