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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로 되살아나는 작품의 숨결: <알폰스 무하 이모션 인 서울>

장식적으로 구현한 매혹적 이미지, 따스한 빛으로 빚어낸 부드러운 색감. 고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로 벨 에포크(Belle Époque)를 대표하는 체코의 대표 화가, 알폰스 무하. 그의 오래된 작품이 두터운 시간의 벽을 단숨에 건너 다시금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체코의 프로듀서이자 연출가, 뮤지션인 미칼 드보르작의 손을 통해서. 다방면으로의 예술성을 발현하며 음악과 전시 등 분야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미칼 드보르작. 그가 새로이 써내려갈 역사는 <알폰스 무하 이모션 인 서울>이라는 제목으로 그려진다.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시대라는 장벽을 초월해 맞닿은 두 개의 축.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 예술과 기술, 그 아름다운 결합을 목도할 기회는 바로 지금, 서울에 있다. 

 

 

1. [RSK] 안녕하세요 미칼 드보르작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선 한국 독자분들과 인사 나눠주시겠어요?

 

저는 체코의 예술가로, 작곡가, 작사가, 프로듀서인 동시에 제 대부분의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이기도 해요. 특히 바로크의 천재인 안토니오 비발디의 희망과 상실에 대한 몰입형 전시회 <비발디아노 – 거울의 도시>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인 <iMUCHA eMOTION>과 다가올 <iMUCHA SHOW>에서요.

동시에 저는 체코 밴드인 루찌의 창립자이자 멤버이기도 하죠. 1992년엔 프라하에서 밴드 롤링스톤스와 함께 13만 명의 관중을 수용하는 규모의 경기장에서 공연했어요. 이런 이유로 (롤링스톤스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귀하의 잡지에서 제게 인터뷰를 요청해 주셔서 아주 기쁩니다.

 

 

2. [RSK] 당신은 키보디스트이자 작곡가인 동시에 영화 음악가이기도 해요. 밴드 루찌(Lucie) 창단 멤버이기도 하고요. 여기에 어떻게 전시 기획까지 맡게 됐나요? 그 시작이 궁금해요.

 

저는 이 전시의 미술 감독이자 작곡가이고, 공동 제작자예요. 2017년 <비발디아노 – 거울의 도시>의 일환으로 서울에 왔을 때 이 프로젝트에 대한 첫 번째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상징적이라고 생각해요. 당시 저는 시차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고, 서울의 밤거리를 걷던 중 알폰스 무하 포스터를 발견하고 전시가 막 끝나가고 있는 걸 알게 됐죠. 아시아의 젊은 예술가들이 알폰스 무하를 존경하고, 영감을 얻는다고 들었어요. 100년이 지난 지금도 무하가 여전히 새로우며 현대 작품에 영감을 준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무하의 작품은 동양, 아시아, 비잔틴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100년 후에도 "circle is closing" 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게 참 아름답습니다.

 

 

 

3. [RSK] 지금까지 여러 미디어 아트 전시를 기획해 왔죠?

 

보통 음악과 예술을 배경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제 예술적 영감은 주로 음악에 바치곤 했어요. 제 모든 활동에 예술에 대한 사랑이 더해진 거죠. 이 프로젝트에서 저는 모든 예술 분야에서의 저를 동원해 실현 중이에요. 6년 넘는 시간을 투자했고, 지난 3년간 300명 이상의 예술가, 애니메이터, 프로그래머, 기술자, 디자이너가 이 프로젝트를 수행했어요. 제 공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모든 사람에게, 특히 공동 저자와 투자자들에게 감사드려요. 리처드 푸사(Richard Fuxa)와 그의 회사인 빅 미디어(Big Media)에요. 이번 전시회는 서울에서 열리는 월드 프리미어이기 때문에 여태까지는 프라하에서만 진행했어요. 지금은 파리, 런던, 뉴욕, LA, 라스베가스 등지에서 전시회를 열기 위해 협의 중입니다.

 

 

4. [RSK] 여러 전시를 거쳐 알폰스 무하의 미디어 아트 전시를 기획하게 된 거네요.

 

저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아무도 보여준 적 없는 독창적인 방식을 시도했어요. 예술 작품을 멀티미디어 방식으로 선보이는 경향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전시가 원작자를 향한 충분한 관심과 존중을 바탕으로 준비되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는 알폰스 무하의 원본을 강조하면서, 오늘날의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적합한 방식의 기술을 통해 작품을 선사하려고 노력했어요.

 

 

5. [RSK] 이번 알폰스 무하 행사는 어떻게 진행하게 됐어요?

 

알폰스 무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체코 예술가예요. 무하가 예술과 기술 분야에 끼친 영향력을 존경하기에 그를 택하게 됐죠. 또 그는 디자이너, 사진가, 보석 디자이너, 조각가, 철학자인 동시에 글로벌 예술 운동인 아르누보의 창시자였습니다. 아르누보 양식은 무하 양식이라고도 불려왔죠. 이는 전 세계의 예술가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어요. 만화뿐 아니라 CD 표지, 광고,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같은 영화에도 등장합니다.

또, 무하의 손녀인 자밀라 무하 플로치코바(Jarmila Mucha Plocková)가 우리 팀에서 우리를 지원하고 도와주는 것도 큰 행운이죠. 우리 작업의 또 다른 자산은 이 프로젝트의 공동 저자이자 투자자 중 한 명인 리처드 푸사(Richard Fuxa) 재단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이반 렌들(Ivan Lendl)의 세계 최대 원본 포스터 컬렉션을 사용할 기회예요. 이 재단은 알폰스 무하의 작품 중 430개 이상을 관리하고 있어요.

 

 

 

6. [RSK] 미칼 드보르작과 알폰스 무하 사이에 공통점을 찾는 시간이기도 했을 것 같아요.

 

6년 동안 저는 알폰스 무하와 함께 잠들고 있어났어요. 그의 작품과 삶, 철학에 대한 지식은 제 일상 및 예술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어요. 아는 사람이 많진 않지만 무하는 위대한 음악가이기도 했어요. 그는 체코의 유명 작곡가인 레오시 야나첵(Leoš Janáček)과 함께 합창단에서 노래를 불렀고, 바이올린을 연주했으며, 그의 큰 기계식 하모니움(상자형의 케이스와 피아노식의 건반을 가진 리드오르간의 일종)을 전 세계에 가지고 갔어요.

폴 고갱이 하모니움을 연주하는 사진도 있어요. 무하는 몇 년 동안 고갱을 지원하고자 쉼터를 제공하기도 했죠. 무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르네상스 시대의 위인이었습니다.

 

 

7. [RSK] 미칼 드보르작의 알폰스 무하 전시는 이전까지의 다른 전시들과 어떤 차이점을 갖나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새롭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하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900년대 파리의 악기를 모두 사용해서 이번 전시를 위한 특별한 사운드트랙을 작곡했죠.

또, 폴리 사운드 효과로 작업하고, 무하의 작품을 3D 배경에 배치해 결이 다른 작품들까지도 통합하는 마법 같은 환경을 만들었어요.

 

 

8. [RSK] 많은 작품을 접했을 텐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꼽자면요?

 

모든 작품을 각각의 이유로 좋아해요. 무하는 디테일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이는 그가 완벽주의자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당시 최신 발명품이었던 카메라를 구했고, 작품을 위한 사진을 굉장히 섬세하게 준비했죠. 그는 모델을 위해 특별한 의상을 만들었고, 세트를 만든 다음, 자신이 그리고 싶은 위치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를 포토그래퍼 프란치쉑 드르찌콜(František Drtikol) 이전의, 체코 누드 사진의 창시자로 간주하죠.

그의 가장 뛰어난 작품 몇 개를 꼽아야 한다면 조디악(Zodiac), 모나코(Monaco), 그리고 슬라브 서사시(Slavic Epic) 전체와 아름다운 유화인 겨울 밤(Winter Night)이 될 거예요.

 

 

 

9. [RSK] 이번 전시를 진행하며 겪은 새로운 경험은 없었나요?

 

저는 평생 멀티미디어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습니다. 여기서 제 모든 무대, 연극, 콘서트 경험을 녹여냈는데, 신기술로 인해 독특한 문제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전시는 예술적으로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위대한 모험이었어요. 우리는 큰 도전을 좋아하고, 그 도전의 일환이 이 전시회였죠.

무엇보다도 체코 기술 대학의 시코라(Sýkora) 교수와 그의 학생, 그의 팀의 도움을 받은 걸 기쁘게 생각해요. 동시에 혁신적인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어도비의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300명 이상의 공동 작업자 모두에게 감사드려요. 애니메이션, 구성 및 필름 처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해 주셨어요.

 

 

10. [RSK] 작품을 감상할 땐 특히 어떤 부분에 집중하면 좋을까요?

 

강렬한 감정으로 가득 찬 예술적, 음악적 체험을 하기를, 문화, 생활 양식, 철학과 종교 사이의 접점을 이해하길 바라요. 저는 문화가 전 세계의 인류를 연결한다고 생각합니다.

 

 

11. [RSK] 미칼 드보르작에게 알폰스 무하 전시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해요.

 

알폰스 무하는 제 삶의 일부에요. 더불어 제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어요.

 

 

12. [RSK]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저는 음악, 멀티미디어, 현대 미술, 애니메이션의 모든 팬과 원본 애호가들 모두를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한 DDP로 초대하고 싶어요. 이번 전시와 전시가 열리는 이 놀라운 공간에는 흥미로운 공생의 지점이 존재하거든요. 마치 시공간을 초월해 연결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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