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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d4vd “장미가 인간의 삶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d4vd는 사랑과 상실, 존재의 무게를 노래하는 아티스트다. 틱톡에서 입소문을 탄 <Romantic Homicide> 이후, d4vd는 10대의 세계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주기로 시선을 확장해왔다. 새 앨범 [Withered]에서 그는 장미라는 상징을 통해 삶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우리는 자라서 피어나고, 한창 때를 지나고 나면 결국 시들고, 마지막에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잖아요.” 장미의 생애 주기는 곧 인간의 삶을 닮아 있다고 말하는 d4vd. 순환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증오, 성장과 쇠퇴. 이 모든 감정을 ‘Withered’라는 단어에 담아낸 d4vd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1. [RSK] 첫 정규 앨범 [Withered], 드디어 세상에 나왔어요. 이 앨범을 ‘가장 d4vd다운’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죠. 어떤 순간에 “이제 진짜 내 이야기를 꺼낼 때다”라고 느꼈나요?

 

그건 제 인생에서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다고 느꼈을 때였어요. 한두 해 정도 투어를 다니면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제 나름대로 친구 관계나 연애도 겪었고요. 그런 시간이 쌓이니까, "이제는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이상 상상이나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제 인생에서 나온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낼 수 있는 시점이었어요.

 

 

2. [RSK] 앨범 제목인 ‘Withered’는 시들다, 말라버리다라는 뜻인데요. 이 단어는 어떤 감정에서 출발했는지, 왜 장미의 생애 주기를 테마로 삼았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장미가 인간의 삶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자라서 피어나고, 한창 때를 지나고 나면 결국 시들고, 마지막에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잖아요. 그 생애 주기 자체가 너무 인간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다고 느꼈어요. ‘Withered’라는 앨범을 관통하는 감정은 사랑, 증오, 성장, 그리고 쇠퇴 같은 것들이에요. 이 모든 감정이 순환하고, 변화하면서 결국 어떤 감정이든 지나간다는 걸 장미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3. [RSK] 앨범 전반에 이별, 후회, 상실 같은 감정이 진하게 담겨 있죠. 이 앨범은 하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아니면 여러 단면을 담은 퍼즐인가요?

 

확실히 퍼즐에 가까워요. 여러 감정의 조각들로 이뤄진요.

 

 

4. [RSK] [Withered]는 [Petals to Thorns], [The Lost Petals]에 이은 다음 장이기도 해요. 이번 앨범이 두 EP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Withered]는 제 실제 인생 이야기들을 본격적으로 담았다는 점이 가장 달라요. 이전 프로젝트들에서는 제가 들은 이야기, 영화나 게임 같은 매체를 통해 접한 서사를 바탕으로 작업한 경우가 많았어요. 좀 더 간접적인 경험이 많았달까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정말 저의 내면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에요. 

 

 

5. [RSK] 앨범 중간에 등장하는 <Invisible String Theory>는 한 편의 짧은 드라마 같았어요. 이 대화에서 중심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실제 삶에서 일어나는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어떻게 예술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직접 겪은 일들에서 이번 앨범의 영감을 얻었거든요. 

 

 

6. [RSK] 런던에서의 2주는 [Withered]를 완성하는 데 있어 특별한 시기였다고 했죠. 그곳에서의 작업 환경은 어떤 감정이나 창작 분위기를 만들어줬나요?

 

비 내리는 회색빛 런던은 제 안의 슬픔을 꺼내는 데 정말 도움이 됐어요. 그 도시 특유의 흐린 날씨와 고요한 분위기가 제 감정과 잘 맞았어요. 

 

 

7. [RSK] 런던에서의 2주를 돌이켜보면 어떤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런던아이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런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예요.

 

 

8. [RSK] “이번엔 내 음악만 듣고 만들었다”고 했죠. 자기 자신에게서만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작업이 외려 더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요. 어땠나요?

 

아니요, 오히려 더 쉬웠어요. 이번 작업은 과거의 저를 더 발전된 버전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이었거든요. 예전 작업들에서 출발해서 지금의 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돼요.

 

 

9. [RSK] [Withered]를 만들며 Radiohead, Nirvana, Billie Eilish 같은 아티스트에게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했어요. 그중 이번 앨범에서 그 영향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이나 순간은 어디라고 생각하나요?

 

<Afterlife>가 가장 명확하게 그런 영향을 보여주는 곡이에요. 프로덕션에는 Radiohead의 실험적인 감성이 담겨 있고, 가사나 분위기에는 Billie Eilish에게서 받은 영감이 반영돼 있어요.

 

 

10. [RSK] 앨범 수록곡 중 가장 개인적인 감정을 담았다고 느끼는 곡은 어떤 곡인가요? 그 노래가 어떤 시기의 어떤 감정에서 나왔는지 들려주세요.

 

역시 <Afterlife>예요. 이 곡은 제 자신과 이 앨범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 같은 노래예요. 아이러니하게도 앨범에서 제일 처음 쓴 곡 중 하나인데, 결과적으로 마지막 트랙이 됐죠.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이 곡에서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또렷하게 떠올랐어요. 그 순간이 꽤 특별했고, 그 덕분에 이 곡이 앨범을 마무리하는 데 딱 맞는 느낌이 되었어요.

 

 

11. [RSK] 앨범엔 슬픔이나 상실뿐 아니라, 회복과 새로운 시선도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을 통해 감정을 치유하거나 정리하게 되는 순간도 있었나요?

 

네, 확실히 있었어요. <Somewhere In The Middle>이라는 곡이 저한테는 그런 노래였어요. 

 

 

12. [RSK] 열여덟에 데뷔작으로 큰 성공을 거둔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은, 자신의 이른 성공이 가져온 무게에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고 표현한 적 있어요. d4vd 역시 20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슈퍼스타가 되었는데요, 지금의 명성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그리고 그 무게와 속도를 어떻게 소화하고 있나요?

 

저는 제 방식대로 그 무게를 받아들이고 있어요. 원래 게임 커뮤니티에서 시작해서 음악과 콘텐츠를 향한 열정을 계속 표현해온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명성을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저처럼 많은 걸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어도, 충분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을 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배경이 다르든 비슷하든 간에, 저의 이야기가 다음 세대의 아티스트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껴요.

 

 

13. [RSK] [Withered]는 분명 d4vd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작업일 텐데요. 이 앨범 이후, 앞으로 d4vd의 음악은 어디로 나아갈까요?

 

제 음악은 절대 한 자리에 머물지 않아요. 제 예술에 대한 시선은 계속해서 바뀌고 진화하거든요. 앞으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진 소리들, 예전의 감성을 새롭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그게 제가 잘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묻혀 있던 특정한 향수나 감정을 음악으로 끄집어내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결국 그게 'timeless', 즉 시대를 초월하는 음악이겠죠.

 

 

14. [RSK] 이번 앨범을 통해 팬들이 ‘이게 d4vd구나’ 하고 처음으로 알아보게 될 d4vd의 모습은 어떤 걸까요?

 

아마도, 제가 사랑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일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엔 사랑과 관련된 여러 감정이 녹아 있고, 우리가 인간으로서 겪는 감정들을 제 시선으로 솔직하게 담았어요. 사람마다 사랑이나 이별, 상실을 느끼는 방식은 다르지만, 그 감정이 있다는 건 모두 같잖아요. 그래서 이 앨범을 통해 팬들이 저를 더 가까이서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이번 앨범이 전하는 가장 진솔한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Photographs by d4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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