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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나는 항상 내가 낯설어, 민수의 [Me, Stranger]

 

스스로가 이방인처럼 낯설다는 민수. 특히 사랑을 할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한다. 나는 민수의 이런 점이 늘 좋았다. 자유롭게 흔들리고, 또 상처받기도 하면서 결국에는 나아가기를 택하는 것. 민수는 실제보다 더 쿨하거나 매끄러운 척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녀의 용기가, 솔직함이, 리스너들에게 들려주는 진솔한 고백이 점점 더 고맙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1. [RSK] 첫 번째 정규 앨범 [Me, Stranger]이 나왔어요. 그 어느 때보다 애정이 클 것 같아요. 앨범을 내놓으신 소감이 어떠세요?

 

안녕하세요. 네, 드디어 저의 첫 번째 정규앨범이 나왔답니다! 이제 시작하는 기분이 커요. 앨범이란 정말 긴 호흡이구나 하는 것도 느끼면서 음악에 대해 깊이 생각도 해보고, 저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된 것도 있어요. 

 

 

2. [RSK] 영화 <클로저>를 보면서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어요. 이 영화의 어떤 점을 좋아하나요?

 

곡을 쓸 때 영감을 얻은 건 아니고요, 앨범 제목을 정할 때 <클로저>의 대사인 ‘Hello, stranger’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여러 번 본 영화 중 하나인데, 볼 때마다 다른 인물에게 이입이 되는 것 같아요. <클로저>는 끔찍한 사랑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인간의 깊은 내면 속 본능을 나타낸 작품이라고 느꼈어요. 괴로운 영화죠, 그렇지만 매력적이에요. 

 

 

3. [RSK] 영화 속 대사 ‘Hello, stranger’에서 앨범 제목을 떠올리셨고, 나에게마저도 나는 아직 이방인인 것 같다고 하셨어요. 언제 본인이 이방인처럼 느껴지나요?

 

저는 항상 제가 낯설어요. 나는 왜 이럴까 싶고요.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인데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해요. 특히 사랑을 시작하고 끝낼 때 나는 누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나지라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요즘 환절기라 알레르기로 고생을 좀 하고 있는데, 알레르기가 심하게 올 때면 좀 멍해지는 게 있어요. 약간 유체 이탈한 느낌이 계속되어요. 어쩌면 진짜로 다른 사람 몸속에 들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답니다 하하.

 

 

4. [RSK] 영화 속 댄은 앨리스를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기본적인 정보조차 몰랐죠. 사랑하는 연인들조차도 사실은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인 걸까요? 민수 님의 생각이 궁금해지네요.

 

완.벽.한. 타인이죠. 씁쓸하지만 그런 것 같네요. 저의 이번 앨범 마지막 트랙인 <난 네가 될 수 없어>라는 곡이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절대 우리는 서로가 될 수 없고, 알 수 없지만 믿음이 생기는 건 가능한 일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네가 얘기하는 거라면 나는 의심하지 않을게!’ 하는 마음이요. 이 정도면 훌륭한 사랑 아닐까요?

 

 

5. [RSK] 앨범 커버에서는 금발의 숏컷 모습으로 등장해요. <클로저>의 나탈리 포트만이 연상되기도 했는데요. 앨범의 화자로 이러한 비주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여러 이유가 있었던 것 같네요. 우선 20대 마지막의 저를 기록하고 싶었어요. 나중에, 이 앨범을 들을 때 더 선명하게 기억날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더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에 탈색도 하고 머리도 자르게 되었답니다. 뭔가 금발 머리는 자유를 상징하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하하! 

 

 

6. [RSK] 이번 앨범에서는 한층 더 깊어진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명랑한 모습들이 도드라졌다면, 이번에는 자유롭지만 동시에 성숙해진 이미지도 드러나는 것 같았거든요. 앨범을 통해서는 대중들의 어떤 반응 혹은 피드백을 원하셨나요?

 

그렇게 느끼셨다니 기뻐요! 이 얘기는 처음 하는 것 같은데, 사실 이번 앨범을 만들기 전 다른 앨범을 하나 더 만들었었어요. 음악적 장르가 더 임팩트 있고 귀가 즐거운 느낌의 앨범이었어요. 편곡이 거의 다 끝난 상태였는데, 뭔가 가슴이 꽉 채워지는 느낌이 안 들더라고요. 분명 멋진 음악들인데 왜 이럴까 한참을 고민했어요. 그러다 ‘다른 사람들, 다른 이유는 다 빼고 나만 생각해 보자 정말 음악과 나뿐이라면 넌 어떤 앨범을 만들래’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일기처럼 썼던 곡들, 아마 세상에 나올 일이 없을 거라 여겼던 곡까지 넣게 되더라고요. 사실 다 만들고 보니 너무 심심한가 싶어서 걱정도 했지만, 이번 앨범에서의 중요한 점은 저의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어 불필요한 멋은 빼는 게 맞다고 느꼈답니다. 저의 이야기 이긴 하지만 사실 평범한 20대의 사랑 이야기들이 담긴 앨범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의 앨범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리고 음악들이 담백한 만큼 오래 듣기 좋지 않을까? 하는 합리화도 했답니다.

 

 

7. [RSK]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는 어떤 인상적인 순간들이 있었나요?

 

이번 앨범은 전 곡 다 프로듀서 ‘고후’와 함께 만들게 되었어요. (험버트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했답니다)  올여름을 정말 매일 그의 작업실로 출근하였는데, 그때는 둘이서 ‘정말 힘들다 이게 끝날까?’ 하는 얘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돌이켜 보니 그때 행복했더라고요. 앨범이라는 목표 하나로 열심히 작업하고 녹음하고 했던 순간들이 기억이 많이 나요. 마음껏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도 커지게 된 순간들이었어요. 

 

 

8. [RSK] 그럼 20대를 키워드로 몇 가지 질문을 드려볼게요. 20대의 처음과 마지막을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20대 처음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래도 컨트롤할 수 있는 것 같네요. 여전히 인생이 사파리긴 하지만 그때는 정글 자체였던 것 같아요 하하하. 

 

 

9. [RSK] 갓 스무 살이 되어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사실 갓 스무 살이 되어 혼란스러움을 느낀다면, 온전히 다 느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행동하는 것들에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하는 나이가 된 건 맞지만, 그렇다고 너무 조심스러울 필요는 없어요! 많은 경험이 분명 좋은 다지기가 될 거라고 말해줄 거 같아요.

 

 

10. [RSK] 나 자신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쓰면 좋을까요?

 

취향을 알아가는 거요! 영화, 책, 옷 브랜드, 음악 등 좋아하는 걸 찾고 깊게 알아가다 보면 스스로 자신감도 생기고 사랑하는 마음도 커지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저는 좋아하는 향을 꼭 찾아보라고 하는 편이에요. 향수일 수도 있고, 로션일 수도 있고, 꽃향기일 수도 있어요. 저는 처음으로 좋아하는 향수를 찾고, 그 향수를 다 쓰고 한 병 더 살 때 기분이 이상했어요. 저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달까요.

 

 

11. [RSK] 20대의 마지막 날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요? 고요하게 보내실 건지, 아니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마무리하실지 궁금해요.

 

그러게요. 아직 고민해 본 적 없는데,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까요? 생각보다 재미없게 보내게 될 것 같네요.

 

 

12. [RSK] 이번 앨범에는 총 14가지 트랙이 담겨있는데, 이 중 가장 애틋하게 느껴지는 트랙은 무엇인가요?

 

1번 트랙이요. <29>라는 곡인데 여러 시점의 민수가 등장하는 기분이 들어요. 한 명씩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인터뷰지를 작성하면서 든 생각인데 저는 정말 자아를 잘 분리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13. [RSK] 커다란 맥락 안에서 결국 어떤 이야기를 건네는 가수가 되고 싶은가요? 방향성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하시는 편인가요?

 

아마 계속 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언젠가는 제가 상상하는 세상의 이야기도 들려드리고 싶고 그래요. 방향성도 자주 생각하지만 생각일 뿐인 건가 싶기도 하고요. 뭐든 재밌는 일이 펼쳐지면 좋겠어요. 그 방향성이 뭐든 따를 준비가 되었답니다! (아마도요)

 

 

14. [RSK] 그럼, 마지막 질문을 드리며 마무리해 볼게요. 30대라는 시간은 어떻게 써가고 싶은가요? 

 

지금 시점에서는 크게 달라지는 게 있을까 싶긴 해요. 30대까지는 마음가짐이 똑같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음악하고 도전하고 그러고 싶어요.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궁금하긴 해요! 섹시한 30대가 되길 바라봅니다… 인터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hotographs by Kigon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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