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Review

기다림은 끝났다: 블랙핑크, LA에서 재회하며 <DEADLINE>으로 월드 투어의 잊지 못할 서막을 열다

1년 반의 긴 공백을 깨고 블랙핑크가 마침내 돌아왔다. 그것도 스타일과 열정, 그리고 날것의 감정으로 완전히 무장한 채 어젯밤 LA 소파이 스타디움에 강렬하게 착지했다. <DEADLINE> 월드 투어의 미국 첫 무대였던 이번 공연은 단순히 K-팝 최고 걸그룹의 컴백이 아니었다. 하나의 귀환이자 축제이며 대담한 선언이었다.

공연은 시작부터 전율을 일으켰다. 제니, 지수, 로제, 리사가 완벽히 짜인 안무로 무대를 장악하며, <Kill This Love>, <Pink Venom>, <How You Like That> 같은 스타디움을 뒤흔드는 대표곡들을 연이어 터뜨렸다. 관중의 함성을 배경 삼아 히트곡들이 쉼 없이 이어졌고, 멤버들은 단 한 순간도 공백의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던 만큼 서로에 대한 유대와 팬들과의 연결은 더 깊어진 듯했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오직 LA 관객만을 위한 특별한 순간들로 가득 찬, 깊이 각인될 경험이었다.

각 멤버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신만의 솔로 무대를 펼쳤다. 팬들에게 익숙한 블랙핑크 공연의 시그니처지만, 이번엔 한층 더 새롭고 신선하게 재해석되었다. 제니는 <Mantra>, <With the IE (Way Up)>, <Like Jennie>를 연달아 선보이며, 마치 현지 팬들을 위한 설레는 고백을 전하는 듯했다. 영상도 LA에서 촬영되었던 만큼 더욱 특별했다. 리사는 <New Woman>과 <Rockstar>로 날 선 퍼포먼스를 보이며 무대를 불태웠고, 로제는 <3am>, <toxic till the end>, <APT.>를 감성 가득한 메들리로 엮으며 관객을 몰입시켰다. 지수는 <Earthquake>와 <Your Love>로 힘 있는 우아함을 선보이며, 그녀만의 고요하면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공연 중반, 분위기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오직 LA 공연만을 위한 어쿠스틱 버전 <Stay>가 울려 퍼지며, 공연장을 순간 정적으로 몰아넣었다. 오랜 팬들에게는 이 곡이 그룹의 초창기와 지금을 이어주는 드문 감정의 교차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이어진 무대에선 아직 발매되지 않은 신곡 <Jump>가 최초로 공개되었다. 불꽃을 이용한 화려한 연출과 LED로 가득한 이 무대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끌어올렸고, 예상치 못한 앙코르를 이 곡의 재공연으로 답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블랙핑크를 살짝 엿볼 수 있게 했다.

무대 위 또 하나의 주인공은 바로 패션이었다. 리사는 미래적인 감성과 대담한 스트리트 무드를 담은 가톨릭 길트(Catholic Guilt)의 커스텀 세트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로제, 지수, 제니는 아방가르드 브랜드 Didu의 하이패션과 퍼포먼스를 위한 실용성 사이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맞춤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제니는 공연 중간 샤넬의 시그니처 피스로 갈아입으며 ‘인간 샤넬’다운 모습을 잊지 않았다. 단순히 멋있기만 한 게 아니라, 음악이라는 영역을 뛰어넘어 패션 아이콘으로의 정체성과 영향력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는 장치였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팬들은 실시간으로 SNS를 달궜다. “인생 최고의 공연”, “블랙핑크가 다시 세상에 누가 탑인지 보여줬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투어의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은 예열이 아닌 절정이었다. 오히려 이 밤을 위해 최고의 컨디션을 아껴둔 것 같았다. 완성도 높은 연출, 생생하고 장악력 있는 라이브,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즐기는 에너지까지.

북미 전역을 이어가는 블랙핑크의 <DEADLINE> 투어는 단순한 복귀가 아니다. 다시 정의하는 것, 그리고 LA 공연이 신호탄이었다면 이제 전 세계는 각오해야 한다. 여왕들이 돌아왔다. 완벽하게, 단 한 박자도 놓치지 않고.

 

Photographs by YG Entertainment

배너
배너