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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pH-1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뀐, 단 한 번의 대화

11월의 토론토는 이미 눈으로 살짝 덮이기 시작했지만, 오늘 저녁은 유난히 따뜻했다. K팝 테마 라이브 쇼 <코하이의 믹스테이프(Kohai’s Mixtape 2025)>에는 pH-1, 홍다빈(DPR LIVE), 제미나이(GEMINI)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내뿜는 뜨거운 에너지로 가득했다. 

아티스트 라운지에 발을 들이자마자 뒤를 돌아보니 pH-1이 서 있었다. 남색 캡, 깔끔한 얼굴선, 살짝 수줍은 미소. 내게 알고 있는 인상 그대로였다. 내성적이고 얌전한 성격의 소유자.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됐다. 뉴욕에서 자란 pH-1은 이제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완전히 정착했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건 고향에 오는 기분이라고 그는 말한다. 비록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거의 돌아가지 않지만 말이다.

그의 곡 <SOAK IN BLUE>는 매우 개인적인 곡으로, 내면의 감정적인 고뇌를 담고 있다. 그는 한 시간 만에 이 곡을 작곡했고, 단 한 번의 촬영으로 뮤직비디오를 완성했으며, 첫 번째 원본 버전을 그대로 확정했다. 정규 3집 앨범 [WHAT HAVE WE DONE]에서 이 곡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지만, 지금은 거의 듣지 않는다. 그때의 휘몰아치던 감정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래퍼가 파티, 클럽, 과음에 빠져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pH-1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파티 피플'이 아니다. 대신 친구들과 옥상에 올라가 음료를 홀짝이며 분위기에 젖어드는 소박하고 차분한 시간을 즐긴다. 다소 거친 클럽 속 장면과는 거리가 멀다. 
 


pH-1과의 대화는 여러 번 내 마음을 울렸는데, 특히 와닿았던 순간은 그가 일기를 쓴다고 했을 때다. 그는 자신의 기분을 기록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려 한다. 끊임없이 시끄럽고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이러한 류의 자기 성찰은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덕분에 나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pH-1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됐다.

알고 보니 pH-1은 부끄러움이 많은 게 아니라 천천히 마음을 여는 편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가 정말 유쾌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타고난 회견자이기도 하다. 그는 오히려 인터뷰하는 입장으로 당신을 인터뷰할 몇 안 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지만, pH-1은 진심으로 삶을 사랑하며 주변 세상에 관심이 많다. 

그와 함께하면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마치 오랜 친구와 만나서 장난치며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지금 pH-1은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숨김없이 더 큰 목표를 쫓는 중이다. 사랑에 관해서는 신중하게 선택한다. 서두르지도 않고, 업계 내 복잡한 관계도 피한다. 그는 자기만의 삶과 열정을 가진, 건전하고 독립적인 여성들에게 끌린다. 그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다.

추운 겨울에 모처럼 작은 온기를 선사한 인터뷰였다. 진솔한 대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정한 교감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우연히 그를 만난다면 당신도 알게 것이다. pH-1 단순한 아티스트가 아니다. 그는 알아갈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사진 제공 - Esther 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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