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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의 정상화를 위하여, 타투이스트 도이

브래드 피트, 릴리 콜린스, 한예슬의 공통점은 바로 타투이스트 도이에게서 타투를 새겼다는 점이다. 세계가 사랑해 마지않는 톱 배우들도 도이의 작업실 문을 두드리고 몸을 맡기지만 대한민국의 법은 그를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아직은 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종에 몸담은 탓에 직접 타투 스튜디오를 위한 위생 감염 지침을 만들고 방역 수칙을 세우며 제도권 진입을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 의사가 아닌 이가 타투를 시술하는 것이 불법인 세계 유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17년째 꿋꿋이 수많은 사람의 몸에 타투를 새기고 있는 타투이스트 도이와 함께 국내 타투의 현주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 [RSK] 안녕하세요, 도이 님! 롤링스톤 코리아와 인터뷰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도이라고 합니다. 경복궁 근처에서 잉크트월(INKEDWALL)이라는 작업실을 운영하며 동료 15명과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2. [RSK] 도이 님은 브래드 피트, 한예슬, 릴리 콜린스처럼 이름난 배우들이 믿고 맡길 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타투이스트 중 한 사람으로 꼽히시는데, 도이 님이 베스트로 꼽는 작업물이 궁금해요.

 

어린 시절부터 영화관이나 티비에서 봐온 사람을 손님으로 만나는 경험은 정말 짜릿한 일이고 의미 있는 경험입니다. 브래드 피트와 작업을 하고 쉬는 시간에 같이 식사했던 일은 가공한 망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들 정도로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 정도로 강한 영감을 주는 순간이었지만, 그로 인해 다른 작업들과 비교하여 작업물의 가치가 다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손님의 작업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왔기 때문에 그 결과로 <파이트 클럽>의 테일러(브래드 피트)나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에밀리(릴리 콜린스)에게 타투를 새기는 기회가 생겼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베스트라고 할 수 있는 작업물을 한두 개만 추리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작업을 말씀드리자면, 산업재해로 손가락 한 마디를 잃게 된 손님과 최근에 했던 작업이 있습니다. 손톱이 사라진 손가락에 손톱을 그려드렸는데, 작업을 마치고 손님의 표정에서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작업은 한국에서 곧 방송될 TV프로그램과 OTT 콘텐츠의 첫 에피소드 작업이었습니다. 수십 대의 카메라와 모든 스태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작업했는데, 수십 년 만에 시험을 보는 듯한 긴장감이 들었습니다. 한 달도 되지 않은 작업이라서 그런지 지금은 그 손톱 작업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3. [RSK] 타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의뢰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이겠죠?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해요.

 

타투는 손님이 가져오시는 영감 50%와 저의 영감 50%가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결과물을 위해서는 당연히 소통이 중요합니다. 다행히도 오랜 기간 작업해 오면서 느끼는 것은 최근에는 손님들이 예전보다 제 의견을 신뢰해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로 인해 소통이 더 수월해진 면도 있습니다. 최근에 오신 손님 중 기존 타투를 커버업하시려는 분이 많은데, 그중 거의 절반을 돌려보낸 것 같아요. 타투는 내가 살아온 시간을 남긴 거잖아요. 덮기보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다른 곳에 더하는 방향을 제안합니다. 10년 전의 타투가 지금은 부끄러울 수 있지만 20년 후에는 귀여웠던 ‘어린 나’를 기억할 수 있는 소중한 표식이라는 것을 말씀드려요. 그러면 절반은 수용해 주셔요. 저는 그만큼은 돈을 벌지 못하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4. [RSK] 한 사람의 타투이스트를 넘어 ‘타투유니온’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계신다고요? 위원장으로서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도 듣고 싶어요.

 

정확히는 ‘민주노총 화섬식품산업노조 타투유니온지회’의 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2020년에 ‘타투유니온’을 설립했고 현재는 타투이스트 약 750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예술인은 집단을 만드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런 성향 때문에 다른 산업이나 직장인이 누리는 무리의 돌봄을 실현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 있다 보니 큰 단체가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 기회에 타투이스트들에게 연대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조합원들이 일반 회사원처럼 정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고, 한국 타투를 법제화 하기 위해 국회를 드나들면서 류호정, 송재호 의원실과 관련 법안 두 개를 발의했습니다. 가장 무거운 업무는 타투를 새겼다는 이유로 벌금을 내야 하거나 징역을 살게 되는 조합원을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부분입니다.

 

 

5. [RSK] 코로나19가 한창이었을 때에도 타투 스튜디오는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스스로 방역 수칙을 만들어 지킬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노동조합이 한 일은 자랑스럽지만 국가적으로는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타투 스튜디오가 밀집된 홍대 일대에는 미용실보다 타투 스튜디오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미용실이 지켜야 할 방역 수칙은 나왔지만, 그보다 개수가 많은 타투 스튜디오가 지켜야 할 규정은 나온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존재하지만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물론 저희는 타투 스튜디오에서 코로나19가 전파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서 외국 기준을 검토해 자체적인 방역 수칙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언젠가 국회에서 간담회가 있었는데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이 부분에 대해 감사를 표했습니다.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은 이 땅에 아주 오랫동안 존재해 왔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조직폭력배의 문화로 인식되어 이 문화를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보다는 혐오하는 사람이 극단적으로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1992년에 사법부는 이런 후자를 편들고자 문화 자체를 없애려는 목적으로 이웃나라 일본의 판례를 가져왔고 의사만이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도록 선포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은 타투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지금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작업자의 절반이 한국인입니다. 세계 각지의 유명 타투 스튜디오에서는 한국어로 타투 작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그 작업실들의 간판 작업자가 전부 김 씨, 이 씨, 박 씨이기 때문입니다. 또 행정부는 2015년에 미래 유망 신직업 17개 중 하나로 타투이스트를 선정해서 직업 코드를 부여했고, 국세청도 ‘문신업’이라는 업종을 만들어서 세금을 낼 수 있게 바꾸었습니다. 2020년에는 일본도 원본 판례를 폐기했고요. 이제 대한민국 사법부가 처음부터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할 차례입니다.

 

 

6. [RSK] 거리를 조금만 다녀도 타투를 몸에 새긴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타투가 불법인 상황이에요. 이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실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정말 많은 사람이 몸에 타투를 새깁니다. 그림을 새겨 넣는 타투도 있지만, 눈썹이나 아이라인을 타투로 그리는 반영구 화장도 같은 분야입니다. 사실 이 반영구 화장 때문에 의사협회가 타투의 법제화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지금 바로 포털에 들어가셔서 ‘눈썹 타투’라고 검색해 보세요. 유료 광고는 100% 병원이나 의원이 하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은 의사는 타투를 하지도 않으면서 왜 합법화를 가로막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사실은 아주 많은 밥그릇을 이미 챙기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병원에서 하는 타투도 의사가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투 스튜디오에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불법을 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사협회는 법제화를 막으면서 타투 산업이 지켜야 할 규칙이 만들어지는 것도 막고 있습니다. 타투 산업에 규정이 없어서 혼란스러워진다면 타투 소비자가 병원을 선택할 확률이 올라간다고 계산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의사협회에서 타투가 의료 행위라는 자신들의 발언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방송사의 토론 섭외에도 응하고 타투유니온의 간담회 공문에도 답변을 주셨으면 합니다.

 

 

7. [RSK] 최근엔 이런 내용과 관련해 법정에도 서셨다고요? 재판 내용에 대해 독자들에게 간단히 설명해 줄 수 있으세요?

 

타투유니온 조합원 750명 중 약 1% 이상인 8명이 현재 징역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제 재판은 이들과 같이 싸우기 위해 약식명령으로 내려진 벌금 선고를 거부하고 만든 일종의 대표 재판입니다. 이 사건을 간단히 설명해 드리면, 제가 한 유명 연예인에게 타투를 새겨드린 것을 한 네티즌이 신고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재판을 도와주시는 변호인단 약 25명은 노동조합의 지회장인 제 재판의 승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나머지 조합원의 재판을 잘 조율하여 저의 재판 이후로 미루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아낸다면 우리 조합원뿐만 아니라 수많은 타투이스트가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유죄가 나오면 어떻게 하냐?”라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저는 반드시 이깁니다.

 


8. [RSK] 마지막으로, 타투이스트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를 알려주세요.

 

지금 당장은 일반 직업화가 목표입니다. 모두에게 타투를 사랑해 달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음악 장르에서도 그렇듯이 모든 사람이 하나의 문화나 장르를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의 절반이 힙합을 싫어한다고 해도 사법부가 힙합을 못 하도록 법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타투 문화를 혐오한다고 해서 직업 자체가 범죄가 되도록 법을 교묘하게 활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시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폭력적이거나 잘못된 법률이 꽤 많이 존재했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법률이 발전하게 됐습니다. 타투의 법제화를 통해 사회 전체가 법의 효용성과 정의롭지 못한 활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면 지난 30년의 고난이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의 법 의식이 성숙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투이스트로서 개인이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타투 컨벤션을 우리 땅에서 개최해 보는 것입니다.

 

 

9. [RSK]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이 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마지막으로, 타투이스트 도이를 응원하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적어도 저는 지치지 않고 싸우고 그림을 그리며 항상 웃습니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함께 웃으며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더 멋진 작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타투이스트 도이의 다양한 이미지와 인터뷰 전문은 곧 발간될 롤링스톤 코리아 8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 제공 - 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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