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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제드(Zedd)의 TELOS, 끝에서 시작을 찾다

 

완벽을 좇아 모든 것을 쏟아부은 끝, 제드(Zedd)는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심리적으로, 감정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탈진한 그는 더 이상 음악이 자신에게서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끝에서 솟아오른 건 또 하나의 질문. ‘다음은 무엇일까?’

극한의 한계 앞에서도 인간은다음’을 상상한다다시 무언가를 세우고 싶어 하는경이로운 생명력. 제드에게 [TELOS] 단지 목적지가 아니라잃어버린 감각과 열정을 다시 발견하려는 여정  자체였다막다른 골목에서부터 지금  순간까지, 그 여전히 음악 안에서 길을 찾고 있다.

 

 

1. [RSK] 안녕하세요, 제드(Zedd)! 롤링스톤 코리아에 함께해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꽤 다채로운 하루였어요. 아침에는 프로덕션 작업을 정리하면서 다가오는 무대를 위한 라이브 셋 일부를 손봤고요, 지금은 이렇게 롤링스톤 코리아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네요.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곧 있을 공연 준비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에요.

 

 

 

 

2. [RSK] TELOS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다시 한국을 방문하셨는데요, 이번 공연에 대해 조금 들려주세요.

 

TELOS 투어는 지금까지 제가 준비한 공연 중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 중 하나예요. 단순한 DJ 셋을 넘어서, 하나의 완성된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거든요. 새로운 비주얼, 영화적인 연출, 그리고 각 나라에 맞게 매일 다르게 구성되는 라이브 드럼 퍼포먼스까지 포함되어 있어요. 한국 공연은 확실히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어요. 관객들의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고, 많은 분들이 이 쇼에 깊이 몰입하고 있다는 걸 무대 위에서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어요.

 

 

3. [RSK] 아시아 투어에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요?

 

나라마다 고유의 에너지가 있어요. 그래서 아시아 투어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팬들은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그 열정이 정말 대단하죠. 디테일 하나하나, 드롭, 멜로디까지 정확히 알고 있고, 가사도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시더라고요. 그런 반응을 받을 때마다 저 역시 더 몰입하게 되고, 새로운 영감을 받게 돼요. 매번 이곳에 올 때마다, 머릿속에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릅니다.

 

 

4. [RSK] 이번 투어는 작년에 발매하신 정규 앨범 TELOS의 연장선이죠. Zedd에게 ‘TELOS’는 어떤 의미였나요?

 

저에게 TELOS는 단순한 앨범이 아니라, ‘목적을 향한 여정’ 그 자체예요. 이 앨범이 여러 개의 곡이 모인 컬렉션이라기보다는, 아티스트로서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내면의 서사이길 바랐어요. ‘TELOS’라는 단어는 본래 철학적인 개념이기도 하잖아요. 저 역시 이 작업을 하며 느꼈던 감정들이 그 단어와 깊이 맞닿아 있었어요.

 

 

 

 

5. [RSK] 앨범을 작업하시면서 ‘이게 마지막 앨범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느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 앨범은 제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업이었어요.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는 일종의 집착이 생겼고, 그 과정은 심리적, 감정적, 신체적으로도 상당히 힘들었죠. 탈진해서 더는 아무것도 줄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들이 많았고, 그래서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어요. 솔직히 아직도 그때의 고통에서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6. [RSK] 이어지는 질문인데요,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사실 특별한 해답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앨범이 저에게 끼친 영향에서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언젠가 이런 규모의 작업을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그게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영감이라는 건 억지로 계획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니까요.

 

 

 

 

7. [RSK] 우리가 Zedd의 음악 작업 공간을 직접 본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은 무엇일까요? 그 공간이 음악과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TELOS는 예전 스튜디오에서 작업했는데요, 그 공간은 마치 우주선처럼 생긴 독특한 구조였어요. 천장은 ‘별이 무한히 펼쳐지는 듯한’ 느낌으로 디자인되어 있었는데, 그게 방에서 가장 인상적인 포인트였죠. 아마 놀라실 수도 있겠지만, 제 스튜디오에는 아날로그 장비나 하드웨어가 거의 없어요. 저는 맥북 프로를 중심으로 작업하고, 아날로그보다는 VST 플러그인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실제로 음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리적인 장비는 굉장히 단출하죠.

 

 

8. [RSK] TELOS 앨범에서 AI 기술을 사용하셨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셨고,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듣고 싶어요.

 

이번 앨범에서 AI는 주로 시각적 콘셉트를 구상하는 데에 활용됐어요. 저와 팀은 각 곡의 정서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을 골라 AI에 입력했고, 그 결과로 얻은 이미지들이 곡의 비주얼 방향을 잡는 데 큰 영감을 주었어요. 음악 그 자체에는 AI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어디까지나 감정과 이야기 중심의 음악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온전히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죠.

 

 

9. [RSK] AI 같은 기술 발전이 음악 제작 방식에 영향을 주듯, EDM 씬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퓨처 베이스', '트랩' 등 다양한 서브장르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변화가 언제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렉트로닉 음악은 태생적으로 여러 스타일을 융합하며 진화해 왔고, 그 덕분에 끊임없이 흥미롭고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죠. 퓨처 베이스, 트랩, 하이퍼팝 등 새로운 장르들이 등장하는 걸 볼 때마다, 아티스트들이 여전히 실험하고 경계를 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정말 반가워요. 그리고 장르나 트렌드가 무엇이든,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음악 속에 ‘감정’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감정이야말로 그 음악을 시간 너머까지 살아 있게 해주는 유일한 힘이니까요.

 

 

 

 

10. [RSK] EDM이 다양한 스타일을 흡수하며 진화하듯, 아티스트들도 서로의 음악에 많은 영감을 받잖아요.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는 Zedd의 신스 패치가 인생을 바꿨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Zedd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그 이야기는 저도 들었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제게 큰 영향을 준 아티스트라면 단연 다프트 펑크(Daft Punk)와 저스티스(Justice)예요. 이 두 팀은 제 프로덕션에 대한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전반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한 욕망을 일으켰죠. 또 하나를 꼽자면, 록 장르의 실버체어(Silverchair)예요. 그들의 음악은 이번 [TELOS]에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과감히 도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줬어요. 그리고 저는 클래식 음악을 배운 사람이라서, 바흐는 제게 있어 ‘최고의 음악가’로 남아 있어요.

 

 

11. [RSK] 마지막 질문입니다. ‘TELOS’라는 투어명은 ‘목적’이라는 뜻이기도 한데요. 지금 이 시점에서 TELOS는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의 저에게 TELOS는 ‘성장’과 ‘재발견’을 의미해요. 이 앨범은 제 인생에서 가장 개인적인 프로젝트였고, 제가 스스로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저를 밀어붙였어요. 이제 그 여정을 세상에 내보낸 만큼, 저 자신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다음은 무엇일까?"

저는 지금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 위에 있어요. 그러니 TELOS는 저에게 ‘항상 앞으로 나아가며 다음 목적을 찾아가는 삶의 과정’ 자체를 뜻하는 말이에요.

 

 

 

 

제드(Zedd)의 다양한 화보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롤링스톤 코리아 14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HOTOGRAPHS BY SOYE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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