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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마템(Mathame)이 다시 쓰는 전자 음악의 서사: SF적 신화, AI, 그리고 에모테크(EmoTech)의 부상

세상에는 눈앞의 경계를 허물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이들이 있다. 장르의 경계, 기술의 경계, 감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고유한 음악 세계를 개척하는 마템(Mathame)도 그중 하나다. 그들에게 음악은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일부이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통로다.  

멜로딕 테크노(melodic techno)와 에모테크(EmoTech), 네오(NEO)와 <네올로지(NEOLOGY)> 등 낯섦과 익숙함 사이의 경험으로 우리를 이끄는 그들을 <롤링스톤 코리아>가 만나봤다. 수많은 무대와 콘텐츠에 이어 12월 27일 베이루트에서 열린 〈NEOLOGY Chapter I〉 퍼포먼스까지, 앞으로 펼쳐질 마템의 여정은 무궁무진하다.
 


1. [RSK] 이번 기회를 통해 이렇게 함께하게 되어 너무 기뻐요. <롤링스톤 코리아> 구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마템: 저희는 이탈리아 출신 형제 듀오 마템(Mathame)이에요. 감정과 기술의 경계에 존재하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만들고 있고, 이를 ‘에모테크(EmoTech)’라고 부르고 있어요. 멜로딕 테크노를 기반으로 시네마틱한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왔고, 그 과정에서 음악은 라이브 쇼와 비주얼 세계, 그리고 댄스플로어를 넘어서는 서사로 확장되어 왔어요.


2. [RSK] 두 분은 형제라고 들었어요.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나요?

마템: 맞아요. 저희는 형제예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성격은 많이 달라요. 서로 다투기도 하고, 의견을 부딪치기도 하는데, 그런 긴장감이 오히려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프로젝트를 솔직하게 유지해 주거든요. 결국에는 어떤 의견 충돌보다 형제로서의 유대가 더 강해요.


3. [RSK] 음악 작업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모습에 차이가 있나요?

마템: 음악을 작업할 때는 굉장히 집중된,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상태에 들어가요. 시간 감각이 사라지죠. 스튜디오 밖에서는 더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요. 가족, 삶, 그리고 침묵 같은 것들이요. 이 균형이 정말 중요해요. 모든 것이 음악뿐이라면, 오히려 음악의 의미가 사라질 거예요.


4. [RSK] 그동안 함께 작업하실 때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마템: 아주 많아요. 가끔은 한 사람이 아주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시작하는데, 다른 한 사람이 그걸 완전히 부숴버리기도 해요. 그러고 나서 더 나은 형태로 다시 만들어내죠. 저희의 가장 강력한 트랙 중 일부는 조화로운 순간이 아니라, 의견 충돌에서 태어났어요.
 


5. [RSK]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라디오 방송(pirate radio)과 바이닐 레코드, 카세트테이프를 즐겨들었다고 들었어요. 인상 깊게 기억하는 음악이나 방송이 있나요?

마템: 어릴 때 해적 라디오를 듣는 경험은 정말 마법 같았어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 맥락이나 이미지 없이 흘러나오는 음악에는 신비로움이 있었죠. 바이닐과 카세트테이프는 소리를 대하는 인내와 존중을 가르쳐줬어요. 그런 ‘발견의 감각’은 지금까지도 저희 안에 남아 있어요.


6. [RSK] 그 시절의 영향이 지금의 음악 활동에도 남아 있나요?

마템: 물론이에요. 저희는 여전히 싱글이 아니라 ‘여정’이라는 개념으로 음악을 생각해요. 트랙들은 밤에 우연히 발견한 라디오 송신처럼, 천천히 펼쳐지도록 만들어졌어요. 분위기는 언제나 리듬만큼이나 중요해요.


7. [RSK] 마테오(Matteo)는 힙합 DJ에서 영화계로, 아마데오(Amedeo)는 클래식 음악에서 전자 음악으로 진출했죠. 장르를 뛰어넘는 창의적인 도전의 계기가 궁금해요.

마템: 그 변화는 전략이 아니라 호기심에서 나왔어요. 마테오는 힙합과 영화를 통해 스토리텔링과 리듬에 끌렸고, 아메데오는 클래식 음악을 통해 구조와 규율을 배웠어요. 일렉트로닉 음악은 이 두 세계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죠.


8. [RSK] 마템의 음악은 영화적 스토리텔링과 멜로딕 테크노(melodic techno)가 연결되곤 하잖아요. 이때의 '멜로딕 테크노'는 정확히 어떤 장르인가요? 다소 생소하실 수 있는 분들에게 소개를 부탁드려요.

마템: 멜로딕 테크노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리듬뿐만 아니라 감정과 서사에 의해 움직이는 일렉트로닉 음악이에요. 테크노의 물리적인 에너지는 유지하면서, 트랙이 끝난 뒤에도 기억에 남는 멜로디를 더하죠. 그리고 이 장르는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어요.
 


9. [RSK] 올해만 해도 〈Humans〉, 〈Don’t Be Afraid〉, 〈Everlight〉, 〈Love Somebody〉, 〈Koko〉, 〈Meet Me〉 등 많은 곡을 발표했어요.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을까요?

마템: 각 곡은 서로 다른 감정 상태를 담고 있지만, 특히 〈Everlight〉는 개인적으로 더 깊게 와닿아요. 아주 직접적이고, 취약하면서도 솔직한 곡이에요. 강한 임팩트보다는 연결에 더 집중한 트랙이죠.


10. [RSK] 〈Old Neural Mixtape Vol.1〉은 유튜브 공개 이후, 잠나 툴룸(Zamna Tulum)에서 라이브로 선보인 가상 3D 쇼를 통해 퍼포먼스 아트로 확장되었죠. 그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요?

마템: 〈Old Neural Mixtape Vol.1〉은 하나의 실험으로 시작됐어요. 생각의 흐름 같은 작업이었죠. 이를 3D 라이브 환경으로 옮기면서, 관객이 음악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DJ 세트라기보다는 퍼포먼스 아트에 가까운 경험이었어요.


11. [RSK] 〈Nothing Around Us〉, 〈Skywalking〉 같은 대표곡으로 <코첼라(Coachella)>, <하이 이비자(Hï Ibiza)>, <라스베이거스 스피어(The Sphere)> 등 전 세계의 상징적인 무대에 올랐죠.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그 순간들은 어떤 감정이었나요?

마템: 그 순간들은 아직도 현실감이 없게 느껴져요. 코첼라는 형제애가 강하게 느껴진 순간이었고,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세트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좋은 공연이었어요. 미공개 아이디어로 가득 찬 무대였죠. 스피어 같은 공간은 음향과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줘요.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강렬한 건, 사람들이 음악에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직접 보는 순간이에요. 그 감정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아요.


12. [RSK] 2020년에는 〈FAR, NEAR, NOWHERE〉 믹스가 BBC Radio 1 ‘올해의 에센셜 믹스(Essential Mix Of The Year)’로 선정됐고, 2023년에는 데뷔 앨범 [MEMO]가 포브스(Forbes) 선정 ‘2023년 최고의 앨범 15선’에 이름을 올렸죠. 새로운 음악을 계속 선보이고 있는 지금, 이런 성과들은 분명 중요한 이정표일 텐데요. 앞으로 발표할 앨범에 대한 목표가 있다면요?

마템: 우리는 더 큰 숫자를 쫓기보다는, 더 깊은 세계를 만들고 싶어요. 다음 앨범들, 혹은 싱글 단위의 여정일 수도 있겠지만, 서사와 감정의 깊이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에요. 단순히 듣는 음악이 아니라, 그 안에 ‘거주’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요.
 


13. [RSK] 마템이 정의하고 발전시켜 온 음악이자 움직임인 ‘에모테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그 의미도 궁금해요.

마템: ‘에모테크’는 전자 음악의 진화라고 생각해요. 감정과 기술을 화해시키고자 하는 필요에서 출발했죠. 전자 음악은 종종 차갑게 느껴지는데, 우리는 그 안에 취약함과 인간적인 감정을 다시 불어넣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힘을 잃고 싶지는 않았고요.


14. [RSK] 데뷔 앨범 [MEMO]를 통해 ‘에모테크’의 기반이 되는 서사 세계관 ‘네오(NEO)’를 구축했죠. ‘네오(NEO)’는 어떤 세계인가요? 

마템: ‘네오’는 명상 자세를 취한 실제 사이보그 조형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페스티벌 규모의 이벤트예요. 지금 이 순간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기술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동시에 담고 있어요. 하지만 그 미래에서도 인간은 감정을 잃지 않았죠.

‘네오’에는 같은 메시지를 공유하고, 이 세계의 일부가 되기를 의식적으로 선택한 친구이자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큐레이션 DJ 라인업도 포함돼요.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이 역설은 <네올로지(NEOLOGY)>를 통해 설명돼요.


15. [RSK] ‘네오’를 설명하고 해석하는 영상 프로젝트 <네올로지(NEOLOGY)>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마템: <네올로지>는 ‘네오’를 설명하는 이야기예요. 저희가 직접 제작한 쇼로, 사람들이 ‘네오’를 실제로 경험하기 전에 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클럽과 페스티벌에서 선보이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는 음악과 ‘네오’라는 존재가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맥락을 제공해요. <네올로지>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개되며, AI 기반 도구와 저희 내부 팀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제작됐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객이 ‘네오’에 참여하는 순간 그들 역시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는 점이에요. 일종의 ‘정신적 글리치’ 같은 경험이죠. 


16. [RSK] 트레일러를 보면서 〈공각기동대〉나 〈에반게리온〉 같은 작품들이 떠올랐어요.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마템: 디스토피아는 어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성찰’에 관한 거예요. 현실을 과장함으로써 오히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죠. 아름다움은 종종 취약한 세계 속에 놓였을 때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17. [RSK] 인공지능과 시각적 신화 전반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맞나요?

마템: AI는 하나의 도구예요. 그리고 굉장히 강력한 ‘수평화 장치’이기도 하죠. 과거에는 대형 스튜디오나 레이블만 가능했던 제작 환경에 대한 접근성을 민주화해 줘요. 창의성을 폭발적으로 확장하고, 새로운 형태의 ‘인간 신화’를 탄생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기술이 의도나 감정을 대체하지 않으면서도, 스토리텔링을 증폭시키는 방식에 관심이 있어요.


18. [RSK] 특별히 <NEOLOGY>에서 비선형 애니메이션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해요.

마템: 기억과 감정, 정체성 자체가 비선형적이기 때문이에요. 전통적인 서사를 원하지 않았어요. 대신 단편적인 조각들, 메아리, 반복 같은 것들을 담고 싶었죠. 생각이 흐르는 방식처럼요. 그리고 춤을 추면서 경험할 있는 무언가여야 했어요. 음악과 움직임에 몰입해 있을 , 너무 복잡한 이야기를 따라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까요.


19. [RSK] 다가오는 12월 27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NEOLOGY Chapter I〉 퍼포먼스를 통해 몰입형 시각적 경험을 선보일 예정이죠. 관객들이 기대할 만한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마템: 이번 공연은 비선형 스토리텔링의 첫 번째 진짜 시험이에요. <네올로지>의 파편들로 구성된 첫 번째 챕터죠. 음악, 비주얼, 존재감이 상호작용을 하는 ‘확장된 시네마 경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쇼를 통해 관객들은 ‘네오’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년에 ‘네오’가 베이루트에 도착했을 때 왜 자신들이 그 미래의 일부가 되는지를 이해하게 될 거예요. 관객은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라, 살아 있는 세계 안의 참여자가 됩니다.
 


20. [RSK] 클래식 음악, 힙합, 영화, 기술, 몰입형 예술 등을 결합하며 계속해서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마템: 우리는 이 비전, 즉 ‘네오’와 <네올로지>를 계속 구축해 나가고 싶어요. 음악, 비주얼, 기술을 통해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연결하는 세계를요. 더 크고, 더 빠르게가 아니라, 그저 더 의미 있게요.

<사진제공 - Damiano Alessand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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