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Interview

흑백요리사 김도윤 셰프: 요리라는 삶의 궤적, 그 모든 순간에 함께한 음악

<흑백요리사>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김도윤 셰프는 늘 평온해 보였다.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해진 헤드셋을 쓴 채 묵묵히 조리대에 집중하던 그의 모습은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타인의 시선이나 외부의 소음을 차단한 채, 자신만의 세계로 잠잠하게 만드는 그 헤드셋 너머에는 과연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었을까. 차분한 조리 과정 하나하나에 몰입을 더해주었을 그의 음악 취향과 그가 오랜 시간 고집스럽게 지켜온 요리 철학은 서로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요리사 김도윤을 넘어, 인간 김도윤에게 음악이 어떤 의미인지 그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최고의 식재료를 찾아 전 세계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그의 분주한 근황과 더불어, 삶의 마디마다 새겨진 플레이리스트를 엿보며 <롤링스톤 코리아>가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1. [RSK] <롤링스톤 코리아> 구독자분들께 첫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도윤 셰프입니다. <롤링스톤 코리아>를 통해 인사드리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2. [RSK]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 정말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요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레스토랑 이전 준비에 집중하고 있어요. 새 공간은 50평 중 30평을 냉장고로 쓸 정도로 식재료 관리에 사활을 걸 생각입니다. 전국 각지의 로컬 재료뿐 아니라 청학동의 어란, 대만의 재료들, 묵제리 곶감 등 산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찾아다녀요. 방송 이후에 국내 팬분들뿐만 아니라, 멕시코, 미국, 대만 등 해외 팬분들께도 응원을 많이 받아 정말 행복합니다.

 

 

3. [RSK] 두 번의 도전을 거쳤는데, 재도전 당시 다시 주방 앞에 서게 된 계기나 마음가짐이 궁금합니다. 

 

제작진 분들의 섭외 요청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여자친구의 강력한 응원 덕분에 용기를 냈습니다. "나갈 수 있으면 무조건 나가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사실 방송 전까지 주변에 '백수저'로 나간다는 말을 못 해서 입이 근질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여담으로 함께 히든 백수저로 참가한 최강록 셰프가 최종 우승했다는 사실도 방영될 때까지 모르고 있었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했습니다.

 

 

4. [RSK] 항상 ‘헤드셋’을 착용하곤 합니다. 요리할 때 음악을 듣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공황 증상이 있어 사람이 많은 곳이 힘든데, 대회장은 카메라만 500대고 스태프까지 수천 명이 있는 공간이라 더 긴장됐습니다. 헤드셋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주위 소음을 차단해 줘서 온전히 나 자신과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줬죠. 다만 주방은 소통이 중요해서 평소 작업할 때는 쓰지 않습니다. 요즘은 하도 써달라는 분들이 많아 오히려 안 쓰게 되더라고요.(웃음)

 

 

5. [RSK] 양파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고요. 플레이리스트와 일상에서 자주 듣는 음악이 궁금합니다.

 

양파 님의 오랜 팬이었는데, <흑백요리사> 방송 이후부터 인연이 닿아 이제는 안부를 묻는 친구가 됐습니다. <5:55>, <시간의 갈피>, <그대 없는 나> 등을 좋아해서 혼자 운전할 때 자주 따라 부르곤 해요. 그 외에도 학창 시절 즐겨 듣던 임펠리테리, 라디오헤드의 <Creep>, 퀸, 오지 오스본 같은 하드록과 메탈 장르도 여전히 좋아합니다.

 

 

6. [RSK] 김도윤 셰프에게 요리와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두 분야가 서로에게 어떤 영감을 주나요? 

 

둘 다 제 삶의 전부라고 말하고 싶어요. 요리를 구상하다 자다 깨서 메모할 때도, 잠들 때도 항상 음악과 함께하죠. 저에게 음악은 '시대를 기억하는 장치'예요. 특정 노래를 들으면 2010년 추운 겨울날, 월급이 안 나와서 힘들게 일식 요리를 하던 기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가거든요. 마치 영화 <시네마 천국>의 마지막 장면처럼 제 인생의 조각들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입니다.

 

 

7. [RSK] 힘들었던 시간을 음악으로 극복한 적이 있나요? 

 

1997년 군 복무 시절 불침번을 서며 들었던 박지윤의 <하늘색 꿈>이 기억나네요. 하지만 음악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 준다기보다, 음악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결국 극복하는 건 제 마음가짐이라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생각을 비우는 편이에요.

 

 

8. [RSK] 미슐랭 스타 셰프라는 타이틀 뒤에 숨겨진, 인간 김도윤의 의외의 면모가 있다면? 

 

저는 전문적으로 요리 학교를 나온 적이 없습니다. 고등학생 때 자취하며 시작한 요리가 지금까지 이어졌죠. 26살 무렵, 세상에 천재들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닫고 '이 정도로 미쳐야 하는구나' 싶어 그때부터 더욱더 요리에만 몰두하며 살았습니다. 동료 셰프들을 만나도 육수 이야기만 할 정도로 제 삶은 요리 그 자체입니다.

 

 

9. [RSK] 요리를 예술의 한 장르라고 본다면, 내 요리는 어떤 음악과 가장 닮았나요? 

 

'록 발라드'요. 거칠면서도 내면은 둥글둥글한 느낌이 닮았거든요. 예전엔 일할 때 성격이 날카롭고 거칠었지만, 이제는 <슬램덩크>의 안 감독님처럼 마음을 비우고 자율적인 분위기를 지향합니다. 성숙해 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10. [RSK] ‘맛있는 요리’를 넘어 ‘좋은 요리’란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요리입니다. 주방 안에서는 화를 내면서 겉으로만 상냥한 척하는 건 좋은 요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편안해야 손님에게도 그 좋은 에너지가 온전히 전달됩니다.

 

 

11. [RSK] 만약 요리하지 않았다면, 어떤 아티스트가 되어 있었을까요? 

 

요리가 아닌 삶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방송 이후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는 게 감사하면서도 가끔은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요리사로서 묵묵히 제 길을 가는 게 가장 행복합니다.

 

 

12. [RSK] 마지막으로 김도윤 셰프를 응원하는 팬분들과 구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평소 팬이었던 양파 님의 인터뷰를 보고 <롤링스톤 코리아>를 알게 됐는데, 이렇게 직접 참여하게 되어 뜻깊습니다. 늘 응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요리로 보답하겠습니다.

 

By Izzy Lee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