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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클라우디오 카타뇨: 스스로 서사를 완성해 나가는 배우

 

“만약 한국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최고의 결과를 위해 뭐든 다 할 거예요. 그런 기회는 정말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살면서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깊이 배우는 건 제게 엄청난 의미가 될 거예요. 

언어는 단순히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을 넘어, 문화의 고유한 사고방식과 감정, 

현실을 느끼는 방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죠. 

언어를 통해 감정과 시선, 그리고 한 문화의 영혼이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콜롬비아의 배우, 감독, 그리고 영화 제작자. 다재다능한 클라우디오 카타뇨(Claudio Cataño)는 콜롬비아 영상 산업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그는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은 걸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에서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를 연기하며, 히스패닉 아메리카의 자유 역사를 강렬하게 되살려냈다.

 

생전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자신의 작품이 영상화되기를 꺼려했다. 영화가 원작의 깊이를 담아내지 못할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아들인 로드리고 가르시아와 곤살로 가르시아 바르차가 넷플릭스와 함께 그의 세계를 다시 열었다. 1월 공개된 <백년의 고독> 파트 1은 공개 직후 글로벌 시청 랭킹 3위에 오르며, '가보'의 마법을 전 세계에 다시 일깨웠다.

 

이 대작을 끌어낸 건 오롯이 배우들의 힘이었다. 카타뇨는 그 중심에서 흔들림 없이 빛났다. 그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라는 상징적 인물에 몸을 던져, 히스패닉 아메리카의 거대한 집단 기억을 스크린 위에 새겨넣었다. 외부의 평가와 기대를 초월해, 그의 연기는 자연스럽고도 압도적인 힘으로 스스로를 증명했다.

 

카타뇨는 단지 과거를 연기한 것이 아니다. 그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조상들의 고통과 희망으로 이뤄낸 '자유'의 의미를 묻는다. 한마디, 한 동작마다 깃든 무게는 단순한 연기를 넘어, 한 세대의 기억을 환히 비추는 등대가 된다.

 

클라우디오 카타뇨는 10대 시절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22년에 걸친 끈질긴 노력 끝에, 지금의 탄탄하고 다채로운 커리어를 일궈냈다. 영화 감독, 영화 배우, 연극 배우, TV 배우, 뮤지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재능을 증명한 그. 역할이 바뀔 때마다 성장한 카타뇨는 업계를 다각도로 이해하는 눈을 키웠다.

 

그러나 그의 성장 스토리는 단순한 연기 경력을 넘어선다. 그는 회화, 스포츠, 문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성을 확장하며 스스로를 단련해왔다. 특히 아시아 문화에 대한 깊은 호기심은 일본 문학과 유산, 무술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다. 이런 다층적인 열정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선, 삶을 대하는 태도 그 자체다. 그와 나눈 대화 끝에 남은 인상은 명확했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결국, 간절함과 분명한 목표라는 것.

 

En un momento amoroso, Aurelio y Carolina descubren algo sospechoso - Las Villamizar | Caracol TV

 

클라우디오 카타뇨는 한 걸음 한 걸음 성취를 쌓아가며, 결국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에서 주목받은 작품에 참여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에게 한계란 잠시 멈칫할 뿐, 결코 길을 막는 장벽이 아니다. 결단력과 뚜렷한 비전으로 그는 매번 장애물을 디딤돌 삼아 나아갔다. 언어나 문화의 차이 역시 그의 앞에서는 큰 벽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 롤링스톤 코리아는, 국제 영화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콜롬비아 출신 배우 클라우디오 카타뇨를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 자신만의 색으로 세계를 사로잡아가고 있는 그를 만나는 것은 분명 특별한 일이다.

 

 

1. [RSK]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품고 세계에 전하는 아티스트를 만나게 되어 기뻐요. 당신의 재능이 문화를 빛냈습니다. 감사합니다.

 

클라우디오: 솔직히 좀 압도당하는 느낌이에요. 이렇게 거창한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더 단순한 인터뷰일 줄 알았는데, 칭찬을 들으니까 오히려 조금 위축되네요. 좀 과분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2. [RSK] 찬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세요. 개인적으로 <백년의 고독> 드라마를 기대했는데, 시리즈를 보고 확신했거든요. 참고로 현재 시리즈는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3위를 기록 중입니다.

 

클라우디오: 맞아요, 몇 주 동안 세계 상위권에 올라 있어요. 정말 놀라운 기분이에요. 콜롬비아에서 이런 규모의 작품이 나온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거든요. 물론 그동안도 성공한 작품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텔레노벨라였죠.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걸 제대로 평가하고, 스스로 깎아내리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로벌 순위에 올랐다는 건, 우연이 아니라 세계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Cien años de soledad | Avance oficial | Netflix

 

이번 작품은 특히 더 특별합니다. 원작의 위대함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배우들과 감독, 프로듀서들이 함께 만들어낸 뛰어난 완성도 덕분이죠. 

모두가 힘을 모아 완성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3. [RSK] 디즈니 <엔칸토>를 통해 매직 리얼리즘을 접했던 터라, 이번 작품이 라틴 아메리카 제작이라는 사실이 특히 반가웠습니다. 롤링스톤 코리아 독자들을 위해, 클라우디오 카타뇨라는 사람이 어떤 여정을 걸어왔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클라우디오: 저는 16살 때 콜롬비아 TV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같은 해에 연극 공부도 병행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일과 학업을 동시에 이어가며 성장해왔어요. 어린 나이에 현장에서 일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고, 덕분에 지금까지 20년 넘게 이 일을 해올 수 있었습니다.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연기에 바친 셈이죠. 지나온 모든 과정이 저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는 끊임없는 전환의 연속이었어요. 프로젝트마다 규모나 스포트라이트는 달랐지만, 어떤 작업이든 항상 같은 책임감과 전문성으로 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제 역량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다행히 매니저도 이 점을 깊이 이해해줬고, 그게 제 커리어에 있어 큰 힘이 됐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온 경험들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4. [RSK] <백년의 고독> 시리즈는 정말 특별한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나이와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단순한 영상화를 넘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불멸의 세계를 멋지게 이어냈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우디오: 정말 멋진 작품이죠. 콜롬비아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역할을 떠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설령 제가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이 시리즈는 몰아서 보고 싶었을 거예요. 제 생각에, 자신이 참여한 작품을 외부 관객으로서도 즐길 수 있을지 스스로 물어보는 게 가장 솔직한 평가 방법 같아요.

 

<백년의 고독>은 정말 보는 즐거움이 있는 작품입니다. 전 세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건, 문화가 아무리 달라도 그 안에 뭔가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뜻이겠죠.

 

Claudio Cataño at Mil Colmillos HBO

Mil Comilhos - Trailer oficial | RedeCanais Originals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정말 중요해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담고 있으니까요. 기대가 엄청나게 컸던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노벨상 수상자의 작품을 각색한다는 건 정말 큰일이잖아요. 책임감도 엄청났고요. 만약 뭔가 잘못됐으면, 정말 매섭게 비판받았을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대실패로 끝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행히, 그렇지 않았죠.

 

 

5. [RSK] 이제 당신은 히스패닉 아메리카 문화의 풍요로움은 물론, 과거의 상처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 이야기를 존엄한 시선으로 그려내려는 새로운 세대의 영화 제작 흐름을 대표하는 책임까지 맡게 됐습니다. 신선하고 변화를 이끄는 관점을 보여준 셈이죠.

 

클라우디오: 어떤 소비사회에서든 비슷한 일이 벌어지잖아요. 상업성 때문에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한쪽 면만 과도하게 소비되는 거죠. 바로 그래서 이번 작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제 그 고리가 끊어졌다고 믿어요. 그래서 <백년의 고독> 같은 작품이 지금 이 순간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이건 정말 큰 사건이에요. 단지 우리 정체성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걸 넘어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문학을 통해, 그리고 콜롬비아인으로서 세계에 우리를 특별한 시선으로 소개했던 그 의미까지 이어지니까요. <백년의 고독>은 정말 아름답고, 동시에 가슴 아픈 소설입니다.

 

Cien Años de Soledad: Primera Parte | Dirigiendo un Sueño | Netflix

 

결국, 우리만의 시작을 담아낸 세계의 창세기 같은 이야기예요. 제게 매직 리얼리즘의 가장 깊은 의미 중 하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닮았다는 점입니다. 소설 속 인물들도 세상을 바라보는 그 순수하고 놀란 눈빛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외부 세계가 그 순수하고 원초적인 세계를 침범하고, 파고들고, 훼손하기 시작해요. 

저는 그 대비 속에 이 작품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물들의 순수함과 세상이 가져오는 충격 사이의 간극이요.

 

저에게 이 작업은 정말 큰 의미를 가집니다. 단순히 <백년의 고독>이 주목받게 된 것뿐 아니라, 우리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 콜롬비아 사람들에게는 아직 세상에 들려주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죠. 우리는 끝없이 퍼올릴 수 있는 이야기의 광산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백년의 고독>의 성공은 콜롬비아 영화인들, 그리고 이 산업에 몸담은 우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사건이에요. 이 시장이 얼마나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신호니까요. 우리는 세계 무대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가고,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거죠.

 

 

6. [RSK] 중심 인물인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을 연기하기까지의 여정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클라우디오: 최근 몇 년 사이, 저는 배우라는 직업이 본질적으로 ‘공학’에 가깝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캐릭터를 구축하는 건 분명한 구조와 정확한 기술적 접근이 필수적이거든요. 이게 없으면 제대로 세울 수가 없죠.

 

개인적으로 이 방식은 쉽지 않았어요. 특히 복잡한 부분, 예를 들면 목소리 작업 같은 게 그렇죠. 캐릭터의 목소리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요. 청소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목소리가 변하면서, 동시에 신체적, 감정적, 심지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달라지게 됩니다. 이런 변화를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이걸 해내려면 '삶'이나 '영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기술적으로 구체화해서 재현할 수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저는 꾸준히 코치들과 작업해왔고, 특히 바르바라 페레즈라는 뛰어난 보이스 코치이자 배우와 함께 깊이 있게 훈련했어요. 그녀의 도움 덕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무대 위에서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죠.

 

이 과정은 정말 엄청난 훈련과 꾸준함을 요구해요. 특히 드라마 시리즈는 영화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몰입해야 하잖아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 같은 느낌이에요. 힘들지만, 정말 보람 있는 경험이었어요.

 

 

7. [RSK] 그럼 이번엔 <Horizonte>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 영화로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참가하셨죠. 글로벌 관객들과 작품을 공유하신 소감이 궁금해요.

 

클라우디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Horizonte>를 선보였을 때, 마치 어린아이가 새 장난감을 세상에 처음 보여주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제가 주연을 맡은 영화를 그렇게 큰 무대에서 소개한 건 처음이었거든요.

 

하지만 단순히 영화제에 간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어요. <Horizonte>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이건 나보다 훨씬 더 큰 이야기다'라는 걸 직감했어요. 반드시 세상에 나와야 하는 이야기였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건, 배우로서 제가 걸어온 모든 시간과 경험들이 결국 이 순간을 향해 있었다는 걸 느끼게 해줬어요.

 

Horizonte de César Acevedo - Tráiler oficial

 

이 영화는 어머니와 아들 간의 화해를 다루고 있어요. 제게는 정말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였고, 동시에 콜롬비아의 폭력 문제를 다루는 작업이기도 했어요. 다만 이번에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시선에서 풀어낸 점이 달랐죠. <Horizonte>는 죽은 이들의 세계를 통해 우리 역사 속 수많은 희생자들과 연결되면서, 시적이고 꼭 필요한 시각을 제시해요. 

 

첫 작품으로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한 세사르 감독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어요.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인 파울리나 가르시아와 함께 연기할 수 있었던 것도 정말 큰 영광이었고요. 모든 것이 마치 롤스로이스를 처음 타고 무대에 데뷔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설레고, 잊을 수 없고,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8. [RSK] 당신은 영화 연기뿐 아니라 연극, 그리고 감독 경험까지 다양하죠. 각각 어떤 점이 가장 흥미롭거나 의미 있었나요? 또, 감독으로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은 무엇인가요?

 

클라우디오: 지금은 확실히 저는 배우라고 느껴요. 감독 경험은 제 삶의 다른 시기에 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정말 소중한 배움이었어요. 감독 일을 하면서,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안팎에서 더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카메라, 감독, 촬영감독과 더 깊이 협력할 수 있는 감각을 갖게 됐죠. 배우로서 몰입하면서도, 동시에 제작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된 거예요.

 

무엇보다 감독 경험을 통해 ‘일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법’을 배웠어요. 

이 업계에서는 오디션 결과로 자기 가치를 평가하기 쉽거든요. 

그런데 때로는 실력과 무관하게, 단순히 역할과 외형이 맞지 않아서 떨어질 때도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걸 이해한 뒤로 훨씬 건강한 시각으로 일할 수 있게 됐어요.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연기와 멀어질까 두려워했던 경험이 결국은 더 깊이 있는 연기를 가능하게 만들어줬어요. 저한테는 정말 전환점 같은 경험이었어요.

 

 

9. [RSK] 이런 성숙한 태도는 꽤 깊은 심리적, 정신적 성찰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 같아요. 이 업계에서 받는 압박을 어떻게 이겨내나요?

 

클라우디오: 쉬는 시간에는 저를 채우는 활동을 하려고 해요. 운동하거나 새로운 걸 배우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때로는 게임도 하고요. 이런 활동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다음 역할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해요. 저에게는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게 하나의 ‘게임’ 같거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결과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거예요. 이 업계는 실력이 아니라 캐릭터에 맞는 외형이나 분위기 때문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거절당해도 내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게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고 있어요.

사실 <Horizonte>나 <백년의 고독>을 준비할 때도, 처음엔 저 자신을 제일 먼저 의심했어요. ‘내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제 에이전트가 저를 믿으라고 강하게 밀어줬어요. 덕분에 받아들였고, 결국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됐어요.

그래서 저는, 의심이 생겨도 내 할 일을 다 하고, 결과는 감독이나 제작진에게 맡긴다는 자세로 일해요. 이게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준 힘이에요.

 

 

10. [RSK] 혹시 아시아 문화와도 인연이 있으신가요? 일본, 한국, 중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하거나, 아시아 영화에 영향을 받은 적이 있나요?

 

클라우디오: 아시아를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오랫동안 저에게 깊은 울림을 준 지역이에요. 특히 일본 문화는 제게 정말 큰 영감을 줬어요. 처음에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접했지만, 점점 문학으로 확장됐어요. 하루키, 미시마 유키오, 그리고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 같은 작품들이 제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줬어요.

 

또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통해 일본 영화를 접했고, 한국 영화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정말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아시아 영화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나 시간 처리, 연기 스타일이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해요.

 

켄 와타나베 같은 배우도 좋아하고요. 노(能)나 가부키, 부토 같은 일본 전통 예술이 영화나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걸 볼 때마다 정말 감탄합니다.

 

일본과 아시아 문화는 제 예술적, 철학적 성장에 큰 영향을 줬어요. 언젠가는 꼭 직접 방문해서 문화를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어요. 저는 검도 같은 무술도 수련했고, 일본 정신성에 정말 깊이 공감해요. 언젠가는 꼭 일본어도 배우고 싶습니다.

 

아시아의 영상 작품들은 제게 정말 큰 영향을 줬어요. 

<사랑의 블랙홀>, <화양연화>, <천국보다 낯선>, <타락천사> 같은 영화들은 지금까지도 제 마음에 깊은 자국을 남겼어요.

 

 

11. [RSK] 그럼, 만약 한국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생긴다면 한글을 배우는 도전도 받아들이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클라우디오: 물론이죠. 만약 한국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최고의 결과를 위해 뭐든 다 할 거예요. 그런 기회는 정말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살면서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깊이 배우는 건 제게 엄청난 의미가 될 거예요.

 

 

Photographs by Claudio Catañ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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